물리학-수학 관계
1. 개요
Relationship between mathematics and physics수학을 모르는 사람은 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 수 없다.
수학과 물리학은 다른 학문이지만, 두 학문은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 물리학과에서 수리물리학 과목을 배우는 것을 훨씬 넘어선 관계가 있으므로 따로 서술한다.
일반적으로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 물리학을 잘 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물리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학이 필요하다.[2][3] 수학을 알지 못하는데 물리학을 접하면 어떻게 될지는 물리학 갤러리만 봐도 답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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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내 교육과정 비교
2.1. 수학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물리학
2.1.1. 고등학교
- 수학(상):
- 수학(하):
- 수학I: 지수/로그, 삼각함수, 수열
- 수학Ⅱ: 미분(1차원상의 속도와 가속도), 적분(1차원상의 속도와 거리)
- 확률과 통계: 경우의 수 (조합론), 확률, 통계
- 미적분: 도함수의 활용(2차원상의 속도와 가속도), 정적분의 활용(2차원상의 속도와 거리)
- 기하: 3차원 유클리드 공간 속에서 벡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주로 배우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이 과목은 추상적인 선형대수학적 접근법을 배제하고 시각화가 강조되는 물리학적 접근을 추구한다.
2.1.2. 대학교
공업수학 - 공과대학 전공 과목이며 공대 4년동안 사용하게 될 수학을 총집합 해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엄밀한 증명은 생략하고 다양한 공학 분야에서 수학이 어떻게 응용되는지 그 예시를 탐구하는 데 집중한다.
수리물리학 - 물리학과 전공 과목이며 이 또한 학부 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학적 지식을 짜깁기해서 모아놓은 것이다. 공업수학과 마찬가지로 엄밀한 증명은 생략하고 물리 개념들과의 관계 속에서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이해를 하는 데 집중한다.
공업수학과 수리물리학은 교과과정에 있어서 조금 차이가 나는데, 이는 각 전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순수학문인 '''물리학'''은 1) 법칙을 발견하고 2) 이를 보다 일반적인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형태로 확장시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물리학과에서 배우는 이론은 공학적인 상황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므로 학부 수준의 공대에서는 다루지 않는 텐서나 변분법 그리고 각종 특수함수를 수리물리학 과목에서는 심도 있게 배운다.
한편 '''공학'''에서는 개념의 일반화와 추상화보다는 어떤 주어진 현실의 상황을 수학적 도구를 이용해 어떻게 분석하고 예측할지가 중요한 문제로서 대두된다. 그러므로 전체 교육과정의 절반 정도가 미분방정식의 해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리물리학에서는 미분방정식에 대한 이론만 배우고 넘어가는 반면 공업수학에서는
- 일계 상미분방정식
- 이계 상미분방정식
- 고계 상미분방정식
- 연립 상미분방정식
- 상미분방정식의 급수해
- 라플라스 변환을 이용한 상미분방정식의 해법
- 푸리에 급수와 푸리에 변환
- 푸리에 해석을 이용한 편미분방정식의 해법
등을 '''8개 이상의 개별 단원으로 나누어서''' 몇달에 걸쳐 배운다. 교과서 본문 내의 예제(worked example)와 연습문제를 풀다 보면 정말 다양한 상황에서 미분방정식을 모델링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또한 미분방정식 이외에도 선형계획법 등 최적화 문제의 해법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용해서 계산하는 것도 배운다.
2.2. 물리학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수학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로 배우는 수학적인 내용은 없다.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는 미적분으로 설명해야 되는 부분이 있었으나 관련 부분이 모조리 삭제되었으므로 이제는 중학교 수준의 수학(다각형의 넓이, 등식의 변형, 이차식의 표현, 이차방정식, 삼각비) 정도만 제대로 짚고 있으면 된다. 심지어 그 물리학Ⅱ 부분의 벡터 개념 역시 걱정할 게 없다. 이유는 후술.
2.2.1. 고등학교
물리학Ⅰ 단계에서는 간단한 산수와 삼각형의 넓이 공식, 비례식, 이차식 표기만 알면 된다. 다시 말하자면 '''산수'''가 나올 뿐이지 '''수학'''(흔히 수학적으로 증명돼서 써먹는 어떠한 정리)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등가속도 운동 공식에서 속도-시간 그래프의 넓이(정적분)가 이동거리라는 걸 구할 때 삼각형의 넓이나 사다리꼴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이 쓰이기도 한다. 또한 특수 상대성 이론 파트에서 피관찰자가 움직이면서 빛이 휘게 되는데 이 때 증명 방식에 피타고라스 정리가 쓰였다. 다만, 이 부분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로런츠 인자가 빠지면서 삭제되고 정성적인 부등호 관계만 다루게 되었다. 일의 양은 힘의 방향으로 움직인 거리를 나타낸 것인데, 뜯어보면 내적의 원리를 담고 있지만 물리Ⅰ에서는 1차원 상의 운동만 다루므로 벡터라는 개념이 무시된다. 따라서 그냥 간단한 곱셈으로 퉁칠 수 있다.
물리학Ⅱ에서는 증명에서 삼각비나 이차방정식이 사용된다. 벡터가 등장하지만 그것을 이용한 관련 정리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기하의 '평면 벡터' 파트를 완벽하게 이해해야만 이 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엄연히 물리학적 접근에 필요한 설명은 다 해주고 있으며, '벡터의 정의' 자체는 얼마든지 고등학교 1학년 과정으로 옮겨도 이상할 게 없는 기초적이고 간단한 개념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단진동, RLC 회로나 전자기 진동 교류 파트가 통째로 삭제되어 '''미적분 자체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평면 상의 충돌도 통째로 날아가는 바람에 여기서 요긴하게 쓰이던 삼각비도 종적을 감추게 되었다. 사실상 이제는 2차원 좌표만 이해할 수만 있으면 학습을 따라가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구성으로 바뀌었다.
미적분을 이해하고 있다면 고전역학에서 시간, 거리, 속력, 속도, 가속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도일 뿐이다. 고등학교 물리학 수준에서는 그냥 공식 암기하고 간단한 그래프만 그릴 줄 알면 역학은 술술 풀린다. 게다가 미적분 안 쓰고 배우는 건 고등학교 물리학 수준에서는 딱히 꼼수도 아니고 '표준적인 교과과정'에 해당한다. 따라서 수학 못하는 고등학생도 물리 시험에서 고득점을 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능 시험 기준으로 따지면 삼각비를 제외하고 가장 어려운 수학적 도구가 쓰였던 적은 2018학년도 물리Ⅱ 20번의 '''이차방정식''' 딱 한 번이다. 오히려 이차방정식이 허구한 날 쓰이는 시험은 생명과학Ⅱ의 하디바인베르크 법칙 문제이다. 또한 물리학Ⅱ, 생명과학Ⅱ를 뛰어넘어 아예 모든 시험지가 산수로 도배된 시험은 화학Ⅱ가 있다.
2.2.2. 학부
물리학과 학생이라면 수학을 꽤 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리학의 특성상 수학을 언어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학부 수준에서도 미적분은 기본이고, 미분방정식을 자유 자재로 풀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수학과 과목을 듣는 경우가 많다.
2.2.3. 대학원
대학원에서 양자장론 같은 이론 물리의 최전선으로 가게되면, 조금 경계가 무너진다. 이론물리는 자연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수학적 기반을 만드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통일장 이론이니 초끈이론이니 하는 분야로 가게되면, 이게 물리학인지 수학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가 된다. 밀레니엄 문제중 하나인 양-밀스 질량 간극 가설은 양자장론에 등장하는 하나의 이론에 대해서 수학적 토대를 만들라는 문제이다.
또한 위상부도체의 대두로 위상수학의 비중 역시 커지고 있다.
3. 학문적 관계
- 수학적인 것은 물리학적인 것이다: 수많은 이론물리학자들과 수학자들, 과학철학자들은 물리학과 수학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 늘 주목해 왔다. 이것이 극대화된 주장이 바로 "수학적 우주 가설"이다. 이 가설을 한줄로 요약하면, "수학적으로 계산이 가능한 모든 구조는 물리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반대로 모든 물리적 대상은 수학적으로 계산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수학적 우주 가설은 이론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점차 널리 연구되고 있는 가설이다. 이 가설에 의하면 수학적으로 예측은 했지만 아직 실험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입자, 상호작용 등도 언젠가 반드시 등장하게 되어있다.
- 그런데 수학에서 다루는 대상 중에서 물리학적으로 모순인 것들도 꽤 있다. 대표적으로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이 있는데, '구를 유한 개의 조각으로 쪼개서 똑같은 크기의 두 개의 구로 만들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부피를 구할 수 없는 조각이 생긴다'라는 내용으로, 물리학자 입장에서는 개소리 집어쳐 소리 나올 만하지만[4] , 수학적으로는 ZFC 공리계 하에서 전혀 모순이 아님을 보일 수 있다.
- 수학적 대상은 물리학적인 대상이 아니다. 수학적 대상은 순수하게 추상화된 논리체계일뿐, 현실의 물리적 대상으로는 볼 수 없다.
- 이 주장에 대한 반박: 물리학자들은 물리학이 보편적 원리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물리학의 연구는 현실을 추상화시켜 역학이라는 패턴을 뽑아내는 활동이라고 본다. 이렇게 현실을 추상화하는 보편적 원리를 뽑아내는 것이 물리학이라면, 그런 원리들은 추상화의 원리를 다루는 수학과 구분할 수 있는가? 수학이 곧 물리학이라는 명제는 거짓이더라도, 물리학은 응용수학이라는 명제는 성립한다.
- 수학은 물리학의 언어일 뿐이다. 한국어나 영어가 일상적인 개념을 다루는 언어라면, 수학은 과학적인 개념들을 설명하는 언어일 뿐이다.
- 이 주장에 대한 반박: 수학이 그저 언어일 뿐이라면, 물리학의 여러 연구들이 수학이라는 체계를 빌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수학을 빌려서 설명해야 한다면, 수학이라는 학문은 그저 언어가 아니라, 물리학의 근간이라는 의미이다.[5]
4. 기호 사용의 차이
수식이라는 같은 '언어'를 쓰지만, 주로 사용하는 기호가 다소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6] 다음은 그 목록이다.
교류회로의 복소임피던스 등을 나타낼 때 허수단위로 $$i$$대신 $$j$$를 쓰는 경우가 있다. 그 외의 일반적인 경우 물리학에서는 수학과 마찬가지로 $$i$$를 사용한다.
구면좌표계의 표현에 관해서도 수학과 물리학의 표현법이 다르다. 물리학에서는 r, 세타, 파이 중에서 세타가 z축으로 부터의 각, 파이가 x축으로 부터의 각이지만 수학에서는 세타와 파이의 역할이 반대이다. ISO에서는 물리학에서의 표현법을 표준으로 삼는다.
대한민국의 수학 교육과정에서는 물리학쪽 표기를 쓰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1] 위험한 과학책, 더 위험한 과학책의 저자[2] 사회과학 전공도 대학원쯤 가면 통계학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통계학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이나 사회학을 공부하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3] 사실상 물리학을 완벽하게 배우거나 연구를 하려면 최소 '''모든 수학'''이 필요한다고 봐도 무방하다(...)[4] 실제로 리처드 파인만한테 수학자 친구들이 바나흐-타르스키 역설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하며 파인만은 그럴 때마다 원자 때문에 안된다고 반박했다.[5] 하트리 필드(Hartry Field)는 과학을 수학이 아닌 다른 언어로 기술하려 시도했으며 고전역학정도는 수학과 분리해서 설명하는데 성공했다. [6] 언어학적 용어로 말하자면 방언연속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7] 이 경우에는 수학과 물리학의 문화적 차이라기보다 실제로 의미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리 대수의 표현론은 군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군을 $$\rm SU$$로 쓰고 군이 가지고 있는 리 대수를 $$\frak{su}$$로 구분하는 것이다.[8] 보통 왼쪽은 선형대수학에서의 벡터를 의미할 때 자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