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매직
1. 개요
'''서클 매직'''(Circle Magic)이란 한국 판타지 소설에서 '서클' 또는 '클래스'를 기준으로 마법 수준을 나누는 마법 체계를 가리킨다.
과거 2000년대 도서대여점 시절의 수많은 한국 판타지 소설들이 서클제 마법 체계를 채택했었지만 '서클 매직'이라는 용어 자체는 일부 작품에서만 사용되었다.
2. 기본 체계
마법사의 수준이 심장에 생성되는 마나로 이루어진 고리인 '서클'[1] 에 따라 결정되는 마법 체계. 각 마법마다 수준이 정해져있어서 해당 수준 이상의 써클을 가진 마법사만이 해당 마법을 사용가능하다. 매직 미사일은 1서클로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지만 헬파이어같이 고위 주문은 8서클이여서 8서클 대마법사만이 쓸 수 있다는 식이다.
서클은 일반적으로 9서클까지 존재하며 높은 서클을 다룰 수 있는 마법사일수록 자신이 보유한 서클보다 낮은 수준의 마법은 무영창이나 고속 시전등으로 빠르게 시전할 수 있다.[2]
3. 다양한 세부 설정
- 주로 1~2서클이 견습 및 초보 / 3~4서클이 1인분 마법사 및 베테랑 / 5~6서클이 정예 및 그 분야의 대가 / 7~8서클이 인간 만렙으로 묘사된다. 9서클의 경우 주로 드래곤 등 초월자들의 전유물이지만 일부 인간 천재들이 노력과 기연을 통해 한계를 초월해서 얻기도 한다.
- 서클의 경우 주로 심장에 생성되지만 이게 무협과 짬뽕되어 중단전과 동일시 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마나룸이라는 식으로 단전과 비슷한 마력탱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생성된 서클은 마법을 사용하면 회전하는 묘사가 자주 나오며 역시 무협소설과 설정이 섞이면서 서클을 붕괴시키거나 과부하시킴으로 선천지기를 사용하는 듯을 묘사도 자주 나온다.
- 주인공이나 조연급 인물의 경우 천재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반 서클 매직과 다른 치트성 기술을 보유한다. 마나 서클을 쪼개서 일부만 사용한다던가 서클 사이에 작은 서클을 넣어 마치 기어처럼 움직이게 하거나 뫼비우스의 고리 등으로 꼬아서 사용하는 등. 근데 막상 주인공이 쓰는 게 아닌 경우에는 편법으로 강해지면서 더는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없거나 힘들다고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 쓰고 싶은 마법 주문을 사전에 총탄처럼 준비해놓는 메모라이즈 행위가 필요하다는 설정도 간간이 눈에 띈다. 다만 《D&D》에서와 달리 이게 마법사의 능력을 제한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 간혹 메모라이즈가 마법을 미리 시전해 놓았다가 아무 때나 노딜레이로 발동시키는 식의 고급기술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다.
- 보통 서클은 9서클이 만렙이지만 한계를 초월한 마법임을 묘사하기 위해 그리고 파워 인플레 때문에 간간히 10서클 이상의 위계도 나온다.
- 아래 원형과 변천 문단에서 설명하듯 양판소에서 쓰이는 서클 마법 체계의 원형이 된 것으로 보이는 《D&D》의 마법 시스템에서는 동일한 마법이라도 시전자에 따라 레벨(서클)이 다르다. 예를 들어 3.5판을 기준으로 경상 치유(Cure Light Wounds)는 클레릭이나 드루이드에겐 1레벨 주문이지만 레인저에겐 2레벨 주문이다.
4. 원형과 변천
마법의 서클 개념은 리처드 개리엇이 《울티마》 시리즈를 만들면서 TRPG 시스템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D&D)에서 주문 시전자 클래스에 따른 주문 슬롯 분배 방식을 분류한 주문 레벨 개념을 변형해서 만든 것이다. 이것이 1997년 등장한 《울티마 온라인》을 통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면서 국내에 널리 퍼지게 되었고, 판타지 쪽에서 '서클'을 마법 수준을 나타내는 용어로 등장하게 했다.
'서클'을 제일 먼저 차용한 국내 판타지 소설은 《비상하는 매》로 추정되며, 이후 《드래곤 라자》,[3] 《카르세아린》, 그리고 《사이케델리아》와 《묵향》을 거치며 1-9서클로 이루어진 서클 매직의 체계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흑마법사가 주인공인 《다크메이지》가 크게 흥행하면서 서클 매직은 확고하게 국내 판타지 소설계에 자리잡는 데 성공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D&D는 역할극 게임이고 탁자 위에서 주사위와 종이 몇 장(+필요하다면 다른 간단한 소품들)만 가지고 진행한다는 특수성을 고려해서 주문 레벨 개념을 도입한거지만[4] 소설에서 서클 주문 체계를 쓴다는 건 보드게임을 쉽게 즐기기 위해서[5] 만든 시스템을 그대로 소설에도 사용하는 모습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서클 매직은 초창기에는 《D&D》의 주문을 그대로 따와서 쓸 뿐이었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고 나서는 헬파이어[6] 라는 등 《D&D》에는 존재하지 않는 주문들이 등장하면서 훨씬 단순한 체계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변모한 서클 매직들은 실제 《D&D》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완전히 《D&D》와 괴리된 지 오래지만, 《D&D》를 플레이하거나 규칙책을 읽어본 적 없는 작가들이 '정통 D&D 설정을 준수하고 있다'같은 발언을 일삼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 규칙책을 읽고 TRPG를 플레이해봤다고 해도 오리지널리티라곤 없는 남의 설정을 이용한다는 점에선 그다지 나을 바는 없지만.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는 묵향의 영향을 받아 한국 판타지 소설에 무협소설의 요소가 유입되면서 서클 매직도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무공의 영향을 받아 고위 서클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깨달음이 동반되어야 하고, 고위 마법사들은 환골탈태를 겪기도 하며, 마법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주화입마와 유사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고위 마법 주문은 오의처럼 취급되며, 기공과 유사한 마나 호흡법을 마법사들이 사용한다는 설정이 추가되었다.
2020년대에 접어든 이후 하술한 것처럼 서클 매직 클리셰 자체가 거의 소멸한 지금도 많은 판타지 소설 독자들은 『서클 매직 = D&D식 마법』이라는 공식을 맹신하는 예가 자주 눈에 띈다.
이 서클 매직의 영향으로 《D&D》 주문 체계를 레벨이 아닌 서클로 부르기도 하는데 (예: 1레벨 = 1서클) 틀린 것이다. D&D는 레벨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7]
circle magic을 구글에서 찾아보면 이 항목에서 뜻하는 마법의 단계나 울티마속의 마법을 뜻하는 것보다 원형 마법진(Magic circle) 도양이 더 많이 나온다. 사실상 서양에서 주로 생각하는 circle magic은 이쪽일것이다. 다만 전술한 것처럼 과거 2000년대 한국 판타지 소설에서 서클 매직 체계 자체는 클리셰로서 많이 사용되었었지만, 정작 해당 마법 체계를 부르는 서클 매직이라는 용어 자체는 한국에서도 자주 사용되지 않았다.
5. 현황
서클 매직은 2000년대 도서대여점 시대에서는 한국 판타지 소설의 필수요소였으나 세월이 지난 2010년대 이후 웹소설 시대로 접어들면서는 사용 빈도가 많이 축소되었다.
주류인 헌터물에서는 마법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게임처럼 상태창에 등록된 스킬 형식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배경이 지구인 만큼 격투기는 지금도 전해지지만 오랜 시간을 거쳐 체계가 정립되어야 하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았는게 이유로 꼽힌다. 다만 마나 기반 설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서, 마법사들은 심장에 마나를 모은다 정도의 설정은 아직까지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대한 반발 내지는 과거와의 혼합으로 시간이 지나며 스킬을 연구해 발전시켰다거나 이세계에서 마법을 배웠다는 등의 이유로 서클매직 내지는 그 변형판을 사용하는 경우도 존재하고 특히 마지막의 경우 다른 헌터들은 스킬로만 마법을 쓰는데 혼자 이세계와 접촉한 주인공만 원리를 이해해 더 우월하다는 식으로 주인공이 강한 이유의 개연성을 확보하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정통 판타지는 현역이며 오히려 한창 헌터물이 범람해 쪼그라들었을 때보다 늘어나고 있으므로 서클 매직도 몰락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으나 소위 중세 판타지가 살아난 계기는 책빙의물, 게임빙의물과의 결합 때문이며, 소드마스터와 서클 매직은 2000년대에 워낙 이미지가 많이 소비된 클리셰이기 때문에 정말 과거 그대로의 판에 박힌 형식의 서클 매직을 사용하는 작품은 현재 거의 없다. '''2000년대 도서대여점 시대 양판소의 마법 체계가 거의 100% 무조건 서클 매직을 차용했던 것과 비교하면 2010년대 이후 웹소설 시대의 서클 마법은 2000년대 과거보다 현저히 사용률이 줄어든 클리셰'''라는 것이다.
당장 서클 마법과 세트인 소드마스터조차 소드마스터보다는 일본 서브컬쳐에서 유래한 검성이라는 호칭이 더 많이 쓰이는게 현재 상황이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현재 한국 판타지 소설의 마법 체계는 과거와 다르게 변형된 서클 매직을 사용하거나 심지어 일본 라이트 노벨의 속성 마법의 변형판을 사용하는 것이 현재 한국 판타지 소설의 현주소이다. 아카데미에서 살아남기 등의 2021년 인기 판타지 소설에서도 서클 마법 설정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6. 일본 라이트 노벨의 속성 마법
울티마 시리즈와 D&D의 설정을 차용하고, 무협소설의 요소를 덧붙여 만들어진 한국의 서클 매직과는 다르게 일본에서는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필두로 한 JRPG의 영향을 받은 속성 마법이 소설가가 되자에서 이세계물이 주류로 떠오른 이후 과거 2000년대 한국 판타지 소설의 서클 매직처럼 해당 세계관의 마법 체계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제로의 사역마에도 나오는 이러한 일본 라이트 노벨의 속성 마법 체계는 서클로 구분되는 한국의 서클 매직과는 다르게 보통 수풍지화 네개 속성에 무속성을 더한 다섯 개 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속성 내부에서 다시 주문의 고하가 갈리고, 무속성 마법이 가장 강력하고, 주인공은 그 무속성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정이 붙은 경우가 많다.
일본 라이트 노벨의 속성 마법은 한국의 서클 매직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위해 만든 시스템을 소설에 도입한 모습으로, 형태는 다르지만 한국의 서클 매직과 유사한 기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7. 관련 문서
[1] 작품에 따라 용어가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주로 혼용되는 표현이 '클레스'[2] 의외로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레벨 마법제에도 비슷한 개념은 있다. D&D 3.5 계열 규칙에서 메타매직 피트를 가진 마법사는 주문 레벨이 낮은 주문에 메타매직 효과를 적용해서 본래 주문 레벨보다 더 높은 레벨의 주문 슬롯을 쓰는 대신 더 강력하거나 편리하게 주문을 시전할 수 있다.[3] 《드래곤 라자》에서는 '서클' 대신 '클래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4] D&D 기반 소설을 보면 '내가 20렙 마법사니 9렙 마법을 사용할거임'나 '받아라 파이어볼'같은 소리는 없다. 마법을 받는 상대방이나 주문 시전 과정을 보는 관찰자들에겐 시술자가 중얼거리는 미지의 룬어만 들릴 뿐. 애초에 검술 실력도 한우 등급처럼 사용하는 양판에서 직관적인 강함을 표현하기는 불가능하다.[5] 만약에 TRPG에서 마나 포인트 시스템을 사용하면 '내 캐릭터 마나가 5천이라면 파이어볼 날리고 실드 사용하고 이런 저런 잡다한 기술을 사용한다'는 식으로 역할극 게임이 아니라 암산경진 대회로 변하고 캐릭터 시트에도 빈 칸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용한게 주문 레벨 = 마법용 탄알 같은 시스템이다.[6] 디아블로(게임)의 확장팩 이름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7] 정작 미국 본토 등의 TRPG 플레이어들도 종종 울티마 등에서 따와 주문의 수준을 다루는 용어를 서클로 바꾸라는 의견이 보인다. 캐릭터 레벨, 던전 레벨, 주문 레벨(...) 등 헷갈리는 중복 용어가 난무하는 탓에 쓸데없는 진입장벽이 더 생겨 뉴비 유입이 힘들다는 이유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