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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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硫黄島からの手紙''' (いおうじまからのてがみ)
Letters from Iwo Jima
참 이상하지. 가족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고 다짐했건만, '''가족을 생각하면 다짐이 흔들리니 말이야.'''
- 쿠리바야시 타다미치 장군(와타나베 켄)[1]
1. 개요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 음향편집상 수상작 /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작'''
태평양 전쟁의 격전지인 이오지마 전투 당시 이오지마 주둔 일본군 사령관인 쿠리바야시 타다미치 중장이 집으로 보낸 편지와 가족의 이야기 등을 묶은 책과, 이를 기반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아버지의 깃발과 함께 만든 영화. 영화가 유명하다 보니 영화를 다시 책으로 만들기도 했다.
원작인 책과는 별개의 작품으로 보는 것이 속 편하다. 원작은 책 제목대로 쿠리바야시 중장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가 중심이다. 마지막 편지가 가족에게 보내진 이후 미군이 상륙하여 이오지마 전투가 벌어진다. 반면에 영화는 사이고라는 병사의 시선에서 본 이오지마 전투이다. 그냥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읽고 쿠리바야시 중장의 성격이 어떠한지 알았을 정도 외에는 연관성이 없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이오지마 전투에 임했던 일본군의 시선에서 전투 및 그에 관련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다. 특히 당시 일본 군부의 비합리성과 잔혹성, 국민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비정한 행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메가폰을 잡고 세계적인 배우 와타나베 켄과 아라시의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주연을 맡은 본 작품은 이오지마 섬의 화산재 뒤덮힌 지형을 담은 황토빛 영상미가 무척 아름다우며 훌륭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을 거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영화 내에 흐르는 배경 음악이 매우 뛰어나다.
2. 상세
이 영화의 주제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는 이 영화의 형제격인 아버지의 깃발이 이오지마에서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과 대비되는 주제이다. 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풀어낸 이 영화의 전체 내용상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이스트우드 감독의 장기로 꼽히는 인간 개개인에 대한 관찰이다. 특히나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일본군 병사들이 "天皇陛下, 万歳!"를 만세 삼창하면서 수류탄으로 집단 자폭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이 장면에서 휘하 병사들에게 자결을 종용하는 장교는 "제군이여, 야스쿠니 신사에서 만나자."라고 말하고 본인도 권총으로 자결한다. 야스쿠니 신사가 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 그릇된 군국주의 무사도에 심취한 병사도 있는 한편, 그저 평범한 소시민이였으나 전장으로 내몰리게 된 병사들도 보이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한 조명이 인상적이다.
비록 감독이 특별히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사실이 그러했으니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에서도 2차대전 당시 드러난 일본군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
화력에서 압도적인 미군을 상대하기 위해 섬 지하에 방어 시설을 구축할 것을 지시하는 쿠리바야시 중장을 보고 해안을 버리다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리는 참모들을 통해 일본군의 경직성과 낡은 교리[2] 를 보여주고, 해군 장교 중 한 명인 이토 대위는 "육지에서 온 것들은 대개 저렇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은연 중에 일본의 해군과 육군 간 갈등을 드러낸다. 거기에 육군과 해군간 교류가 없어서 초기엔 뭐가 어디 배치되어 있고 뭘 하는지 제대로 몰라 갈등을 겪기도 한다. 쿠리바야시가 사령관으로 임명받고 전임 사령관이었던 해군 제독에게 육군병력은 어디 배치되었냐고 물어보자 해군 제독이 해군 교리상 전투 시작 전까지는 육군과 교류하자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자 쿠리바야시로부터 "지금은 전시(戰時)요! 그걸 모르십니까?"라는 일침을 듣는다.
또한 타니다 대위가 병사들을 구타하는 장면이나 사격 훈련 중에 사격 솜씨가 엉망인 부하에게 훈육을 명목으로 밤새 모든 병사들의 군화를 닦으라는 가혹행위[3] 를 지시하는 장면을 통해 악질적인 병영부조리를 보여 준다. 그러나 대위가 일반 병사를 구타하는건 오히려 제국육군 장교로서 체신머리 없다고 까일일로 실제라면 소대장도 아닌 상등병이나 하사관에게 구타 당했을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일본군 내무반의 폭군인 하사관들이 나오지 않아 대위가 일등병을 직접 구타하는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장면이 나온듯 하다. 실제 이 영화에서 사이고의 중대장이 하는 일들은(작업 감독, 사병 관리 및 제제)는 실제로는 하사관이나 상등병의 역할이다. 심지어 주인공 병사 중 한 명은 일본군 헌병 출신이였는데 일본 본토에서 어느 밤에 짖고 있는 개를 신성한 군인의 대화를 방해한다고 쏴 죽이라는 개소리를 하는 상관의 명령을 불복종해서 신분 강등당해 본토 헌병대에서 이오지마 최전방으로 좌천당했다.[4]
그래도 주인공 부대가 보충병들을 징집한 부대라 그런지 병사간 내무부조리는 잘나오지 않고 현역 상등병인 시미즈가 오히려 보충병들에게 무시당하는데 전쟁 말기 보충병들이 많은 부대의 경우 사회 생활에 이골이 난 보충병들에 비해 젊고 순박한 농촌 출신 현역들이 밀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외에도 태평양에서 한창 밀리면서 제대로 된 지원도 해주지 못했던 전쟁 말기 일본군의 현실과 마리아나의 칠면조 사냥에 대한 언급을 통해 2차 대전사를 모르는 관객도 대충 인지가 가능하다. 덧붙이면 급식 장면에서는 각기병 항목에서도 나왔듯이 병사들이 쌀밥만 먹는 장면도 나오는 등 세세한 고증도 볼 수 있다.
아버지의 깃발에 등장한 장면이 연상되는 부분도 몇 부분 등장한다. 상륙하는 장면이나 기관총을 쏘는 토치카에 화염방사기를 쏘거나, 일본군이 단체로 자살한 곳을 발견하거나, 포로[5] 를 구타하다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6] 이 그것이다.
2.1. 등장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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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고 노보루(西郷 昇) - 니노미야 카즈나리
일본제국 육군 일등병. 징병되기 전에는 아내와 같이 빵집을 운영하는 제빵사였다. 제빵기와 밀가루가 공출되어 장사를 접고, 이어서 징집 영장을 받으면서 아내와 뱃속의 딸아이를 두고 전쟁터로 파병왔다. 일제의 전쟁과 군국주의 하의 여러 행패를 아주 못마땅해하며, 참호를 파며 이딴 섬 미국한테 가지라고 하고, 우리는 집에 가자고 하다가 장교에게 들켜서 두들겨 맞기도 했다. 사격 실력이 형편없고 체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라서, 작중에서 그다지 활약은 없다. 다른 병사들처럼 줄곧 참호를 파고, 땅굴을 파고 진지를 구축하는 일을 하면서, 절친 카시와라가 이질로 죽어서 더욱 전쟁을 비관한다. 요강 대용으로 쓰던 양동이를 비우다가 적군의 상륙을 발견하고 수리바치 산에 있는 해안 동굴 진지에서 기관총 탄약을 나르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해안은 상륙한 미군에게 점령되었다. 퇴각은 비겁하다며 수류탄으로 집단 자폭을 하는 병사들을 뒤로 하고 소수 인원들과 퇴각했다. 온갖 고난에도 살아남아서 끝내 일본군의 마지막 발악의 순간까지도 쿠리바야시로부터 서류를 불태우라는 임무를 받아서 최후의 돌격 때 참여하지 않아 살아남는다.
날이 밝자 공격에 실패하여 죽어가고 있는 쿠리바야시를 찾아내고, 그를 묻어주었다. 주변 지역을 수색, 정찰하던 미 해병들에게 발견되어 삽으로 저항하다가 제압된다.[7] 들것에 실려와 미군 의무병들 사이에서 이오지마의 저물고 있는 해(日)를 바라보며, 전체 병력의 1% 남짓한 생존자 중 하나가 되었다. 작중 모습을 보면 관찰자 시점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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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리바야시 타다미치(栗林忠道) - 와타나베 켄
이오지마 전투의 총지휘를 맡은 일본군 사령관. 실존 인물로 이 작품 또한 그의 편지에 기반해 만들어진 부분이 많다. 병사 시절 기병대로 활동하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미국의 문물을 직접 접하고, 국력의 차이를 실감했었다. 미국에서의 공부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와 진급을 거듭하여 장성에 오른다. 총 지휘관으로서 이오지마에 들어서지만, 괴멸된 연합 함대와 부족한 보급, 본국이 보내줄 생각이 없는 지원 등의 나쁜 상황을 알아채고는 이오지마 방어전의 새로운 전술을 강구, 그것을 실행한다.
해안에 참호를 파서 방어하면 화력과 병력 면에서 밀리기 때문에, 이오지마 깊은 곳에 터널 참호를 길게 만들어 전투를 오래 끌어 미군 피해를 최대화하려는 전술을 짰지만 아직도 기존 일본군 교리대로 생각하고 있던 부하 참모들의 불만을 무시하고 끝내 산속 터널 공사를 끝마쳐 진지를 완성한다. 이오지마 전투 내내 상황에 맞는 대비책들을 마련하고 역전의 희망도 잡을 뻔하지만, 본국에서는 쥐꼬리만한 지원도 보내 주지 않았고 병력들은 막대한 전력 차에 와해되거나 자폭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의 노력에도 결국 방어선은 밀리고 밀린다. 이후 밀리고 밀려 북쪽 마지막 지휘소에서 본국에서 격려랍시고 틀어준 '이오지마 수호자들의 노래'를 듣고 슬픈 표정을 짓지만, 이내 결심한 듯하다. 마지막 방어선에서 남은 병사들을 독려해 최후의 일격에 나서지만 결국 실패하고 폭발에 의해 부상을 입는다. 그를 바닷가까지 끌고 온 부하에게 자신의 목을 쳐 달라고 명령하나 그는 미군 저격으로 쓰러지고, 뒤늦게 찾아온 사이고에게 자신을 묻어 달라고 말하며 미국 유학 시절 선물 받은 M1911 권총으로 자살한다.[8] 참고로 실제 쿠리바야시 타다미치는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
사령관 쿠리바야시 중장 역의 와타나베 켄은 후두암을 앓다가 회복한 직후 이 배역을 맡은 것인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연기에 정말 혼신이 다 들어간 감동적 열연을 보여주었다. 흔히 잘못된 군 장교의 표본쯤으로 널리 알려진 '2차 대전 시점의 일본군 장교 이미지'와 달리 쿠리바야시 중장은 매우 이성적이고 다정다감하여 일본이 일으킨 전쟁이 잘못 되었고 결국 질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애국심과 직무 때문에 자신의 의무에 최선을 다하는 군인의 모습과, 가족에게 자상한 그림 편지를 쓰는 아버지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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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즈 요이치(清水洋一) - 카세 료
어떠한 이유로 원래 있던 부대에서 이오지마로 차출되었다. 일본 육군 헌병 사관 학교를 나와 헌병이 되었지만, 짖는 개가 군의 존엄을 해치니 쏴서 처리하고 오라는 상관의 명령에 몰래 개를 살려주었다가 발각되어 헌병대에서 퇴출되어 이오지마로 왔다. 척 보기에도 헌병 같은 행동에 출신까지 헌병대 코스니 사이고와 노자키 등의 동료 병사들에게 자신들을 감시하러 온 헌병 취급을 받지만, 사실은 퇴출된 전 헌병이었다. 일제의 군국주의적인 세뇌 교육에 영향을 받았던 것인지, 평소 말하는 것에서 그것이 묻어나며 자결하라는 말을 거부하고 산등성이 병력에 합류하려 하는 사이고를 겨누는 등의 행동이 보인다. 그래도 뼈 단위로 세뇌된 것은 아니었는지 터무니없는 말에는 은근슬쩍 따르지 않기도 한다.
절망적으로 밀리는 이오지마의 상황에서 점점 전쟁에 두려움과 회의감을 가지며 사이고에게 이를 털어놓고, 사이고와 설사를 핑계로 도주해서 미군에게 가서 항복하기로 한다. 따라 항복하러 자신을 쫓아오던 병사는 상관이 쏜 총에 쓰러지지만, 운 좋게 미군에게로 가서 항복에 성공한다. 하지만 포로의 경비를 맡은 두 병사가 밤새 이들을 감시해야 하는 것에 불만을 가져 몰래 시미즈를 포함한 두 포로를 쏴 죽이면서 결국 죽고 만다. 그리고 그의 시신은 일본군들에 의해 발견되었고, 그들이 항복을 거부하는 한 원인이 된다.
여담으로 헌병대 출신이라 그런지 병 계급인데도 94식 권총을 보유하고 있다. 토치카에 설치된 기관총의 탄약이 떨어지자 다가오는 미군을 권총으로 사살는 장면이 나오고 사이고를 겨누는 장면에서도 94식 권총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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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키 육군 일병(野崎陸軍一等兵) - 마츠자키 유키
사이고의 동료 병사. 징집되기 전에는 어머니와 함께 옷가게를 운영했었다.[9] 카시와라와 함께 사이고의 든든한 친구 포지션. 그러나 카시와라는 사이고와의 친밀도에 비해 등장이 아주 적어 금방 사망으로 퇴장하는 반면 노자키는 전투 개시까지 꽤 오래 얼굴을 비친다. 토치카와 진지가 파괴되고 수리바치 산이 함락되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퇴각은 비겁하다며 수류탄으로 자폭하라는 상관의 말에 망설이다가 굴복하여 이를 꽉 깨물고 자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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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 타케이치 중좌(西 竹一 Takeichi Nishi) - 이하라 츠요시
모토야마 부근 병력의 지휘를 맡은 지휘관. 쿠리바야시와 마찬가지로 실존 인물. 자신의 말 '주피터'를 데리고 이오지마의 지휘관으로 파견되었다. 폭격으로 인해 주피터가 죽어 슬퍼한다. 연료와 부품이 없어 방치되어 있는 전차들을 눈여겨보았다가, 전투가 개시되자 미군이 상륙하자 포병 전력으로 이용하는 등 그동안 추슬린 병력들과 함께 산등성이의 동굴에서 버티며 미군을 상대로 많은 피해를 입힌다, 화염방사기를 들고 진지 앞을 지나가던 한 해병대원 샘을 손수 쏴 잡아들여 치료하는 도중 그에게 자신의 과거 올림픽에서 승마로 활약했던 이야기[10] 를 들려 주며 전쟁으로 모든 것이 달라진 지금의 안타까움을 곱씹는다.[11]
부상당한 해병대원 샘을 구해줬지만 상처가 깊고 치료 수단이 전무해서 다음 날 죽고 그가 남긴 편지를 병사들에게 읽어 주는데, 이 편지가 시미즈를 비롯한 병사들의 마음에 많은 변화를 준다.[12] 그러나 이후 이어진 전투에서 눈에 큰 부상을 당하고, 자신의 후임 오쿠보에게 병사들의 지휘권을 넘긴 뒤 병사들이 동굴을 떠나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실존 인물 니시 중령은 어떻게 전사했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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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 중위(伊藤) - 나카무라 시도
산등성이 참호에서 병력을 지휘하고 있던 해군육전대 장교[14] . 사이고와 시미즈가 고난을 헤치고 살아서 퇴각해 오자 비겁하다며 즉시 일본도로 둘의 목을 쳐서 날리려 했으나, 마침 나타난 쿠리바야시에게 제압당해서 그러지는 못했다.
전형적인 군국주의에 심취한 물불 안 가리는 장교로 묘사된다.[15] 시도한 반자이 돌격이 기관총을 비롯한 미군의 막강한 화력에 좌절되자, 자신은 명예롭게 미군 전차 밑에 들어가 죽겠다며 홀로 몸에 대전차 지뢰를 들춰매고 어둠을 뚫고 사라진다. 하지만 기폭을 하지 못하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자 명예로운 병사의 죽음 운운하던 태도는 어디 가고 두려움에 빠져 시체들 사이에서 죽은 척하다가, 끝내 미군에 잡혀 포로가 된다.[16]
"이 빌어먹을 섬, 그냥 미국 보고 가지라 그래."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얻어맞은 사이고처럼 당시 병사들에게 만연했던 어느 쪽이 이기고 지건 그냥 살아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심정도 잘 드러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항복하거나 한 건 아니고 죽을 때까지 싸우다가 포위되고 수류탄 하나 없으면 그제서야 손을 드는 등의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이오지마 전투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이 전장에 선 일본군 중에 살아서 돌아갈 수 있었던 사람은 참전 병사의 1% 남짓에 불과했다. 이들이 일본의 친지들에게 보내려고 했던 편지 뭉치조차 훗날에 발굴 조사 작업을 벌이면서 겨우 세상에 공개되었을 정도.
2.2. 줄거리
2005년 이오지마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된다.섬에 건립된 전적비, 일본군이 사용한 대포 등을 조명하다가 학자들이 나타나 지하 동굴로 들어간다. 그리고 군인들이 어떻게 이런 굴을 팠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는 발굴작업을 위해 내부를 살펴보다가 한명이 땅에 묻힌 무언가를 발견하고, 이를 파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삽을 들고 땅을 파는 학자들의 모습이 1944년 해안 참호를 파고 있는 사이고로 장면이 전환된다.
사이고는 한참 미군의 상륙에 대비한 해안 참호를 파던 중 한대의 수송기를 발견하고 이를 잠시 지켜보다가 동료와 "이딴 섬 미국보고 가지라고 하고 집으로 돌아가자" 등 "반애국적인" 이야기를 하던 중 장교에게 들키고, "미국놈들을 물리치고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했다고 둘러대지만 둘다 함께 두들겨 맞는다. 그러던 중 섬을 돌아보던 쿠리바야시 장군이 그것을 보고 장교에게 두명을 잃어도 될만큼 우리들에게 병사들이 넉넉하나며 면박을 주고 훌륭한 상관은 머리를 써야 한다며 점심을 굻기라고 한다.[17] 그리고 해안 참호를 보고는 필요없다며 병사들에게 휴식을 취하게 하라고 말한 뒤 떠나고, 죽을뻔한 위기에서 살아난 사이고는 쿠리바야시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다.
섬을 둘러본 뒤 쿠리바야시는 사령부에서[18] 작전계획을 읽던 도중 해군 장교가 적이 상륙하기 전까지는 해군법에 의거해 육군과 협력할 수 없다고 하는 말을 듣고는 육군과의 협력을 지시한다. 그리고 더 섬을 둘러보겠다며 나가는데, 남겨진 이토 중위와 해군 장교가 뒷담을 한다(...)
이후 제26전차연대[19] 연대장으로 니시 중좌가 부임한다. 니시 중좌는 1932년 올림픽 승마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사이고가 가족들에게 쓰는 편지에도 '엄청 유명한 분' '잘생겨서 바람둥이일 것' 등 대단한 사람으로 여기지만 편지 마지막에 '그렇지만 여기는 그럴 여자도 없다' 고 처지를 간접적으로 한탄한다. 니시 중좌는 부임하고 첫날 쿠리바야시와 저녁을 먹으면서 마리아나 해전의 대패로 연합함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을 전해주고, 쿠리바야시는 대본영은 국민들뿐 아니라 우리도 속였다며 절망한다.
한편 쿠리바야시는 해변을 둘러보다가 보좌관과 직접 해변에서 뛰면서 이곳에 미군이 상륙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며[20] 지하 요새를 만들어서 끝까지 싸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편 이때 사이고는 쿠리바야시 장군의 미국제 권총을 보고는 죽인 미군에게 빼앗은것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쿠리바야시는 미국에서 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21] 미국의 기술 진보와 산업 발달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그런 미군을 해안에서 방어하려 하다가는 오히려 미군의 우월한 화력에 쓸려나가고 말 것이라고 말하며 해안 사수를 외치는 장교들을 설득한다.
이후 시미즈라는 병사가 이오지마로 전입을 온다. 그리고 땅굴 안에 자리를 잡는데, 사이고의 동료인 노자키는 시미즈의 행동과 출신, 그의 권총을 보고 시미즈가 헌병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을 먹으면서 사이고는 오야마에서 빵집을 운영했을때 헌병들은 오기만 하면 필요하다며 가져갔고, 결국은 철이 필요하다며 빵기계까지 가져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며 시미즈를 적대적인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시절 회상 장면이 나오는데, 시미즈의 부인이 임신한 상태에서 시미즈가 입영 통지를 받았는데 이때 시미즈의 부인이 서러워하자 다른 여인이 시미즈의 부인을 보고 "그래도 당신은 대를 이을 자식이라도 있(는것을 다행으로 알라)잖아요" 라고 하며 당시 군국주의의 한계를 달리는 일본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날 밤, 시미즈는 부인의 배를 만지면서 너를 위해서 꼭 돌아오겠다는 말을 건네며 회상 장면이 끝난다.
한편 쿠리바야시의 지시에 의해 전 병력이 터널을 파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부 장교들은 이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본토로 발령받은 한 해군 장교는 상관인 쿠리바야시에게 직설적으로 터널을 파는 것은 헛수고라며 항의하지만 쿠리바야시는 그렇게 생각하면 전쟁 자체가 헛수고일지도 모른다며 받아치고는 본토의 우리 아이들이 하루라도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다면 우리가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력이 필수적인 만큼 본토로 떠나는 해군 소장에게 군대를 모집해와달라고 부탁하고는 일본군 특유의 방식으로 허리를 굽히는데도 그냥 쌩까고 간다(...) 그리고 부임한 사람이 이치마루 리노스케 해군 소장으로 영화에서는 쿠리바야시가 대본영에 특별히 부탁하여 파견된것으로 나오고 실제 이오지마 전투에서 이치마루 제독의 해군 육전대는 육군과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전투를 수행한 유이한(나머지는 오키나와 전투)로 기록된다.
한편 병사 교육에서 장교는 사이고를 포함한 부대원들에게 미군은 감정 탓에 일을 그르치는 만큼 위생병을 노리라고 강조하던 도중, 이오지마에 미군이 폭격을 가한다. 대공포 삼아 사용하는 기관총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고, 결국 지상이 쑥대밭이 된다. 이 과정에서 사이고의 동료인 아마자키가 의자에 앉은 채로 파편을 맞고 숨을 거두고, 그것을 아마자키가 작업을 하기 싫어 앉아있는 것으로 오인해 데려오려고 다가가던 사이고는 아마자키의 잔혹한 상처에 경악한다. 한편 폭격에서는 앞서 나왔던 탱크연대장 니시 중좌의 말도 죽는다. [22]그리고 여러 날이 지나도록 미군이 이오지마를 폭격한 뒤, 본격적으로 함대와 해병대를 포함한 병력이 이오지마로 형한다. 이 정보를 들은 쿠리바야시는 병사들을 불러모아놓고 이곳에서 미군들의 진격을 막는것이 우리의 임무이며 적을 10명씩 죽이기 전까지는 절대 죽지 말고, 살아서 고향으로 갈 생각도 접으라고 훈시한다. 그리고 훈시가 끝난 뒤 덴노 헤이카 반자이를 삼창한다.
그리고 전투 당일, 사이고는 요강을 갖다 처리하는 임무를 맡는다[23] 그런데 수리바치산 바깥으로 나가 똥오줌을 버리려다가 미 함대가 포진한 것을 보고 요강을 놓쳐버리고, 요강이 다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던 장교의 말을 기억해내곤 떨어진 요강을 잡으려고 몸을 굽히는데, 그때 함대의 함포 사격이 시작된다. 인근에서 포탄이 터져 돌맹이들이 자신에게로 날아들자 "하느님, 저한테 왜 이러세요?" 라며 하느님을 탓하고는 잠시 뒤 바로 옆으로 날아온 포탄이 불발되자 "방금 한말은 취소에요 하느님" 하면서 터널로 돌아간다(...)
한편 미 해병대가 대거 해변에 상륙하자, 참모들은 공격하지 않으면 해변이 점령당한다며 서둘러 공격하자고 쿠리바야시에게 말하지만 쿠리바야시는 계속 기다리라며 사격 대기를 명령한다. 그리고 이후 미 해병대가 해변을 채울 정도가 되자 사격을 명령하고 일시에 해안에 매복한 일본군 기관총과 수리바치 산 위에 위장하고 있던 니시 중령의 전차포가 불을 뿜고, 미 해병대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1000여명이 다치는 큰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미 해병대는 이런 피해에도 불구하고 해변을 점령하고 육지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육지로 진격하는 와중에 기관총 진지를 마주하기도 하는데, 위에서 화염방사기를 방사해 일본군들을 끄집어낸다음 소총으로 처리하는 모습도 보인다.
미군은 그렇게 계속 수리바치산을 목표로 진격하는데 수리바치산의 일본군도 기관총을 동원해 강력하게 저항한다. 사이고는 여기서 탄약을 기관총 사수에게 가져다 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와중에 기관총 진지에 함포 사격이 직격하는 바람에 기관총이 망가지자, 장교는 사이고에게 소총을 쓰라고 말하고 사이고가 이에 총구를 장교를 향한채(...) 소총을 장전하자 장교가 총을 쳐서 치워버리고는 아다치 대령(육군 지휘관이다)에게 가서 기관총을 받아오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막상 아다치 대령에게 가자 아다치 대령은 수리바치산이 함락 직전이라며 자살돌격을 허가해 달라는 요청을 쿠리바야시에게 하고 있었고, 쿠리바야시는 이에 다른 동굴로 후퇴해 항전하라고 명령하며 사이고는 이를 주의깊게 듣고는 돌아간다.
돌아가자 장교는 병사들을 모아두고는 함께 자살하고 야스쿠니로 가자며 집단 자살을 명하고 순차적으로 병사들이 수류탄을 품에 안고 자살한다. 이때 반자이! 와 폭발음이 반복되어 들려오는데, 일본의 비이성적인 군국주의를 인상적으로 표현한 장면이다. 이때 노자키의 표정도 병사들이 자살을 거듭할수록 점점 변화하는데 이 장면도 가히 명장면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아무튼 장교와 병사들이 전부 자살하고 시미즈와 사이고만 남은 시점에서 사이고가 뛰기 시작하자 시미즈는 명예롭게 죽자며 사이고에게 권총을 겨냥한다. 그러자 사이고는 장군님의 명령을 자기가 들었다며 다른 동굴로 이동하자고 말하고 이에 더붙어 ''''의미없이 죽는것과 끝까지 살아남아 맞서 싸우는 것 중 무엇이 더 천황폐하께 도움이 되는 일인가?''''라는 논리를 펼치자 시미즈도 이에 수긍하고 따라간다.
그리고 똑같이 쿠리바야시의 명령을 듣고 후퇴하는 병사 십수명이 모여 약 2km 정도 엄폐물이 없는 구간을 지나가게 된다. 이때 사이고가 죽기 싫으면 뭉쳐서 뛰어가면 안된다고 시미즈에게 얘기하자 시미즈는 그건 비겁하다며 같이 뛰려고 하지만 사이고가 죽은 병사야말로 제일 쓸모없는 존재라고 말하자 다른 병사들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그런데 중간에 병사들 중 몇몇이 군도를 뽑아들고 반자이 돌격을 하는 바람에 위치가 노출되고, 조명탄이 투하되어 대부분이 미군 기관총 사격에 쓸려나간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시미즈와 사이고는 포복으로 그 구간을 지나간 덕에 위치가 노출되지 않아 무사히 후퇴하는데 성공한다.
헌데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동굴의 이토 중위는 비겁한 도망자들이라며 둘의 목을 베려고 하는데, 쿠리바야시가 나타나 후퇴하라는 것이 자신의 명령이었다며 제지한다. 이때부터 이토 중위는 대놓고 사실상 항명하기로 작정하고 쿠리바야시가 나약한 미국 동조자라며 병사들을 모아 단독으로 수리바치로 돌격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공격은 영 신통치 않았던데다가 니시 중좌가 이토 중위에게 너의 계급을 알라면서 계급으로 찍어누르자 포기하고 병사들을 전부 니시 중령 휘하로 보낸 다음 자신은 대전차 지뢰를 가지고 시체들 사이에 숨어 미군 전차를 기다리기로 한다.
한편 이오지마 북쪽에서 벌어지는 전투에서도 나름 일본군이 선전하고 있었다. 여전히 박격포와 기관총으로 저항했고, 이따금씩 나오는 대구경 박격포 사격 중 한발이 미군 전차에 직격해 전차를 파괴하기도 한다. 일본군의 장기나 다름없는 진지에서 강력하게 저항하는 통에 미군도 많은 사상자를 냈는데, 이 와중에 샘이라는 이름의 해병대원이 소총을 맞은 채로 생포된다. 이때 니시 중좌는 샘을 치료해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병사를 안심시킨다.
계속되는 전투로 지친 사이고는 항복을 결심한다. 이를 (헌병이라고 생각했던) 시미즈에게 얘기하고는 나를 잡아가라고 말하지만 사실 시미즈는 헌병사관학교는 나왔지만 헌병 근무중 개를 죽인것처럼 상관을 속인 죄로 이오지마로 일반 병사로 좌천되어 오게 된 것이었다. 이 회상 장면 이후 쿠리바야시도 과거를 회상한다. 과거 많은 미군 장교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친구로 지냈던 때를 회상하는데, 이때 쿠리바야시의 권총이 미군에게 뺏은게 아니라 미군 장교들이 그가 일본으로 돌아갈때 선물로 준 것이었음이 밝혀진다.[24]
한편 니시 중좌는 생포하고 있는 해병대원 샘이 숨을 거두자 그의 품속에 있던 그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를 소리내어 읽는데, 너무나도 평화롭고 일상적인 모성애를 보여주는 편지에 병사들이 다같이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그 직후 바깥을 살피러 나가다가 포탄 파편이 눈에 명중하는 바람에 중상을 입는다. 그러자 휘하 오쿠보에게 모든 병사를 맡기고 자신은 눈이 안보이는 와중에도 소총을 써서 자결한다.
그날 시미즈는 탈영을 결심하고, 설사를 핑계로 다른 병사와 함께 도망치지만 장교에게 걸려 시미즈 혼자만 미군에게 항복한다. 그런데 포로 경비를 맡은 미군 두명이 귀찮다는 이유로 둘다 소총으로 죽여버린다. 다음날 아침 그 둘의 시체를 발견한 일본군 장교는 병사들에게 항복자들의 최후라며 똑똑히 봐두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계속해서 부대가 후퇴하다가 엄폐물이 없는 구간에 다다르게 된다. 낮이었던만큼 너무나도 미군 눈에 잘 띄었고, 결국 대부분의 병사들이 그곳에서 미군 기관총의 밥이 되고 말지만, 사이고는 살아남아 사령부가 있는곳까지 후퇴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편지를 쓴다. 쿠리바야시도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면서 사이고와 대화하는데, 이때 '''"가족들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건만, 가족들을 생각하면 그 다짐이 흔들리니 말이야"''' 라는 명언을 남긴다.
이후 일본군은 완전히 와해되어 제대로 된 방어전이 불가능해지자, 쿠리바야시는 마지막 돌격을 결심한다. 이때 자신이 스스로 선봉에 서면서 전투 시작 전 했던 훈시의 내용[25] 을 지키게 된다. 그렇게 부대원 대부분이 돌격했으나 애초에 숫자가 너무 적은데다가 미군의 기관총과 박격포 앞에 대부분이 전사하고 쿠리바야시도 총상을 입는다. 이때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장교에게 할복하는 자신의 목을 베어달라고 지시하고는 할복하려 했지만 그 병사가 군도를 들고 일어서는 순간 미군의 총알에 전사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그 후 사이고가 쿠리바야시를 발견하고, 쿠리바야시는 이번에는 자신을 묻어달라고 부탁하며 이 섬이 아직 일본 영토냐고 묻고, 사이고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결국 죽은 쿠리바야시를 남겨두고 어디론가 가는데, 그사이에 미군 분대가 쿠리바야시를 발견하고는 쿠리바야시의 권총을 가져간다. 사이고는 바위 뒤에 있다가 미군에게 잡혔는데, 쿠리바야시의 권총을 보고는 분노해 삽을 미군에게 휘두르며 저항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쏘아죽이던 시미즈 때와는 다르게 분대장이 나서 병사들에게 쏘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넘어진 사이고에게 개머리판으로 때려 제압하고 사이고는 미군 야전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는다.
다시 시점은 2005년 이오지마다. 영화가 시작할때 파내고 있던 무언가는 사실 모두 이오지마의 일본군이 남긴 편지들이었다. 막판에 사이고가 쓰던 편지도, 쿠리바야시가 쓰던 편지도 결국 가족에게 전달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수미상관형 엔딩을 통해 이오지마에서 '전해지지 못한 편지' 를 통해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의 이야기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후 엔딩크레딧이 나오며 영화가 끝난다.
2.3. 비화
- 원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오지마 전투를 미군 시점에서 본 소설인 아버지의 깃발의 영화판 촬영을 맡았는데, 당시 촬영 참고를 위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를 비롯한 당시 일본군 자료 등을 뒤져보다가 '이거 한번 반대 시점에서 찍어봐도 되겠는데?'는 생각이 들었다 한다. 이에 아버지의 깃발을 찍기 위해 마련한 필름, 물자, 세트, 배우 등등을 활용해서 아버지의 깃발과 동시에 이 영화를 찍었는데, 그래서인지 몇몇 장면은 아버지의 깃발과 동일한 장면이 재활용된다. 그런데 막상 만들고 나니 원작격인 아버지의 깃발보다는, 스핀오프(?)격인 이 영화가 평단으로부터 더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호평을 받았다.
- 대한민국에서는 일본군을 미화했단 이유로 상영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보다는 흥행성이 불투명했다는 이유가 크다. 수입 전쟁 영화는 흥행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영화계 격언이고 아버지의 깃발이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모두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도 아니었다. 미군 입장에서 찍힌 아버지의 깃발도 잔잔한 전개로 인해 한국에선 성공하지 못했으니, 기본적으로 한국인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기 힘든 일본군 시점인 본작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영화는 일관되게 승산 없고 무의미한 자살에 가까운 전투, 옥쇄를 강요하는 일본군과 당시 일본 정부의 무책임함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다.
- 일본에서는 개봉 당시 4주가 넘도록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3. 평가
4. 기타
- 깡갤에서는 이벤트마다 이 영화의 장면에 이것저것 합성해 넣거나 적절한 대사를 붙이는 일명 깡갤특선영화(...)가 올라오곤 한다. 물론 다른 태평양 전쟁이 배경인 전쟁 영화, 또는 그냥 해전 영화라면 가릴 것 없이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꿈도 희망도 없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이벤트에 참가한 제독의 마음과 일치하는지(...) 가장 많이 패러디되고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은 단연 이 영화다. [26]
- 2011년 8월 12일 니혼테레비, 2014년 8월 15일 니혼테레비, 2016년 8월 8일 NHK BS 프리미엄, 최근에는 2017년12月6일 BS재팬에서 방영되었다. 공교롭게도 주로 8월 15일 종전일에 자주 방송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일본에서 이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침략, 전쟁 범죄는 희석시키고, 피해자 행세를 하려는데 악용하려는 거 아니냐는 시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해당 영화는 전쟁중 일본의 만행과 일본군의 행태를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일본의 피해자 행세를 정면으로 배격하고 일본군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했으므로 그렇게 단정짓기는 어렵다.
4.1. 두 감독의 논쟁
스파이크 리 감독이 이 영화와 아버지의 깃발을 보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게 엄청나게 화를 냈다한다.#
링크 기사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스파이크 리는 '''"이오지마 전투에 흑인들이 참전한 것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인데 이를 전혀 다루지 않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흑인 미군들의 역할을 깔아뭉개 역사에 먹칠을 했다!"'''라고 공격했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리가 도대체 역사를 제대로 배웠는지 궁금하다. 이오지마의 스리바치 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은 군인들 중에는 흑인이 없었다."''' 라며 '''"만약 내가 성조기를 꽂은 군인들 사이에 흑인을 포함시켰더라면 사람들이 날 미쳤다고 여겼을 것이다. 리는 입을 닥쳐라!"'''고 크게 화를 냈다. 그러자 스파이크 리는 '''"나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라며 맞받아 쳤다.
결국 리의 삽질에 불과했는데, 일단 흑인 해병대원들이 7~900명 정도 이오지마 전투에 참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는 철저하게 흑백 분리 원칙이 지켜지던 때였기에 해병대는 흑인을 조리병, 운전병 등 비전투 특기에만 배치했고, 스리바치 산에 성조기를 꽂은 군인들은 4명의 백인과 1명의 아메리카 원주민계였다. 게다가, 흑인의 참전을 다루지 않았다는 리의 거짓말과는 달리, 이스트우드는 엄연히 흑인 미 해병대원도, 그것도 고증에 맞게 LST에서 자신들의 트럭 옆에 서 있는 것으로 등장시켜 줬다. 즉, 이오지마에 참전한 흑인 해병들의 존재를 이스트우드 감독이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도 아니고 수리바치에 깃발을 꽂은 해병들의 이야기이니 여기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레 배제된 것뿐인데 스파이크 리 감독이 감정적으로 달려들어 고증오류를 강요하며 생긴 해프닝이다.
사실 정치적 올바름의 범람속에 스파이크 리 감독이 이런 식으로 인종적 피해의식을 드러내며 다른 감독에게 시비건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사람은 흑인 총잡이가 백인 범죄자와 노예주를 쏴죽이는 장고: 분노의 추적자를 백인 인종주의적이라고 비난했을 정도로 피해의식이 심한 사람이다. 타임지에서는 여기에 동조해 흑인 해병들에게 좀 더 장면 할당을 할 수도 있었는데 너무 지나가는 식으로만 보여준 것은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는 사설을 내보내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감상이 있었는데, 한국에선 이오지마에는 조선인 징용자들도 많이 끌려왔었는데 이를 다루지 않았다는 자기 중심적인 지적이 나왔다.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의 주제는 전쟁에서의 군인(흑인이든 백인이든 황인이든)들이 가지는 심리와 가족애를 다루는 것이지, 인종차별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영화제작에 있어 쓸데없는 가지를 쳐내고 주제를 명확하게 보여주려 얼개를 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설프게 주제와 상관도 없는 인종차별을 다루려고 흑인 배역이나 조선인의 강제 징용 장면에 비중을 주면 전개만 산만해졌을 것이다.
4.2. DVD/BD 관련
본 영화는 국내 개봉이 무산된 대신 워너 브라더스 홈 엔터테인먼트에서 DVD를 정식 발매 하였다. 다만 이 DVD는 자막의 퀄리티가 심각하게 낮은데 미국 극장 상영을 위해 제작된 영어 자막을 베이스로 번역한 이중 번역 자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어에 조금 귀가 트인 사람이 자막을 보면 오역이나 의역이 간간히 보인다.)
실례로 가장 번역이 깔끔한 넷플릭스 버젼에서도 마리애나 해전에서 연합함대가 전멸한 이야기를 구리바야시가 해군 장성에게 이야기할때 "오자와 제독의 수송선과 보트쉽(?)"이 침몰했다고 번역했는데 역사와 군사에 지식이 전혀 없는 번역자가 번역하다보니 항모(carrier)를 수송선으로 번역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일본어로는 "쿠우모(공모)"라 이야기했으므로 항모가 맞고 실제 연합함대 항모 4척이 마리애나 칠면조 사냥에서 침몰했다. 그리고 해군항공대를 공군으로 번역해버리는 등 곳곳에 오류가 보인다.
한편 국내에는 발매되지 않았지만 미국/일본 등에서 발매된 BD에는 이 작품의 장기인 영상미가 상당히 잘 살아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 발매된 판본에도 한국어 자막은 없다. 본 작품은 동굴 내에서의 대사나 폭음 등의 잡음이 뒤섞인 상태에서의 대사가 많아 자막이 없으면 시청이 상당히 불편하기 때문에 이 영화의 한국 팬은 진퇴양난...
5. 책: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가케하시 쿠미코가 지은 동명의 소설. 원제는 쿠리바야시 중장의 사세구 중 하나의 마지막 구절에서 따온 <슬프게 지다(散るぞ悲しき)>이며 위 제목은 국내 발매된 번역본의 제목.
이 번역본의 제목 때문에 혼동하기 쉽지만 이 책은 결코 상기 영화의 원작이나 축약본 같은 것이 아니다.[27]
실제로 영화의 원작이 된 책은 「옥쇄총지휘관」의 그림편지(「玉砕総指揮官」の絵手紙)이며, 이 책과 달리 정발되지 못했기에 읽어보고 싶다면 원서를 구매해야 한다.
그러나 도서 이오지마의 편지는 현재 절판된 상태다. 영화 자체의 인지도도 워낙 낮고 책의 인지도는 더욱 처참해서 수요가 없었던듯.
6. 관련 문서
[1] 이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이다.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러 왔지만 그 가족이 보고 싶어서 목숨을 바치지 못하는 전쟁의 이상과 현실을 보여준다.[2] 이론적으로 상륙하는 적은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에 그 순간을 노려서 해안에서 적은 막는 것은 맞다. 하지만 당시 일본군의 이 작전을 지원해 줄 증원 병력도, 해군도, 항공대의 지원도 받을수 없으며, 병력 수도 압도적으로 밀리고, 무엇보다도 '''압도적인 화력으로 해안에 배치된 병력을 몰살시키는 미군'''을 상대로 동일한 작전을 펼치는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작전을 고집하는 경직성을 보여준다.[3] 이를 본 쿠리바야시는 군화가 아니라 총을 잘 닦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4] 개 주인인 가족이 살려 달라고 애원하자 몰래 뒷마당으로 대려가서 허공에 총 한 방을 쏘고 "조용히 시키라"라고 말하고 나왔지만 개가 다시 짖어서 상관이 대신 직접 들어가서 개를 죽이고 싸대기를 날린다. 그리고 이오지마로 보내진다.[5] 아버지의 깃발의 등장 인물인 이기이다.[6] 계속해서 구타하다 총검으로 수 차례 찌른다. 소설판에선 이빨을 다 뽑아 버리고 손과 목을 자른 뒤 성기를 입에 넣는 등 아주아주 끔찍하게 살해당한다.[7] 정황상 힘든 군생활을 했던 그에게 마지막까지 따뜻하게 대해주던 유일한 인물(나머지 인원들은 죽거나 포로가 되며 하나둘 퇴장한다)이었던 쿠리바야시의 죽음에 정신붕괴를 겪고 있다가 그런 소중한 사람의 물건(쿠리바야시의 권총)을 미군이 가지고 있는것에 눈이 뒤집혀 발악한 것에 가깝다. 처음 미군에게 발견되어 연행되었을때는 고분고분했었다.[8] 이 권총은 나중에 미군의 손에 들어간다.[9] 사이고와 마찬가지로 옷감과 재봉틀이 공출되어서 장사를 접었다.[10] '''1932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승마 장애물경주 금메달리스트'''로,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도 일본인 중 올림픽 승마 종목에서 메달을 딴 건 니시 뿐이다.[11] 니시 중령이 샘에게 말을 걸면서 자신과 친분이 있다고 이야기하던 더글러스 페어뱅크스(Douglas Fairbanks)와 메리 픽포드(Mary Pickford)는 1920년대~30년대 대스타로 이름을 날리던 무성영화 배우이자 서로 부부 관계였다. 오늘날의 송중기-송혜교나 원빈-이나영, 장동건-고소영 부부쯤. 실제 니시는 1932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 당시 미국 사교계에서 유명인이 돼 '니시 남작(Baron Nishi, バロン西 バロン・ニシ)'이라는 애칭까지 생겼었다. 원래 니시 중좌는 화족출신에 남작이라 애칭이라 보기엔...[12] 그들이 상대하고 있는 미군 역시 평범한 인간이고, 일본 병사들과 같이 가정의 아들이라는 것. 이토 대위의 세뇌교육과는 정반대의 내용이다.[13] 자살설이다 전사설이다 이래저래 말이 있지만, 전술했듯 알려진 바는 없다. 참고로 니시의 실제 애마의 이름은 영화와 달리 '우라누스(ウラヌス)'이며, 우라누스는 1940년대에는 은퇴해 도쿄의 마사공원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이오지마 전투로부터 며칠 후인 1945년 3월 28일에 병사했다. 또한 영화에서는 니시가 병사들의 식수로 말을 씻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니시는 전차를 이런 식으로 닦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쿠리바야시 중장은 그를 별로 안 좋아했다고 한다.[14] 한국으로 치면 해병대 소속으로 자세히 보면 군복과 계급장이 타 등장 인물과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토 대위 외에도 전투복 색이 약간 쑥색이 돌거나 모양이 다른 사람이 있는데 이들 모두가 해군 소속이다.[15] 영화 초중반부 미군의 상륙에 의해 병력 대부분이 궤멸되자 무의미한 반자이 돌격을 감행하려다 병력을 규합하던 니시 중령과 마찰을 빚는데, 암만 당시 일본군이 개꼴통이었다지만 이건 명백한 하극상이다. 실제 계급도 그렇고 화족 출신인 니시 남작은 고작 해군 육전대 중위 따위가 비빌 클라스가 아니다. [16] 작중 보면 처음에는 지뢰를 끌어안고 울먹이며 시체들 틈바구니에 눕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안 와서 ‘나를 데려가라!’라고 절규한다. 하지만 결국 밤이 늦도록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자, ‘내가 지금 도대체 뭔 개짓거리를 하고 있는건지.’라는 표정으로 지뢰를 던져버리고 군복도 벗은 후 동굴에 숨어있다가 생포된다. 어찌보면 작중 최고로 운이 좋은 사람인데, 관찰자적 주인공인 사이고조차도 결국 정신 분열에 가까운 충격을 받았지만 이 사람은 ‘극단적인 일본 제국주의 사상 + 군법 위반 + 사실상의 자살 돌격’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없이 목숨을 건졌다.[17] 하지만 결국 둘다 몰래 구석에서 점심을 먹는다(...) [18] 사령부라고 해봤자 작은 천막에 지도와 탁자가 있는 정도다. [19] 그런데 막상 이오지마 전투 장면에서 탱크는 고장이 나 고정포로 쓰인다(...) [20] 그런데 뛰고 막대기를 총마냥 겨누는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러워서 병사들은 보고 장군님이 미쳤다며 웃는다. [21] 실제로 그랬다. 그래서 하버드 대학에서 잠깐 공부하기도 했고, 미국인 친구들도 꽤나 있었다. [22] 실제 역사에서는 전투가 끝나고 며칠 뒤에 병사했다. [23] 원래 있던 화장실에 이질이 퍼지는 바람에 요강을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참고로 시미즈가 올때 사이고의 동료가 이질로 죽었다는 언급도 나온다. [24] 회상 장면에서 미군 장교의 아내가 미일간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어떡할 것이냐고 묻자 쿠리바야시는 군인으로서 당연히 자신의 국가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답변한다. 이에 그녀가 놀라며 그럼 옆에 있는 제 남편도 죽이겠다고요? 라고 놀라자 당황하며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라고 진땀을 뺀다. 이 회상 직후에 씁슬한 표정을 짓는 쿠리바야시의 얼굴이 일품.[25] "나는 언제나 제군들 앞에 설 것이다" [26] 최근에는 단순 전쟁 영화거나 그냥 적당히 이벤트 당시 갤러리의 상황을 대입하기 적절한 영화면 아무거나 적당히 쓰이기도 한다. 굳이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도 소재가 된 적이 몇 번 있다. 더 퍼시픽이라든지, 밴드 오브 브라더스 같은 것들.[27] 다만 책 자체는 영화보다 1년 빨리 출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