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폄우사
1. 개요
昌德宮 砭愚榭
창덕궁 후원 관람지 권역의 정자이다. 존덕정의 서쪽에 있다.
2. 이름
‘폄우(砭愚)’ 뜻은 ‘어리석음(愚)에 돌침을 놓아 깨우치게 한다(砭)’이다. ‘왕이 스스로 어리석음을 깨우쳐 마음을 다잡으라’는 뜻이다. #
특이하게 건물 이름이 일반적으로 붙는 ‘전(殿)’, ‘당(堂)’, ‘합(閤)’, ‘각(閣)’, ‘재(齋)’, ‘헌(軒)’, ‘누(樓)’, ‘정(亭)’이 아닌 ‘사(榭)’로 끝난다. ‘사(榭)’는 ‘높은 터에 지은 정자’란 뜻이다. 현재 남아있는 궁궐 전각 중 ‘사(榭)’를 사용하는 건물은 폄우사가 유일하다.
현재의 현판은 1903년(광무 7년)에 창덕궁 후원의 감독직을 맡았던 동농 김가진이 썼다.
3. 역사
언제 지었는지 모른다. 다만, 1828년 ~ 1830년 사이에 그린 《동궐도》에서 보이므로, 그 이전에 지은 듯 하다. 이후 몇 번의 변형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4. 구조
- ‘一’ 자형 건물이다. 《동궐도》를 보면, 폄우사 서남쪽으로 3칸짜리 건물이 있었고 담으로 폄우사와 붙어있어 ‘「’ 자 형태를 이루었으나 지금은 폄우사만 남았다. 순종 때인 1908년(융희 2년)에 만든 《동궐도형》에는 현재와 같은 모습인 것을 보아 그 이전에 바뀐 듯하다.
- 지붕은 맞배지붕으로 양쪽 박공에 풍판을 달았다. 처마는 홑처마로, 용마루와 추녀마루는 기와로 마감했다. 공포는 초익공 양식이며 창방과 장여 사이에 소로를 얹었다. 단청은 모로단청으로 칠했다.
- 정면(남면) 앞에는 쪽마루가 덧대어있고, 쪽마루 밑에는 나무기둥과 주춧돌이 있다. 서쪽부터 2칸은 온돌방이고, 동쪽 끝의 1칸은 대청이다. 그런데 현재는 온돌방 바닥에 마루가 깔려있다. 나중에 마루방으로 개조한 듯 하나 바뀐 시기는 알 수 없다.
- 벽면의 모습은 칸마다 다르다. 제일 서쪽 끝 칸의 벽면의 형태가 특이하다. 칸 안에 샛기둥을 두고 그 양 옆의 모양을 다르게 했다. 샛기둥 서쪽 면은 전부 벽이지만, 동쪽 면은 문상방과 문선을 설치한 뒤 문선 안에 창을 두고 나머지는 벽으로 마감한 형태이다. 가운데 칸의 벽면 역시 서쪽 칸 샛기둥 동쪽 면과 같으나 벽면 전체에 대칭으로 만든 점이 다르다. 두 칸 남면 벽면의 하단부에는 머름을 두었다.
대청 칸의 남면과 동면은 벽과 문이 없이 트여있으며 난간을 둘렀다. 난간은 풍혈을 뚫은 궁판 위에 하엽동자 모양의 난간기둥과 돌란대를 둔 모습이다. 단, 남면 난간의 경우는 사람이 출입할 수 있게 기둥 양 옆에 짧게 설치했다.
정면(남면)과 뒷면(북면)의 모습 역시 다르다. 가운데 칸의 경우는 정면과 뒷면의 모습이 같으나, 서쪽 끝 칸의 뒷면은 가운데에 샛기둥과 중인방을 ‘十’ 자 모양으로 둔 뒤, 부재 사이를 전부 벽으로 마감한 형태이며 하단부에 머름도 없다. 동쪽 끝 대청 칸 뒷면은 가운데 칸 벽면과 같은 모습이다. 서쪽 측면은 중인방을 설치한 뒤 그 위에 문선과 창, 벽을 두고, 중인방 아래에는 벽과 붉은 나무 판문을 둔 형태이다.
- 실내 천장은 구조가 다 보이는 연등천장이다. 일반적으로 온돌방에는 벽지를 바르는데 폄우사 온돌방에는 바르지 않았다. 원래부터 그런 건지 아니면 나중에 마루방으로 개조하면서 뜯어낸 건지는 알 수 없다. 온돌방과 대청 사이에는 분합문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南苑草芳眠錦雉 (남원초방면금치)
>남쪽 동산에 꽃다운 풀에 아름다운 꿩이 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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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夾城雲偄下霓旄 (협성운난하예모)
>협성(夾城)에 구름 따뜻하니 무지개가 내려오네
>
>絶壁過雲開錦繡 (절벽과운개금수)
>절벽에 구름이 지나가니 수 놓은 비단이 펼쳐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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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踈松隔水奏笙簧 (소송격수주생황)
>성긴 솔 물 건너 편에서 생황을 연주하네
>
>林下水聲喧笑語(임하수성훤소어)
>숲 속 아래 물 소리는 웃음 소리인 양 떠들썩하고
>
>巖間樹色隱房櫳 (암간수색은방롱)
>바위 사이 나무 빛깔은 방 창살을 숨기고 있네
>
>畵閣條風初拂柳 (화각조풍초불류)
>그림같은 누각에 한 줄기 바람은 버들을 막 스치고
>
>銀塘曲水半含苔 (은당곡수반함태)
>은빛 연못 물굽이에는 이끼 반쯤 머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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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동산에 꽃다운 풀에 아름다운 꿩이 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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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夾城雲偄下霓旄 (협성운난하예모)
>협성(夾城)에 구름 따뜻하니 무지개가 내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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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絶壁過雲開錦繡 (절벽과운개금수)
>절벽에 구름이 지나가니 수 놓은 비단이 펼쳐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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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踈松隔水奏笙簧 (소송격수주생황)
>성긴 솔 물 건너 편에서 생황을 연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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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下水聲喧笑語(임하수성훤소어)
>숲 속 아래 물 소리는 웃음 소리인 양 떠들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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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巖間樹色隱房櫳 (암간수색은방롱)
>바위 사이 나무 빛깔은 방 창살을 숨기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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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畵閣條風初拂柳 (화각조풍초불류)
>그림같은 누각에 한 줄기 바람은 버들을 막 스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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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塘曲水半含苔 (은당곡수반함태)
>은빛 연못 물굽이에는 이끼 반쯤 머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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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여담
- 2010년부터 문화재청에서 매년 봄과 가을에 여는 ‘창덕궁 후원에서 만나는 한권의 책’ 행사 장소로 사용한다. 정자 내부에 책을 비치해두어 시민들이 후원의 경치를 보며 독서할 수 있게 한다.[2] 행사 기간은 일정하지 않으나 대략 4월 중순 ~ 5월 중순(봄), 10월 중순 ~ 11월 중순(가을)이다. 창덕궁 후원 입장료만 내면 별도로 들어가는 돈은 없다. 2020년에는 코로나 19 사태로 진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