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시 해리어 전투기 사건

 



1. 설명
2. 진행
3. 결과
4. 기타


1. 설명


펩시 콜라가 자사 제품의 광고의 실수 때문에 대학생을 상대로 한방 먹은 사건. '''레너드 대 펩시코 사건'''(Leonard v. Pepsico, Inc.)으로도 불린다.
미국 로스쿨 케이스 북에 자주 등장하는 사건이며, 이원복현대문명진단 '콜라와 전투기' 편은 물론이요, KBS 스펀지 63회 방송분,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2018년 7월 15일 방송분[1]에서 소개된 바 있다. 그래도 이 사건으로 펩시에서는 악영향보다는 노이즈 마케팅의 이득을 보았으니 손해본 장사는 아닌 셈이다.

2. 진행



1995년 11월, 펩시에서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펩시 포인트를 이용한 '''펩시 스터프'''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이 광고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펩시 1상자, 즉 24캔을 10포인트로 환산한다.
  • 75포인트를 모으면 티셔츠를, 175포인트를 모으면 셰이드[2]를, 1450 포인트를 모으면 가죽재킷을 준다.
  • 포인트가 부족하더라도 15포인트 이상 있으면 모자라는 점수는 1포인트당 10센트로 환산하여 현금으로 지불할 수도 있다.
그리고...

'''Harrier Fighter - 7,000,000 Pepsi points.'''

'''해리어 전투기 - 7,000,000 펩시 포인트.'''

미국에서는 퇴역하거나 미군에서 운용하지 않는 전투기를 민간인이 구입해서 무기 발사와 연관된 모든 시스템은 제거한 뒤에 운용할 수 있다.
실제로 F-4(세계 유일의 민간 소유 팬텀)와 Su-27은 민간인에게 판매되어서 미국에서 비행하고 있다. 단, F-14는 퇴역 기체가 민간인에게 판매되었다가 이란으로 중고 부품이 넘어갈 위험성 때문에 AMARC로 간 기체들은 물론이고, 전시용 기체도 엄중하게 관리된다. 퇴역한 기체는 몽땅 스크랩 처리되고, 여기에서 떼어낸 예비 부품에는 번호까지 매겨가면서 엄격하게 관리 중.[3]
당시 해리어 전폭기 초기형은 미합중국 해병대에서 퇴역한 상태니 이론상으로 구입할 수는 있지만 순수하게 펩시만 마셔서 이 포인트를 채우려면 콜라 '''1680만 캔(!)'''이 필요하다. 한 캔의 용량이 355 ml이니 '''596만 4천 리터'''[4]에 해당되며, 그 캔의 길이가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정도가 된다. 여기서 펩시 가격을 최소 500원으로 잡아도 최소한 84억 원은 필요하다. 또 매일 10캔씩 마셔도 다 마시기까지는 무려 '''4602년하고도 9개월이 더 걸린다.''' 참고로 지구에서 태양까지 이론적으로 4km/h 속도로 걸어가면 약 4270년이 걸린다.
물론 이건 웃기려고 넣은 농담이고, 펩시 측에서도 당연히 정말로 이러는 사람이 나오리라고는 기대도 안 했지만, '''실행자가 정말로 나와버렸다.''' 시애틀의 쇼어라인 커뮤니티 칼리지(Shoreline Community College)에 재학 중이던, 당시에 21세 대학생이었던 존 레너드(John Leonard)이다. 그는 위의 조건들을 따져보고는, 700만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70만 달러, 해리어는 최소 3천 3백만 달러이므로 '시가의 50분의 1밖에 안 되네? 이건 거저잖아!' 하고 판단했다.[5][6]
그는 변호사를 고용하고 투자가들을 설득하여 돈을 마련하고는, 1996년 3월 28일에 콜라 36통(15포인트)과 '''70만 달러'''[7]짜리 수표를 펩시로 보내고 해리어 전투기를 요구했다. 물론 펩시에서는 단순한 장난으로 알고 콜라 36통(15포인트)과 수표를 돌려보냈는데, 레너드는 다시 수표를 보내고 변호사를 통해 어서 해리어를 내놓으라고 요청했다. 이 때 그가 펼친 논리는 '약속은 약속이다. TV를 통한, 전 국민에게 한 공개적인 약속'이란 것.
당황한 펩시는 그해 6월에 레너드를 상대로 경품 인도 거부 소송을 걸었고, 레너드도 이에 맞서 전투기 인도 계약 불이행, 사기에 따른 위자료 청구까지 덧붙여서 맞고소했다. 이때 그가 주장한 또 하나의 논리가 '엄청난 액수의 경품이나 복권도 세상에 흔하며, 아무도 이를 장난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3. 결과


1999년, 법원에서는 '펩시 측은 카탈로그에 해리어 제트를 넣지 않았고, 상식이 있다면 백만 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2천만 달러가 넘는 전투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8] 광고의 내용이 사기죄의 혐의는 존재하지만 죄를 물을 정도는 아니다.' 하며 '''펩시가 해리어 전투기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 미 법원이 기획자의 실수로 발생한 허점의 책임을 보통 당사자에게 부과하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판결이었다.
그 대신, 패소한 존 레너드는 투자한 돈만큼 이득을 봤기 때문에 손해를 본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건정황상, 펩시 측이 존 레너드에게 돈을 환불해 주는 것으로 협상을 끝마쳤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리고, 이 사건의 여파로 광고가 바뀌었다. 해리어 전투기의 포인트를 대략 해리어 전투기 두 대 가격, 소송전의 100배인 '''7억 포인트'''로 올려버린 것. 그 밖에도, 티셔츠를 75포인트에서 5포인트 올려서 80포인트, 셰이드를 175포인트에서 50포인트 내려 125포인트, 가죽재킷을 1450포인트에서 250포인트 내려 1200포인트로 변경했다.
포인트 변경은 해리어 포인트만 조정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경품 재고 소진을 위한 의도가 더 컸다. 15포인트만 가지고 나머지를 돈으로 충당한다고 해보자. 가장 포인트가 낮아서 도달자도 많았을 티셔츠는 6달러에 불과했던 반면, 셰이드는 16달러이고 특히 가죽재킷은 144달러나 해서[9] 상위 경품까지 도달하는 비율이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은 저 사건 자체가 코카콜라에 밀려 만년 2위였던 펩시의 인지도를 올리려고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음모론을 주장하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이든 아니든 노이즈 마케팅의 효과는 확실해서 만년 2위 취급이던 펩시의 인지도를 크게 올려줬다.

관련 기사 1, 2

4. 기타


어느 의미로 보면 파맛 첵스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광고 딴지걸기의 시초인 사건이다.
왜 하필 해리어였냐면 해리어가 VTOL기이기 때문에 광고에 제트 전투기가 학교 앞마당에 착륙하는 장면을 넣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아무리 VTOL기라도 아무 데나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광고는 광고일 뿐.[10]
그 외에도 펩시는 소련에 콜라를 팔고 루블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11] 고물 해군함정 여러 척을 받아 스웨덴 해체업자에게 넘겨 현금화했다. 정확히 현금화한 함정들은 '''17척의 잠수함, 순양함, 구축함, 프리깃함이다.''' 일순간 펩시가 동시기에 펩시마크와 비슷한 국기를 쓰는 나라보다 강한 해군력을 손에 넣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의 진에어광고를 냈다. 쌍발 엔진인데 수직이착륙 기능을 갖춘, 현존하지 않는 전투기를 내세웠다.
[1] '콜라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2] 선글라스와 비슷하지만 햇빛차단은 안 되는 색안경.[3] 사실 F-14는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퇴역된 거지 성능만 놓고 보면 F-15와 동급인 기체라는 점도 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이란.[4] 올림픽 공식 수영장이 폭 25미터 길이 50미터 깊이 2미터, 부피 2500㎥이므로 리터로 환산하면 250만 리터다. 즉 올림픽 수영장에 들어갈 물의 두 배 이상 되는 것.[5] 1995년 당시 환율로 따지면 약 5억 7천만 원, 315억 원으로 액수가 만만치 않다.[6] 위 3번 조건에서 현금으로 지불할 포인트의 최대 한도를 정하지 않아서 가능했던 것이다.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포인트의 최대 한도를 얼마 이하라고 정했거나 오직 콜라 박스에서 나온 포인트만 가능하다고 했다면 이런 해프닝은 없었을 것이다.[7] 정확히는 모자라는 699만 9985포인트를 위한 69만 9998달러 50센트에 배송료 10달러를 더한 70만 8달러 50센트.(...)[8] 사실 이 논리대로라면 복권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와버릴 수도 있지만, 당첨자 또는 당첨액이 일정하게 정해지는 복권과 달리 해당조건을 만족하면 누구나 획득할 수 있음을 법원이 고려한 듯 하다.[9] 콜라만 마셔서 가죽재킷에 도달하려면, 변경 전 기준으로 무려 3,480캔이 필요했다.[10] 그리고 당시 미 국방부(펜타곤)의 입장에 따르면 설사 실제로 해리어를 얻어내는데에 성공했더라도 무장 및 각종 기능들(수직 이착륙 시스템 포함)을 떼어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운용은 불가능했다고 한다.[11] 달러-루블 교환이 금지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