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리그/2011-12 시즌/38라운드
1. 개요
프리미어 리그의 2011/12 시즌, 최종전 38라운드에 대해서 서술하는 문서이다.
2. 경기 전 상황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리그에서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와 치열하게 맞붙는 가운데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SL 벤피카, FC 바젤, 오첼룰 갈라치[1] 와 한 조에 편성되며 꿀조 소리를 듣고 16강 진출이 무난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공은 둥글다고 졸전 끝에 3위로 유로파 리그에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게다가 리그에서도 홈 경기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시티에게 1:6으로 털리는 이른바 '식스 앤 더 시티'를 겪으며 경기 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말처럼 역사에 남을 만한 치욕적인 경기를 치뤘다. 하지만 리그 우승을 밥먹듯이 하는 강팀답게 그런 충격적인 일들을 잘 이겨내며 후반기에 꾸준히 승점을 쌓아갔고, 25라운드가 끝난 후 잠시 1위 자리에 오르더니 28라운드부터 1위에 복귀한 후로는 맨시티를 조금씩 따돌리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32라운드에서 맨시티가 아스날에게 패하면서 두 팀의 승점차는 8점 차이로 벌어졌다. 그런데 33라운드 위건 애슬레틱과의 원정 경기에서 0:1 로 패배하더니,[2] 35라운드 에버튼 FC와의 홈 경기에서는 난타전 끝에 4:2로 앞서가다가 80분이 지나서 2골을 먹히며 어이없게 무승부를 내줬고, 그 기간 동안 맨시티는 폭발적인 경기력으로 3연승을 달리면서 어느새 맨유와의 승점 차를 3점까지 줄이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치열한 상황에서 맞이한 36라운드는 다름아닌 '''맨체스터 더비.''' 맨시티의 홈인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결국 맨시티가 뱅상 콩파니의 결승골로 1:0 으로 승리하면서 1위 자리를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이어진 37라운드는 양 팀이 나란히 승리를 거두고 결국 우승컵의 향방은 38라운드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38라운드를 앞둔 상황에서 양 팀의 승점은 같았으나, 맨시티가 골 득실에서 맨유보다 8점이나 앞서있었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양 팀의 승점이 같으면 맨시티가 우승컵을 가져가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즉 맨유는 무조건 경기를 이기고 맨시티가 비기거나 지기를 바래야 하는 상황이었다. 맨유는 선덜랜드 AFC를 상대로 원정 경기를 치루고, 맨시티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 FC를 홈으로 불러들여 경기를 치루는 일정이었다. 순위상 선덜랜드가 QPR보다 위에 있었고 무엇보다 맨유의 원정이었기 때문에 상대의 무게감으로는 맨시티가 유리했으나, QPR은 치열한 강등권 다툼의 한가운데 있던 팀이기에 강등을 면하기 위해서 죽기살기로 경기에 임할 것이 확실해 보였던지라 섣불리 어느 팀이 유리하다고 예측할 수는 없었다.[3]
한 경기 결과에 우승팀이 결정되는 치열한 우승경쟁이 벌어지고 있던 반면 리그 순위표 반대편에서는 이에 못지않게 치열한 강등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20위 울버햄튼 원더러스 FC와 19위 블랙번 로버스 FC는 이미 강등이 확정된 상태였고, 나머지 한 자리를 피하기 위해 아스톤 빌라, QPR, 볼턴 원더러스가 싸우고 있었다.
당시 순위표에서 알 수 있듯이 아스톤 빌라는 사실상 강등이 불가능했고,[4] 결국은 QPR과 볼턴[5] 의 끝장대결이 강등팀을 결정하는 모양새였다. 이 와중에 QPR은 하필이면 마지막 경기가 우승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맨시티 원정이라 그저 스토크가 선전해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보였다. 하지만 QPR이 맨시티를 침몰 직전까지 몰고 간 것을 보면 확실히 동기부여가 선수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6]
3. 경기 전개
3.1. 90분 이전
그렇게 리그 38라운드 경기가 동시에 시작되었다. 원정을 떠난 맨유는 쉽지 않은 경기를 이어갔으나, 전반 20분에 웨인 루니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유리한 고지를 일단 선점해 놓는 데에 성공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는 전반 39분 야야 투레가 찔러준 패스를 파블로 사발레타가 때린 것이 패디 케니 골키퍼 정면으로 갔으나 제대로 쳐내지 못하면서 골이 되었다. 이로써 맨시티가 우승 레이스에서 한 발 앞서갔고, 그대로 전반전이 종료되었다.(맨시티 89점, 맨유 89점 - 골득실 맨시티 +64, 맨유 +56)
그러나 후반 들어서 QPR의 기세에 맨시티가 눌리기 시작했는데, 후반전이 시작하고 단 3분만에 졸리온 레스콧이 백헤딩으로 공을 걷어낸다는 것이 지브릴 시세에게 연결되자 시세는 지체없는 슈팅으로 동점골을 작렬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후반 9분에는 조이 바튼이 테베즈와의 충돌로 퇴장을 당하면서[7] 맨시티가 수적 우위를 가져갔고 역전의 기회를 잡나 싶었지만, 오히려 후반 21분 역습상황에서 아르망 트라오레에게 오른쪽 측면 돌파를 내주고, 트라오레의 크로스를 받은 제이미 맥키가 헤딩으로 역전골을 터뜨리며 기어이 QPR이 역전해버린다. 맨유가 선더랜드를 이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맨시티는 반드시 승리해야만 우승이었고, 즉 한골도 안 먹히고 2골을 넣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만치니 감독은 에딘 제코와 마리오 발로텔리를 연달아 투입하며 공격에 힘을 실었다. 그래도 수적 우위가 있는지라 맨시티는 압도적으로 QPR을 몰아붙였지만, 수비진의 육탄방어와 패디 케니 골키퍼의 선방들로 득점에 실패했다. 맨시티 홈 팬들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갔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사람들 투성이었다. 그렇게 경기는 끝으로 흘러갔고, 후반 45분 발로텔리의 헤딩마저 케니 골키퍼가 선방하면서 우승은 맨유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3.2. 90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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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코너킥을 올려대던 맨시티는 결국 추가시간 1분, 다비드 실바가 올린 코너킥을 교체 투입된 에딘 제코가 헤딩골로 연결하며 극적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추가시간마저 끝으로 다다르고 있었고,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우승컵은 맨유의 몫이 되는 상황. 맨시티의 공격이 실패할 때마다 공은 QPR의 소유가 되었지만,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스토크 2 : 2 볼턴)에서의 상황을 아는지 QPR 선수들은 공을 잡으면 앞으로 뻥뻥 차대서 맨시티에게 주기만 했다. 그런 상황에서 93분 20초, 나이젤 더용이 세르히오 아궤로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아궤로는 한번 방향을 옮긴 뒤 전방의 마리오 발로텔리에게 패스를 연결하며 박스 안쪽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발로텔리는 수비를 등지면서 볼을 컨트롤 한 뒤 넘어지면서 아구에로에게 다시 패스를 연결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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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Manchester City are still alive here."
"맨체스터 시티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Balotelli..."
"발로텔리..."
"'''...AguerOOOOOOOOOOOO!!!!!!!'''""
"'''...아구에로오오오오오오오!!!!!!!'''"
- 스카이스포츠 해설가 마틴 타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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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에로는 이를 한번 치고 들어간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한 후 역전골을 작렬시켰다.''' 그렇게 스코어는 3-2로 뒤집어졌고, 순식간에 우승 트로피에 더 가까워진 팀은 맨시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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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경기가 종료되었고, 맨시티는 44년만의 극적인 우승을 드라마같은 스토리로 이뤄내게 되었다.'''
4. 여파
맨시티는 44년간의 설움을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극적인 우승을 달성해 내어, 11-12시즌을 성공적인 시즌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되었고, 우승을 이끈 로베르토 만치니 또한 파격적인 5년 재계약을 이끌어내며 맨시티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반면 20번째 우승을 노렸던 맨유는 준우승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우승한 줄로만 알고 있던 맨유팬들과 선수들이 소식을 듣고 벙찌는 모습은 또 하나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경기가 먼저 끝난 맨유는 선더랜드 원정에서 1:0으로 이기고, 그 후에 맨시티의 2:2 대치 상황을 들은 맨유의 필 존스와 에반스는 웃통까고 박지성은 웃으면서 우승한지 알고 필드에 나오고 퍼거슨 경까지 나왔으나 1분 뒤에 나온것은 기적과도 같은 아궤로의 결승골... 이번에도 당연히 우승할 줄 알고(...) 뛰쳐나온 지성이형 입장에선 그야말로 안습.
한편 스토크시티 원정을 떠난 볼턴은 역시나 '''강등로이드'''를 빨고 2:1로 역전하여 앞서고 있었으나 경기 막판 조나단 월터스에게 통한의 PK를 실점하고 2:2로 비기면서 강등당했다. 결과적으로 이 PK가 없었다면 QPR이 강등이었다.
5. 여담
EPL을 넘어 유럽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였지만 '''한국에서는 이 경기를 라이브로 중계해주지 않았다.''' 당시에는 박지성 파워로 해축팬의 상당수가 맨유빠였고 이것은 SBS ESPN이 동시에 열리는 많은 경기들 가운데서 어떤 경기를 중계할 지 결정하는데 당연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날 SBS ESPN은 코리안 더비라며[8] 맨유-선더랜드전을 생중계하기로 결정했고 결과가 이렇게 되자 당연히 SBS ESPN은 먼지가 되도록 까였다. 스브스 스탭들이 그런 역전승이 나올 줄 알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왜 스브스를 욕하냐며 실드를 치는 입장도 있었지만 당시 상황은 이청용이 뛰던 볼턴의 강등여부까지 걸려있던 복잡한 상황이라 한국 축구팬들은 맨유, 맨시티, 볼턴 3개 팀을 동시에 예의주시해야 했는데 당연히 3팀의 경기를 다 볼 수는 없는 노릇.. 그런데 맨시티-QPR전의 결과만 알면 다른 경기들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우승팀과 강등팀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즉 경기 전부터 맨시티-QPR전이 맨유-선더랜드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
여담으로 경기 종료 직전 QPR 원정 팬들이 모두 하나되어 맨시티를 응원하는 훈훈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맨시티 팬들의 입장에서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경기인데, 그도 그럴 것이 44년만의 우승을 이렇게나 드라마틱하게 달성했으니... 때문에 매년 시즌 최종전 즈음이면 맨시티 팬들에게서 이 경기가 다시 회자되곤 한다. 또한 최상단 유튜브 영상의 제목과 썸네일에도 있듯, 93분 20초는 시티 팬들에게는 절대 잊지 못할 시간이 되었다. 마틴 타일러가 한 그 순간의 영국 해설은 롯데 팬들이 롯기도문을 외우고 있듯 맨시티 팬들이 듣고 또 들어 새겨놓은 구절들이기도 하다. 특히 상술하기도 한 '''아구에로''' 부분은 맨시티 팬들 뿐만 아니라 웬만한 축구팬이라면 다 아는 부분이다.
It's finished at Sunderland.
Manchester United have done all they can, that Rooney goal was enough for the three points.
Manchester City are still alive here...
Balotelli...
AGUEROOOOOOOOOOOOOOOOOO!
I swear you'll never see anything like this ever again.
So watch it, drink it in.
Two goals in added time for Manchester City to snatch the title away from Manchester United.
STUPENDOUS!
6. 6년 후
한편 이 경기가 치러지고 6년이 지난 2017/18시즌, 맨시티는 펩 과르디올라의 지휘 아래 역대급 시즌을 보내며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는데,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할 경우 '''승점 100점'''이라는 '''잉글랜드 리그 사상 최초의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종전 상대 사우스햄튼 FC가 끈끈한 수비력으로 버티면서 후반 정규시간이 끝날 때 까지''' 0-0''' 스코어가 이어졌고, 3분의 추가시간도 거의 다 흘러갈 무렵, 케빈 더 브라위너의 칼같은 로빙패스가 최전방의 가브리엘 제주스에게 연결되었고, 제주스가 이를 안정적인 트래핑에 이은 깔끔한 칩 샷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승점 100점을 드라마틱하게 달성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제주스가 골을 넣은 그 시간 역시 '''93분.''' 그리고 제주스는 득점 이후 '''상의탈의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6년 전의 아구에로를 연상하게 했다.[9]
7. 유사 사례
[1] 루마니아 클럽이다.[2] 심지어 이 패배는 '''프리미어 리그 출범 이후 맨유가 위건에게 당한 첫 패배였다.''' 게다가 맨유는 위건에게 무승부조차 허용한 적이 없었다![3] 당장 QPR은 맨시티한테 졌을 때 볼턴이 이기면 강등당할 운명이었다.[4] 빌라가 최종전을 져도 QPR과 볼턴 모두 이기지 못하면 빌라는 강등되지 않는다.[5] 볼턴의 경우는 맨시티가 QPR을 이겨도 자기들이 스토크 시티를 못 이기면 승점에서 밀려서 강등되는 상황이었다.[6] 만약 맨시티의 마지막 상대가 마지막 경기로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중위권 팀이었다면 맨시티가 그냥 90분 내내 경기 지배하다가 이겨서 우승하고 이와 같은 드라마는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맨유의 상대였던 선더랜드가 딱 그런 팀이었는데, 루니가 골 넣고 아무것도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선더랜드는 경기도 하는 둥 마는 둥 루즈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1:0으로 경기가 끝났다.[7] 그런데 바튼은 이 과정에서 아구에로의 엉덩이에 니킥을 꽂아서 쓰러트리고, 콤파니와 몸싸움을 하다가 발로텔리와 현피 직전까지 가는 등 어이없는 행동을 보이며 경기를 험악해지게 만들었다.[8] 당시 지동원이 선더랜드 소속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날 '''박지성과 지동원 둘다 안 나왔다.'''[9] 실제로 경기 이후 여러 SNS에서 제주스와 6년 전의 아구에로를 나란히 두고 비교하듯 보는 듯 한 글들이 수도 없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