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된 오누이
1. 소개
대한민국의 전래동화 중 하나로, 넓게 보면 신화로도 볼 수 있으며, "해님달님"이라고도 부른다.
해님과 달님이 등장하는 한국의 전래동화. 원래는 한국의 해와 달의 기원 신화였던 것으로 추정되나, 후에 격이 내려가 민담이 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동화로 인식된다.
참고로 "햇님달님"이라는 표기는 '''문법적으로 틀린 표현'''이다. 사이시옷은 합성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해님은 파생어이기 때문에 햇님으로 사이시옷을 적으면 안 된다. 고로 원래는 "해님달님"이라고 써야 맞다. 물론 '햇님달님'이 어감상 익숙하기도 하고 고작 사이시옷 하나 갖고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만...
2. 내용
옛날 옛적 깊은 산 속에 홀어머니와 오누이로 이루어진 가난한 가족이 살고 있었다.[1] 아버지는 일찍 숨졌고, 어머니[2] 가 장터에 떡을 내다 파는 일을 해서 남매를 부양했으며[3] , 장터에 가려면 고개를 몇 고개 넘어가야 했다. 그러던 어느 늦은 밤 장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는 첫번째 고개에서 호랑이를 만났고,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하자 벌벌 떨며 떡을 하나 던져줬다.
그러자 호랑이가 조용히 그 떡을 받아먹고 사라진다면 문제가 없는데, 고개를 하나하나 넘을 때마다 계속해서 아까 그 놈의 호랑이가 또 나타나 같은 대사를 계속 하며 하나 하나 계속 뺏어먹다가 급기야는 떡이 다 떨어지자 잡아먹었다.
좀 더 잔인한 바리에이션으로 떡이 다 떨어지자 '''팔 한짝, 다리 한짝씩 내주면서''' 몇 고개를 더 넘는 경우도 있다. 이 버전의 경우 나중에는 '''몸통(혹은 머리)만 남아서 집을 향해 데굴데굴 굴러가는 전개도 존재'''한다. 이 부분은 광복 이후 어린이용 책으로 개작되면서 삭제된 경우들이 많다. 참고(잔인주의) 이어령의 경우도 자신의 책인 <흙속에 저 바람속에>에서 어린 시절 이 부분에서 트라우마에 걸렸다고 한다.
이후 떡과 어머니를 다 먹고도 배가 덜 찬 그 호랑이가 아예 오누이도 낚아서 잡아먹으려고 어머니의 옷을 입은 채로 그 집을 찾아가는데, 아직 어린 여동생은 대뜸 문 밖에서 발소리 듣고 기뻐하며 바로 문을 열려 하지만, 오라버니는 그나마 생각이 있어서 먼저 엄마인 걸 증명해 보이라고 한다.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물어본 질문은 총 세가지로 '목소리가 왜 그러냐', '손은 왜 그러냐', '왜 이렇게 늦게 왔냐'이며, 이 중 왜 이렇게 늦었냐는 다른 질문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동화 판본에선 문에 구멍을 내어 눈동자를 한번 보여달라고 오누이가 말하는 경우도 있다.
또 여기서 바리에이션이 존재하는데 처음 왔을 때는 들키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하나, 이후 밥을 해 주겠다며 부엌에 들어간 호랑이의 치마 뒷자락 밑에 꼬리가 길게 늘어진 것을 남매가 보는 바람에 들키는 버전도 있다. 들어가자마자 먹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을...
어쨌든 호랑이를 피해 오누이는 몰래 뒷문으로 빠져나와 나무 위로 올라가고[4] , 뒤이어 나무 옆의 우물에 오누이의 모습이 비쳐진 것을 호랑이가 발견하는데, 이에 호랑이가 상냥하게 목소리를 변조해 "착한 아이들아. 거긴 어떻게 올라갔니?"하고 묻자[5] 오라버니가 "손발에 참기름을 바르고 올라왔지!"라고 거짓말을 쳤다.
상식적으로 참기름을 바르면 미끌미끌해져서 아예 올라갈 수가 없으니 자꾸만 나무 줄기에서 우스꽝스럽게 미끄러져 구르는 호랑이를 보며 오누이는 어느새 무서움도 잊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신나게 웃던 여동생이 눈치 없이 자기도 모르게 '도끼로 나무를 찍으며 올라오면 쉽게 올라올 수 있는데 말야.'라고 올라오는 방법을 그만 발설해 버렸다. 버전에 따르면 호랑이가 "아무래도 이 방법이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솔직히 말해주지 않을래?"라고 묻자 순진하고 눈치 없기 짝이 없던 여동생이 "도끼로 찍고 올라오렴."이라고 다 가르쳐줬다는 것도 있다.
호랑이는 얼른 집에 뛰어들어가 도끼를 꺼내들고 와서 쿵쿵 찍으며 올라오기 시작했고, 오누이는 나무의 꼭대기까지 올라가지만 더 이상은 올라갈 곳이 없어져 버린다. 이제 곧 있으면 호랑이가 발목을 덜컥 낚아챌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 되는데…
이에 오누이가 최후의 수단으로 눈물을 흘리며 "하느님 저희를 구해주시려면 금 동아줄을 내려 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세요"라며 하늘을 향해 싹싹 빌자 실제로 금동아줄이 내려왔고, 오누이는 그 금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이를 본 호랑이도 같은 말을 하는데 내려온 동아줄은 썩은 동아줄이었고, 이를 모른 채 그걸 잡고 하늘로 올라가던 호랑이는 도중에 동아줄이 끊어지면서 결국... 이 때 하늘에서 떨어진 호랑이의 피가 배어 수수밭의 수수가 붉게 변했다고 한다.[6] 배리에이션으로는 호랑이가 멍청하게도 "하느님 저를 구해주시려면 썩은 동아줄을 내려 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금 동아줄을 내려주세요"라고 반대로 말해서 썩은 동아줄이 내려왔다고도 한다.
그리고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는 그대로 하늘의 해님과 달님이 되었으며, 동아줄을 내려주거나 오누이를 해님과 달님으로 만든 주체 또한 명확하게 드러나질 않는다.
원문에선 처음부터 누이가 해님, 오라버니가 달님을 맡는다. 추후에 덧붙여진 설정에선 원래 오라버니가 해님, 여동생이 달님을 맡았었는데 밤을 무서워한 꼬꼬마 여동생이 무서워해서 오라버니와 역할을 바꿔 결국 여동생이 해님, 오라버니가 달님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님이 된 여동생은 이번엔 낮에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을 자꾸 올려다보는 게 부끄러워서, 빛을 눈부시게 많이 뿜어 사람들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게 했으며, 태양빛이 눈부신 게 이런 이유라고...[7] 어쨌거나 '해님달님' 이야기의 최초 기록물인 1922년 천도교 잡지 <개벽>에 기술된 주요섭 저술의 원문에선 오라버니가 달, 누이가 해가 됐으며, 아무튼 간에 결론적으로 오누이 중 여자아이가 해를, 남자아이가 달을 맡는다는 것이 가장 메이저한 버전이다.
3. 이모저모
구전되는 전래동화를 엮은 것인 만큼 이야기 책마다 조금씩 내용이 다르다. 한 바리에이션 중에선 3자매가 나와 해/달/별이 되는 내용도 있다. 엄마가 구름이 되는 바리에이션도 존재. 갓난아기 동생이 있었는데, 그 동생은 호랑이에게 잡혀먹히는 내용도 존재한다.
어째서인지 오누이가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걱정하거나 슬퍼하는 장면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8] 여튼 쭉 보면 알겠지만, 결론은 '''동생이 엄청 민폐며''', 아마도 나이도 너무 어리고 세상물정도 몰라서 그런 것만 같다. 그리고 보다 보면 알겠지만, 이놈의 호랑이도 참 '''근성 가이다'''. 떡이란 떡은 다 먹어치운 뒤에 오누이의 어머니까지 잡아먹은 것도 모자라서 그래 오누이마저 잡아 먹으려 애를 쓰는 호랑이를 보면 참...
사실 이 웃자 하는 얘기로 이걸 현실에 대입해보자면...
- 호랑이가 어머니께 떡 하나 달라하는 장면.
어머니는 진작에 즉사했으며, 떡이 탐났으면 그냥 어머니를 제압하고 뺏어먹으면 그만이었다...
- 호랑이가 오누이를 찾아갔을때 오빠가 꾀를 내어 문 밖의 호랑이를 농락한다.
현실 대입을 한다면 꾀는 커녕 그냥 문 처부숴버리고 들어가면 게임 끝..
- 오누이가 나무에 올라가 호랑이를 피한다.
호랑이를 나무를 매우 잘타서 오누이는 도망 갈 길이 없어지니 호랑이 입장에선 장땡이고(...), 거의 영양실조에 가까운 신체에 어린이 둘이서 나무를 오를리가 미지수이며.. 올라갔고 호랑이가 나무를 못 오른다고 해도 호랑이가 어디 숨어서 기다리면 오누이는 나무를 내려올 것이고 그리된다면...[9]
- 호랑이를 피해 나무에서 내려오고 동아줄을 타고 오누이는 천국에 간다.
앞서 말했지만 21세기 특수부대원들도 고생하는 외줄타기를 신체 상태가 더 열등한 수백년 전에 성장 못한 어린이들이 대기권까지 등반을 한다는건.. 음(...) 그리고 호랑이가 피할 수준에 나무 높이에서 어린 오누이가 떨어지면 살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고...동앗줄을 타려하는데 그 호랑이가 이 둘을 못 쫒아왔을까? 사실 이건 동화이고 동화에 고증이 추가되면 동화에 본질이 상실돼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건 당연하지만, 실제였다면 오누이의 아버지가 옥황상제라고 가정한 상황에서 얘기를 해야 어느 정도 맞는 말이 된다.(...)
- 사실 현실에 대입하자면 호랑이가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이 가장 헛소리인 부분이긴 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해님은 여자아이 이름이고, 달님은 남자아이 이름'''이다[10] . 북유럽 신화에서도 해와 달이 남매로 등장한다. 남매가 너무 아름다워서 아버지가 해와 달이라고 이름을 붙이자 신들이 이를 괘씸하게 여겨서 해와 달의 마차를 각자 끌도록 한 것. 여기에서도 해가 여동생, 달이 오라버니다. 또한 아랍 신화의 샤파시 역시 여성 태양신이며 아마테라스 역시 여성 태양신이다.
친한 사람들끼리 뭔가를 요구할 때 장난스럽게 써먹는 말인 '''OO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말투가 여기서 유래되었다. 믿지 않아야 할 것을 붙들었다고 할 때 썩은 동아줄이란 표현을 하는데, 그 말 역시 여기서 유래되었다.
해외에선 이 이야기가 동남아 어느 나라 이야기라고 전해진 듯한데 사실 나라별로 동화의 모티브가 비슷한 경우는 꽤 많다. 콩쥐팥쥐를 예로 들면 베트남에도 비슷한 구도의 전래동화가 있다. 신데렐라도 큰 구성은 똑같고, 이 경우도 그런 경우일 듯. 국내에서도 나온 천지창조: 세상이 열리던 순간의 비밀(인챈티드 월드)에 나오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에는 국적이 그렇게 나와 있다.
'호랑이 안습전설'을 장식한 수많은 호랑이 중에선 비교적 지능범적인 면모를 어필했지만, 손에 참기름 바르고 나무를 타는 시점에서 역시 호랑이 아이큐는 어쩔 수 없음을 입증했다.
한때는 성층권에서의 산소 부족, 중간권에서 -130°C의 저온, 열권에서 2000°C의 고온을 견뎌내며 올라간 두 오누이의 패기를 높이 사는 하이개그가 돈 적이 있다. 실제로는 중간권의 대기압은 1000분의 1 ~ 10만 분의 1 기압 수준으로 매우 낮고, 열권은 당연히 그보다 대기압이 매우 낮기 때문에, 단위 부피당 열용량이 지극히 낮아 잠깐 머무르는 정도로는 동상이나 화상을 입지는 않는다. 이 구간에서는 추위나 열보다는 산소 부족으로 인한 질식사와 자외선, 방사선에 의한 피폭을 더 주의해야 한다.
일본의 전래동화인 우방야만바의 앞부분은 이 이야기와 비슷하다.
오누이가 해와 달이 된다는 결말 때문에, 그럼 그 전까지 해와 달이 없었다면 낮과 밤도 없었다는 말인가 하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해·달과 낮·밤이 별개의 존재로 나오는 고대 신화나 구전설화는 의외로 많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해·달의 신 헬리오스·셀레네와 낮·밤의 신 헤메라·뉙스가 구별되어 있고, 북유럽 신화에서도 해의 신, 달의 신과 낮·밤을 불러오는 말 신팍시, 림팍시가 따로 있는 등. 당시 사람들은 해·달과 낮·밤은 따로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11]
4. 관련 문서
[1] 전승에 따라서는 할머니와 오누이[2] 전승에 따라서는 부모가 모두 세상을 떠나고 할머니가 오누이를 키운다는 내용도 있다.[3] 근처 부잣집에서 디딜방아 품팔이를 하고 왔다는 바리에이션도 있으며, 이 경우 떡은 일을 한 대가로 얻어온 것.[4] 여기에도 바리에이션이 있어서 어떤 구전에서는 오누이가 똥이 마렵다며 뒷간을 가다 도망쳤다는 구전이 있다. 이 구전에서 호랑이와 오라버니의 질답이 압권인데, 호랑이가 "방 구석에서 싸거라" 하니까 오라버니가 "에이, 냄새가 나서 못써요", 그러면 "마루 위에다 싸거라" 하니 "에이, 나가다 밟으면 못써요", 그러면 "마당에다 싸라"고 하니 "마당에 싸면 온갖 똥개들이 몰려올 거예요"라고... 그러해서 뒷간으로 오누이는 도망쳤다. 참고로 말하자면 원래 호랑이는 나무를 아주 잘 탄다. 그리고 호랑이는 '''육식동물'''이라서 떡을 안 먹는다.[5] 바리에이션에 따라서는 일단 오누이가 나무 위로 올라가고 물 뜨러 나왔던 호랑이가 우물 안에 비친 오누이를 보고 아이들이 우물 안에 들어간 줄 알고 "거긴 어떻게 들어갔니?"라고 말하는 버전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나무 위에서 웃고 (또는 여동생이 나무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올려다본 호랑이는 "아이들아 거긴 어떻게 올라갔니?" 하고 묻고 이후의 전개는 동일.[6] 판본에 따라 메밀인 경우도 있다.[7] 더 나중에 생긴 버전에선 계속 달을 맡은 여동생이 밤이 무서워 달을 관리하는 것을 제대로 못하다 보니 달이 빛을 잃었다가 다시 빛을 찾는 과정을 반복해서 초승달에서 보름달, 그믐달로 반복하게 되었다고도 한다.[8] 다만, 호랑이가 어머니의 옷을 입고 있으니 어머니의 최후를 알긴 알았을 것이다.[9] 참고로 이건 진짜 맹수들이 쓰는 방법으로 진입불가의 장소에 먹잇감이 숨었을때 어디에 숨어서 거의 반나절을 기다린다.[10] 태명이나 아명으로 쓰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는 이런 이름을 찾아보기가 힘들다.[11] 엄밀히 따지면, 해가 없으면 낮은 존재할 수 없는 게 맞지만 밤은 달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다. 다만 그런 것을 알지 못하는 고대인 입장에선, 하늘이 흐려서 해가 보이지 않아도 낮에는 환하거나 그믐이라 달이 없어도 밤에는 어두운 것을 보고 해·달과 낮·밤이 별개의 존재라고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