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
[image]
[clearfix]
1. 개요
[image]
벼목 볏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자 곡식의 일종으로. 중요한 식량자원인데, 쌀이나 밀이 흔해진 때부터는 잡곡으로 분류되어 수요가 많이 줄었다. 이래봬도 3대 곡물인 쌀, 밀, 옥수수에 이어 4번째로 중요한 곡물로 분류된다. 이렇게 꼽는 이유는 콩이나 보리는 주식으로 삼기보다는 부식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 반면, 수수는 서아프리카와 인도의 데칸 고원에서 주식으로 삼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 규모 면에서는 언급된 세계 3대 곡물보다는 현저히 떨어지며 보통은 생산지에서 바로 소비되기 때문에 국제무역도 그렇게까지 활발한 것은 아니다. 이런 의의를 제외하고 단순히 생산/소비 총량과 무역규모까지 합쳤을 때는 보리가 수수를 뛰어넘는다. 그럼에도 수수가 5위.
키가 커서 2~3m 정도로 자라며, 꽃은 8~9월쯤에 개화하며 노란색, 갈색, 흰색 등 상당히 다양하다. 하지만 어차피 '벼과 식물'이므로 별로 꽃 같지도 않다.
최대 생산지는 나이지리아이며 인도, 멕시코, 미국이 뒤를 잇는다.
2. 역사
쌀이 동아시아, 밀이 서아시아, 옥수수가 아메리카를 발원지로 한다면 수수는 아프리카를 발원지로 하는 곡식으로, 수단 공화국과 에티오피아에서는 기원전 3천년에 이미 재배한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서 인도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왔으며 동아시아 일대로 퍼졌다. 중국에서는 고량이라는 말이 퍼지기 전까지는 '촉서'라고 칭했으며, 이는 중국에서 수수가 처음 전래된 지방이 촉나라 쪽임을 짐작케 해준다. 지리상으로 봐도 이 지역을 통하는게 자연스럽기는 하다. 이 단어는 일본어의 한자표기로 남아 있고, 사실 한국어로 이 곡식을 부르는 명칭 역시 촉서의 중국어 발음(병음: /shǔshǔ/, 중국어 표준 표기법 상 '수수'로 동일)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수수로 만드는 전병은 중국에서는 아직도 촉서전병이라고 하기도 한다. 또 중국에서는 오곡 중 하나로 수수를 택하기도 한다.
척박한 환경과 건조한 토양에서도 그럭저럭 잘 자라기 때문에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주요 곡식으로 재배되고 있고, 낱알을 갈아 가루로 만들어 빵을 만들어 먹거나 술을 빚기도 한다.
특히 쌀 등에 비해 강수량이 적은 건조한 토지에서도 잘 자라므로 관개가 어려운 밭이나 가뭄이 들어 말라죽은 벼 대신 심는 대체작물로도 쓰인다.
위에 나와 있듯이 중국어나 한자로는 고량(高粱)이라고 표기하며, 고량주의 주 원료로 사용된다. 음식으로는 가루를 내 수수떡을 만들어 먹거나 전병으로 만들어 먹는다. 붉은 수수밭[1] 은 중국의 원풍경으로도 자주 채용된다.
미국에서는 남부지방에서 주로 시럽을 짜내어 비스킷과 함께 즐긴다. 알곡보다는 수숫대를 찧어 시럽을 만드니 곡물로써 활용하는 것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곡식으로 먹는 용도 외에는 당분 채취나 옥수수처럼 에탄올 연료로 전용되기도 한다. 가축의 사료, 빗자루 제조 등에 쓰인다. 이렇게 알곡 보다 줄기와 잎을 사료용 등으로 주로 쓰는 품종은 키가 4미터가 넘는 것도 있다. 근연종인 수단그라스가 좋은 예인데 다만 생수수는 시안화물이 들어있어 사료로 쓰려면 반드시 건조해야한다.
미국에는 수숫대를 판으로 가공해서 건축자재로 쓰는 회사도 있다. 상품명은 키레이 보드라고 하는데 수숫대로 무슨 건축자재야? 라는 생각이 확 뒤집힐 정도로 당황스럽게 예쁘게 나왔다. # 아예 이게 주력상품인 듯... 물론 골조는 아니고 인테리어 커버재로 쓰인다.
남미 일부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우리들이 밥을 지어먹듯이 쪄서 둥글둥글 뭉쳐서 먹는데, 수수가 매우 거친 편이라서 반드시 국물을 곁들여서 먹는다고 한다. 설탕 학자로도 유명한 시드니 민츠의 설탕과 권력에서 이 음식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3. 여담
대다수가 아열대기후와 열대기후에서 길러지는데, 유독 한국과 중국은 겨울이 추운 기후임에도 수수 농사가 가능하다. 연중 건조하면서 여름철 온도가 열대기후와 맞먹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강수량이 1년 내내 고른 특성상 벼농사가 항상 잘 되었으므로 수수를 잘 먹지 않았고, '도나친'(トーナチン)이라 하여 오키나와에서나 먹는 작물로 인식한다.
수숫대는 옥수수 줄기와 많이 닮았는데[2] 매끈한 연두색인 옥수수와 달리 얼룩덜룩한 붉은 무늬가 있어 구분된다. 바로 이 빨간 얼룩무늬를 전래동화인 햇님달님에서는, 썩은 동아줄을 잡은 호랑이가 수수밭에 추락사 하면서 튄 피라고 설명한다.
탈곡이 아주 쉬우며 그냥 베어서 처마 밑에 매달아 말렸다가 털면 된다. 다만 새들도 미친 듯이 달려들어서 다 익기도 전에 털리기 십상. 농가에서는 일일이 양파망을 씌우거나, 새 잡는 그물을 쳐서 방지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완벽하지 않다.
4. 효능
수수는 따뜻한 성질이 있어 장 기능을 활발히 하고 소화를 도와준다. 또 프로안티시아닌 이라는 성분은 몸 속 염증을 제거해 주며 방광의 면역력을 높여, 방광염에도 좋다. 또 수수는 폴리페놀, 타닌 등의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여 활성산소 제거 및 세포재생에 도움을 준다.
수수의 씨눈에는 아미그달린 성분이 많아 한 때 천연 항암제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아미그달린의 항암 효능에 대해서는 과학계에서 논란 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쪽으로 판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