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코파 아메리카 브라질/팀별 리뷰
1. 조별 리그 탈락
탈락이 확정된 순서대로 서술한다. 결과적으로 FIFA 랭킹 하위 4개국이 탈락하였다. 참고로, 조 추첨일인 2019년 1월 랭킹 기준이다.
1.1. 볼리비아
볼리비아는 2018년 11월 이래 계속 남미 FIFA 랭킹 최하위(2019년 6월 기준 62위)였으며, 같은 조에서 개최국 브라질(3위)은 물론이고 페루(21위), 베네수엘라(33위)보다도 랭킹이 수십 계단 아래에 있다. 하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3전 전패, 2득점 9실점'''이라는 성적은 너무 저조했고, 결국 대회 출전 12개국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1.2. 카타르
첫 경기 파라과이전에서 혈투 끝에 비겼고, 콜롬비아전은 0-0으로 어찌저찌 버티다 후반 36분에 실점하여 패했다. 체력이 방전되었는지 아르헨티나전에서는 치명적인 킥 미스를 범하며 0-2로 패배, 아르헨티나의 8강 진출 제물이 되었다. 2019 AFC 아시안컵 아랍에미리트를 제패했지만 2022년, 자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에서 타 대륙 강호들을 상대하려면 분발이 필요하다[1] . 그나마 후술할 일본과 같은 엔트리 논란은 없었다. 하지만 2019년 9월, 일본이 파라과이를 2:0으로 꺾으면서 카타르가 아시안컵 이후로 다시금 실력이 줄어들었다는 게 확실해졌다.
1.3. 일본
초청국 2개가 아시아 국가로 채워진 것도 논란이었지만, 특히 일본은 J리그가 한창 진행중이라 주전 차출도 어렵고 2020 도쿄 올림픽을 대비할 겸 사실상 U-23 선수단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해서 "대회에 임하는 자세부터가 틀려먹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2020 코파 아메리카 참가 제의를 받은 대한민국이 고심 끝에 '월드컵 지역예선과 올림픽이 겹쳐 정예 선수를 보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거절한 것에 비하면 일본의 선수단 구성은 도의적으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2] 파라과이의 에두아르도 베리소 감독은 "아메리카 국가들만의 대회가 필요하다. 아시아 국가가 코파 아메리카에 나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인터뷰하기도 했고, 베네수엘라의 라파엘 두다멜 감독 역시 "어느 대륙 컵에서도 다른 대륙의 나라를 초청해오지 않는다[3] ."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나마 에콰도르의 에르난 다리오 고메스 감독은 "일본과 카타르의 참가는 좋은 일."이라면서 옹호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첫 경기 칠레전을 0:4로 대패하며 분위기가 다운되었다. 하지만 조별리그 2차전에서의 우루과이 전 무승부로 어느 정도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남미 언론들이 일본의 플레이를 극찬하는 등 냉랭했던 여론을 뒤집는다. 만약 우루과이전에 패했더라도 마지막 에콰도르전을 승리했다면 일본도 3위로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에콰도르전에서 일본은 선취골을 넣고도 에콰도르에게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고, 득점을 추가하지 못하며 1:1 무승부에 그치고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분명히 남미 강호 상대로는 선전했지만, 결국 부족했던 골 결정력과 1차전에서의 대패 등이 원인이 되면서 여러모로 끝마무리와 멘탈 면에서 일본의 한계를 보여주면서 끝나고 말았다.
1.4. 에콰도르
볼리비아와 남미 FIFA 랭킹 최하위를 다투던 에콰도르였고, 이번 대회 조별리그 추첨에서도 포트 4에 배정되었던 터라 1무 2패라는 성적은 어찌 보면 예상대로의 결과였다. 그나마 초청국 일본과 비겨 대회 최하위와 3전 전패를 면한 것은 에콰도르로서는 위안거리.
2. 8강 진출
2.1. 파라과이
카타르전에서 승리를 놓쳐 2무 1패, 승점 불과 2점으로 운 줗게 8강에 진출했다. 8강 브라질전은 의외로 끈질기게 잘 막아서 승부차기까지 갔지만 패하여 짐을 싸게 되었다. 2011 코파 아메리카 아르헨티나에서도 4강까지의 모든 경기를 비긴 뒤 우루과이에게 0-3으로 털려 준우승을 했고 여기서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카타르와 모조리 비기는 진기록을 세운 것.
2.2. 베네수엘라
브라질과 비기는 놀라운 모습까지 보였지만, 그조차도 경기력은 좋지 못했다. 페루와 무승부로 첫 경기를 끝냈지만, 2차전인 브라질전은 브라질이 똑똑하게만 경기를 치렀더라면 브라질이 이길 경기였다. 마지막 경기 상대도 조별리그에서 몹시 저조한 경기력을 보여준 약체 볼리비아였다.
실제로도 브라질이 오프사이드를 3번이나 저질러서 골이 모조리 무효가 되었는데 이게 오프사이드가 아닌 정상적인 골이었더라면 베네수엘라는 0-3으로 브라질에게 넉다운당했을 판이었다.
2.3. 콜롬비아
새롭게 부임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휘하에서 조별리그를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를 달성하며, 지난 8경기 연속 아르헨티나전 무승 기록 또한 타파하였다. 결국 조별리그와 8강 칠레전까지 공식 0실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공격적인 면에서 칠레의 문을 전혀 두드리지 못했기에 4강 진출이라는 내실은 전혀 이루지 못한채 이번 경기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2.4. 우루과이
일본전만 해도 2-2로 비기는 등 조별리그 2차전에서 우루과이는 영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칠레전은 이겼지만, 기복이 심한 모습이 또 페루전에 나타나 승부차기까지 끌려갔고, 결국 8강에서 짐을 쌌다.
에딘손 카바니와 수아레스 모두 내년 코파 아메리카 및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대회가 마지막 국가대표 선수 생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후임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3. BEST 4
3.1. 4위: 칠레
지난 2015년과 2016년과 달리 칠레의 골문은 베테랑 브라보가 아닌 가브리엘 아리아스라는 A매치 경험이 적은 신예가 발탁되었다.[4]
레이날도 루에다 감독은 칠레 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브라보를 기어이 대회 명단에서 제외했다. A매치 경험이 적은 가브리엘 아리아스 골키퍼가 그렇게 대회 주전 골키퍼로 낙점되었지만, 안정적인 선방을 보여주기는 커녕 무리하게 골문을 벗어나서 잦은 실점만 기록했다. 특히 페루 전에서의 2번째 실점은 골대를 지켜야 할 골키퍼가 마치 수비수 마냥 달려들었다가 그대로 벗겨져서 실점해 버렸다.
그 외에도 산체스의 기량이 떨어지는 것과 더불어 칠레 또한 세대교체가 제 시간에 이루어지지 못하며 과거 박문성이 제기하였던 칠레의 노쇠화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 또한 나온다. 최고의 미드필더이자 칠레의 주전인 아르투로 비달이 2019년 기준 32살이다. 비달 역시 국가대표로 뛸 만한 기한이 얼마 안 남았다. 더구나 이 쪽은 이렇다 할 유망주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3.2. 3위: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에서 1승 1무 1패로 조 2위로 8강에 올라왔다. 그나마도 조별리그 2차전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도 리오넬 메시의 PK 골이 없었다면 파라과이에게 승점이 밀려 탈락했을지도 모르는 위기일발의 상황이었다[5] .
8강 베네수엘라와의 경기에서는 그나마 무난하게 2-0이라는 결과로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준결승 브라질전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리오넬 메시를 수비진으로 내려 경기를 진행한 것은 패착의 원인이 되었고, 오히려 브라질에게 득이 되는 행동이었다. 무엇보다 여기까지 리오넬 메시가 한 것이라곤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것 뿐, 대회 내내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안그래도 스테이지가 브라질인 이상 아르헨티나에게 보내는 관중들의 엄청난 야유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 거기다 경기력도 시원찮았으니 실망스러운 결과는 당연했다.
3위 결정전 칠레와의 경기에서는 그나마 리오넬 메시가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3위를 할 것으로 보였으나, 파울로 디발라의 골 이후 퇴장을 당하면서 조바심을 일으켰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2-1은 유지하며 그대로 3위라는 성적과 대회를 끝내기는 했지만, 메시 입장에서는 상처로 남은 대회[6] 가 되었다. 게다가 경기종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기장 상태가 불량해서 졌다", "심판이 편파적이다" 라는 등,변명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팬들을 씁쓸하게 했다. 동료들 역시 심판 판정이 엉망이었다고 불평하기 바빴다.[7]
그나마 희망 3가지라면 하나는 그 동안 제대로 가동된 적이 없었던 메시 - 디발라 조합이 가능성을 보인 것, 또 하나는 메시 - 마스체라노 세대로 대표되는 80년대 중후반 세대에서 디발라, 라우타로 등으로 대표되는 90년대 중후반 세대로 급격하게 세대교체 중인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이 어찌저찌 코파 3위라는 아르헨티나로서는 딱 평타의 성적을 냈다는 것, 또 하나는 총체적 난국이었던 스칼로니 감독의 전술이 조금씩은 다듬어진다는 것 등일 것이다.
이제는 세대교체의 연착륙과 크레스포나 바티스투타의 적통을 잇는 어떻게든 득점을 우겨넣을 수 있는 스트라이커, 마스체라노와 캄비아소의 뒤를 잇는 안정적인 후위 미들진, 과거의 레돈도나 현재의 바네가의 뒤를 잇는 빌드업 플레이메이커 들을 육성하고 그리고 수비라인 안정화 등을 지속적으로 도모해야 할 것이다[8] . 물론 2014년 시절에는 마스체라노를 축으로 한 수비가 엄청 탄탄해서 그 힘으로 전력의 불균형을 극복하고 결승까지 갈 수 있었지만 알레한드로 사베야가 지휘봉을 내려놓자마자 아르헨티나의 수비는 또다시 모래성벽이 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쉽게 얘기해서 현재의 어린 선수들이 모두 공방업을 해야 한다는 얘기.
3.3. 준우승: 페루
페루는 1975년 이후 44년 만에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 진출하였다. 조별리그를 3위로 겨우 통과했지만 8강에서는 우루과이를 승부차기 끝에 잡고, 준결승에 올라 강호 칠레를 3:0으로 완파한 것. 조별리그와 결승에서 최고의 우승후보 브라질에 각각 0:5, 1:3으로 패해 우승은 좌절됐지만 준우승은 괄목한 만한 성과이다. 페루로서는 이 상승세를 2020년 코파와 2022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3.4. 우승: 브라질
미네이랑의 비극 이후 브라질 축구는 와신상담했다. 다만, 자국의 영웅 네이마르가 브라질 축구를 멱살잡고 끌고 가고 있던 상황에서 네이마르의 대회 불참 통보는 자국에겐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네이마르가 없어도 생존할 수 있는 법을 기어이 터득했다. 오히려 숙적 아르헨티나가 보고 배워야 할 정도로 모범적인 축구를 이번 대회에서 보여주었다. 미네이랑 참사를 겪고 난 뒤 자성하고 변화하는 방향을 택한 브라질 축구계가 이번 우승의 비결일 것이다. 네이마르가 아닌 여타 다른 선수들이 앞장섰고 올해 리버풀의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의 주역이기도 한 알리송 베케르가 브라질의 문단속을 책임지면서 브라질의 축구는 더욱 견고해졌다. 특히 메이저 라이벌들이 자국의 슈퍼스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덩달아 곤두박질 치는 상황 속에서도 브라질은 그야말로 아직 무명에 속하는 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코파 우승을 일궈내었다.
브라질은 미네이랑의 비극 후 팀을 리빌딩했다. 다비드 루이스 같은 쫓아낼 선수는 쫓아내고, 윌리안 같이 초빙할 선수는 과감히 초빙하며 손발을 맞춰갔다. 그때 부터 브라질 축구 대표팀이 살아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과거 미네이랑의 비극의 독일을 결승에서 만나 금메달을 목에 걸며 독일에게 복수에 성공했다. 그것을 기점으로 2018년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는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남미 선두로 지역예선을 통과했다. 니콜라스 오타멘디같이 쫓아낼 선수를 쫓아내지 않고 기용하다 몰락한 아르헨티나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이번 브라질의 우승은 슈퍼스타 중심의 축구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임과 동시에, 여전히 메시 한 명에게만 의존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아르헨티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이마르가 불참했지만, 나머지 팀원들이 제대로 해낸 브라질은 진정한 반면교사였다.
결론적으로 브라질은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선수만 끼워 넣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참고로, 브라질은 이번 대회 1실점인데, 그게 결승에서만 나온 것이고, 그것도 필드골이 아닌 PK로 인한 실점이었다. 그래도 무실점 우승을 아깝게 놓쳤으니 아쉬울 만 하다. 하지만 무실점 우승을 이뤘어도 전승우승이 아닌 무승부가 2번 있다.
[1] 현재까지 역대 월드컵 개최국 가운데 조별 라운드를 넘지 못한 나라는 2010년 월드컵을 개최했던 남아공이 유일하다. 그나마 카타르는 남아공보다는 실력은 좋은 편에 속한다.[2] 사실 이게 다 일본이 2020 올림픽에 매달리다시피 해서 생긴 에피소드이다. 일본은 이번 2020년 대회에 거의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자국의 올림픽 축구 대표팀 성적이 안 좋기 때문에 경험 축적을 목적으로 출전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3] 과거에는 북중미 골드컵에 초청국 제도가 있었지만 현재는 폐지[4] 브라보의 나이가 많아서 안뽑은것도 있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마지막 브라질과의 경기 패배로 6위로 탈락했는데 이때 브라보의 아내가 동료 선수들이 태업해서 졌다고 글을 올리는바람에 내분이 일어났고 브라보는 팀원들한테 무시당하고 거의 쫓겨나듯 나갔다.[5] 다만, 아르헨티나가 카타르를 이기고 일본이 에콰도르와 비겼다고 가정했을 때, 파라과이 4점, 아르헨티나 3점으로 아르헨티나가 3위가 되지만, C조 3위 일본이 2점이기 때문에 파라과이전을 졌더라도 카타르전을 이겼다면 8강에 진출했을 것이다.[6] 1골 1도움. 그나마 그 1골마저도 페널티킥.[7] 한국에서도 민심이 썩 좋지 않았으나 몇주 뒤 사건이 터져버리면서 민심이 급상승했다.[8] 사실상 스쿼드로 따지면 아르헨티나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 초까지가 황금기였다. 그러나 이렇다할 우승기록이나 번쩍이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는데 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늦게 태어났거나 경기를 흔드는 크랙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코파는 물론이고 월드컵도 2번 더 들었을것이란 얘기도 있다. 여전히 수비 문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전혀 달라진 모습이 없다. 특히 골키퍼와 중앙 수비수의 육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되었고 이는 알리송 베케르와 탄탄한 수비수를 둔 숙적 브라질과 대조해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메시가 다시 회춘한데도 수비가 엉망이면 이길 경기는 없다. 축구는 야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