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어노문학과
1. 개요
露語露文學科
Department of Russian Language & Literature
Факультет русского языка[1]
러시아어를 가르침과 더불어 러시아 어학과 문학을 통해 러시아 사회와 문화를 연구하는 학과이다. 보통 인문대학에 소속되어 있다. '러시아학과', '러시아어과', 줄여서 '러어과', '노어과'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2. 학과의 이름
일단 저 '노어노문'이라는 말 때문에 상당히 어색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마치 우리가 프랑스어문학과를 불어불문학과, 도이칠란트(독일)어문학과를 독어독문학과, 스페인어문학과는 서어서문학과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즉 러시아를 '''노서아(露西亞)'''로 음차하여 표기한 것을 학과 명칭으로 쓰는 것이다.[2] 오죽하면 노문과 신입 재수생 중 하나가 '''그냥 수능점수 맞춰서 왔어요. 사실 입학 전엔 노르웨이어과인 줄 알았어요'''라고 말했다고 했을 정도다.[3]
최근 들어서는 원어 표기를 중시하고 한자 음차 표기를 지양하는 추세인지라, 러시아를 줄여 쓸 때 '노'라는 한자를 잘 안 써서 그런지 그냥 '러시아'를 넣어 '러시아어과'나 '러시아어문학과' 등으로 바꾸는 대학이 많다.
3. 개설 대학
3.1. 어문학 전문
3.2. 지역학 전문
3.3. 통번역학 전문
4. 가치
노문학은 영문학이나 독문학, 불문학과 전혀 다른 배경을 지닌 유럽문학으로서 그 가치가 상당히 높으며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슬라브 문화권에 대한 가장 대중적이며 중요한 연구분야 중 하나이다. 외국에서는 대개 러시아문학뿐만 아니라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유고슬라비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의 동유럽-슬라브문화권 전체를 묶어서 연구를 진행한다. 때문에 단독으로 러시아어문학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 슬라브어문학과라는 이름으로 있다.
러시아 문학의 배경은 영문학이나 독문학, 불문학과는 다소 다르며 강의 역시 타 어문계열 학과에 비해 러시아 문화의 전반적인 특징과 흐름과 사상적, 역사적인 배경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타 어문계열 학과에서 해당 언어의 문학사를 배울 때 보통 장르론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되는 것에 비해, 시대별에 따라 강의가 진행되는 경향이 많다. 이는 아무래도 러시아의 슬라브문화성과 서구성 사이에서 벌인 문화적 갈등 및 소련이라는 나라에서 비롯된 사회주의 실험이라는 독특한 경험에서 나온 영향이 큰 것에서 기인한다.
5. 역사
일단 자연환경과 문화환경이 모두 낯선 동유럽이라는 위치와 러시아의 역사전개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화현상들 감안한다면 노문학의 위상은 인문학 중에서도 상당히 높아야했지만, 소련때문에 생긴 이념의 방벽이 대한민국의 노문학연구에 엄청난 장애물이였다는 의견이 있다.
적성국이니 당연히 러시아어의 수요는 매우 적었을 테고[7] , 당시 슬라브어문학권이 죄다 공산주의권이었으니 슬라브어문학 연구는커녕 러시아어문학 연구조차 힘들었다. 검열이 일상화된 소련이니 당연히 20세기 중반 러시아문학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등 몇몇 망명작가들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접할 수 없었다. 물론 20세기 중반의 소련문학이 러시아 문학의 전부는 아니긴 하지만[8] 시대적, 이념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우리나라는 러시아문학은 다른 외국어문학과 달리 해방 직후 아예 태동조차 되지 못하고 소멸되다시피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1948년 갓 개교한 서울대학교에서 노어노문학과를 폐지하고 그 학생들을 언어학과로 강제 전과시킨 사건이었다. 러시아어는 서울대학교 언어학과의 작은 하나의 강좌로 개설되는 정도에 그쳤으며 일부 연구자들이 미국 등 서방세계에서 슬라브어문학을 공부하면서 극소수만이 연구를 진행해왔다.[9]
그나마 1954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노어과를 개설하여 일단 러시아어 교수와 보급이 한국에서 다시 이뤄지게 됐다. 이때는 러시아어보급과 더불어 당시 중역이 대부분[10] 이었던 러시아문학의 번역과 보급이 이뤄지던 시기였다. 본격적으로 러시아문학 연구를 기치로 내걸고 등장한 학과는 1974년에 개설된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러시아어문학자들의 대부분이 한국외국어대 아니면 고려대 출신이다. 서울대 출신도 일부 있지만 아직 그 비중은 적다. 명실공히 기초학문의 최후의 안식처이자, 상아탑의 최고봉 서울대에서 노어노문학과를 다시 부활시킨 것은 이보다 조금 늦은 1984년이었다.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으로 때문에 러시아 현지에서 공부한 사람은 거의 없고 미국이나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따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여러모로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학과였다. 그래서인지 2010년대인 현재까지도 미국이나 독일 유학파 출신 교수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들이 1990년대 초반에 자리를 다 차지하여 정작 1990년대 초중반 러시아 유학을 다녀온 박사들이 귀국 후 교원으로 들어갈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 세대는 학부 시절 러시아인 교수가 없어 폴란드인 등 기타 슬라브어권 국가 출신 교수가 원어민 교수를 맡았다고 한다. 이 마저도 슬라브어권이 공산권이었기 때문에 서구권으로 망명한 학자나 이민 2세대들이었다고 한다. 물론 변변한 교재나 사전조차 없어 외국, 특히 영어권 교재, 일본 교재나 사전을 복사하여 수업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어, 일본어도 익히게 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서독에 가서 러시아어를 배운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독일어 교재로도 익히게 된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북한 교재나 사전도 이따금씩 썼다고는 하는데 의외로 완성도는 괜찮았다고 한다.
6. 현황
직장의 질 자체를 논외로 치면, 유아교육과에 이어 인문계 취업률 최상위권이다.[11] 수요가 별로 없지만 진입장벽으로 인해 공급은 더 적기 때문. 냉정히 말해, 토르플 1급으론 프리 토킹이 매우 어려움[12] 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에서 이를 지원 요건으로 제시하는데 이마저도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편 학계에선 유럽어문학과들 중에서도 그 숫자가 매우 적고 인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많이 약한 실정이다. 러시아어가 가지는 정치, 경제적인 가치, 앞으로의 수요를 생각한다면 상당히 비전이 있는 학과이지만, 뜰 거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안 뜨는 학과이다. 일단 문자가 다르고 언어가 어렵다는 세간의 인식 때문. 그리고 비록 언어가 어렵더라도 아랍어의 경우 교류가 늘어나면서 인기가 있지만, 러시아어는 그런 종류의 협력 증가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라는 커다란 장벽이 시베리아 횡단철도나 가스관 연결 등 직접적인 경제교류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
실제로 2005년 경남대가 2010년에는 청주대가 러시아어문학과를 없앴다. 그리고 제주한라대학도 학과개편때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존재했던 관광러시아어학과를 폐지했다. 선문대 역시 러시아어학과가 폐지됐다. 물론 이는 노어노문학과 뿐만이 아니라 취업에서 많이 밀리는 인문대의 모든 학과가 마찬가지다.
그래도 2010년대에 들어서는 아랍어와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힌디어 등과 함께 인문대 가운데 취업률이 가장 좋은 과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아무래도 독립국가연합 지역의 자유화와 시장의 확대로 수요는 늘어났는데 러시아어를 잘 하는 인력은 흔치 않기 때문. 어렵다는 인식과 기존의 주류 언어보다 늦은 출발 탓에 러시아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나름의 블루오션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러시아어로 취업을 하는 경우에는 러시아로 가는 경우가 많지만, 러시아어 사용자가 많은 중앙아시아로도 진출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워낙 러시아어에 대한 학습부담이 큰 만큼 러시아어계열 학과 중에서 다른 제2외국어계열에 비해 아예 학과 자체가 지역학이나 실용적인 테마를 잡고 가는 학과들이 많다. 토르플 취득을 장려하고 통역, 번역 수업에 집중하는 식이다. 이런 학과에 들어가면 황금세기, 은세기는 커녕 작가와 작품 여러개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후딱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문학에 대해서는 잘 배울 수 없다. 하지만 언어수업의 비중이 다른 제2외국어학과처럼 많이 높은 것은 대한민국의 제2외국어 교육환경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은 비단 러시아어계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빈도수가 훨씬 많다 뿐이지.
[1] 노어노문학과에서 러시아어로 자기 학부를 나타낼 때 이렇게 쓴다.[2] 참고로 중국에서는 러시아를 아라사(俄羅斯,俄罗斯)라고 한다. 아관파천 할 때 '아' 가 바로 아라사 할 때 '아'이다.[3] 노르웨이어를 가르치는 국내대학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칸디나비아어과가 유일하다.[4] 입학시 '정치', '경제', '사회•문화' 세 분과 중 한 분과를 세부 전공으로 정한다.[5] 박사과정은 '국제지역대학원 국제지역학과 러시아•CIS전공'으로 소속된다. 분과 선택도 동일하고 석사과정생들과 활동 및 수업을 같이 하기 때문에 석사과정과 큰 차이는 없으나 논문 작성을 한국어로 해도 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석사과정은 영어 또는 러시아어로 작성해야 한다.)[6] 한양대학교는 학부과정에 러시아 관련 전공이 없다.[7] 중국어는 조금 사정이 나았는데, 자본주의 국가인 대만이 있었기 때문. 단 원서는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에서 나온 것만 자유롭게 볼 수 있었으며 중국 대륙에서 나온 것을 보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1970년대 기준으로 독일어(동독의 공용어)나 프랑스어(브라자빌콩고, 베냉의 공용어), 스페인어(쿠바의 공용어), 포르투갈어(앙골라, 모잠비크의 공용어), 아랍어(남예멘의 공용어), 베트남어(북베트남의 공용어)를 적성국 언어로 거의 인식하지 않았던 것이나 비슷한 셈.[8] 사실 러시아문학의 정점은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였다. 레프 톨스토이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로 대표되는 19세기는 그야말로 러시아문학사의 꽃 중의 꽃이었다. 때문에 러시아문학사에서 이 시대 명칭은 아예 '러시아 문학 황금세기'라고 정의되기 까지한다.[9] 때문에 러시아어과교수이면서 나이는 지긋한데 서울대출신이라고 하면 노어노문학과 출신이 아니라 언어학과 출신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중앙대학교 러시아어문학전공의 전명선 교수. 미국에서 슬라브어문학을 공부했다. 사실 구 북베트남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한다. 일본에 가지 못하니까 (일본 식민지였으며 같은 이념을 가진 나라인) 북한에서 일어를 전공해서 일어과 교수가 된 것.[10] 주로 일본어판 중역이 대부분이었다. 이따금씩 영어판 중역도 있었던 편.[11] 다만 유아교육과의 취업률을 책임지는 사립 유치원, 어린이집의 처우가 영 좋지않은 것처럼, 노문과의 취업률을 책임지는 러시아, 중앙아시아 쪽 거래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연봉 등 대우가 좋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아예 취업 자체가 힘든 다른 문사철 학과들보다 낫다면 나은거지만...[12] 장기 여행하면서 살아남을 정도 수준이다. 물론 러시아에서 영어는 거의 무용지물이라 살아남는 거 자체가 난제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