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비다어족
1. 개요
드라비다어족은 남인도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드라비다인들이 모어로 사용하는 타밀어, 칸나다어, 말라얄람어, 텔루구어를 비롯하여 북서인도의 브라후이어, 동인도의 곤디어, 쿠루크어, 쿠이어, 올라리어, 콜라미어, 말토어 등을 포함하는 어족이다. 과거 인더스 문명 건설자들이 고대의 드라비다어를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견해도 있다. 인도에 들어온 인도아리아어군 언어들, 특히 산스크리트어와 여러 프라크리트어에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반대로 현대 인도 중부 지방의 인도아리아어들에 어휘뿐 아니라 형태론, 통사론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2. 기원
기원에 대해 상당히 많은 이설이 있는 어족인데, 인더스 문명에서 쓰였던 언어인 하라파어의 분류나, 해외의 인도계 이민자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인도 밖에서 거주하는 드라비다계 민족인 브라후이족[1] 의 존재로 인해, 드라비다어족의 원향[2] 을 특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드라비다어족의 원향을 인더스 문명이 있었고 브라후이족이 현재 거주하는 파키스탄 일대로 비정하는 학자들은 하라파어가 드라비다어족에 속한다고 보았고, 그래서 분류 상의 논란이 있는 엘람어[3] 와 친연관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해서 엘람드라비다어족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주류 언어학계는 이 가설에 회의적인 반응이며, 설상가상으로 2021년 현재까지 발견된 하라파어로 된 사료는 모헨조다로 등의 관련 유적지에서 출토된 인장에 새겨진 문자 몇 개가 전부라서, 파키스탄이 원향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인더스 문명의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골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인더스 문명의 주민들은 오늘날의 이란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지대에서 기원한 수렵채집민의 후손인데, 역시 수렵채집민이었던 인도 아대륙 북부의 주민들과는 의외로 혈연 관계가 희박한 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 드라비다인은 인도 아대륙 북부의 수렵채집민의 후손인 만큼, 이런 연구 결과를 두고 해석이 분분해진 것이다. 드라비다어족의 원향을 인도 남부로 보는 학자들은 이를 토대로, 인더스 문명은 드라비다인과는 관계없고 현재는 소멸한 미지의 민족이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드라비다어족의 원향을 파키스탄 등지로 보는 학자들은 인더스 문명의 주민들이 원래 원시 드라비다어를 쓰던 민족들이라고 추정했고, 이들이 인도 아대륙의 남부와 내륙 지대로 퍼져나가면서, 선주민들을 동화시켜 나가면서 형질인류학적인 구성이 많이 달라졌다고 추정한다[4] .
브라후이족의 존재도 학자들 사이에서는 굉장한 논란거리인데, 드라비다어족의 원향이 북쪽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들의 정체를 원시 드라비다인의 직계 후손으로 보는 반면, 원향이 남쪽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서기 10세기에서 14세기 경에 오늘날의 이란 지역으로 이주한 드라비다계 민족의 후손들이라고 보고있다. 실제로 브라후이족이 사용하는 브라후이어는 현지 선주민들의 언어라기에는 이상하리만치 고대 페르시아어의 영향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전자의 주장도 일리는 있는게, 브라후이족의 거주지는 외부인의 접근이 어려운 고원지대라서 외부의 영향이 적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대 페르시아어의 영향이 적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인도유럽어족 인도이란어파 계통의 민족으로, 원시 아리아인의 직계 후손으로 추정되는 파미르인의 경우는,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인 파미르 제어[5] 에서 외부 언어의 차용어가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6] , 이는 이들이 거주한 지역인 파미르 고원 일대가 21세기까지도 외부의 접근이 뜸한 오지라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7] .
2.1. 상위 분류?
- 일찍이 소련 언어학자, 역사학자 이고리 디야코노프(Игорь Михайлович Дьяконов, 1915-1999)에 의해 엘람어와의 유사성이 지적되었고, 1970년대에 데이비드 매컬핀(David W. McAlpin)이 엘람드라비다어족(Elamo-Dravidian)이라는 대어족 가설을 제안하였다. 80-90년대까지 일부 언어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들에게는 지지를 얻었으나, 대부분의 언어학자들에게는 끼워맞추기식 이론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 우랄어족과의 친연성을 주장하는 가설도 있었다. 한때 많은 드라비다어 언어학자들에게 지지를 받았으나 우랄어 언어학자들에게는 비판받았고, 최근에는 드라비다어 언어학자들에게도 비판을 받고 있다.
- 그 외에 수메르어, 후르리어, 바스크어, 일본어, 한국어와도 유사성을 지적하는 약간의 연구가 있었지만 언어학자들에게 (적어도 위의 두 가설만큼) 진지하게 취급되지는 않는다. 물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고고학, 유전학적 근거가 거의 또는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
3. 특징
- 강한 교착적 특성을 띠며, 주어-목적어-동사(SOV) 어순을 보인다.
- 1인칭 복수 대명사에서 청자를 포함하는 것(우리)과 배제하는 것(저희)을 구별한다.
- 음운론적으로는 모음 구조는 간단한 편이나(단모음 5~7개), 장단모음을 구별한다.[8] 자음에서는 권설음이 있어 치경음/치음과 구별된다. 원래는 자음의 기식성을 구별하지 않았으나(타밀어 등은 지금도 그러함), 산스크리트어 등 인도아리아어의 영향으로 많은 현대 드라비다어족 언어(대표적으로 칸나다어, 텔루구어, 말라얄람어)는 자음의 기식 유무도 구별하며, 역시 원래는 치경음과 치음을 구별하였으나(드라비다 조어, 타밀어, 칸나다어, 말라얄람어 등) 일부 언어(텔루구어 등)는 치경음과 치음이 동화되었다.
- 문법적인 형태 변화 시 접미사의 사용이 지배적이다. 드라비다 조어에서는 활용형에서 접두사, 접요사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 문법적 시제는 원래 과거와 비과거만이 있었으며, 현재 시제가 있는 언어는 역사적 변이 과정에서 발달한 것이다.
- 많은 언어에(타밀어, 텔루구어, 칸나다어, 말라얄람어 등) 3개(남성, 여성, 중성)의 문법적 성(gender)이 있다. 정확히는 명사를 성-수를 따져 5개(남성 단수, 여성 단수, 비인격체 단수, 인격체 복수, 비인격체 복수)의 그룹으로 나눈다. 원래는 단수 형태에서 남성-비남성, 복수 형태에서 인격체-비인격체만을 구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4. 분류
[1] 이란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 거주하는 드라비다계 민족으로, 주로 낙타를 이용해서 유목 생활을 한다.[2] 해당 언어군의 기원지를 말한다.[3] 2021년 현재 주류 언어학계에서는 엘람어를 고립어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4] 인도 아대륙의 선주민들은 드라비다인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선주민들인 네그리토계 민족들과 안다만니코바르 제도의 선주민인 안다만인,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및 뉴기니 섬의 원주민들과 같은 오스트랄로이드계 민족들이다. 공교롭게도 드라비다인들도 백인계 민족으로 알려진 아리아인과 마찬가지로, 북쪽으로 갈수록 피부가 하얀 편이며, 남쪽으로 갈수록 피부색이 검은 편에 속한다.[5] 단일한 언어가 아니고, 파미르인이 사용하는 여러 언어를 통틀어서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 언어 전부가 인도이란어파의 남동이란어군에 속한다.[6] 21세기 이후에 들어온 컴퓨터와 같은 첨단 기술 관련 차용어들은 당연히 제외한다.[7] 파미르인 마을들 중에서 아프가니스탄령 지역에 속하는 마을의 경우, 19세기에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해 이 지역을 지나갔던 영국군과 접촉한 뒤로, 단 한 번도 외부와의 교류를 하지 않았던 사례가 있다. 그래서 미국-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인해 이곳에 파병된 미군의 헬기를 보자, 놀라서 구식 머스킷 총을 마을 공용창고에서 꺼내와서 대응 사격을 하기도 했다는 증언이 있다.[8] 드라비다 조어는 단모음 /a, e, i, o, u/ 5개 및 각각의 장모음이 있어 총 모음 수는 10개.[9] 인도식 타밀어와 스리랑카식 타밀어는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서 이 둘을 사실상 같은 타밀어군에 속할 뿐인 별개의 언어로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