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타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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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이사야마 하지메의 만화 《진격의 거인》의 등장인물.에르디아인의 절멸을 바랐습니다. 하지만...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선전포고, 원작 100화 中
원작 97화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대대로 전퇴의 거인을 계승해온 에르디아의 귀족 가문인 타이버 가문의 당주다. 빌리는 귀족 가문의 당주답게 굉장히 품위있는 모습을 작중에서 내비친다. 세미 롱 헤어의 금발과 약간 성마른 인상이 특징인 남성인데, 얼굴 양 옆 골격이 약간 들어가 있어 얼굴이 각지고 볼이 홀쭉해서 성마른 인상이다. 작품에서 비추어지는 타이버 가문의 구성원으로 여동생 한 명과 일가의 집사를 맡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 두 명의 노인 그리고 그 외 여러 명의 자녀들이 등장했다.
2. 설명
슬하에는 다섯 명의 형제자매들을 자녀로 둔 아버지로 추정된다. 배우자나 정확한 가족 관계는 여동생 외엔 나오지 않았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어린 큰딸로 추정되는 인물[4] , 어린 딸 두 명과 세 아들을 2세로 둔 것으로 보인다. 누구와의 슬하에 2세들을 거두었는지는 알 수 없으며 입양 자녀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크 예거의 설명에 의하자면 제2차 파라디 섬 공략 및 정벌 작전의 기반을 다질 시나리오를 담당하기로 한 인물이다. 타이버 스스로도 마가트의 앞에서 "내게 이 정도로 빛나는 연출가의 재능에 있다는 사실에 감탄스러울 따름이다."라는 뉘앙스로 자신감을 내비치거나, 선언식 전야제에서 외국 요인들 앞에 연사를 맡을 때 마지막 부분에서 "위대한 극작가"라고 자칭할 정도다. 틀린 말이 아닌게, 특정한 사건이나 배경에 극적인 요소를 집어 넣어 실로 치밀하고 용의주도하게 배후의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 '''극작가'''다운 능력과 재능을 두루 갖추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타국과의 전쟁을 치르는 자리에서 ''''전퇴''''를 휘두른 적이 없는 타이버 가문의 대표이자 우두머리라는 굉장히 특수한 신분을 가졌기에 타국의 정치계 거물들, 명문가의 대표 인사들, 외교관들은 유독 빌리에게만큼은 절대적인 신뢰와 호의로 환대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 에르디아 제국의 제145대 칼 프리츠 왕이 대의를 만들어주어, 마레의 헤로스와 전퇴의 타이버 가문이 거인 대전에서 승리를 했고, 이들이 에르디아 제국의 멸망과 마레 제국의 도래를 밝혔기 때문이다.
예컨대 빌리와 친분이 있는 오그웨노[5] 대사 등, 수 많은 외국 요인들이 그를 프리츠 왕가의 오랜 독재와 탄압을 종결시킨 영광스런 구세의 가문의 핏줄이라는 뜻으로 '''"구세의 후예"'''라는 영광스러운 호칭으로 부른다. 절대 다수가 '''"악마의 후예"'''란 저주스런 낙인이 씌워진 에르디아인과 대외적인 평가 면에서 얼마나 궤를 달리하는지 알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패권주의로 주변국을 거의 적으로 만들어버려 외교 대사의 사탕 발린 웅변조차 통할 길이 없는 마레 내에서의 위상과 전 세계적인 영향력은 하늘을 찌르는 경지이다. 심지어 레벨리오 총독부에 딱 한 번 발을 내딛기만 했는데도 그곳에 있던 군무원 전원은 갑작스런 방문 소식에 하나 같이 당황하여 빨리 마중 나갈 준비로 호들갑을 떨고 있었으며 마레 군인들이 아니라 그들마저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타이버 가문 직속 경호대를 거느리고 있다. 이 정도로 마레와 군부 내 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엄청나게 높은 권한과 영향력을 보유한 거물이다.
3. 작중 행적
마레와 중동 연합의 전쟁이 종전된 지 2일째가 되는 날 레벨리오의 한 병원에서 팔코와 담소를 나누던 애꾸눈의 외다리 부상병의 맨얼굴이 드러나자마자 원작 97화의 다음 장면에 나타났다. 빌리는 어느 고풍스러운 빌딩의 정원 안에서 헤로스 영웅 동상을 조용히 감상한 후에 마레 군부에 들어가 자신이 군부로 직접 발을 들이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테오 마가트와 서로 악수와 간단한 통성명을 가진다. 그리고 여동생을 비롯한 타이버 가문의 일원들을 간단히 소개해 준 다음 발코니에서 둘만의 대화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대화 도중 테오 마가트의 입을 통하여 본래는 지금 본부의 수장이 불명의 원인으로 어딘가로 사라지는 바람에 본인이 그 수장의 대타를 맡아 빌리와 얘기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암시되었다.[6] 한 편 자신의 조국이 눈에 안 보이는 누군가의 수중에 따라 조종당해 왔었다는 걸 짐작하며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빌리를 떠보는 시도를 해 본다. 그러자 빌리는 오히려 감탄을 표하며 면목이 없다는 첫 마디를 시작으로,
라고 침착하고, 담담히 고백한다. 테오 마가트의 추측이 전혀 틀리지 않았음과 동시에 '''마레의 진정한 실권자'''임을 드러낸다.자네의 말대로... '''마레라는 나라는 타이버 가문의 권한 아래에 있다.'''
그 후, 자신이 본부의 수장을 물러나도록 하면서까지 에르디아 전사대장인 테오 마가트와 직접 만나려고 했던 이유를 밝힌다. 빌리는 "거인의 힘"이 "인간의 기술"로 대체되는 신시대의 도래로 에르디아인의 군사적 입지 추락, 시조 포획 작전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고 파라디 섬에 발생하고 있는 무언가 불온한 움직임으로 마레에 또 다른 암울한 미래가 덮쳐 올 것을 예측한다. 빌리는 곰곰이 해결책을 강구한 끝에 한 달 뒤에 있을 전 세계의 정상급 요인들을 초대하는 축사에서 모든 진실을 공개하고 갈수록 어둠으로 치달아 가는 마레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헤로스[7] 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발단이었다.
그래서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누구보다 영웅의 자격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 테오 마가트에게 제2의 헤로스가 되어 다시 한 번 마레를 구원하지 않겠느냐고 제안의 손길을 내민다. 자신에게 내민 손길을 받아, 막중한 책임감을 짊어지어야 할지 마가트는 주저에 잠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사면초가에 빠진 고국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실권자인 빌리의 힘을 빌리는 게 가장 절실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고 손을 얹게 되었다.
원작 98화에서 곧이어 다가올 축제를 준비하는 주최 인으로서 레벨리오 수용구 광장에서 연설 무대의 배경을 점검하고 있었으며 도중에 방문한 마가트로부터 어떤 중요한 내용이 담긴 듯한 노트를 건네받게 된다. 그 노트에 기록된 내용의 골자는 정황을 토대로 추측하자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부패가 심각히 악화한 군부 전체를 변혁시키려는 개혁안인 것으로 보인다. 마가트가 제출한 내용을 조용히 읽으면서 내심 감명을 받은 건지 즉시 본인의 명의로 된 서명을 기재한다. 기재된 노트를 옆에서 대기하던 육중한 체격의 경호원에게 맡긴 뒤 마가트를 '''원수 공'''이라고 지칭하고 이제 마레 군부는 모두 자네의 것이라며 짧은 축하 인사를 보낸다. 테오 마가트가 나라는 당신의 것이라 하자 순식간에 어두워진 안색을 지으며, "이 나라는 나의 것이 아니야...국민의 것이지...마레와 에르디아의 것이다."라고 자신은 권력욕이 일체도 없음을 드러낸다.
군국주의 국가를 실질적으로 거머쥔 실세의 입에서 도저히 상상해 볼 수 없는 굉장히 놀랍고도 충격적인 발언이다. 오히려 자신을 스스로 단지 순서가 돌아와서 어쩔 수 없이 '''"조타륜을 잡은 자"'''라 비유할 정도로 몹시 견딜 수 없는 괴로움과 타이버 가문의 수장 직을 물려받은 순간부터 짊어진 모종의 의무를 기필코 수행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려 있었으며 선대의 당주들이 어째서 이 임무를 완수하려는 걸 그렇게도 주저했는지 이해할 것 같다고 말한다. 엄청난 피로와 스트레스로 한숨을 내쉬는 그에게 마가트는 아직 쓸 수 있는 기둥은 남아 있다는 사실을 귀띔해 주며 안심시킨다. 기둥이자 마가트의 부하들로 짐작되는 자들에게서 들은 정보에 따르면 우리의 집에 생쥐가 이미 들어와 있다고도 한다.
그리고 그날 밤 전야제에서 무수한 외국의 요인들과 접견한다.[8][9] 흥겨워진 축제의 연사를 맡은 마레의 외교 대사가 치명적인 말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냉담해지자 대신하여 연단에 오른다. 그러자 청중의 반응이 역전되면서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말을 끝맺으면서 빌리는 참석한 모든 하객과 함께 축배를 들며 외친다.
이윽고 다음 날 밤으로 바뀌면서 분장실에서 연설 무대에 오르기 직전을 앞두는데도 불구하고 땀이 많이 분비될 정도로 정신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방문차로 들른 동양인들의 나라 히즈루국의 대표인 키요미와 짧은 악수를 가지며 무사히 연설을 잘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격려를 받는다. 드디어 무대가 시작된다. 그러다 연극의 본론으로 들어가 충격적인 거인 대전의 경위를 밝힌다.위대한 극작가와 역사의 목격자에게!! 극작가와 목격자에게!!
이 발언과 아울러 무대의 커튼 밖으로 왕관을 쓰고 망토를 건친 칼 프리츠로 분장한 배우가 등장하면서 한 세기 전에 에르디아 귀족들 사이에서 벌어진 국가 최대의 내란이었던 거인 대전을 종결시킨 주체는 '''에르디아 제국 145대 칼 프리츠 왕'''이였음이 전 세계적으로 대 공개된다.[10][11] 그러면서 최근 들어 파라디 섬에서 프리츠 왕가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에 의해 쿠데타가 발생하여 정권이 교체되고 누군가에 의해 시조의 거인이 강탈당했다는 또 다른 사실과 함께 그자의 이름은 다름 아닌 평화의 반역자, '''엘런 예거'''라고 현 시조의 거인 소유주의 실명을 공개한다.거인 대전을 끝낸 것은 타이버 가문도 헤로스도 아니었습니다. 거인 대전을 종결시키고 세계를 구한 것은 '''프리츠 왕'''이었습니다.
연설 행사로부터 며칠 전에 마가트와 마차에서 나누었던 밀담의 내용이 드러난다. 사실 빌리와 마가트는 어떤 정보원을 통해 빌리의 목숨을 노리고 마레 내부에 쥐처럼 숨어들어 온 자가 코 앞에 와 있음을 알고 있었다. 누군지는 불명확했지만, 어찌 되었든 사방에 이미 깔린 적들을 유인하기 위해 자신이 '''미끼'''가 되어 레벨리오 페스티벌을 개막하고 연설을 계획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이번 연설식을 마레 개혁의 시발점으로 만들어 레벨리오의 존속과 전 세계와의 화합을 도모하고 그 대의를 위해 파라디 섬의 에르디아인들을 모두 적으로 돌려 레벨리오 인들은 불쌍한 피해자들임을 연출하기 위함이었다. 자객이 무대에 나타날 것을 예감하고 미리 도장을 찍어 마가트를 차기 원수로 임명하고 '밥과 돈만 축내기만 하는 무능한 간부'들을 숙청하고자 마가트에게 칼비 원수를 비롯한 간부들을 무대 근처의 특등석에 모두 배치할 것을 지시한다. 마가트는 이대로 진행하면 빌리가 죽을 수 있음을 경고하며 불특정 다수 대중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자신은 빌리를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회의를 내놓지만 이미 확고한 결단을 지은 자신의 작전을 끝까지 밀고 나가려고 한다. 결국, 작전을 예정대로 이행하기로 결의한 마가트와 결심의 손을 다잡으며 연설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자 한다.
예정된 작전대로 엘런을 '땅울림'을 일으켜 세상과 문명 전체를 송두리째 짓밟아 버릴 악마로 몰아가고 타이버 가문은 그저 거짓뿐인 허울로 명예와 지위를 얻은 가문임을 폭로하며 처음 당주가 된 날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자기조차도 도무지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말한다. 수많은 진실을 밝히고 막바지에 이른 순간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기 시작한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빌리의 호소에 감동한 타국 대사들은 곤란해진 중동 연합을 제외하고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열렬한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그리고 클라이맥스가 시작되면서...[12]
바로 그때, 자신의 선전포고에 즉답하듯이 무대 뒷 건물 지하에서부터 거인화한 엘런이 급습, 무대를 두 동강 내 버리고 동시에 빌리 자신도 상하 반신이 분리된 채 즉석에서 사망한다. 시체가 되어 버린 그의 몸은 엘런에게 잡아먹히게 된다.[14]현실적으로 세계의 군이 손을 잡으려면 아직 넘어야 하는 문제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강대한 적이 눈앞에 있으면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모두 힘을 합치면 어떤 곤란도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저, 연사 빌리 타이버는 마레 정부의 특사로서, 세계의 평화를 바라며,[13]
'''지금 여기서 선언합니다!!! 파라디 섬 세력에 선전포고를!!!!!'''
4. 평가
4.1. 긍정적인 평가
공적인 대의명분과 이익을 위해서 스스로의 권력과 부, 그 모든 것과 목숨을 맞바꾸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 이타주의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정신과 결단력을 실천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타이버 가문의 우두머리이자 마레의 외교 대사라는 인맥을 이용해 타국의 고위 인사들임과 외교관들, 정치인들과 친선을 맺고 유대를 확고히 다져 훗날의 동맹을 위한 기반을 다진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친화력이나 외교력, 임기응변, 언변 능력도 뛰어난 유능한 인물.[15] 마레인 외교 대사가 말실수로 전야제 파티에 참석한 타국의 거물들을 적으로 돌릴 뻔한 실언을 터트리자 본인이 대신 무대에 오르는 임기응변을 발휘해 상황을 호전시킨 것만으로 빌리의 능력이 순전히 가문의 명예와 지위에서 기인한 것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 준다. 왕정 쿠데타 영토 보존에만 급급하고 재산과 식량만 축내기만 한 찌질하고 무능한 귀족들과는 확연히 대조되게 '''권력자다운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본인이 수장의 직위를 계승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수용구의 동포들을 방관하고 혼자서 호의호식, 부귀영화를 누렸던 타이버 가문의 수장들과도 확실히 다른 지점.
또한 파트너인 테오 마가트 앞에서 엄청난 중압감을 드러내고 대기실에서조차 땀을 질질 흘릴 만큼 압박감에 짓눌렸을지언정 마지막 순간에는 그 죄책감을 털어놓고 모두를 위해 죽음조차 각오하고 끝까지 계획 대로 본인을 희생하는 결단력을 발휘하고 이야기에서 퇴장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절대로 감당할 수 없는 이런 무거운 대의를 위해서 본인 스스로의 희생 정신과 맞물려 진심 어린 호소로 하여금 연설 막바지에 청중들의 마음을 성공적으로 얻어내고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진보적인 성향인 테오 마가트를 마레를 개혁하기 위한 큰 그림을 이행할 주인공으로 선택하고 칼비 원수가 숙청당한 이후 그가 차기 원수로서 마레군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여당에 도장까지 찍어두는 철저한 준비까지 마쳤다.
이 나라는 실권자인 당신의 것이라는 마가트의 발언에 반박하며 '''"이건 나의 것이 아닌 마레와 레벨리오 동포 모두가 가져야 할 것이다."'''라고 대답, '''국가의 주권자는 국민'''이라는 말을 당연하다는 듯이 할 정도로 민주주의적인 사고 방식도 주목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단순히 같은 피와 민족성을 나누는 레벨리오 수용구의 동포들만 아니라 마레인들과 전 세계인들을 구원하기 위해 서로 적대하던 세력들을 본인의 외교 능력과 호소력 있는 연설로 하나의 동맹으로 규합시켜 연속되는 전쟁으로 존망의 갈림길에 직면한 마레와 세계가 한시적으로나마 손잡게 만든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4.2. 부정적인 평가
그와 동시에 부정적인 면도 당연히 존재한다. 세계의 화합을 택했더라도 그를 위한 수단으로써 본인만이 아니라군 간부들을 엘런이 지하 밑에서 거인화하면 손쉽게 몰살할 수 있는 마구잡이 짓을 강행했고 마레의 분열을 촉진시킬 뻔했다. 막바지에야 타이버 가문과 칼 프리츠를 둘러싼 거인 대전의 진실을 밝힌 것까지는 좋을 수 있어도 그걸 이용해 칼 프리츠를 '''세계 평화를 위해 자민족을 희생한 숭고한 영웅'''이라도 되는 양 미화하고 엘런 예거와 엄연히 같은 한민족인 파라디 섬의 주민들까지 '''칼 프리츠의 평화에 반기를 든 반역자'''라는 혐의를 씌웠다.[16]
그리고 본인이 적으로 만든 파라디 인들에 대응되는 제2의 헤로스로 테오 마가트를 앞세워 다시금 마레를 세계를 구원한 영웅의 나라로 격상시키는 것도 극에 달한 마레의 영웅주의를 똑같이 반복하려는 사상도 문제점이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국가의 주권자로서 행사하는 민주주의를 추구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인들과 레벨리오의 동포들이라는 '''다수'''의 미래를 위해 '''상대적 소수'''에 속하는 파라디 섬의 동포들을 희생하고, 이것을 다른 이들에게도 강요하는 '''공리주의, 영웅주의적인 패도'''를 걸었다. 빌리 자신이 설계한 비전에서 모두가 함께 공존하며 평화롭게 살아갈 사람들 중 파라디 섬의 국민들을 일방적으로 제외시키고 무조건 희생의 대상이자 수단으로 돌린 것이며 결코 옳지 못한 이기적인 행위임에는 틀림 없다.
백여 년의 오랜 세월에 걸쳐 민족 및 진영 갈등으로 골이 깊어진 파라디 섬과의 화합과 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선전포고를 앞세운 건 돌이킬 수 없는 전쟁에 휘발유를 들이부은 격이 되었다. 그리고 마레 어딘가에 숨어 있었던 엘런을 끌어들여 섬을 주적으로 몰아가 세계 연합군으로 때려부순다는 선택지는 결과적으로 전쟁를 택할지 평화를 택할지 고뇌하고 있었던 듯한 엘런이 세계와의 전쟁을 결심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도화선이 된 셈이다.
만일 처음부터 레벨리오 페스티벌을 선전포고를 하기 위함이 아니라 파라디 섬에 대한 사죄의 마음을 담아 개최하고 칼 프리츠가 파라디 섬에 저지른 죄악을 반성하고 조금이나마 화합을 모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으로 연설을 끝냈더라면 보다 나은 결말로 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엘런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게 옳은지 망설였으며 다른 나라의 의사를 들어보고자 했다. 그리고 결국 그 선택이 가져온 것은 땅울림이었다.
4.3. 총평
총평하자면 빌리 역시 선이고 악이고 평가할 가치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닌 진격의 거인 속의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인간군상다운 인물이라고 보는 게 적합한 평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조상들이 세계에 저지른 악행들을 반성하고자 하는 의지와 죄책감을 확실하게 갖고 있었고, 칼 프리츠 이래의 정통 프리츠 왕가와 더불어 조상의 대부터 마레가 레벨리오와 파라디를 억압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탄생시킨 타이버 가문이 수백년 간 진실을 은폐하고 부와 영화를 누려온 죄를 깨끗이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엘런에 의한 스스로의 죽음'''으로써 지불함으로써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마레와 통합한다는 본인이 가장 원하던 이상적인 숙원을 이루었다.
스스로도 말했듯 누구보다도, 어쩌면 칼 프리츠와 비등한 수준으로 자민족을 악마의 후손이라고 저주하며 절멸을 절실히 염원했을 만큼 평생껏 엄청난 죄책감과 좌절, 회의에 짓눌리며 살아왔으나 끝내 절멸을 택하지 않고 최후의 양심선언과 세계를 위해 파라디의 동족들을 버림패로써 희생한다는 공리주의적인 선택으로 세계와 마레가 앞으로도 의기투합한다는 그림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권력자로서의 그릇과 행동력과 결단력, 나름 대로 민족이 살아갈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적극적으로 설계해 나가고 있었다.
동시에 그 역시 세계를 구하기 위해 미끼를 자처하는 위험한 도박, 숙청을 감행하다 도리어 돌이킬 수 없는 분열로 몰아넣은 모순과 독선, 패도로 가득 찬 불완전한 공리주의자인 건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패배할 가능성은 생각해두지 않고 화평을 걷어차고 전쟁을 선포하는 바람에 엘런은 비로소 마음을 정하고 최악의 수인 땅울림을 꺼내들었고 이로 인해 무수한 사람들이 순식간에 학살당하고, 거인들이 인류를 멸종시키려하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왔다.
5. 기타
- 빌리 타이버는 영어식 이름의 발음이고 공식적인 영어 표기인 Willy Tybur를 게르만어의 발음법 대로 읽으면 빌리 튀부어다. 반면에 빌리는 영미식으로 발음하면 '윌리'가 된다.
[1] 854년 기준으로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중반으로 추정된다.[2] 174cm인 테오 마가트와 키가 거의 똑같다.[3] 마레 권력의 실세로서, 사실상 국가 원수다.[4] 타이버 가문 자녀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맏이로, 어린 여동생과 남동생이 거칠게 몸싸움을 벌일 때 가장 적극적으로 제지하려 나선, 드레스를 입은 여자 아이다.[5] 원작 98화의 축제 전야제에서 새롭게 등장한 흑인 외교 대사이다. 국적은 아프리카 등의 흑인들이 가장 많이 분포한 국가를 모티브로 차용한 나라일 것이다. 동양인, 힌두인, 아라비아인처럼 진격의 거인 세계관 속 인류가 민족별로 얼마나 다양화되어 있는지를 보여 준 인물. 성우는 타나베 코우스케.[6] 테오 마가트는 현 시대의 마레 제국이 멸망의 직전에 가로막힌 상황임에도 너무나도 허울뿐인 명예에 찌들어 있고 뒤늦기 전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 마레인 징병제를 부활시켜서 국가 전체를 뿌리부터 개혁시키고자 움직여 왔었음이 드러났다.[7] 위에서 언급했듯이, 원작 97화에 새로 공개된 역사전 사건으로, 한 세기 전에 발발한 거인 대전 당시 에르디아 제국을 무찌르고 마레에 승리를 가져다준 국가적 영웅이다. 빌리가 군부에 발을 들인 이유는 마가트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그가 맡게 될 제2의 헤로스의 원조가 된 영웅상을 관람하기 위함이기도 하다.[8] 한 명, 한 명이 흑인(오그웨노 외교 대사와 남비아라는 인물), 중동의 이슬람, 아랍인들처럼 머리에 터번을 두른 사람들 등, 벽 안의 파라디 섬 왕정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다종다양의 인종과 국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9] 다른 친구들과 함께 급사를 맡기로 한 가비는 많은 손님 틈에 섞인 빌리의 얼굴을 보자마자 곧바로 대낮에 마가트 대장과 얘기를 나누던 사람의 정체임을 깨달으며 그가 바로 타이버 가문의 당주라는 것을 꿰뚫어 본다.[10] 칼 프리츠 항목 참조.[11] 일련의 진실을 청중들만이 아니라 빌리가 연설하는 무대의 바로 뒤편에서 엘런과 라이너, 팔코가 말없이 듣고 있었다.[12] 뒷 건물에서 진행 중인 엘런 예거와 라이너 브라운의 대화가 교차한다.[13] 삼 어절의 문장이 지나가면서 엘런의 말들 "역시 난 너와 똑같아, 아마 태어날 때부터 우린 이런 운명이었을 거야. 난 계속 나아갈 거야. '''적을 구축할 때까지'''."가 교차된다.[14] 빌리가 전퇴의 계승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듯하다.[15] 엘런 예거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마레에 잠입했음을 알게 된 후 마가트와 마차 안에서 단 둘끼리의 비밀 대화를 나눌 때 본인의 입으로 자기 세대에 이르러 타이버 가문은 마냥 놀기만 하지 않고 파라디 섬의 최근 동향을 주시하거나 주변국의 외교 대사들과 친선을 맺는 외교 활동에 주력했었다고 말했다.[16] 그러나 빌리 타이버 시점에서는 에렌은 반역자일 뿐이다. 칼 프리츠 특유의 평화 사상은 파라디 섬의 방벽 내에 낙원을 건설하는 것이였고 (전퇴 계승을 통한 기억에서 습득한) 타이버 가문의 정보는 거기까지다. 즉, 빌리 타이버 시점에서 에렌은 프리츠 왕이 만든 낙원을 깬 반역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