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손님과 어머니
1. 개요
한국의 소설가 주요섭이 1935년 12월 발표한 단편 소설.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소설의 처음 부분을 보면 '아' 하고 떠올릴 사람이 제법 많을 것이다. 중학교 두산동아 국어교과서(전), 창비 국어교과서(이), 교학사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었다.
2. 줄거리
작품의 주요 내용은 현대의 사고로 보면 그다지 파격적이라 볼 수 없는 아이 딸린 과부의 사랑 이야기라고 축약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옥희라고 하는 서술자의 등장 때문이다. 옥희는 6살짜리 여자아이이며, 남녀 간의 사랑은 물론, 편견을 아직 잘 모르는 모르는 순수한 어린아이다. 덕분에 작가인 주요섭은 옥희의 어머니와 사랑 손님과의 사랑 이야기를 보다 중립적으로, 하지만 더 긴장감 있게 서술할 수 있었다.나는 금년 6살 난 처녀애입니다. 내 이름은 박옥희이구요. 우리 집 식구라고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어머니와 단 두 식구뿐이랍니다. 아차 큰일났군, 외삼촌을 빼놓을 뻔했으니.
─소설 첫머리 부분에서
옥희는 아직 사랑을 모르는 나이이기 때문에 신빙성 없는 서술자 혹은 오류에 빠지기 쉬운 서술자로 분류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단점은 아니며, 오히려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잔뜩 화를 내고 있다.'라거나 하는 묘사가 가능하여 읽는 독자에게는 '부끄러웠구만.', '좋을 때로구만.'하는 식의 (주관적인) 판단을 내리게 한다.[1] 이 외에도
라는 대사를 옥희가 하는데, 이는 과부라는 단어를 잘 모르는 옥희의 천진난만함을 강조하는 의미로 쓰였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말하기 때문에 저렇듯 냉소적인 말을 할 수 있다.'고 하기도 한다. 비록 옥희가 손님과 어머니에 시점을 맞추어 서술하기는 하지만, 간간히 드러나는 심정 묘사에서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심리 서술들이 보이기 때문.우리 어머니는, 그야말로 세상에서 둘도 없이 곱게 생긴 우리 어머니는, 금년 나이 24살인데 과부랍니다. 과부가 무엇인지 나는 잘 몰라도, 하여튼 동리 사람들이 나더러 '과부 딸'이라고들 부르니까, 우리 어머니가 과부인 줄 알지요. 남들은 다 아버지가 있는데, 나만은 아버지가 없지요. 아버지가 없다고 아마 '과부 딸'이라나 봐요.
TV문학관에서 당 소설을 각색하여 다룬 내용에 따르면, 과부의 딸이라는 것 때문에 주변 아이에게 놀림받는 묘사가 등장하기도 한다. 소설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이지만 이 소설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마을의 분위기상 충분히 가능한 묘사.
결국 어머니가 사랑 손님의 쪽지를 거절하는 이유도 '''화냥년'''으로 몰아붙일 사회의 시선에 굴복하고 만 것이며, 때문에 옥희의 '우리 가족 같다.'라는 이야기를 적극 부정하기도 한다. 즉, 이 시기에는 '''과부는 치부이며 응당 수절을 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공간적 배경은 지극히 폐쇄적인 분위기의 시골 마을이다. 물론, 손님이 어머니와 옥희를 데리고 서울이나 도시로 옮기면 그만이지만, 결국 어머니는 사회의 압력에 굴하는 쪽을 택했다. 덩달아 옥희도 '과부의 딸'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이러한 결말을 보면 소설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옥희의 저 이야기는 참 가슴 아픈 말이라 생각하게 된다.
게다가 사랑손님의 경우에도 지금 플래그가 서서 당장 좋은 마음에 결혼할 수도 있지만, 수도권으로 가서 그들끼리 완전히 잘 살기만 한다는 보장이 있는것도 아니며 과부와 결혼하려 한다는 것에 대해 자기 집안에서 질책을 할 경우[2] 이에 굴복해 옥희 모녀와 헤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사랑손님 역시 옥희 모녀에게 안정된 가정을 제공해줄 수 있는 구성원이 되리라곤 확신할 수 없는 존재였으므로 옥희 어머니가 사랑손님을 거절했을 수도 있다.
3. 등장인물
- 옥희
이 이야기의 서술자.[3] 6살 남짓의 순진무구한 여자아이로 과부 어머니와 두 외삼촌, 외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4] 아버지는 자신이 태어나기 1달 전 사망해 유복녀이다.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관계를 눈치채지 못하며 나이에 걸맞게 순진하여(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성이 났다고 생각한다든지) 이후 어머니와 계란 장수의 대화에서 사랑 손님이 선물해준 인형에게 왜 거절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얘기를 나눈다. 어린이답게 매우 순진하고 천진난만해서 어른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설명해준다.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관계를 눈치채지 못하며 나이에 걸맞게 순진하여(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성이 났다고 생각한다든지) 이후 어머니와 계란 장수의 대화에서 사랑 손님이 선물해준 인형에게 왜 거절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얘기를 나눈다. 어린이답게 매우 순진하고 천진난만해서 어른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생각나는 대로 설명해준다.
- 어머니
이야기의 여주인공. 24세로 언급되며 옥희가 태어나기 1달 전 남편과 사별한 과부. 오빠와 죽은 남편의 지인인 사랑손님과 약간의 플래그가 있었지만 현재의 가치관에 수긍하고 사랑 손님과 헤어진다. 이후 계란 장수가 계란을 팔러 오자 더 이상 계란을 팔지 않아도 된다고 하며 사랑손님을 잊으려고 노력한다.
소설은 어린 옥희의 관점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서인지 집안은 썩 넉넉하지 않은 모습이 나온다. 죽은 남편이 물려준 땅이 조금 있지만 그것만으론 생계를 꾸려나가기 힘들어서 삯바느질을 한다고. 사랑손님이 온 이유도 하숙을 받아서 생계에 보태려고 한 것이다.
- 아버지
옥희의 아버지. 옥희가 태어나기 1달 전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작중 시점에서는 이미 고인이다. 옥희의 큰외삼촌의 친구이자 사랑 손님의 지인이기도 하다.
- 사랑 손님
이야기의 남주인공. 옥희의 아버지· 큰외삼촌과 친구이다. 교사로 발령받은 동네에 있는 옥희의 집 윗사랑에서 하숙을 하게 된다. 옥희의 말에 따르면 삶은 달걀을 좋아한다고 한다. 옥희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옥희 어머니의 거절로 결국 헤어지고 방학을 맞아 다시 서울로 떠난다. 이때 옥희에게 마지막 선물로 인형을 준다. 죽은 친구의 아내를 짝사랑했지만 사회적 인습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사랑을 포기한다. 전통적인 윤리에 순응하는 소극적 성격이다.
- 외삼촌 2명[5]
옥희의 큰외삼촌[6] 과 작은외삼촌[7] 으로 큰외삼촌은 서울에서 지내서 비중이 매우 적고 친구인 사랑손님에게 조카 옥희를 소개하는 것으로 잠시 등장하며, 작은외삼촌은 근처 중학교에 다니는 중학생이다. 여기서 큰외삼촌의 지인[8] 인 사랑 손님이 주역으로 등장한다.
- 외할머니
작품 내 위치는 공기. 옥희의 아버지가 출산 1달 전에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는 정도가 등장의 전부인데, 하술하는 박형서의 작품에서는 결론을 내는데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다.
4. 기타
- '사랑 손님'의 사랑은 사랑방을 의미한다. 중의적인 의미로 채택한 제목일지도. 아울러 서울 사투리를 엿볼 수 있는 독특한 문학 작품 중의 하나다. 그런데 교과서에는 현대 표준어로 바꿔서 실을 때도 많다. ex) 참말로 훌륭한 얼굴이야요. → 참말로 훌륭한 얼굴이에요. 그러나 "과연 서울 사투리일까?"라고 의문을 품는 측도 존재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작가 주요섭의 고향은 김일성의 고향인 평안남도 대동군이고, 소설 속 옥희의 집은 서울이 아닌 시골이므로 서울 사투리가 사용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 영화 속 옥희(전영선)의 말투도 '옛 서울 사투리인가보다.' 하고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옥희의 고모인 나애심(전봉선)의 고향은 평안남도 진포군인 점으로 보아 옥희의 말투도 평안도 사투리일 가능성이 있다.
- 앞 부분이 번역되어서 1980년대(4차 교육과정) 고등학교 중국어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다.
4.1. 대중문화에서의 등장
- 영화로도 1961년, 1978년 두 차례 제작되었으며 영화 제목은 모두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진지하게 소설의 내용을 영화로 옮겼다. 자칫 1인칭 관찰자 시점이 흐트러져 평범한 B급 영화가 될 위험성이 있는 작품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옥희의 시점과 전체시점을 번갈아가며 묘사하여 명작으로 끝마친다. 1961년 작품은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는데 시간나면 봐도 좋다. 덧붙이면 패러디 작품으로는 정준호, 김원희 주연의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도 있다. 여기서 옥희 역은 고은아.
- 컬투의 김태균이 정립시킨 옥희 성대모사는 "아즈씨 아즈씨, 아즈씨는 삶은 달걀 좋아하우?"와 그 기괴한 웃음(…)을 통해 하나의 컬쳐 소스로 이 작품을 정립시켰다. SNL Korea에서도 패러디되었다.
- 네이버 웹툰 실질객관동화 19화에서 패러디되었다. 아저씨에게 엄마가 보낸 편지에서 드러나듯, 사실은 엄마가 아저씨에게 푹 빠져서 딸내미고 뭐고 야반도주하려고 했지만, 그때는 원작과 달리 하드보일드(...)한 옥희가 이미 아저씨에게 재테크를 포함한 자산상황 및 은퇴 후 미래 계획을 물어본 뒤였다. 이 과정에서 옥희는 아저씨의 변변찮은 대답을 듣고는 "이 남자는 엄마 남편감으로는 글렀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결국 엄마의 편지를 전달하는 도중에 글씨를 베껴서 아저씨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처럼 위조한다. 그래서 스토리는 원작대로 흘러가고, 옥희는 좌절하는 엄마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위로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막상 옥희는 후일담에서 "엄마, 나 세탁소 오빠랑 살 거예요. 사랑에 조건이 있나요!"라고 쪽지를 남기고 가출한다. 이때 엄마 왈. "왜 이렇게 억울하지?"
4.2. 패러디 작품
- 이 작품에 대한 가장 파격적인 마개조로 박형서란 작가가 쓴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음란성 연구》라는, 논문의 형식을 빌린 패러디 작품(2006년, 단편집 "자정의 픽션"에 수록)이 있다. 이 작품에서는 21회나 등장하는 삶은 달걀을 검열삭제(…)의 상징으로 해석했다. 옥희는 사실 6살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프로이트류의 심리 메타포까지 드립치면서 이 이야기 자체가 손님과 모계로 이루어진 회귀 과정(…)이라는 결말로 달려갔다. 작가의 후기에서는 '이런 실험적 방식의 글쓰기를 할 때 나는 극단을 추구한다. 쉽게 말해 갈 데까지 가보는 것이다. 내 글을 읽고 설득당한 내 멍청한 친구 몇이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음란 소설로 규정하자 기분이 좋았다'라고 표현한다. 작가가 처음부터 노렸다는 얘기다.
- 전형섭 시인의 '소녀는 배가 불룩했습니다' 및 학도병 이슈와 함께 크로스오버 마개조를 당한 만화가 루리웹에 올라와 화제가 된 적 있다. 해당 페이지 내용인 즉슨, 소녀는 소년과 사랑에 빠지면서 검열삭제를 한 결과 소녀는 임신을 하게 되는데, 태기가 드러나기 전 소년은 학도병으로 참전, 겨울에 전사하게 되고,[9] 이후 그렇게 낳은 아기가 바로 이 소설의 박옥희라는 것. 물론 소설 시기상으로는 맞지 않지만 굉장히 절묘하게 구성된 작품으로 나오고 나서 명작 평가를 받게 되었다.
-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초창기에 진행된 코너 라디오 극장에서는 컬투 사단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패러디했다. 정찬우가 아저씨, 김태균이 옥희, 서동균(→강성범)이 해설, 서훈이 부엉이, 리마리오가 느끼한 손님, 전금선이 옥희 엄마를 맡았다. 이 코너가 히트친 후 김태균은 여러 코너에서 옥희 캐릭터를 다시 보이곤 했다. 안타까운 얘기가 있다면 학업과 코미디 활동을 병행하던 전금선의 언니가 살인사건에 휘말린 것, 범인은 그 정남규였다.
[1] 신빙성 없는 화자의 또 다른 예로는 채만식의 《치숙》이 있다. 이 경우는 마르크스주의 에 빠진 고모부를 디스하는 철없는 화자를 통해 일제를 에둘러 깐다.[2] 요새는 재혼가정이 많긴 하나 당시만 해도 과부가 재혼하면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으니, 과부와 재혼하려는 남자 집에서도 당연히 아이까지 있는 과부가 자기 가족 안으로 들어오는 것에 질색했을 가능성이 높다. 요새도 애딸린 편부,편모와 재혼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당시라고 오죽했을까 싶다. 이 작품보다 한세대 뒤에(1948년 작) 나온 최인욱 작가의 개나리를 보면, 과부가 재혼하는 것까지는 완화됐지만 아이까지 딸린 과부가 주인공이라 그녀와 재혼하는 남자가 아이는 친정집에 놓고가라고 강요하는 장면이 있다. 결국 여주인공은 눈물을 머금고 아들 곁을 떠나게 된다.[3] 서술자일 뿐이지 주인공은 아니다.[4] 정확히는 작은 외삼촌과 외할머니는 옆집에 사시는 것이다.[5] 사랑 손님은 아버지와 큰 외삼촌과의 지인이고, 옥희 집에는 아직 중학생인 작은 외삼촌이 같이 살고 있다.[6] 옥희 어머니의 오빠.[7] 옥희 어머니의 남동생.[8] 옥희의 아버지의 지인이기도 하다.[9] 한국군이 겨울에 눈 맞아가며 싸웠던 전투는 1950년 말에서 51년 초, 중공군의 참전으로 인한 후퇴 및 반격기, 그리고 그 이후의 지리멸렬한 고지전 가운데 겨울 시즌이 최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