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간)
1. 개요
지구가 자전을 하면서 태양이 뜨는 주기, 정확히는 태양일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 개념이다.
천체의 운동에서 비롯된 일-년과의 관계와는 달리 일 이하의 시, 분, 초는 1일을 기준으로 나눠놓은 인위적인 시간에서 유래하였으므로[1] 지구에서의 1태양일(1일)은 정확하게 24시간이다. 어차피 인간이 만든 시간 개념이기에 괜히 정수가 아니게 나눌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2]
2. 어형
'-일(日)', '하루', '날', '(하루 포함) 이틀, 사흘…' 등이 제각기 조금씩 다른 용법으로 쓰인다.
2.1. 개념어
숫자를 붙이지 않은 24시간으로서의 시간을 일반적으로 가리키는 말로 한국어에서는 '날', '하루' 등의 단어를 쓴다. '하루'가 좀 더 개념어에 가깝고 '날'은 "오늘 무슨 날이야?", "날이 덥네" 등 보다 일상적인 의미로 쓰인다. 한자어 '일'은 한국어에서 숫자 없이 단독으로 쓰이지 않는다.
주로 유럽권 언어에서 '하루'를 뜻하는 개념어가 '낮'을 뜻하는 단어도 겸할 때가 많다. 'day'가 '하루'도 되지만 'night'(밤)와 대립하는 '낮'도 되는 것이 그 예.[3]
2.2. 기간 명칭과 날짜 명칭
- 기간 명칭: 24시간의 배수로 늘어나는 시간의 양을 나타내는 표현. (예: '72시간'을 지칭하는 의미로서의 '3일')
- 날짜 명칭: 월 단위로 쪼개지는 '○월 ○일'로서의 '○일'. 날짜 명칭은 한 달에 31일까지밖에 없는 그레고리력의 특성상 '32일' 이상은 등장하기 어렵다.
2.2.1. 한국어
한국어에서 한자어 '1일, 2일, 3일'은 기간 명칭도 되고 날짜 명칭도 된다. 이는 한국어에서 수량 단위 명사가 대부분 그러한데, '삼 권/세 권'에서처럼 분량일 때는 순우리말로 읽을 때가 많지만[4] '1일'은 두 의미 모두 한자음으로만 읽는다는 것이 차이점.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여드레, 아흐레, 열흘, 스무날 등 한국어의 고유어 단어는 기간 명칭으로만 쓸 수 있다. '초하루'와 같이 '초(初)-'를 붙여 날짜 명칭으로 쓰는 용법도 있으나 근래엔 잘 쓰이지 않는다.[5] 부정칭 '며칠'의 경우 특이하게도 "오늘 며칠이야?"와 같이 각각의 일을 지칭하는 데에도 쓸 수 있다. 날짜가 3일일 때 "오늘 3일이야?"라고 물어야 하고 "오늘 사흘이야?"라고 물을 수는 없는 것과 차이가 있다.
순우리말 '날'은 날짜 명칭을 지칭하는 데에는 잘 쓰이지 않지만, 숫자 '1'과 한자 '日'(일)이 동음이의어이기 때문에 혼동을 피하기 위해 10/20/30일의 날짜 명칭의 경우는 10/20/30'''날'''(십날, 이십날, 삼십날)이라는 단어를 관용적으로 쓰기도 한다.[6]
2.2.2. 그 외 언어
일본어의 경우 '~か' 계열의 고유어가 둘 다 나타낼 수 있다. 예컨대 みっか라고 하면 72시간으로서의 3일도 되지만, "3월 3일"도 三月みっか라고 할 수 있다. ~か 계열의 고유어가 존재하는 2~10일까지의 날짜/기간에 대해서는 '음독+にち' 류의 한자어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1일'에 대해서만은 날짜 명칭으로만 쓰이는 ついたち가 따로 존재하며,[7] '음독+にち' 류의 いちにち가 존재해 기간/날짜/개념을 모두 지칭할 수 있다. 또한 14일, 24일은 11일 이후 날짜에 쓰이는 '~にち'를 쓰지 않고, 각각 'じゅうよっか', 'にじゅうよっか'로 따로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20일은 이전에 설명했던 14일, 24일보다 더 불규칙적인데, 'はつか'로 따로 존재한다.
ひにち라는 단어도 있는데,[8] ひにち/いちにち의 차이는 한국어의 날/하루의 차이와 비슷하다. '날이 가다'(ひにちがたつ) / '하루는 24시간이다'(いちにちは24時間だ) 등.
영어 등의 언어에서 날짜 명칭으로는 서수(序數)를 써서 구별하는 언어도 있다. 기간 5일은 five days라면 "몇 월 5일"은 fifth로 구분하는 식. 사실 의미상으로도 날짜란 ○월의 '○째 일'이 맞긴 하다.
프랑스어의 경우 '9월 4일'을 '카트르 셉탕브르'라고 하는 등 날짜에는 '날'에 해당하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2.3. 요일
유럽쪽 언어에서는 축자적으로 "오늘 무슨 날이야?"가 될 문장으로 요일을 묻는 경우가 많다. "What day is it today?"라고 하면 날짜를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슨 요일이냐고 묻는 것이다. 독일어 "Welcher Tag ist heute?" 같은 것도 마찬가지. 날짜를 물으려면 "What date is it today?"라고 'date'와 같이 직접적으로 '날짜'를 가리키는 단어를 써야 한다. 아무래도 그쪽 동네는 요일 개념을 더 오래 전부터 쓰다 보니[9] '하루의 제일 대표적인 특징' = '요일'이 굳어진 것 같기도 하다.
3. 특성
1일의 시작과 끝은 자정이다. 그러나 낮이 시작하면서 생활을 시작하는 인간의 특성상 해가 뜨는 아침을 1일의 시작으로 보는 관념도 많다.
1년은 대개 365개의 일로 되어있는데, 이들을 그냥 순서대로 부르기에는 번거로우므로 30개가량의 일을 합친 월 개념을 써서 "몇 월 며칠" 식으로 부른다. 같은 달의 날을 지칭할 때에는 "몇 월"을 빼고 "○일" 식으로 지칭하는 일이 많다. 사실 양력의 월은 하늘의 달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있지는 않은데도 계속 사용되는 이유는 이러한 편의성의 이유도 있을 것 같다.
기념일은 대개 특정 사건이 일어난 일로부터 ○년이 지났음을 기린다.
동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연/월과 마찬가지로 하루하루에도 육십갑자를 붙여왔다. 그런데 역법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는 연/월과 달리 하루의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해가 뜨고 지는 주기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고대부터 지금까지 60을 주기로 돌아왔다는 차이가 있다. 1년은 열 두 달이라 월의 육십갑자는 5년마다 반복되지만 1년의 길이는 60으로 딱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매해 같은 날이어도 육십갑자는 다르다.
하루하루에는 일주일, 즉 7일 주기로 반복되는 요일이라는 개념이 있다.
4. 소단위
앞서 말한 대로 하루는 24시간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십이지를 써서 2시간마다 자르기도 했다. '자정'(子正), '정오'(正午)와 같은 표현은 각각 '자시의 중간', '오시의 중간'에서 유래한 흔적이다.
하루는 해의 유무에 따라서 낮과 밤으로 나뉜다. 대개 낮의 한가운데가 12시가 되도록 시간대를 설정하므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 추분에서 낮과 밤의 경계는 대체로 아침 6시 / 저녁 6시이다. 동아시아에서는 술시부터 인시까지(밤 7시~새벽 5시)의 10시간을 밤으로 쳤는데 이를 각각 '更'(경)을 써서 일경, 이경, 삼경, 사경, 오경이라고 했다. '삼경'이면 자시로 딱 밤 12시라서 깊은 밤을 뜻하는 표현으로 자주 쓰였다.
낮의 절반 정도의 시간, 약 6시간을 '한나절'이라고 부른다. 그것의 반인 3시간가량을 '반나절'이라고 한다.
5. 천문학
5.1. 하루의 길이 변화
하루는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인간의 일생 규모에서는 분명히 거의 변하지 않지만, 대략 10만년마다 하루의 길이가 1초 늘어난다. 이는 달이나 화성, 목성 등 다른 천체들과의 중력 기조력 때문에 발생한다.
5.2. 다른 행성의 1일
행성마다 하루의 길이가 다르다. 예를 들어 금성의 1일은 243지구일 정도이며, 태양의 1일은 27지구일이다.
[1] 유래는 이렇게 시간을 나누면서 파생되었지만, 정확한 고정 단위가 필요했던 과학계에서는 거꾸로 1초를 세슘 원자를 이용하여 정확히 정의하였고 이것의 배수를 분과 시, 그리고 일로 정의한다. 시간의 기준점이 옮겨간 셈.[2] 1일은 인류가 태양이 뜨고 지는 주기를 보며 만든 시간 개념이다. 재밌는 것은 자전 문서에도 나와있듯이 자전 중에 공전을 조금 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자전을 1바퀴 하는 시간인 항성일은 그보다 짧은 23시간 56분 4초(23.934시간)이다.[3] 'man'이 '사람'도 되지만 'woman'과 대립하는 '남자'도 된다는 것과 양상이 비슷하다.[4] '3권'으로 쓰면 표기상으로는 같다. 그래서 전자를 '제3권' 식으로 구별해서 쓰기도 한다.[5] 부처님오신날이 음력 4월 8일이기에 '사월 초파일'이라고 부르는 것은 근래도 자주 보인다. 그냥 제8일을 뜻하는 '초파일'이 거의 쓰이지 않다 보니 "부처님오신날"의 의미가 '초파일'에까지 확장되어 아예 '초파일'이 부처님오신날을 지칭하는 것으로 표준국어사전에 실렸다.[6] 혹은 '일'을 아예 떼고 "제 생일은 1월 10(십)입니다"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7] 月立ち(つき+たち)가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어원상 '월(つき)'이 들어가기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날짜 명칭으로만 쓰이는 듯하다.[8] 한자로 적으면 둘 다 日라서 日日가 되는데, 서로 다르게 읽기에 (ひび와는 달리) 日々라고 적지 않는다. 사실 그래도 헷갈리기 때문에 日にち라고 적는 경우가 더 많다.[9] 아브라함계 종교권에서는 7일마다 안식일의 전통이 있었기에 족히 2000년도 전부터 요일을 써왔다. 반면 동아시아에서는 요일을 받아들인 지 아직 200년이 채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