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호장룡
臥虎藏龍.
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1. 개요
이안 감독이 연출한 주윤발, 양자경, 장쯔이 주연의 중국, 홍콩, 미국, 대만 무협영화. 2000년작. 청나라 건륭제 시기에 명검으로 이름난 청명검(靑冥劍)을 둘러싼 등장 인물간의 음모와 갈등, 배신을 다루고 있다. 화려한 영상미와 북미권에서의 대히트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영화다.
2. 원작
원작은 중국의 작가인 왕도려(王度廬)가 중일전쟁으로 산둥 성 청도(칭다오)로 피난왔을 때 '청도대신민보'라는 신문에 연재한 소설이다. 연재기간은 1941년 3월 16일부터 1942년 3월 6일까지이다
국내에는 김용의 영웅문 등으로 한창 재미를 보고 있던 고려원에서 1992년 '청강만리'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출간한 적이 있다. 참고로 왕도려는 총 16부의 무협 작품을 썼는데 그 중에서도 뛰어난 초기의 5부작을 특별히 학철오부곡(鶴鐵五部曲)이라고 칭한다.
학철오부곡은 1부 무학명란기(혹은 학경곤륜), 2부 보검금채, 3부 검기주광, 4부 와호장룡, 5부 철기은병을 말한다. 신문 연재는 1938년부터 시작되었는데 2부, 3부가 먼저 연재되고 1부가 연재된 후 다시 4부, 5부로 연재되었다. 학철오부곡은 등장하는 인물의 변화에 은원 관계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연재가 끝난 후 소설로 출간되면서 부쳐진 이름이다.
고려원의 청강만리는 학철오부곡의 네 번째인 '와호장룡(臥虎藏龍)'을 1부 5권으로, 다섯 번째인 '철기은병(鐵騎銀甁)'을 2,3부 10권으로 하여 총 15권으로 출간을 했다.
2000년작 이안 감독의 영화는 학철오부곡 기준으로 4부 '와호장룡'에서 대부분을 각색하고 일부는 3부 '검기주광'의 내용도 첨가했다.
영화의 제목 (와호장룡)은 춘추 전국시대의 시인 유신(庾信)의 시 구절 '어둠 속의 바위 뒤에는 호랑이가 숨어 있을 것 같고, 바위 밑의 거대한 나무 뿌리는 용과 같다'(暗石疑藏虎, 盘根以卧龙)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영화는 원작을 변형한 부분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소설의 팬들 중에는 영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후속작은 철기은병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역시 소설과 차이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원작자인 왕도려는 본래 애정소설을 쓰던 사람이라 그의 작품들은 남녀 사이의 애정이 중심축이 된다. 그리고 작품들이 연계성을 가지면서 여러 시대를 거치고 있는데 전체로 보자면 옥교룡과 나소호가 만드는 와호장룡의 이야기는 매우 짧은 축에 든다. 앞에는 이모백(이무백)의 아버지 시대부터 시작하여 이모백과 유수련의 비련에 대한 사연까지 꽤 길다. 옥교룡이 휘두르던 청명검도 원래 이모백이 질풍노도의 시기에 들고 설치던 것. 옥교룡의 아들인 한철방과 의붓딸인 춘설병이 주역인 철기은병도 와호장룡에 비하면 분량이 훨씬 많다.
3. 평가
이 영화 최대의 강점 두 가지로는 '''영상미'''와 '''와이어 액션'''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와이어 액션의 경우 기존 무협의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움직임을 포기하고, 정적이며 비교적 현실적으로 느껴지는[1] 액션을 대거 사용했다. 이는 편집을 잘 못하면 배우들이 허공에 매달려 허우적거리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여서 굉장히 웃겨보일 수 있는데, 이안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
무협을 새롭게 해석한 신무협의 범주에 드는 작품이며, 무협의 전통은 살아있지만, 전반적인 플롯은 전통 무협과는 매우 다르다. 즉 원래 무협은 선과 악, 정파와 사파의 구분이 뚜렷한데 비해 이 작품은 선과 악의 개념이 모호하다.
온전한 선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은 이모백(주윤발)과 유수련(양자경) 커플 정도이고 그 외의 인물들은 속된 말로 '''지 꼴리는 대로 행동한다.'''(...) 주인공인 옥교룡(이름만 봐서는 남자 같지만 여자. 장쯔이역)도 작중의 행각이나 사고 방식은 꽤나 이기적이며, 의도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뻘짓거리들 때문에 많은 인물들을 힘들게 한다. 옥교룡은 시쳇말로 발암 캐릭터, 트롤러급의 행동을 보여주고, 그 소소하다면 소소하다고 할 수도 있는 트롤링에 휘말린 이모백의 최후를 보면 전통 무협에 익숙한 이들에 있어서는 다소 어이없다는 느낌까지 받게 만든다.
전통 무협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잘 어필이 되지 않아 한국이나 중국의 무협물 팬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호평 받지 못했다. 오히려 무협물 팬이 아닌 관객 사이에서는 극중 인물들 사이의 감정의 흐름과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호평받았다. 이안 감독의 커리어는 본래 액션보다는 드라마 쪽이다보니 질풍노도의 시기를 종횡무진 달리는 사춘기 소녀의 심리와 오랜 세월 서로 마음을 감춰온 중년 커플의 심리 등이 잘 살아나는 드라마가 메인이고 액션은 그 드라마를 전달하는 수단이 되었다.
해당 영화에서 양자경이나 장쯔이의 액션신을 보면, 온몸을 사용해서 액션을 소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사실 두 배우는 무용을 상당히 오래 배운 이력이 있어[2] 이미 몸이 만들어져있기도 했고, 동작이 우아하여 액션씬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작중 최고 고수 이모백 역을 맡은 주윤발은 무술을 직접적으로 배운 적은 없어 검술 동작이 어설펐기에 액션 동작에서 뒷짐을 지고 한손으로 검을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되레 배우의 연기력과 싱크로되어 정말 최고의 검술 달인처럼 보이는 효과를 낳았다.(...) 어찌보면 연출과 연기력이 빚어낸 신의 한수. 여담으로 극중에서 주윤발이 보여주는 검술을 만든 사람은 맥보선(麥寶嬋)으로 미국에서 태극권과 부씨팔괘장, 그리고 검술의 달인으로 유명한 여성 무술가이다. 그리고 그의 아들이 유명 액션 배우 견자단이다.
한국어 자막이 좀 혼돈의 카오스인데 다른 등장인물은 한국어 독음으로 수련이나 용, 호 등으로 쓰지만 이상하게 이모백은 리무바이라고 중국어 독음으로 쓴다. 푸른여우 같이 아예 한국어로 일일이 번역하기도 하고... 원래 중국어권 영화가 아니라 영어권 관객을 위해 만든 미국 영화라서 웬만한 공식 자료는 다 영어로 써 있어서 발생한 문제...
4. 흥행
아시아 국가에서는 그다지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무협물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인들은 이 작품의 와이어 액션을 보고 엄청나게 환호했는데, 이 영상미만큼은 국내 외를 가리지 않고 유명했고, 구미에서는 호평과 함께 아시아 배우들로만 나온 영화로는 이례적인, 북미 1억 3천만 달러 가까운 대히트를 기록한다. 이 영화의 북미 흥행수익은 미국 개봉 역사상 비영어권 자막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이다. 종전 최대 흥행작은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거둔 5700만 달러의 2배 이상을 번 셈. 이후 북미권에서 무협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덕인지 장예모, 진가신 같은 작가 감독들도 무협물 시장에 뛰어들어 대작 영화들을 만들게 되는데, 이 중 장예모 감독의 영화 영웅은 북미에 개봉하여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찍고 5천만 달러를 벌기도 했다. 와호장룡은 흥행에 힘입어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도 수상한다.
다른 서양 국가들에서도 히트를 쳤다. 영국에서는 937만 파운드를 벌어 역대 비영어 영화 박스오피스 수익 3위를 기록했고,[3] 네덜란드에서는 17만 4000명의 관객을 동원해 기생충이 37만 명의 관객이 관람해 추월하기 전까지 역대 아시아 영화 1위를 기록했으며, 프랑스에서는 18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기생충이 관객 기록을 깼다. 독일에서도 개봉 이래 기생충 개봉 전까지 아시아 영화 1위였다.
전세계 흥행으로 2억 1400만 달러 가까이 벌었다. 이후 아시아 감독이 만들어 전세계 흥행으로 와호장룡을 넘어선 영화는 여럿 있다. 인도영화 당갈이 전세계에서 3억 달러 가까운 흥행을 거둬들였고 [4] 2020년 한국영화 기생충이 2억 69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5. 기타
영화가 성공하자 2000년 TV시리즈물로도 나왔다.(제작사 : 대만CTV & 홍콩ATV) 한국에선 시네콤에서 VHS로 출시했고, 2001년 KBS에서 방영했다.
무술감독은 매트릭스 시리즈, 쿵푸허슬의 무술감독이었던 원화평이 맡았다. 원화평은 이후 와호장룡 후속편의 감독을 맡았으나 좋은 평가는 듣지 못했다.
이안은 이후에 헐크를 감독했는데, 역시 단순한 수퍼히어로 영화가 아닌 액션을 배경으로 깔고 있는 심리 드라마가 되어 나왔다.
영화판의 인기에 힘입어 PS2, Xbox, GBA로 액션게임도 나왔다. 주인공은 용인데 게임 자체는 그냥저냥 할만한 액션게임 정도지만, 이 게임의ㅡ 진짜 가치는 분기를 잘 골라서 진행하면 영화판의 뒷맛 씁쓸한 배드엔딩 대신 주요인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해피엔딩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KOF 2001의 해킹 기판 중 와호장룡2003이 있다. 조악한 퀄리티의 해킹판이지만 그 쌈마이한 맛이 일품.(...) 기판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의외로 자주 보이는 시리즈.
넷플릭스에서 와호장룡 2를 제작했다. 양자경이 복귀하고 견자단, 제이슨 스콧 리, 해리 슘 주니어, 원려기 등이 출연한다. 2016년 2월 중국에서 개봉했다. 예고편. 하지만 개봉 후 평은 그닥인듯.
2020년 6월 14일 EBS 일요시네마에서 상영되었다.
영화의 모든 액션 장면은 대역배우(스턴트)를 쓰지 않고 배우들이 직접 소화했다.
영화의 첫 촬영은 서역의 사막 장면부터 크랭크인 했는데 촬영 초반에 비가 많이 내려 무척 고생했다고 한다. 감독 리안은 촬영기간 8개월 동안 하루도 쉬지 못한 강행군이었다고 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 대나무밭 액션신은 호금전 감독의 영화 《협녀 侠女》의 대나무밭 결투 장면을 오마주했고 리안 감독은 이 장면을 호금전 감독에게 헌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화의 촬영지는 첫 장면이 나오는 <웅원표국>은 안후이 성 홍촌(宏村)마을에서 촬영하고 실내 장면은 남평고촌(南屏古村)의 엽씨사당(叶氏支祀)에서 찍었다. 대나무밭 장면은 홍촌마을에서 4km 정도 거리에 있는 목갱죽해(木坑竹海)에서, 청명검이 버려지는 계곡은 안후이 성 황산풍경구에 있는 비취곡에서 촬영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신은 무당산의 삼청궁이 아니라 실제 촬영지는 허베이 성 창암산 교루전(苍岩山 桥楼殿)이다.
소설 <와호장룡>이 최초로 영화화 된 것은 1959년 12월 타이완에서 상영된 '라소호여옥교룡(罗小虎与玉桥龙)'이다. 두번째는 1967년 홍콩에서 개봉한 영화 '도검(盗剑)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의검'이라는 제목으로 상연되었다. 드라마 제작은 1980년대 중국 사천방송국에서 제작된 바가 있고 영화가 히트한 다음에 2001년 중국에서 20부작으로 2013년에는 타이완에서 34부작으로 방영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작이 많은 타이완의 무협소설 작가 고룡(古龙)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가 '와호장룡'의 작가 왕도려라고 했다. 어린 시절에 왕도려의 소설을 구하기 위해 타이완의 모든 서점을 돌아다녔다고 했다.
6. 수상내역
- 제5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수상
- 제5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수상
- 제48회 휴고상 시상식 최우수 드라마틱 프리젠테이션 부문 수상
7. 한국어 성우진
2002년 2월 1일 MBC로 첫 더빙 방영.
- 신성호 - 이모백(주윤발)
- 송도영 - 유수련(양자경)
- 최수진 - 옥교룡(장쯔이)
- 손원일 - 나소호(장첸)
- 황일청 - 철대인(낭웅)
- 정희선, 홍승옥, 이철용, 고성일, 최한, 이상훈, 김서영, 이원찬, 방성준, 정재헌 외
- 신성호 - 이모백(주윤발)
- 최문자 - 유수련(양자경)
- 은영선 - 옥교룡(장쯔이)
- 양석정 - 나소호(장첸)
- 안종국 - 철총관(낭웅)
- 임수아 - 벽안호(정패패)
- 이근욱 - 옥대인
- 최옥희 - 옥부인
- 장승길 - 채포두
- 서문석 - 유태보
- 손선근 - 미대표
- 김소형 - 노군웅
- 변현우 - 송명
- 임주현 - 채상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