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봐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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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전지전능하신 그분들
3. 현실
4. 진짜로 아는 경우


1. 개요


주로 높으신 분들이나 자칭 달인들이 시전하는 클리셰 중 하나이다. 주요 레퍼토리로는 "내가 XXX 해봐서 아는데."나,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거는..." 등이 있다.
네가 한번 만들어봐라카운터로 쓸 수 있다 카더라. 물론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무경험이 없을 경우, 또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내세우는 경험이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경우에는 역으로 털리거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 이 분야 최악으로 많이 거론되는 케이스가 김현희.

2. 전지전능하신 그분들


높으신 분들 중 일부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남다른 교육을 받으면서 살았는지, 자신들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그 어떤 전문가보다도 경험이 풍부해서, 이를 바탕으로 가장 현명하면서 몇십 년 앞을 내다보는 판단을 내리며, 그 의견이 너무나도 완벽한 나머지 그 어떤 전문가라 하더라도 반박 한 마디 못하고 그들의 의견에 따른다.

3. 현실


보통 앞뒤말 다 짜르고 내가 해봐서 아는대로 밀어붙이는 사람들은 애초에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 들어온 낙하산 인사일 가능성이 높다.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면, 내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보고 맞으면 맞다. 틀리면 아니다라고 그 자리에서 바로 액션이 나온다.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자체적인 검증과정이 마련되는 셈. 하지만 아는 건 없고, 그분들이 생각하시기에는 아랫것들이 지껄이는 대로 따라가는 것도 여러모로 모양새가 안 좋고, 이왕 온 김에 그 놈의 이름 세 글자 남겨보고 싶다는 이기적인 욕심 하나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의견을 내면서 그에 대한 근거로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내세운다.
사실 아무런 전문적 지식없이 인맥 하나로 낙하산 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평온하게 임기 채우고 이름 석자 남기는 방법은, 전문가들의 능력과 경험을 존중하지 않는 권위주의를 버리고, 그들의 의견을 최대한 귀담아 듣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서 카리스마가 강했던 낙하산이라고 하더라도, 그 카리스마를 뒷받침해 온 개인의 경험과 직관만으로는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민주정치에서 국회의원행정부 장관직을 맡는 의원 내각제로, 일본에서는 국회의원보다 훨씬 중앙부처에 오래 종사한 사무차관[1]이 국회의원 출신 장관, 정무차관의 비전문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 왔다. 물론 관료주의와 같은 부작용이 있기는 했지만...
그나마 조금이라도 해당 분야를 파악하여 현실적인 계획을 내세운다면 어떻게든 넘어간다. 다만 의외로 성공하는 케이스도 없진 않은데, 기업경영에서 대표적인 경우가 애플의 근본적 구조개혁을 통해 퇴임 이후 애플의 구원투수로 재평가받은 펩시콜라 출신의 CEO 존 스컬리.[2] 하지만 안타깝게도 높으신 분들 대부분은 현장이 어떤지는 조금도 생각해보지 않고, 탁상공론만을 벌이며 현실과 동떨어진 계획만을 내세워 조직 전체를 위태롭게 한다. 권위주의/병폐 문서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거기다가 "내가 해 봐서 아는데"를 시전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기가 해봤을 때와 지금 상황이 바뀐 걸 전혀 모른다.간단하게 예를 들면 여기서 글 쓰는 위키러들 절대다수는 한국에서 초중고를 나와서 입시교육 12년에 단련되어있는데, ''내가 해봐서 아는데 공부 별거 아님''하고 내 자식, 내 조카 공부시켜서 명문대를 보낼 수 있겠는가? 아니 당장 다시 수능 보라면 그때 맞은 점수 또 맞을 자신 있는가?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가 이것이다.[3]
무언가를 꼭 해본 사람만이 해당 사안에 대한 권위 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현역에 종사하지 않았음에도 업계인에게 대접 받았던 톰 클랜시라거나, 야구 선수로 뛴 경력은 없지만 MLB 팀을 이끄는 세이버매트리션 단장들이나[4]. 위에 언급한 인물들의 경우,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이 부족해도 그 분야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었기에 당사자의 입장이 아닌 관찰자의 입장으로도 충분히 거대한 집단을 지휘할 수도 있는 것. 코미디에서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나오는 허세를 풍자하는 클리셰가 자주 활용되는데, 개그 콘서트달인은 역으로 이 상황에서 어려운 도전을 해내는 방향으로 웃음 뿐만 아니라 탄성을 유도해냈다.
아마도 이 발언으로 가장 유명했던 사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일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뉘앙스로 "나도 해봐서 아는데"라는 유행어를 생성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 민주화 운동을 해봐서 아는데", "나도 호떡장사 해봐서 아는데", "내가 건물 지어봐서 아는데" 등등 자신의 경험과 엮은 발언이 있었는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받아들이면 될 듯 싶다.[5] 해당 유행어의 의도가 위 내용대로 그저 허세 뿐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서민의 애환을 겪으면서 자수성가를 해낸 자신을 알리려는 목적도 담겨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래서, 이명박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를 비틀어서 비꼬는데 "'''군복무 빼고'''[6] 다 해본 사람"이라고 까기도 한다.
박근혜정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사태 때 역사학 전공이 아닌 학자들이 대거 집필진으로 위촉되어 논란이 되었는데, 이에 대해 현대사 집필진인 최대권 명예교수(헌법학)는 "나는 현대사를 몸으로 체험했다. 내 경험을 통해 말할 수 있다.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데 역사 전공이 어디 있냐. (전공자보다) 더 잘 쓸 수 있다."라고 주장하여, 사람들을 아연실색케 하였다.#
때로는 역설적이게도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 비슷하게 변질되기도 한다.

“배가 고파 남의 빵을 훔친 절도범을 두고,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울 것 없이 공부해서 판사가 된 사람과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라면 하나로 주린 배를 채우며 죽어라 공부해서 판사가 된 사람 중 누가 더 엄한 판결을 내릴 것 같으냐.”

'가난한 사람의 심정은 가난한 사람이 알아준다지 않나.' '배고파보지 못한 사람이 남의 배고픈 고통을 알까.'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그 반대다.

“나는 너보다 더 힘들었어도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고, 이렇게 보란듯이 성공했다. 너는 뭘 했냐. 그러니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

성범죄로 물의를 일으켜 사직한 판사가 변호사 개업 후에 하필 성범죄 변호 전문 로펌에서 일하게 되어서# '내가 해봐서 아는데냐?'라고 사람들의 쓴웃음을 짓게 한 사례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도 '내가 해봐서 아는데'하고 비슷하게 본인이 그 누구보다 더 잘 안다(know better than anybody)고 주장하는 것들이 매우 많다.(...) 이 중에는 트럼프가 안해본 것들도 있지만 그가 실제로 해본 것들(SNS, 소송, 정치 등)도 꽤 있다. # 영상

4. 진짜로 아는 경우


그러나 상기한 이유로 주변의 의견이나 조언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많은 경우, 전문가까지는 아니라도 나름 경험자들의 조언은 그대로 옮기기에 무리가 있더라도 한 번 경청해 보는 게 나쁘지 않다. 특히, 성공사례보다 실패사례를 더 많이 알려주는 사람을 가까이 하는 것이 좋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 원인으로 남편 빌 클린턴이나 현직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조언을 듣지 않아서라는 시각도 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추미애, 우상호, 문재인 등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한나라당새천년민주당의 실수를 반면교사삼아 가결되더라도 기쁜 내색을 보이지 말 것을 주문하는 등 당직자 및 소속 국회의원 관리를 철저히 하여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시의 우를 범하지 않았다. 역사상에서도 왕초보들이 경험자의 조언을 무시하다가 망한 경우들이 있다.
작게 본다면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에서 선수 출신 해설가가 선수 시절 연구를 통해 나온 결과를 언급하며 이후의 경기 양상을 정확하게 예측한 경우를 들 수 있겠다.
매우 높은 난이도의 게임 Super Hexagon의 개발자인 Terry Cavanagh은 해당 게임의 탑랭커이기도 하다.
지난 경험대로만 하면 혁신이 있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경험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도 과유불급이다.
연구방법론의 한 종류인 실행연구(action research)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 를 논문 버전으로 옮긴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진짜로 그런 의미이기보다는 현장의 실무자들이 대학교라는 상아탑 내에서 파악되기 어려운 문제들에 자신이 직접 대처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논문의 형식으로 보고하는 것이다.
과거 마약을 복용했던 사람들이 자신이 겪었던 부작용을 근거로 마약의 폐해를 경고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1] 일본의 중앙행정부처 사무차관은 1947년 국가공무원법 성립 당시에는 정치임명(자유임용) 방식이었지만, 그 다음 해부터 일반직(비정치직) 방식으로 바뀌었다.[2] 현재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벤처캐피탈 업계 및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활동 중이다.[3] 이런 믿음을 교육분야에서 마케팅에 이용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입시 컨설팅 서비스다. 그러나 입시제도는 한국에서 변화의 정도가 심한 제도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입시컨설팅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명문대 교수들도 자기 자식 공부시킬때는 자기 제자들한테 물어본다.[4] 오히려 이 경우엔 선수 출신 단장이 ''내가 해봐서 아는데''의 시전자가 되기도 한다. 명선수는 명감독이 될 수 없다항목 참조[5]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가난했던 유년시절에 갖가지 노점 장사를 해본 것은 사실이다. 이명박의 회고록에서는 어머니가 정해준 여고 앞에서 뻥튀기 장사를 하면서 또래 여고생들의 시선에 수치심을 느꼈다는 구절이 있다.[6] 기관지 확장증으로 면제 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