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1. 일반 명사
2. 강원도의 산
3. 경기도의 산


1. 일반 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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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건기''' 때인 인도 서고츠(Western Ghats) 산맥. 우기에는 푸르러진다 (출처는 모두 위키미디어 공용)
풀이나 나무가 없어 맨바닥의 흙이 드러난 산. 궁예 같은 놈을 이에 빗대기도 한다.
후술하듯 북한에도 많지만 선진국이라고 해도 건조하거나 바위산 많은 지형이면 흔히 볼 수 있다. 한 예로 엄연히 서유럽 선진국에 속하는 스페인의 동남부 해안지대 근처는 건기인 여름에 완전히 민둥산이 된다. 겨울은 우기라 그때야 푸르른 산이 된다. 라스베이거스로 유명한 미국네바다 주 역시 죄다 민둥산이다. 나라가 잘살고 못살고보단 기후 문제이다. 단지 북한이나 인도 같은 후진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조경이나 수목사업을 할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1950년대까지 경기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전라북도의 산들은 1000m이상인 산을 제외하고 전체가 민둥산이었으며, 게다가 그 중 상당수는 산에서 관목 한 그루, 풀 한 포기 찾아보기 힘든 사막에 가까울 정도로 상황이 매우 나빴다. 옛날부터 건물 짓고 불 피우는 연료는 나무였고, 온돌이 전국으로 보급되면서[1] 아궁이에 넣을 화목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서 벌목이 행해졌다. 그리고 일제강점기 산업과 군수 물자 수탈 등으로 어지간한 나무들은 죄다 베어졌고, 그나마 남아있는 잔나무들조차 6.25 전쟁의 포화와 진지 구축으로 싹 다 없어졌다. 그 후로도 전후복구 사업이나 난방에 쓸 장작 용도로 마구 베었는데, 이는 당장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 할 시대 상황상 산림보존에 대해 신경 쓸 여력이나 그럴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4계가 뚜렷하고 여름에 사바나기후에 가까운 강수량을 보이므로 나무가 없으면 홍수가뭄에 매우 취약해진다. 특히 장마철이면 산의 흙들은 물을 머금어 무게가 불어나고 중력과 물살에 힘입어 저지대로 흘러내려 가는데, 이 때 나무가 뿌리로 흙을 붙잡지 않으면 토사가 그대로 쓸려 내려와 산사태가 일어나고, 이후 토사는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하천의 깊이(저수량)를 줄이고,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게다가 이걸 방치하면 할 수록 하천이 쉽게 범람하기에 바닥을 주기적으로 파내어[2] 이 흙들로 주변의 제방을 높여 해마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 반대로 비가 안 와도 문제다. 물을 머금을 나무가 없다면 빗물은 그대로 하류로 흘러내려 얼마 안 가 바닥이 쩍쩍 갈라지고 연병장마냥 황토먼지가 우기 때까지 쉽사리 날렸다. 이렇다 보니 산의 흙모래가 흘러내리지 않게 관리하는 일, 즉 사방(沙防)사업을 국가가 나서서 처리해야 할 필요성이 극명했고, 실질적으로 식목(植木)사업과도 밀접했다.[3]
결국 위와 같은 문제를 직시한 정부[4]1961년 12월 27일에 산림법을 제정함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산림녹화 사업을 펼쳤다. 당시 산림녹화 사업은 30년을 바라보는 장기계획으로 전국에서 벌어지는 초대형 프로젝트였고, 나무를 심고 가꾸기를 권장하고자 식목일/육림의 날까지 제정했다. 하여간 30여년에 걸친 녹화사업이 결국 성공하여 지금은 마이산, 월출산 같은 일부 돌산을 제외하곤 민둥산이 거의 없게 되었다. 상세한 내용은 녹화사업 참고. 가장 큰 공신은 연탄 보급. 땔감으로 나무를 베던 관행이 사라지고 훨씬 편리하고 강력한 연탄이 아궁이를 차지한 덕이 크다.
다만 북한은 남한처럼 녹화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21세기 현재까지도 대다수 산들이 민둥산이다. 원인이야 위와 마찬가지로 마구잡이로 숲을 벌목하거나 화전으로 불태우고 강냉이(옥수수)[5]나 심으려 했기 때문. 게다가 상술했듯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자연재해 피해가 증가하기에 군이나 주민들이 장마철마다 대거 동원되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이 북한의 민둥산을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으로는 자유로 문발-낙하 구간 일대가 대표적이다.
그밖에도 민족 혹은 국민의 가치관, 기후, 지형 등에서 별 차이가 없을 경우 저개발국중진국 이상을 가를 때 민둥산의 비중을 확인하기도 한다. 보통 민둥산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가 저개발국이고, 반대로 민둥산이 거의 없거나 일부 대도시 주변 지역 위주로만 존재하는 국가[6]는 중진국이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아예 대도시와 그 주변의 삼림도 보호하려 노력한다. 대표적인 비교 케이스가 아이티도미니카 공화국.
물론 이런 끔찍한 사례들은 강수량이 적거나 특정 계절에 편중된 기후대의 이야기일 뿐, 난류가 흘러 강수량이 1년 내내 고른 해양성기후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2. 강원도의 산


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높이 1,117 m의 산. 이름의 유래는 위의 일반명사다. 즉, 산 정상에 나무가 없고 억새만 자라고 있기에 민둥산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렇게 말하면 억새 몇포기만 드문드문 자라는 황량한 정상이라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은 억새 군락이 엄청나게 있는 산이다. 수십만 평에 달하는 능선 일대가 온통 억새밭인데, 억새가 높게, 그리고 무성하게 자라났기에 길이 아닌 곳은 헤쳐 나가기가 어려울 정도다.
민둥산에서는 매년 가을, 정확히는 10월 중순마다 억새 축제가 개최되어 많은 관광객이 모여들고, 언론에서도 매번 민둥산의 억새 축제를 보도할 정도로 억새로 유명한 산이 되었다.
인근에 태백선정선선의 분기가 되는 역인 민둥산역(옛날 증산역)이 있다.
참고로 미디어에서는 산 정상 부분(억새)만 보여주기 때문에 만만해 보이나 경사가 꽤나 가파르기 때문에 등산하기에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사실 민둥산 만이 아닌 웬만한 고산들을 촬영할 땐 거의 같은 방식이니...

3. 경기도의 산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과 가평군 북면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1,023 m.

[1] 온돌 자체는 고구려 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방 전체가 아니라 집의 일부분만 데우는 방식이어서 나무가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서민에게 별로 널리 퍼지지도 않았다.[2] 이를 준설(浚渫)이라고 한다.[3] 반대로 공업정책을 증산시키기 위해 철을 만들겠답시고 주변의 목재를 죄다 베어 민둥산을 만들어 아주 망한 예가 있는데 대약진 운동토법고로참고 산사태와 홍수 두가지 예에 아주 적합한 사례[4] 정확히는 5.16 군사정변 이후 윤보선 대통령이 재임중인 과도군정[5] 다만 이 작물은 지력을 상당히 소모한다.[6] 물론 바위산이나 사막, 황무지와 같이 원래 나무가 자라기 힘든 곳은 제외다. 이탈리아스페인은 선진국이지만 남부 지역이 바위산과 사막, 초원 등이 많은 건조한 나라라 나라가 잘사는 것과 별개로 남부지역은 산에 나무가 대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