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덕후
1. 개요
"설정 오타쿠"의 줄임말. 더욱 줄여서 표현하자면, "설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설정, 더 나아가 그 설정을 이용한 설정놀음을 주로 즐기는 사람을 부르는 말. 여기서 두갈래로 나누어질 수 있는데, 자신만의 설정을 만들고 정리 및 세분화하길 즐기는 경우가 있고, 이미 존재하는 특정한 창작물의 설정을 정리 및 해석, 이해하길 즐기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자캐 오타쿠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설정덕후라고 하면 후자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창작물을 더욱 즐기기 위해, 그 설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때 그때의 연출과 전개가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무시하고 작중에 표현된 바가 설정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작품을 비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설정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다른 요소를 아예 무시하는 자세는 결코 좋지 않다. 그러한 그릇된 설정덕후는 설정을 중요시하는 나무위키에도 수없이 존재하며, 오히려 작품성은 좋은데 설정오류가 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창작물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떡밥에 너무 중독되어 이것저것 다 떡밥으로 보고 일일히 작성해서 맥거핀 취급하는 과잉현상이 벌어지기도.... 특히 스토리상의 중요한 암시나 단서도 아닌 스토리에 진행에 관련없는 그냥 저런 것도 있구나 할 수 있는 배경 설정같은 것도 떡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선제작 후설정은 창작자로서 해서는 안되는 것들 중 하나라며 싫어하나, 이렇게 설정을 끼워맞춘 게 아귀가 은근히 잘 맞아떨어지게 되면 떡밥을 회수했다며 칭찬을 하기도 한다.
2. 한국에서의 설정덕후의 역사
설정덕후 중에는 작품 자체는 직접적으로 접하지 않고 설정만을 즐기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일본 만화를 직접적으로 접하는 데 장애가 있었던 1980년대 무렵에는 다이나믹 콩콩 코믹스 등을 통해 유입된 설정집을 통해서 건담 시리즈를 비롯한 일본의 거대로봇물에 입문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었다.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이나 미국의 콘솔 게임을 직접적으로 접하는 데 다소의 장애가 있었던 1990년대 무렵까지는 게임잡지와 PC통신, 인터넷 등을 통해서 일본이나 미국의 콘솔 게임의 설정들을 접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작품 자체는 직접적으로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정만을 즐기면서 대리만족을 하게 되는 사례들도 간간히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2000년대까지도 의외로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이 즈음에 들어와서는 한국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과 일본 만화를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직접 접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일본이나 미국의 콘솔 게임 역시 여러 루트를 통해서 차츰 직접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게임기와 게임 소프트의 수입도 보다 활발히 이루어지게 되었던 데다가 PC를 통해 구동되는 에뮬레이터도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설정 역시 PC통신이나 인터넷, 잡지 등을 통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기도 하였기 때문이었다. 여러 이유로 인해서 작품 자체를 직접 접하기 어려운 사정을 겪었던 이들의 경우에는 설정만을 즐기면서 대리만족을 하곤 했었다.
설정만을 즐기기 보다는 작품 자체를 직접 접하는 것이 대세가 된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이런 사례들이 거의 사라져 버렸지만 그래도 극소수는 남아 있는데, 이 경우 작품의 공식 설정집을 구매하기까지 할 정도로 깊숙하게 설정놀음을 즐기는 쪽과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접할 수 있는 설정 자료들만을 가지고서 가볍게 설정놀음을 즐기는 쪽으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인다. 전자의 경우에는 높은 확률로 작품 자체도 직접적으로 접하는 쪽으로 빠지게 되기 때문에(애초에 공식 설정집을 돈 주고 구매하기까지 하는 시점에서, 작품 자체도 직접 접하게 되는 쪽으로 변화하기도 쉬운 것이다. 이런 경우 작품을 직접 접할 때에도 합법적인 루트를 통해 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게까지 많은 편이라고는 하기 어렵고, 후자의 경우가 알음알음 보이는 편. 후자의 경우에는 개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또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위키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자료들만으로도 덕질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입문하기가 쉽기도 하다. 의외겠지만 가장 싼 값으로 덕질을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작품 자체를 직접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설정만을 즐기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이들은 작품 자체도 직접적으로 접하면서 덕질을 하는 다른 덕후들에 비해서 그다지 좋은 시선으로는 보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작품 자체를 직접 접하는 것이 매우 쉬워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설정덕후끼리 설정싸움을 할 때에도 작품 자체를 직접 접하지 않은 설정덕후들은 작품 자체도 직접 접하는 설정덕후들에게 설정만 알고 있고 작품의 스토리나 캐릭터는 잘 모른다는 이유로 알못 취급을 당하는 게 보통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아무리 설정을 빡세게 파고 들어 왔었다 해도 작품의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면 그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고는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정과 스토리 사이의 연관성이 커서 양쪽 모두를 파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었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미니어처 게임의 팬덤 내부에서도 게임은 플레이하지 않고 미니어처 모델조차도 컬렉팅하지 않은 채 룰북/코덱스와 설정집만을 가지고서(또는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설정 자료만 가지고서) 오직 설정만 파고 드는 이들은 보통 좋지 않은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TRPG 쪽에서도 역시 비슷한 분위기가 있는 모양. 그래도 룰북이나 코덱스를 갖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취급이 나아져서 최소한 알못 취급까지는 당하지 않는 편이긴 하다. 미니어처 게임의 경우 작품에 따라서는 미니어처 모델이 없이 룰북과 코덱스만 있는 경우도 있고, 또 TPRG 쪽으로 가면 애초에 룰북 자체가 작품의 근원이자 핵심이 되기 때문인 듯.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저 설정만을 즐기는 쪽이 오히려 더 나을 때도 있기는 한데, 작품을 불법적인 루트를 통해 입수하여 즐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작품 자체는 즐기지 않고 설정만을 즐기며 대리만족을 한다 하더라도 되도록이면 합법적으로 입수할 수 있는 자료들로 덕질을 하는 쪽이 도의적으로는 그래도 낫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이 돈 안 들이고 덕질을 한다 하더라도 스캔본·텍본이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등을 통해 작품을 직접 접하며 덕질을 하는 쪽과, 작품을 직접 접하는 일 없이 위키 같은 데에 올라오는 정보들만으로 덕질을 하는 쪽 중 어느 쪽이 도의적으로 보다 나은 지를 생각해 본다면 이는 자명하다. 물론 작품의 설정만을 알 뿐 작품의 스토리나 캐릭터는 잘 모르기 때문에 설정싸움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불리할 수밖에 없겠지만.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과 일본 만화, 일본산 콘솔 게임, 일본산 장르문학 등에 관련해서는 설정싸움에서의 불리함을 넘어 선 또 다른 차원에서의 문제가 있기도 하다. 바로 시간이 흐를수록 일본 서브컬처가 세계관보다는 그 외의 다른 요소들을 보다 중시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에서는 세카이계와 같이 세계관이 중요한 작품보다는 일상물과 같이 캐릭터를 중시한 작품이 많아지고 있으며, 장르문학을 보아도 역시 세계관이 중요한 작품들보다는 캐릭터를 중시한 작품들이나 스토리를 중시한 작품들이 보다 많은 편인지라(오타쿠 대상의 라이트 노벨의 경우 캐릭터 중시 노선인 경우가 많고, 일반인 대상의 장르소설의 경우 스토리 중시 노선인 경우가 많다.) 설정덕후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실망을 느끼게 되는 케이스가 많다. 때문에 설정덕후들의 경우 자연스레 최신 작품들보다는 오히려 세계관과 관련된 설정들이 풍부한 고전 작품들을 찾게 되는 일이 많은 편. 설정덕후들은 보통 SF나 정통 판타지와 같이 작품의 세계관을 가지고 설정놀음을 하기 좋은 작품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고전 쪽이 보다 취향에 부합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렇게 작품 자체를 직접 접하지 않고 설정만을 즐기는 이들은 작품 자체도 직접적으로 접하는 이들에 비해서 창작자가 되는 데에 다소 장애를 겪기도 한다. 바로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조형에 관련된 문제. 작품 자체를 직접 접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그 스스로가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가 된 뒤에도 2차 창작 작품이나 독자적인 오리지널 1차 창작 작품을 만들 때 자신이 과거 접했던 여러 작품들의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떠올리고 거기에서 영감을 받으면서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만들어갈 수 있지만, 작품 자체를 직접 접하지 않고 설정만 파고 들어 왔었던 이들의 경우에는 당연히 그러기가 어려우므로 제대로 된 플롯과 대화 장면·전투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 하거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 하는 등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들 때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일이 많다. 그래서 결국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 한 채 설정만 실컷 만들고 끝나게 되는 것이 보통. 오리지널 작품은 물론이고 팬픽조차도 제대로 만들지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실질적인 창작활동이 아닌 설정놀음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Conworlding으로 빠지게 된다면 굳이 스토리를 만들지 않아도 되므로 그래도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편이다.
3. 기타
비슷한 경우로 고증덕후가 있다. 설정덕후가 가상 매체 내부에서의 설정 관계에 관심을 가진다면 고증덕후는 현실과 매체 사이의 사실 관계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