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덕후

 

1. 특성
2. 순기능
3. 역기능
4. 총론
5. 예시
6. 관련 문서


1. 특성


고증에 관심을 보이는 덕후를 이르는 말이다. 보통 역사, 과학, 전통의상에서 자주 나타난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매니아 계층이 있는 분야면 어디서든지 나타난다.[1]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는 특정한 매체에 대한 고증 문제를 다루는 저널이나 매체가 드물었기 때문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의견이 활발히 교류되고 있다.

2. 순기능


작품의 제작 인원 가운데 고증을 검수할 수 있는 인원은, 아무래도 해당 분야의 마니아들이 모여 기획한 인디 작품이 아니고서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영상 매체를 예로 들자면 실제 촬영은 긴박하게 이뤄지고 기획 단계에선 주로 예산과 극본의 작성이 중시되지 고증을 일일히 검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발적으로 제작진에게 고증을 검수해줄 수 있거나 대중에게 올바른 고증을 계도할 수 있다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사실 이 정도밖에 없다.'''

3. 역기능


특정 분야 마니아들의 고증 지적질이란 것이 사전적 조치보다는 앞으로 제작될 작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후 진단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문제이며 그 진단이라 할만한 것도 '''자신의 현학적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한 지적 허세가 대부분'''이라는 것도 문제가 된다.
요즘에야 이런 류의 아싸화법을 일삼는 설명충들을 조소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자기가 파는 분야에 대해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며 TMI를 남발하는 고증덕후를 묘사한 풍자화까지 나올 수 있는 환경이기에 망정이지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이토록 유저들을 갈궈 학이 떼이게 하는 고증덕후들이 분야를 막론하고 문서 사유화를 하는 일이 허다해 이들의 패악질을 공론화하고 제어할 수단은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기껏해야 철도 동호인, 버스 동호인이 관련해서 까이는 수준이었고 그나마도 보통 고증 지적질 보다는, 고증 지적질 정도는 '따위' 소리가 나올 정도의 다른 행태 때문에 까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고증덕후들한테 쌓이고 쌓인 유저들의 분노가 이제사 폭발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듯. 반면 여초 쪽은 예전부터 일명 '훈장질'하는 유저를 뒷담화하는 문화가 퍼져있어서 상대적으로 숨통은 트여있었다. 애당초 고증덕후들 만큼 고증에 목메는 이들이 흔치도 않았고.
고증오류를 파악하고 이를 지적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고증만으로 해당 매체의 가치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증덕후들은 거부감을 주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한마디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어도 고증이 메롱이면 백안시하고 심형래가 만들어도 고증이 뛰어나면 눈감아주는 식의 이중잣대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일반 시청자' 와 자신은 다르다는 우월의식을 느끼는 부류가 있는 것이 큰 문제로, 시청자 중에는 고증 오류가 나더라도 오히려 드라마를 두둔하고 오류를 허용해주는 사람을 비난하기도 한다. 더구나 고증을 비판하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자들[2]은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물론이거니와, 환도 패용 방식처럼 중요하지도 않고 눈에 띄지도 않아 해도 그만이고 하지 않아도 그만인 사소한 부분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눈에 잘 들어오는 건축이나 복장, 소품 등에 대한 비판은 찾아보기가 어려운 편.
무엇보다도 작품에서 각종 소품과 장치, 배경은 고증덕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물건'으로서 배치되는 게 아니라 인물의 성격, 작품의 주제, 작가의 의도, 심리묘사 등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극의 일부분'으로 이를 위해서 작가들이 연출에 기를 쓰는 것이고, 의상과 세트를 비싼 돈들여서 매번 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저거 저 인물이 안 썼다구요 저거 실제 유물이랑은 다르다구욧 빼애애애액!!!" 해대는 것은 시를 읽다가 '비릿한 냄새가 나는 붉은색' 같은 공감각적 표현을 보고는 "왜 색깔에서 냄새가 납니까? 이게 말이 되나요?" 하는 식으로 화를 내는 것과 똑같은 짓이라는 소리다. 또 과거로 가면 갈수록 작품내 시대의 정서와 현재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의 정서의 갭은 커지기 때문에 관객의 몰입을 위해서 고증을 그대로 지키면 안 되는 부분에서도(즉, 고증을 어겨야 원활한 극 진행이 되는 상황)앵무새처럼 고증만을 외치기도 한다. 사실 이런 경우는 알량한 단편적 지식만 갖추고 있을뿐 진짜 중요한 큰 틀인 인문학적 상식 및 이해력이 부족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과거 군대의 경우도 정작 나중에 개량된 무기나 장구류 유물 혹은 회고록, 사진 기록 등을 보고 입을 다물기도 한다. 위에 언급된 띠돈을 차고 거꾸로 패용하는게 정석인 조선 환도의 경우에도 실제로는 경우에 따라 앞으로도, 등으로도 메고 다니거나 손으로 들고다니는 경우 역시도 있었다는게 구한말 사진으로 확인된다.
또한 대중 매체 속의 고증 오류를 지적하는 대중서적이나 잡지 등에서는, 작품 자체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그저 실제와 다른 부분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는 '틀린 사실이 이렇게 많으니 이 작품은 명작이 아니다' 라거나 '사실을 이렇게나 정확하게 지켰으니 이 작품은 불후의 명작이다' 라는 논리로 이어지는데, 문제는 지적을 올바르게 하려면 지식은 기본이고 해당 작품을 어느 정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령 근초고왕을 예로 들면 비록 외적인 고증은 완벽에 가까웠으나 줄거리와 연출 등 극으로서 중요한 부분은 정작 총체적 난국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실제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또한 황산벌(영화)에서는 백제 측 인물들이 충청도가 아니라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며[3] 서력 기원을 언급하거나 '쿠데타' 등의 외래어를 쓰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학자들로부터도 제법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사극이나 역사물이 아니면 총론에서 나오는 장점이 전부 깨져버린다. 이게 상술한 문제점과 합쳐지면 작품의 팬들과 고증덕후들이 뒤엉켜 병림픽이 시작된다. 대표적인게 걸즈 & 판처 안그래도 싸움나기 딱 좋은대 밀덕 특유의 혐일, 혐덕 이 합쳐져 허구한날 소모전이 일어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들 중 적잖은 수가 일본식 오타쿠 서브컬처를 곁다리로 파는 경향이 강한데, 정작 일본 서브컬처 특유의 과장된 그림체와 현실과 괴리된 언행을 고증오류라며 문제삼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 막말로 과거 공룡덕후들에게 그렇게 가루가 되도록 까였던 한반도의 공룡과 실제 백악기 생태의 괴리보다 허구한날 묘사되는 하와와 여고생과 실제 여고생의 차이가 더욱 컸으면 컸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4]

4. 총론


역사를 다루는 작품이 오락성과 시청률에만 신경을 쓰면 역사를 다룬다는 정체성이 흐려진다. 제아무리 역사가 기반이라고는 해도 창작물이니만큼 소소한 차이에 눈을 감거나 각색을 할 수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역사를 위주로 한다는 것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역사를 바탕으로 한 대중매체의 고증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의외로 무시할만한 것이 아니다. 가령 조선시대 사극에서 군인들에게 포졸복만 입히고 삼지창과 활만 쥐어준 결과, 학습용 만화나 일러스트, 게임 등 다른 매체에서도 조선군을 포졸로 묘사하는 게 통례가 되었다. 조선군은 엄연히 갑옷과 투구 등 방어구를 다 갖춰 입고 다양한 무기를 다루는 체계적인 병종을 갖춘 군대였는데, 정작 오늘날에는 저렇게 표현해대니 과거 한반도 국가들의 국방이 형편없었다는 인식이 주류를 이루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또 구한 말에 국민적으로 악평이 자자했던 명성황후가 드라마 한 편으로 조선의 국모요 구국의 영웅으로 둔갑한 사례도 있으며, 삼국시대 사극에서 국적 불명의 판타지풍 갑옷만 입히자 삼국시대를 다루는 다른 매체에서도 이를 참고하기 시작했다. '싸울아비' 나 '조의선인' 등 실제로는 있지도 않았던 군사조직이 특정 매체에 등장하기 시작하니 다른 매체에서도 열심히 베끼고 있다는 점도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들은 자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이 매체들이 외국으로 수출되었을 경우 한국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길이기도 하다. 반면 역사적인 소품을 만들 때 고증을 철저히 지키고 적절히 활용한다면 덕후들을 만족시키는 데에서 나아가 역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며, 역사물만이 제공할 수 있는 품격과 매력을 어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극이 고증을 지키지 않는다고 무작정 비판하기도 곤란하다. 고증은 인프라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고, 무엇보다 자금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시청률. 터놓고 말하면 수입을 올리지 못하면 안 되는데, 제작비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증보다는 극의 완성도나 재미에 더 치중하여 소소한 고증들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무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도 완벽한 면죄부가 되기는 어려운데, 지키는 데 비용이 그다지 들지 않는 경우나 역사책을 한 번만 들여다보아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기본적인 사항조차 틀리는 경우도 많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5].
고생물쪽은 더 문제가 된다. 다큐든 영화든 일단 사람들이 봐야 가치가 매겨지는 것인데, 쓸데없이 고증에 매달려서 드라마를 말아먹는 것보다는 고증을 접어놓고라도 대중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결국 제작자들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티라노사우루스가 나온다고 하면 아이들도 많이 보겠지만, 어지간한 영재급 덕질을 하는 아이가 아니라면 이크티오베나토르오피스토코엘리카우디아를 알기는 힘들다. 이런 공룡들만 잔뜩 나온다면 진입장벽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 결국 인지도의 문제로, 티라노사우루스가 나오는 다큐에서는 같은 시대와 지역을 공유하는 (덜 유명한) 다코타랍토르[6] 대신, 시대가 빗겨나가는 (훨씬 더 유명한) 데이노니쿠스[7]가 같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5. 예시


고증/작품별 고증 완성도 항목을 참조하는 것도 좋다.

6. 관련 문서



[1] 쉬운 예로 응답하라 1994처럼 현재와 그다지 멀지 않은 시대를 다룬 작품의 경우 특정 분야의 덕후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2] 주로 군사나 과학 분야에서 눈에 많이 띈다.[3] 백제의 수도였던 웅진과 사비가 오늘날 어느 도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그리고 까다롭게 비판하자면 당시의 백제어와 신라어가 오늘날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와 같느냐고 할 수도 있다.[4] 첨언하자면 일본 오타쿠 서브컬처 속에서 묘사되는 일본 문화, 특히 여성들에 대한 묘사는 90년대 중반~2000년대 중후반 언저리에 머물러 정체된 상태이다. 아직도 여자 일진이 피부를 검게 태우고 진한 화장과 금발 염색을 하고 다니며 루즈삭스를 고집한다든가 이제는 아무도 안 찾는 전통 온천을 그렇게 물고 늘어진다든가 동네 목욕탕 가서 목욕 후에 커피우유를 마시는게 국룰이라든가 니코동식 구름 코멘트로 화면을 가득 메운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오타쿠 서브컬처를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이 다른 데서 정보를 얻는게 아니라 허구한 날 애니나 보다보니 같은 오류를 남발하는 데서 유래한 악순환인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에 대해 크게 일침을 가한 바 있다.[5] 이쪽의 좋은 예시로 들 수 있는 것이, 몽골인이 변발은 안 하고 당나라 복장을 입고 돌아다니는 기황후(드라마). 애초에 이쪽은 기획 의도부터가 역사를 엿 바꿔 먹기로 작정한 경우다.[6] 티라노와 동일한 헬 크리크 지층에 존재했으며, 시기도 백악기 후반으로 일치한다.[7] 북아메리카에 살기는 했지만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북부에 존재했으며, 시기는 백악기 초기로 수천만년(...)의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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