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어

 


1. 개요
2. 기원
3. 특성
4. 표준어와의 차이점
4.1. 한영혼용체(보그체) 및 영한직역체
4.2. 미국 발음, 캐나다 발음을 반영한 한글 표기
4.3. 신조어의 부재
4.4. 부정의문문
5. 관련 문서


1. 개요


미국에 거주 중인 한국계 미국인 그리고 재미교포들과 영어권 캐나다에 사는 한국계 캐나다인이 사용하는 한국어의 형태.
일명 교포 말투라고 불리운다.

2. 기원


한국계의 미국, 캐나다 등 아메리카 지역으로의 이민 역사는 190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으므로 재일교포, 재중동포, 고려인에 비해서도 역사가 아주 짧은 편은 아니지만, 고려인과 재중동포의 경우에는 대한민국과 교류가 상당기간 끊어지게 되고 재중동포의 경우에는 문화어의 영향, 고려인의 경우에는 러시아어의 영향으로 언어가 조금씩 달라진 것과 달리 미주 방면은 20세기 초부터 현대 21세기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새로운 이민, 유학생 인구 유입에다가 한국과 미국이나 캐나다 간 문화교류가 매우 활발하기 때문에 비교적으로 언어적 차이가 작거나 심하게는 아예 없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따로 목록을 작성할 만큼 본토 한국어와 크게 눈에 띌 만한 차이는 없으나,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 기준으로는 미묘하게나마 다른 특징이 있다.

3. 특성


가장 가까운 형태의 한국 방언은 남한 표준어 또는 서울/경기도 방언 정도로 볼 수 있다. 이유는 서울경기권 출신의 이민/유학 인구가 수적으로 가장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물론 방언 구사자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전라도 사투리 혹은 경상도 사투리 구사자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이고[1] 조선족, 고려인 그리고 미국 시민권자캐나다 시민권자탈북자(!)까지 미국과 캐나다의 한인 사회의 구성원이 있기는 하지만 서울토박이 또는 그들의 후손들이 절대 다수이며, 교포들이 해외에서 접할 수있는 모든 영상,출판 자료들도 표준어를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므로 현실적으로 표준어의 영향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서울 방언이 가장 잘 보존 된 이유도 서울 지역 출신 이민자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2]
어느 정도냐면 제주도 사투리경상도 사투리 구사자들이 미국 이민 생활, 캐나다 이민 생활을 오래 하게 될 경우 사투리 구사 능력을 자연스레 잃게 되고 표준 한국어만을 구사하게 된다.[3] 한국어를 접촉할 기회가 없는 환경이라면 당연히 방언 한국어 능력 자체가 손실된다.[4] 이것도 물론 애초에 사투리 개념을 인지하고 있는 1세대~1.5세대 한정. 2세대 이후부터는 가족이 비수도권 출신이더라도 절대 다수의 표준 한국어 사용자들의 영향, 한국 드라마, 음악 등의 문화적 영향,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국어 자체를 배우게 되는 한글 학교(교회 봉사, 학원) 영향을 따라서 표준어가 기본이 된다.
평균적으로 2세대까지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한국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주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2세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듣고 이해하고 간단한 표현을 하는 수준이고 3세대 이후로는 한국어 구사 능력 자체가 매우 드물어진다.[5]
서울, 수도권 출신 이민 1세대의 경우 옛 서울 방언, 경기 방언이 많이 보존되어 있다. 이는 한국말로 무조건 말하라니 한심하군 항목을 참조할 것. 대한민국 본토서울 억양이 산업화에 따른 상경민의 유입으로 인해 많이 변화를 겪은 동안, 서울, 경기권 출신 이민 1세대들의 억양은 서울 방언이 변화되기 이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 이는 미국의 소리자유아시아방송 한국어 방송의 억양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4. 표준어와의 차이점



4.1. 한영혼용체(보그체) 및 영한직역체


일종의 코드 스위칭이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영단어를 포함한 표현이 많이 쓰인다.[6] 보그체와 유사하게 조사나 문법은 한국어를 따르면서 주요 동사, 명사는 영어 단어를 쓰는 것이다.[7] 이런 소통 방식이 나오는 이유는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문법적 지식은 있지만, 그에 비해 어휘적 지식은 다소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사가 잘 쓰이지 않고[8] 오직 위치에 따라서만 명사의 격이 결정되는 것도 영어에서 비롯된 특징이다.
  • 예시
표준어: 여기 핸들 잡고 엑셀[9] 밟아서 운전해.
재미교포어: 여기 윌(wheel)잡고 개스페들(gas pedal) 밟아서 운전해.
  • 예시 2
표준어: 내가 어제 연구방법론 강의 끝나고 여친이랑 같이 나가서 이탈리아 음식 먹으러 갔잖아.
재미교포어: 내가 어제 메써달러지 렉쳐(methodology lecture) 뒤에 여친이랑 이탤리언(Italian) 먹으러 갔잖아.
또한, 아래처럼 영어 표현을 거의 그대로 한국어로 직역하여 대화하는 용례도 보인다. 영어로는 간단한 동사이지만(play, know, go 등) 한국어 표현으로는 상황에 따라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 영어의 동사표현을 한국어로 1:1로 직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10]
  • 예시 1
표준어: 우리 농구하자.
영어표현 : Let's play basketball.
재미교포: 우리 농구 놀자. (play)
  • 예시 2
표준어: (식당에서 주문 전) 뭐 먹을지 정했어?
영어표현: Do you know what you're getting? (또는 Do you know what you'd like to order? 등)
재미교포어 : 너 뭐 먹을지 알아? (know)[11]
  • 예시 3
표준어: 오늘 발표했어? / 아니 오늘 발표 안했어.
영어표현: Did you go today? / No, I didn't go today. (구어에서 'go'의 다양한 활용 중 하나)
재미교포어 : 오늘 갔어? / 아니 안 갔어. (go)
덧붙여 재미교포들이 서로 소통할 때는 영어를 기본으로 소통하면서도 한국어 어휘를 차용하거나 뒤섞어서 소통하기도 한다. 영어로 한국 문화에 기반한 감성을 온전히 전달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고, 또 한국어 단어를 완벽히 대체할 알맞은 영단어가 드물기 때문.
  • 예시 1
재미교포어: I was talking to my mom while eating Toppoki, and we were talking about Kyle and she was telling me how he was my Hyung and I should Jonjunghae him.
한국어 해석: 내가 엄마랑 떡볶이를 먹으면서 철수 형[카일;] 얘기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철수 형이 형이니까 형 대접[12]을 하라고 했어.
  • 예시 2
재미교포어: Let's go to Icha! / Let's go Icha!
한국어 해석: 2차[13] 가자!
  • 예시 3
재미교포어: And our halmuni and samchon prepared meals for us, so let's give them a big hand.
한국어 해석: 그리고 우리 할머니와 삼촌[14]께서 식사 준비해 주셨으니까, 그분들께도 박수 쳐 드리자.
홍콩의 언어 습관과 비슷한 점이 많다. 예시로 홍콩 경찰홍콩 소방처는 평시에 광동어로 대화하지만 무전을 할 때 Go ahead, Fire Control, Ambulance Control, Police Control 등의 영어를 쓰고 숫자도 몇 이상 넘어가면 영어로 부른다.

4.2. 미국 발음, 캐나다 발음을 반영한 한글 표기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외래어 표기법과는 다른 한글 표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 예로 쇼핑(shopping)을 '샤핑', 가스(gas)를 '개스', 존(John)을 '잔' 등으로 표기한다. 특히 John을 '잔'으로 적는 것은 물론 미국 현지 발음을 반영한 것도 있지만, ''으로 적었을 경우 여성 이름 Joan으로 잘못 인식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15]. 실제로 Joan Rivers에 대해 다룬 책은 한국에서도 조운 리버스로 출판된 적이 있으며, 외래어 표기법에서 /ou/ 또는 /oʊ/를 단모음 ㅗ로 옮기는 규정에 예외를 두어 Joan의 표기를 '조운'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되는 이유는 한국에서 통용되는 외래어 표기법이 영국식 영어의 음운론에 따르기 때문이다.[16] 그렇기에 한국식 외래어 표기와 미주 한인어식 외래어 표기에 괴리감이 생기는 편.[17] 예를 들자면, 모음 뒤에 나오는 /r/ 발음의 표기에 대해서도 미주 한인어에서는 이를 살리는 식으로 표기하곤 한다. 한국식 외래어 표기법으로 Carson, Lamar를 각각 '카슨', '라마' 등으로 표기하여 /r/ 발음이 묵음이 된 것 처럼 표기하나, 미주 한인어에서는 '칼슨', '라말'로 표기한다.

4.3. 신조어의 부재


보통 재미교포들의 한국어를 보면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할머니/할아버지 세대의 약간 오래된 어휘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 냉동인간으로 유명한 god의 멤버 박준형이나, 양준일의 한국어 구사를 들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18] 이러한 특성은, 본토 한국 바깥의 사회에서는 주로 윗 세대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다보니 본토에서 꾸준히 생성되는 신조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19]

4.4. 부정의문문


영어에서는 부정의문문은 "내용"에 초점을 두지만 한국어에서는 "부정"에 초점을 둔다.
"Aren't you hungry? 안 배고파?"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한국어에서는 "응, 안 배고파."이라고 답하지만 영어에서는 "No. 아니, 안 배고파."라고 답한다. 즉, 영어에서는 안 배고프냐는 부정이 들어간 의문문을 받게 되어도 부정의 의미인 "안"을 제외시킨 원래의 "배고파?"라는 의문문을 기준으로 답을 하게 된다.
미국, 캐나다에 오래 체류했지만 한국어에 유창한 사람일수록 이러한 면에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간단한 네/아니오 형식의 답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더 자주 사용하게 되는 영어식 표현을 한국어로 직역해버리기 때문이다.

5. 관련 문서



[1] 가령 다니엘 대 킴경상남도 부산 출신 집안으로, 한국어를 쓸 때는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2] 손석희 앵커, 유홍준 교수나 성북동, 삼청동, 평창동, 한남동, 이태원동, 구기동, 가회동에 거주하는 전형적인 서울 내 부촌 거주민들이 전형적인 서울 방언 화자이다. 영어용인발음처럼 구사자의 수가 희박하다.[3] 물론 서북방언함경도 사투리, 육진 방언을 제외하면 사투리 중 가장 잘 보존된 경상도 사투리제주어인 만큼 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경우도 많다.[4] 다만 방언 어휘 수준에서는 몰라도, 경상도의 경우 억양은 계속쓰는 경우가 많다. 중서부 작은 칼리지 타운에서 수십년 동안 장사하시는 분들도 억양은 네이티브 그대로인 경우가 있을 정도. 그런데 이건 딱히 재외한국인들만 그런 건 아니다. 사회생활 억양보다 가족억양을 (가령, 심지어 아무 생각이 없어서란 이유 하나로) 유지해 학령기 때 서울에 와 수십 년을 살아도 고향 억양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정말 흔하다.[5] 그 2세대도 한국어 수업을 듣거나 해야 가능한 얘기이다.[6] 이런 경향은 재일 한국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7] 다만 보그체라는 개념은 허세를 위해 외국어 표현을 맥락에 상관없이 혼용하는 언어 사용 습관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코드 스위칭, 곧, 일상적으로 현지어와 한국어를 혼용하는 해외 거주 한국어 사용자들의 언어 사용에서 두 언어가 섞이는 경향이 나타나는 상황을 지칭하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단어이니 사용에 주의하자.[8] 특히 영어에는 없는 목적격 조사 '을(를)'은 거의 다 생략된다.[9] 어원은 Gas pedal의 영국식 영어인 Accelerator(억셀러레이터)[10] 이는 한국인이 영어를 할 때에도 똑같이 나타난다. 가령 '개를 기르다'를 'raise a dog'라고 한다던가 (keep a dog가 맞는 표현) '실수하다'를 'do the mistake'라고 한다던가 (make the mistake가 맞는 표현) 등등이다. 결국 영어를 잘 하려면 이런 연어 (collocation)을 통채로 외워야 콩글리시가 나오지 않는다.[11] 해당 문장은 한국어 화자에게는 다소 이질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한국어에도 비슷한 용법이 있다. 부정문의 경우이긴 하지만, 한국어에 "뭘 시켜야 할지 모르겠어(don't know에 대응)"라는 표현이 있음을 생각해보자.[카일;] 교포들은 흔히 통명과 한국식 이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12] 존중하다 → 존중해. 화자가 영어의 respect는 한국어의 '존중'보다 의미가 넓어 적절한 대응어가 아니라고 여길 경우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13] 영어로 옮기기 까다로운 표현이기 때문에 한국식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 자주 쓰이는 영어표현 중에서는 hit another bar라는 동사 구문이 이에 해당하지만, 몇 번째(2차, 3차 등)라는 개념이 없어 100% 일치하지는 않는다. 일부 영어회화집에서 소개하는 표현인 second round나 another round는 사실 '두 번째 술 주문'이라는 뜻으로, 장소를 옮긴다는 느낌이 없다.[14] 친인척으로의 할머니와 삼촌보다는 그냥 친근한 할머니/삼촌에 더 가까울 때가 많다. 영어의 granny나 uncle 등에도 대응한다.[15] 국내에서는 Joan을 '조앤'으로 적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틀린 발음으로, Joan의 oa 발음은 boat의 oa 발음과 같다.[16] 때문인지 한국식으로 영어를 발음하면서 영국식 발음을 조금 섞어주면 굉장한 영국식 영어를 묘사한다고 놀라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로 한국인용인발음을 제대로 묘사하면 영국인들은 중국계 싱가포르인홍콩인의 발음과 비슷하다고 보는 경향이 크다.[17] 단 Pass는 영국, 호주, 뉴질랜드의 예시인 '파-스'가 아닌 미국캐나다의 예시인 '패스'로, 여권을 뜻하는 Passport도 영국, 호주, 뉴질랜드의 예시인 '파스포트'가 아닌 미국캐나다의 예시인 '패스포트'로, 'Library'도 영국, 호주, 뉴질랜드의 예시인 '라이브리'가 아닌 미국캐나다의 예시인 '라이브러리'로 한다. 단 바닷가재영국, 호주, 뉴질랜드의 예시인 '롭스터', 미국캐나다의 예시인 '랍스터' 모두 허용된다.[18] 공교롭게도 두 사람 다 서울 출신으로, 박준형은 서울에서 태어나 생후 6개월에 이민을 갔고, 양준일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에서 만난 부모님의 영향으로 역시 베트남에서 태어났으나, 이민 가기 전인 초등학교 2~3학년까지는 서울에서 살았다. 이는 앞선 특성 단락에서 언급된 사실이지만, 1960년대~197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교포들 중 서울 출신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19] 이와 유사한 예로 캐나다퀘벡, 뉴브런즈윅, 온타리오, 매니토바뉴펀들랜드, 루이지애나 등의 북미 프랑스어 혹은 캐나다식 프랑스어가 본토 프랑스에서는 마치 옛날식 불어로 들리는 것처럼 모국의 언어와 식민국의 언어가 서로 다른 양상으로 변화해가는 것을 들 수 있다. 포르투갈어브라질 포어와 포르투갈 포어가 꽤 다르며 중국어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이 쓰는 화어베이징의 보통화와 조금 다르고 타이베이의 국어와는 단어나 발음이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르다. 광동어도 그 좁은 광동 성에서도 광저우주하이, 레이저우 반도 등이 상이하고 홍콩마카오와 본토 광동어는 말은 통해도 자세히 뜯어 보면 상당히 이질적이다. 심지어 영어조차도 영국식 영어, 호주 영어, 뉴질랜드 영어, 캐나다 영어미국식 영어 모두 억양, 문법 요소, 어휘가 다르다. 일부 어휘, 문법 요소를 제외하면 보통 영국식 영어, 캐나다 영어, 호주 영어, 뉴질랜드 영어미국식 영어가 대비되고, 역으로 억양은 영국식 영어, 호주 영어, 뉴질랜드 영어미국식 영어, 캐나다 영어로 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