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스티아
1. 개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올림푸스 12신 중 하나로 화로의 신이자 가정의 수호신. 로마 신화에서는 베스타.[2]
2. 특징
올림포스의 가장 막내인 디오니소스에게 황금 의자를 넘겨 준 이야기가 유명하나, 이 신화는 고대부터 존재했던 전승이 아닌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The Greek Myths"(1955년)에서 나온 것으로 현대에 창작'''된 것이다. 고대 전승에 헤스티아가 디오니소스에게 황금 의자를 넘겨 주었다는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12신 구성은 전승마다 자주 바뀌었던 편.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가장 첫 번째로 태어난 자식이자 막내이다.[3]
눈에 띄는 신화가 거의 없는, 다툼을 멀리하는 평화를 좋아하는 자애롭고 너그러운 여신으로, 다른 남신-여신들이 허구헌 날 돌아다니면서 사고치는 것과 달리, 언제나 화로 곁에서 불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주부들의 수호자로 받아들여졌고, 그에 따라 여성들의 공경을 주로 받았다고 한다.
화로의 신이라고 하면 언듯 생각하기에는 별로 대단한 것 같지 않으나, 고대 사회의 집에서 화로에 담긴 불씨는 가사 생활의 중심이 되는 필수품이었으므로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졌다. 불은 인간 생활의 필수품인데 고대에는 불을 지피는 것이 오늘날만큼 쉽지 않았기 때문에, 불씨와 그를 담는 화로를 매우 소중하게 여겼던 것이다.[4]
각 집안의 화로는 또한 집안의 수호자로 여겼으며, 가정 내에서 가장이 주도하는 제사도 화로에서 집행되었다.
어떤 처녀가 시집을 가게 되면, 먼저 친정의 화로 앞에서 자신을 그동안 지켜주셔서 고마우며, 이제 시집을 가니 가호를 거두어달라고 청한다.
그리고 시가(媤家)에 가서는 시가의 화로 앞에, 이 집안에 새로 들어온 며느리이니 잘 지켜달라고 인사했다. 그로 인해 친정에서 시가에 가는 동안에는 어느 쪽 신으로부터도 가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위험한 기간 동안 삿된 것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친정에서 시가로 가는 동안에는 시끌벅적 요란하게 하고 갔다. 물론 종교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결혼하는 즐거움은 돋우고, 낯선 집에 들어가는 불안감은 낮추자는 실제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고대 사회의 현실상 '화로'의 신인 헤스티아의 위상은 상당히 높았다. 그뿐 아니라, 고대 종교의 발원과정을 따져 보자면 가정종교 - 부족종교 - 국가종교로 이어지는 흐름을 찾아낼 수 있는데 가정 종교의 근원이 바로 화로의 주재자인 헤스티아이기 때문에 고대로 가면 갈 수록 그 위상이 더욱 높아진다고 한다. 비슷하게도 동양에서도 조왕신이라는 개념으로 화로나 부엌의 신이 있다.
헤스티아 자기 자신은 수많은 구혼자를 물리고 독신으로 지냈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기를 즐겨한 이 자애로운 여신은 '''고아의 비호자'''로서도 이름이 높다.
온갖 인간군상이 다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 그 중에서도 올림푸스의 신들 중에서 몇 안 되는 '''선량한 동시에 신격이 높은 신'''.
대개 그리스 신화에서는 선량하면 신격이 낮고, 악랄하면 신격이 높다. 비교적 선한 편인 데메테르도 열받으면 수천 단위로 굶겨죽이는 건 예사. 당연한 게 신들이란 자연 현상이나 관념의 의인화나 마찬가지이고, 신격이 높다는 것은 즉 그 현상이 인간에게 미치는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5] 즉 인간들에게 험한 짓을 할 수 있는 만큼 신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아테나, 아르테미스와 함께 올림포스 3대 처녀신이기도 하다.
그 막장신 제우스가 건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숨겨진 최강자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헤스티아에게 공개 구혼한 신이 '''아폴론에 포세이돈, 아레스'''라 (전부 다 한 성깔 하는 신들이다) 전쟁날 뻔한 걸 순결을 지킨다는 맹세를 함으로써 막았기 땜에 제우스가 순결을 지킬 권리를 준 것.[6][7]
신화상에선 별 상관은 없지만 이미지적으로 대비되는 신은 헤르메스. 이는 끊임없이 이동하며 경계 사이를 넘나드는 상인-도둑의 수호신 헤르메스와 공동체(폴리스/가정에 관계없이)의 중심에 들어앉아 타 세력과 경계를 만드는 헤스티아라는 특징에서 온다고 생각된다. 나이상으로 봐도 헤스티아는 가장 나이가 많은 신이지만 헤르메스는 막내라는 이미지가 강한 신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말로 12주신에 아프로디테나 디오니소스가 들어가서 헤스티아가 빠지는 건 가정을 일구는 주부가 술과 사랑에 빠지면 가정을 소홀히 한다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12신임에도 불구하고 신화상에서 헤스티아의 비중이 적다. 어떤 설에 따르면 고대 로마 시대에 들어서며 헤스티아의 '''자애로운 여성성'''이 당시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강인한 남성성'''에 반(反)하였기에 소외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설은 신빙성이 낮다. 오히려 고대 그리스의 헤스티아 숭배보다 고대 로마 시대의 베스타 숭배가 훨씬 성행했다. 베스타는 국가의 수호여신으로 승격되었을 정도. 재미있게도 현대 이탈리아도 남유럽답게 가정에서 어머니의 발언권이 크다.
혹은 신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시대로 넘어오면서, 어른의 사정이 아니라 집 구조 변화[8] 수렵-채취 위주의 경제활동에서 농업 위주의 경제활동으로 넘어오면서 집안의 불을 관리하는 여성의 지위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원전에서는 꽃무늬가 그려진 베일을 입고 다니며 차분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미인이라 묘사된다.
3. 대중 문화에서
원전에서 비중도 낮고 다른 신들처럼 창작물에서 써먹기 좋은 소재가 아닌 '화로'라는 난감한 소재를 달고 있으며[9] , 그렇다고 헤라처럼 캐릭터성이 튀는 것도 아니라서 다른 올림포스 신들에 비하면 창작물에서도 대체로 찬밥 신세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등장.... 하지만 신화 내에서도 별 에피소드가 없는 신이라 1권에서 신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잠깐 나오다 올림포스 12신 자리를 디오니소스에게 양보하는 걸로 끝. 심지어 단독 문서가 만들어져도 쓸 거리가 없다. 애니판 올림포스 가디언에서도 등장은 하는데 어떻게든 개성을 줄려고 머릴 초록색으로 염색하고 포니테일로 만들었으나 어째 영 안 어울린다(...). 그나마 프로메테우스가 훔쳐간 인간 세계의 불을 모조리 도로 걷어오는 묘기(?)를 선보여서 만화에서보다는 처지가 나은 편.
미래일기의 등장인물 우에시타 카마도는 이 여신의 속성을 모티브로 하여 설정된 캐릭터이다. 이름 카마도는 불씨를 지켜야 할 부뚜막/아궁이를 뜻하고, 고아원을 운영하는 건 고아의 비호자라는 성격과 부합한다.
국산 게임 판타지 소설 달빛조각사에서 불의 신이자 대장장이의 신으로 짤막하게 등장. 그런데 유저들에게 외모가 평범하다고 까였다.(…)
데스티니(게임)의 세력 중 하나인 여왕의 모티브도 이 헤스티아로, 기지 이름도 Vestian Outpost이며 기지 내에 불을 담는 화로도 있고 여왕을 보좌하는 여성 NPC들이 존재한다.
펌프 잇 업에 수록된 노래인 HESTIA의 BGA도 위에서 서술한 아폴론과 포세이돈 사이에 있는 헤스티아를 잘 표현했다.
명실상부한 그리스 신임에도 갓 오브 워 시리즈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왠지 이름만 보면 헤스티아가 관리할 것 같은 '올림포스의 성화'가 나오는데도 헤스티아는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인지도 문제도 있거니와 갓 오브 워 세계관에 존재하는지 여부는 둘째 쳐도, 그리스 로마 신화 최고의 개념 신이자 본인이 시리즈 내내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족 관계를 상징하는 헤스티아를 크레토스가 죽일 구실은 사실상 없다. [10] 어쨌든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았으니 세상에 가정의 질서가 사라지는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헤라가 죽어서 세상의 결혼과 가정들이 박살 났을 텐데 가정의 질서마저 사라졌다면 인간들의 삶은 더욱 피폐 해졌을 테니...
2018년작부터는 무대가 북유럽으로 옮겨졌기에 헤스티아가 나올 확률은 더더욱 없으며 게다가 크레토스가 이전 작들보다는 성격이 나아져서 불필요한 살인은 되도록 안 하려고 한다.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에서는 주인공 조연으로 등장하는데, 소녀라고 부르기에도 뭐한 어린 외견에 비해 큰 가슴을 가지고 있어서 로키의 라이벌 비슷한 것이 되었다. 참고로 파밀리아 거점의 이름은 화덕관. 자세한 건 헤스티아(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참고.
Hades에서는 뜬금없이 돌격소총 레일건인 엑사그리프의 원주인으로 언급된다. 엑사그리프는 티타노마키아 당시 사용되었는데, 위력이 너무나도 무시무시해서 딱 한번만 쓰인 후 봉인되었다고 한다. 헤스티아가 사용한 형상은 단발 위력이 강한 저격소총 형태이다.
[1] 현대 그리스어로는 Εστία(에스티아)[2] 베스타는 로마가 퀴리누스 언덕에서만 놀고 있던 당시부터 있었으나, 활동 범위가 그리스와 겹치기 시작하면서 비슷한 신성을 갖는 신들을 동일시하게 되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운영한 군수지원함(수리함) USS 베스탈이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3] 첫째이자 막내란 말이 무슨 뜻인가 싶겠만, 제우스를 제외한 형제들은 모두 다시 태어난 존재들이란 걸 잊어선 안 된다. 아버지 크로노스가 제우스의 형제들을 태어나는 족족 집어 삼켰는데 이 때문에 제우스의 형제들은 모두 태아로 돌아갔다. 그 사이 제우스는 이미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 있었던 반면 제우스의 형제들은 크로노스의 뱃속에서 전혀 성장하지 않은 태아 상태였기에 제우스가 가장 늦게 태어났지만 가장 먼저 자란 맏이가 되었다. 그리고 제우스가 형제들을 구출할 때도 삼킨 순서의 역순으로 나왔기 때문에 본래 다섯째였던 포세이돈이 둘째가 되어 올림푸스 12신 중 넘버 투가 된 것이다. [4]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나눠줬다가 제우스가 그를 처벌한 이야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사실상 성경에서 뱀이 선악과를 먹게 해 인간에게 지혜를 준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왜냐하면 불은 문명의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5] 어쩌면 이는 화재를 말하는 것일수도 있다. 불은 빛을 주고, 열기로 따듯하게 해주고, 음식을 조리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 큰 화재로 사람이 죽고 다치거나 집이 몽땅 타버려서 가정이 망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6] 그런데 제우스가 막장 난봉꾼처럼 되어버린 것은 당대에 뭐만 하면 제우스 때문이라고 떠넘겨버리다 보니 강제적 욕받이 역할도 한 면이 강하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기록에 따르면 이름난 가문의 아가씨가 야반도주를 한 것이 제우스가 데려가서라는 핑계가 있었다(...).[7] 이게 그냥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그리스 전승들을 보면 신들과 맺어졌다는 인간들의 상당수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사라졌거나, 바람을 피우고 신 핑계를 댄 거라는게 정황상 명백하다.[8] 신석기 시대의 집은 방과 부엌 구분없이 집에 원룸처럼 방 하나만 있고, 가운데 불을 피우고 난방, 조리, 조명을 한번에 해결했다. 청동기 시대로 가면 집이 좀더 복잡해지고, 방과 부엌의 분리가 이루어진다.[9] 이마저도 불 속성은 태양신들이나 프로메테우스, 대장장이 속성은 헤파이스토스에게 밀려서 잘 나오지 못한다.[10] 몇몇 사람들은 크레토스가 어차피 신이고 성화를 넘겨달라는 요구를 거절했을 테니까 죽였을 거라고 하는데 크레토스가 증오하는 신들은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악한 신들이지, 오히려 선량하거나 자신을 도운 신들은 우호적으로 대하거나 아끼는 데다가 오히려 신이라고 해도 불필요한 살생은 피하려고 하는 편이다. 프레이야를 경계했던 건 어디까지나 오만하고 악한 신들을 너무 끝도 없이 봐와서 경계했는 것이다. 헬리오스가 빚을 갚겠다며 거래를 제안하거나 크로노스가 크레토스를 자책할 때도 뉘앙스상 피 보지 않고 넘어가려 했고 아프로디테랑은 꼐임(...)도 했으며 아테나의 경우엔 자신의 목표를 막아섰음에도 실수로 죽여버리자 크게 슬퍼하기까지 하며, 헤파이스토스의 경우 판도라에 대한 그의 애정을 공감한다. 하물며 그야말로 선한 신의 전형인 헤스티아는 선한 이들은 크게 터치하지 않는 크레토스의 성격상 그냥 넘어갔거나 오히려 떠나라고 권했을 가능성이 높고, 성화를 빼앗되 딱히 살인까진 안 갔을 것이다.헤라의 경우에도 살려주려했으나 끝까지 폭언과 저주를 날렸기에 죽인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