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
1. 불을 붙여 쏘는 불화살 화전(火箭)
이름 그대로 화살에 타르나 송진, 기름 등 가연성 물질을 달아 쏘아 불을 붙이는 화살. 흑색화약이 개발된 이후로는 화약뭉치를 달고 천이나 종이를 감은 뒤 불을 붙여 쏘는 일종의 폭탄화살로 변했으며, 이런 형태의 화전은 석류화전(石硫火箭)으로 부르기도 한다.
사극 등에는 화살촉 부근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는 모습으로 묘사하곤 하는데 이는 화약이 발명되기 전인 조선시대 이전의 불화살의 모습으로, 조선시대의 불화살은 화살 끝 작약통 부분 심지에 작은 불길이 붙어서 날아가는 모습이여야 한다. 조선시대의 불화살은 날아서 목표물에 박힌 후 작약통이 터지면서 불길이 번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조선시대 때 사용된 각궁으로 화살을 날릴 경우 약 초속 65m의 속도로 날아가며, 불이 활활 타오르는 고려시대 이전의 불화살을 날린다면 날아가는 도중 불길이 꺼져버릴 것이다. 다만 사극 등에서는 비주얼 탓인지 고증보다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 불화살을 쓰곤 한다.
2. 로켓 무기 화전(火箭)
말 그대로 불을 붙인 화살을 뜻하기도 하나, 중국에서 13세기 무렵 개발한 로켓 병기 체계를 뜻하기도 한다. 사실상 가장 '로켓'에 근접한 한자어.
최초의 화전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당나라 말기인 904년 사용된 비화이며, 940년 편찬된 호령경에는 화전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남아있고, 그외에도 송나라 초기 기록에 화전에 대한 몇몇 기록이 남아있다.
초기의 화전 중 하나인 금나라의 비화창을 보면 몽고 침입시 사용한 길이 2.4미터의 대형 로켓이다. 그러나 후대의 중국 화전들은 점점 작아지는 경향을 보이며, 최종적으로는 일반적으로 고문헌에 나오는, 한국의 소신기전보다 약간 작은 수준의 소형이 정착되어 많이 사용하였다.
[image]
명나라의 다양한 화전의 모습.# 왼쪽부터 비창전, 비도전, 비검전이다. 화살촉의 모양이 각 창검처럼 생긴 게 특징이며,[1] 이는 화전의 위력을 조금이라도 강하게 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실험작들이다.
[image]
또다른 화전들의 모습.## 하지만 가장 많이 쓰인 것은 일반 화살형태였다.
한국의 주화(走火)나 신기전(神機箭)도 이 계열 무기다. 다만 일반적인 화전은 신기전 같은 받침대가 없는 단순한 모양이었고, 이 때문에 당파에 걸쳐놓고 쏜다는 기록도 있다. 최초의 개발자에 대한 자료는 남아 있지 않으며, 화창의 화약통에서 착안하여(혹은 화창에 화약통을 실수로 거꾸로 매달아 화창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만들었다는 설과, 화살의 사거리 향상을 위해 만들었다는 주장이 있다. 다만 화전이나 파생형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주화, 신기전은 자체 추진력에 의존해 날아갔지 활로 쏘지는 않았다. 조선전역해전도에서 활로 신기전을 쏘는 것은 고증오류. 뭐 이 물건이 그것만 잘못된 건 아니지만...
임진왜란 이후로는 조선도 명나라와의 교류탓인지 신기전을 종종 화전이라고도 불렀다.
현대에 와서도 중국은 로켓을 한자로 火箭이라 표현한다. 이는 군용미사일이나 로켓 뿐만 아니라 우주로 쏘아올리는 이동수단으로서의 로켓도 포함한다.
[image]
[image]
여담으로 명나라때에는 적에게 날아가 한방 먹인 뒤 역추진기에 불이 옮겨붙어 아군 진영으로 돌아오도록 고안된 비공사통(飛空砂筒)이라는 화전도 있었다. 당연하지만 이론만큼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금방 사라졌다.
3. 火田
[image]
19세기 스웨덴의 화전민들.[2]
Slash-and-Burn
산이나 숲을 불태우고 그 자리에 농사를 짓는 경작 방식. 화전은 수도작(水稻作)이 불가능한 산간지대나 고원에서 초지(草地)를 태우고 난 뒤 그 땅에 밭곡식을 심어 거의 비료를 주지 않는 방식인데 나무를 일일이 베고 흙을 골라내는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개간하는 데 너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불을 질러 화전을 일구는 것이다. 열대우림[3] 과 같은 지역에서는 영양분을 이미 수초가 흡수해버려 의외로 토지 자체는 척박해서 화전이라도 하지 않으면 농사 자체가 불가능할 때가 많아 화전을 택하기도 한다. 이 농업은 극히 원시적인 약탈경제의 한 형태로,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농경방식이다. 중국의 화경(火耕)이나 일본의 야키바타(燒畑)도 이에 속한다.
따로 비료를 주지 않고 불탈 때 나온 재[4] 및 토지가 원래 가지고 있는 양분에 의존해 작물을 키우기에 지력이 빨리 소모되고, 그렇기에 화전 경작을 하는 사람들은 끝없이 옮겨다니며 새 땅을 일구어야 한다. 그래서 동남아시아의 화전민들은 자신들을 자가디스로 '''숲을 먹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고.
한국에서도 과거에는 자신의 토지가 없는 농민들이 일구는 화전이 많았다. 6.25 전쟁 중 정부의 청야작전 때문에 많은 수가 끌려내려왔고, 그 이후에도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화전민이 전국 농가의 13%를 차지하고 있었을 정도로 많았으나 산림녹화사업을 진행하면서 1965년부터 화전정리사업을 시작해서 사업이 마무리 되는 1979년에는 거의 사라졌다. https://theme.archives.go.kr/next/forest/project/burnField.do 이제는 불을 질러서 새로운 화전을 일구는 일은 없지만 옛부터 내려오는 화전으로 경작을 유지하는 사람은 극소수 존재한다. EBS 다큐멘터리 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Yf1DCnYl8Wo [5] 요즘 세상에 땅 만들어 농사짓겠다고 산에 불지르면 큰일난다. 요즘 농촌은 안 그래도 이촌향도 현상으로 인해 땅 남고, 화전 농업의 특성상 한 번 화전을 만들면 단기간에는 땅에 영양소가 풍부해져 많은 수확을 거둘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급속도로 땅의 영양을 소비만 해서 결과적으로는 농사가 불가능한 척박지가 점점 늘어난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전되지 않고 농업의 비중이 큰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는 아직도 화전이 많다. 다만 가난한 농민들만이 아니라 대규모로 농목업을 하는 농장주나 목장주, 또는 다국적기업들이 플랜테이션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규모의 밀림을 불지르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토지는 개발살나고 녹림은 사라지며 이산화탄소는 늘어만 간다(…). 환경파괴를 몇 단계는 한꺼번에 질러버리는 행위인지라 규제가 절실하지만 막을 방법이 현실적으로 거의 없는 것이 문제.
일본에는 고유한자 중 밭을 의미하는 '''畑'''가 있는데, 여기에는 한국, 중국과 달리 논농사가 주류인 특징상 '''밭농사 = 화전'''이라는 인식 때문에 만들어진 한자라는 설이 있다.[6] 참고로 일본에서 이 한자는 성씨로도 많이 사용된다.(예: 하타 코사쿠)
서브컬처 등지에서는 산 속에 숨어사는 사람들이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는 설정이 많이 등장한다.
4. 花煎
화전(요리) 참조.
5. 花田
꽃밭의 한자 표기. 참고로 경의중앙선의 화전역과 부산광역시 강서구 화전동이 이 한자 표기를 쓴다.
6. 花鈿
중국의 옛 화장 방식 중 하나. 낙매장(落梅粧), 화자(花子), 면화(面花), 미자(媚子)라고도 한다. 이마 가운데에 꽃 등의 그림을 그리거나 붙여서 장식하는 것이다. 남조 송무제 때 수양공주가 이마에 매화를 올려놓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당나라에서 성행했으며 한국에서도 당의 영향을 받은 남북국시대에 행해졌다. 물총새 깃털, 금박, 생선 비늘, 차유화병(茶油花餠), 매미의 날개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다. 다양한 색이 있지만 격식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image]
[image]
[image]
이마를 주목하자.
[image]
예시.
[1] 화살촉이 삼지창처럼 생긴 것도 있다.[2] 그림에 나온 사람들은 '산림 핀족'(skogsfinnar)으로, 16~17세기에 걸쳐 핀란드 사보 지방에서 스웨덴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말한다. Eero Järnefelt, 저작권 만료로 퍼블릭 도메인[3] 단, 기후상으로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Am, Aw 지역에서 화전이 자주 행해지며, 비가 고르게 오는 Af기후대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4] 초목과 같은 연료가 불에 탈 때 발생되는 질소산화물들은 대기에는 유해하나 토양에는 무기질에 양분을 공급한다. 질소는 비료의 중요 요소로 취급되는데 이를 집중연구하여 개발한 것이 바로 소위 질소비료, 질산비료 등으로 불리는 것들이다. 자세한 것은 비료, 질산암모늄 문서 참고.[5] '공산당이 싫어요'로 유명한 이승복의 가족도 화전민이었다.[6] 전통적으로 화전이 아닌 일반적인 밭은 白+田인 畠라고 썼다. 배추밭이란 뜻에서 유래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