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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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무를 주재료로 만든 물김치. 강원도 사투리로는 '동지미'라고 한다. 서남 방언으로는 '싱거운 김치'라는 의미의 '싱건지'라고 부른다.
김치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형태의 김치 중 하나다. 김치의 대표주자로 인식되는 빨간 배추김치보다 최소 4배 이상 역사가 오래됐다. 고추는 임진왜란 즈음에 포르투갈에서 일본을 거쳐 넘어왔다. 반면 동치미는 고려 시대에 이미 기록이 확인되기 때문에 현재의 배추김치보다 그 역사가 훨씬 길다.
2. 특징
동치미 레시피
고춧가루를 넣지 않는 김치들 중 가장 대표적인 김치며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다른 물김치들과 마찬가지로 시원하게 만든 국물과 함께 먹는 것이 특징이다. 국물은 따뜻하게 먹을수도 있으나 대부분 차갑게 먹는 것을 선호한다. 아예 살얼음이 떠 있는 국물을 최고로 치는 경우도 있다. 정말 맛있는 동치미는 국물에 탄산이 있어 톡쏘는 맛이 일품이다.[1]
무를 씻은 다음 소금에 절이면 무에서 물이 나오는데, 그 때 풀을 쑤어서 물과 함께 넣어 간을 맞추고 청양고추와 파, 마늘, 생강 [2] [3] 등을 넣어 숙성시키면 된다.[4] 김치들 중에선 비교적 간단히 만들 수 있다. 물론 방식이 간단할 뿐 맛내기는 까다롭다. 젓갈도 안넣고 간도 최소한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조미료가 들어가면 맛이 금방 티가 난다. 맛을 조절하려고 조미료를 넣어도 커다란 김치통에 티스푼으로 반의 반스푼 넣는 정도이다.
동치미를 포함한 물김치류의 공통된 특징으로, 가끔 국물이 끈적해져서 도저히 못먹을 수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발효 과정 중에 생성되는 점성물질 때문이므로, 사용할 물을 한차례 끓여내거나 발효균의 양분이 되는 설탕의 사용량을 줄이는 식으로 예방할 수 있다. 또 이미 끈적해져서 도저히 먹지 못할 수준이라면 국물만 따로 따라낸 뒤 한 번 끓였다가 식혀 다시 부어주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풍미를 잃을 수 있다.
동치미 국물에 삶은 소면을 말아 먹으면 간단한 레시피로 환상적인 맛을 낼 수 있으며 깔끔한 국수맛과 시원한 동치미가 어우러지면 그 맛은 천하일품이다. 여기에 돼지고기 수육 같은 걸 곁들이면,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특유의 시원한 맛 때문인지 막국수 등의 육수 재료로도 쓰인다.
평안도식 동치미는 육수를 넣는다. 그래서 보다 강한 신맛과 감칠맛이 있다. 냉면 육수로 평안도식 동치미를 추천한다.
또 다르게 즐기는 방법은 찐 고구마와 함께 먹는 것. 고구마를 먹다 보면 쉽게 목이 메는데 이때 동치미 국물을 마시면 그 맛이 각별하다. 고구마 외에도 마실 것이랑 같이 먹는 음식류에 잘 어울린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할 때의 김칫국이 바로 동치미다. 아직 목이 메지도 않았는데 동치미 국물부터 마신다는 소리.
체했을 때 먹으면 좋다. 디아스타제같이 소화에 도움이 되는 효소가 많이 들어서인 듯.
민간요법 중엔 연탄가스를 마시고 정신을 잃었을 때 동치미 국물을 마시면 괜찮아진다는 설이 있다. 동의보감에 '숯 연기를 들이마셔 머리가 아플 때는 생무즙을 마시라'[5] 고 한 데서 연유한다. 응급상황에서 무즙을 낼 경황이 없어 바로 꺼내먹을 수 있는 동치미로 대체된 것인데, 일산화탄소 중독이라는 점에선 유사하지만 머리가 아픈 것과 자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의식이 없는 경우 국물이 기도로 흘러 폐로 들어가면 흡입성 폐렴으로 진행되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으니, 바로 응급실로 가서 고압산소 요법으로 치료해야 한다.[6]
외국인 10명 중 6명은 김치 중에서 백김치,동치미를 선호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백김치나 동치미에는 외국인이 김치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젓갈 비린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실제로 외국인들이 주 고객인 외국의 한식당은 대부분 빨간 김치 대신 동치미와 백김치를 주는 곳이 많다.
치킨을 시킬 때 함께 나오는 치킨무는 동치미의 배다른 동생(?)쯤 된다. 발효시키지 않고 소금과 설탕에 듬뿍 절여서 만드는 것이 동치미와 다르다. 이건 해당 문서 참고.
[1] 발효로 발생한 탄산이다. 맥주나 일부 와인과 비슷한 원리이다.[2] 일제시대 화학조미료인 아지노모도 광고를 보면 동치미에 넣으면 맛이 좋다는 광고카피가 있다. MSG 문서 참조.[3] 대부분 식당에선 감칠맛과 단맛, 톡 쏘는 맛을 위해 사이다를 넣는다. 물론 사도라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4] 옹기를 이용해 담는 할머니 세대 분들 중에는 잘 씻은 대나무 잎가지를 덮고 뚜껑을 막아 숙성시키는 경우도 있다.[5] 동의보감 외형편 권지일(卷之一) 두(頭) 단방(單方) 나복(蘿葍)[6] 일산화탄소 중독 뿐만 아니라 의식이 없을 때 액체를 먹이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때문에 저혈당 쇼크로 의식을 잃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음료수를 먹이면 안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