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히

 

1. Reich
1.1. 의미와 배경
2. reich


1. Reich


'''라이히([ʀaiç]).''' 관사까지 붙이면 중성명사이므로 das Reich가 된다. "국가(Nation)", 특히 "군주국(Realm)", "커먼웰스"[1]으로 번역할 수 있는 독일어 단어로, 흔히 구 독일사의 여러 국가, 특히 '''독일인의 민족적 통일국가'''을 의미한다.
한국어에서는 일반적으로 제국으로 번역되지만 이렇게 무작정 대입하면 오역이 될 수 있다. 한편 스웨덴어,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네덜란드어, 고대 영어 등에서 나타나는 rik, rig[2]나 rijk(레이크), rīce 같은 동족어들은 '(왕)국'으로 번역된다.
독일 역사상 존재한 라이히는 다음의 2개이다. 후자의 경우는 공식적으로 같은 국호인 "도이체스 라이히"를 일관되게 써왔으나, 헌법 및 법률 개정으로 국가 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3개의 시기를 명칭을 달리해서 부른다.
  • 신성 로마 제국(Heiliges Römisches Reich, 800[3]/962 ~ 1806; 1485년부터 쓰인 정식 국호는 Heiliges Römisches Reich Deutscher Nation[4])
  • 독일국(Deutsches Reich, 1871 ~ 1945)
    • 독일 제국(Deutsches Kaiserreich, das zweite Reich[5]1871 ~ 1918)
    • 바이마르 공화국(Weimarer Republik, 1918 ~ 1933)
    • 나치 독일(Nazi Deutschland, 1943년부터 공식 국호를 'Deutsches Reich'에서 'Großdeutsches Reich'[6]으로 변경)
구 독일 제국, 바이마르 공화국, 그리고 나치 독일은 도이체스 라이히라는 국명을 연속적으로 사용하였지만, 헌법 개정 및 전권 위임법이라는 법률을 통해 국가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구 독일 제국은 '도이체스 카이저라이히(Deutsches Kaiserreich)'라고도 하며 이 국호는 독일 제국 시절부터 비공식적으로 쓰였다.
나치의 '''자의적''' 분류로는 독일 역사에서 신성 로마 제국을 첫 번째 독일 민족의 정통국가, 프로이센의 통일로 성립된 독일 제국을 두번째 국가로 칭하고 그 뒤를 이은 나치 독일이 제3의 정통성을 갖춘 민족 국가라는 것이다. 동시에 이는 "영미 연합국에 의해 강요된" 바이마르 공화국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3'''과 '''제국''' 모두 논란이 있는 표현이지만, 한국에서는 제3제국 문서에서 보듯 관행이 굳어져 나치 독일을 제3제국이라고 부른다. 해외에서도 나치 독일을 제3라이히라고 쓴다. "제1라이히", "제2라이히"란 표현은 역사적으로 1923년 작가 아르투어 묄러 판 덴 브루크(Arthur Moeller van den Bruck)에 의해서 "제3라이히"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말인데, 그 역시 훗날 나치와 히틀러에 호의적이었다.
나치 독일이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점령지에 둔 행정기관인 국가판무관부(Reichskommissariat)에도 라이히가 들어간다. 가끔씩 제국판무관부라고도 하는데 오역이다.
유럽 연합에서 독일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비꼬아서 유럽 연합을 독일의 제4제국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
메트로 2033에 나오는 제4제국네오 나치들이 세웠다는 것 말고는 별 연관성이 없다. 애초에 배경도 러시아다.

1.1. 의미와 배경


라이히의 실제 의미는 반드시 황제가 다스리는 나라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제국이라고 하면 제국(帝國)을 연상하기 때문에 군주정 형태로만 생각하는 오해가 있는데 애초에 한국어의 제국은 1) ""위의 황제가 다스리는 국가나 2) 패권국가의 의미인 반면, Reich는 황제국이나 패권국의 의미가 없다. 독일어에서 제국을 나타내는 단어는 Weltreich(직역하면 "세계국가", "세계제국")/Imperium("로마 제국 등의 황제국")/Kaiserreich("카이저 제국", "독일 제국")이며, 제국주의는 Imperialismus이다.
라이히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선 일단 독일이 단일한 정부에 의해 통치되는 통일국가로서 존재한 역사가 매우 짧다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현재의 독일 영토 및 한때 독일에 속했던 지방들은 독일제국의 전신인 프랑크 왕국 때부터 대체로 (州, 독일어로는 란트/Land)[7] 또는 그것보다 작은 영방(領邦, 독일어 슈타트/Staat)[8]이 구속력 약한 중앙정부에 형식적으로 종속되거나 연방 또는 연맹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이것은 봉건제의 영향이다.
신성 로마 제국이 형성되고 대공위시대가 열리자, 각 주와 영방은 상당한 수준의 독립적 주권을 행사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상 독립국으로서 다른 주 및 영방과 동등한 동맹 관계로서 단지 실권이 거의 없는 국가원수에게 형식적으로만 충성을 맹세하기도 했다. 바로 '''이 주 및 영방 전체가 하나의 국가로서 묶인 체제'''를 라이히라 부른다. 이때부터 라틴어에서 그대로 가져온 단어인 "임페리움(Imperium)"이 라이히로 대체되었다.
이후 라이히는 독일어에서 사실상 독립국가를 가리키는 단어가 되어, 독일인은 프랑스를 프랑크라이히(Frankreich, 프랑스국), 오스트리아는 (스스로를 포함해) 외스터라이히(Republik Österreich)라고 한다. 외스터라이히를 리퍼블릭과 함께 직역하면 "동쪽 라이히 공화국", "동쪽 나라 공화국" 쯤이 된다. 즉, '''공화국과 혼용이 가능한 단어이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독일어 정식 국호는 Kaisertum Österreich였다. [9]
Kaiserreich, 즉 카이저(황제)가 다스리는 라이히란 단어는 독일 제국 성립 이후에 쓰였다. 독일 제국안에는 독일 제국 황제 작위를 겸하는 프로이센 왕국, 바이에른 왕국, 뷔르템베르크 왕국, 작센 왕국 등 일반적인 의미의 제후국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오스트리아 제국의 Kaisertum과 독일 제국의 Kaiserreich는 한국어 "제국"의 정의에 정확히 맞는다.
현대 독일연방공화국 및 독일연방공화국에 흡수통일된 구 독일민주공화국(동독) 모두 라이히라는 호칭을 쓸 수도 있었으나, 제3제국의 전 세계에 걸친 어그로 때문에 단어의 어감이 극도로 나빠진 탓으로 두 정부 모두 라이히라는 단어를 아예 버리고 정치 체제를 가리키는 데에 공화국(Republik)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리고 라이히를 수식어로 쓰던 단어 역시 구 서독과 현재의 독일에서는 분데스-(Bundes-), 구 동독에서는 폴크스(Volks-) 등으로 전부 교체되었다. 가령 독일의 국회를 가리켰던 라이히스타크(Reichstag) 대신 현재의 독일 국회는 분데스타크(Bundestag), 구 동독의 의회는 폴크스카머(Volkskammer)로 불렸다. 분단 상태의 독일은 라이히라는 단어를 쓰기에 곤란하다는 것이 당시의 인식이기도 했다. 딱 하나의 예외는 동독 국유철도의 명칭에 사용되었던 Deutsche Reichsbahn이었다. 여기에 통일 이후에도 구 독일제국(독일제국과 나치 독일을 모두 포함해서)과의 연관성을 최대한 단절해야 한다는 역사관이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통일 이후의 국호 변경 역시 일체 논의되지 않고 현재의 이름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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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어의 의미 혼동에 대한 제기는 '''19세기'''부터 있었다. Harper's magazine, Volume 63(1881) 593쪽. 주로 지칭하는 대상이 제국이다 보니 많이들 헷갈렸던 모양.
이러다보니 바이마르 공화국~나치 시절의 Reichspräsident를 '''제국대통령''', Reichsmark를 '''제국마르크'''로 번역하기도 한다. 정작 독일 제국 시절에는 통화 단위로 골트마르크(Goldmark) → 파피어마르크(Papiermark)를 썼다. 라이히스마르크는 1924년 도입되었다.

2. reich


독일어의 형용사. '부유한', '풍부한', 영어리치(rich)와 같은 뜻이다. 어원과 발음은 라이히와 같다.
독일어에서 '''명사 및 고유명사의 머릿글자(이니셜)는 모두 대문자로 표기한다.'''(마르틴 루터의 번역 이래). 따라서 reich를 Reich로, Reich를 reich로 적어서는 안 된다.

[1] 원래 2번 문단의 뜻임을 생각하면 적절한 번역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2] 스웨덴 국회인 '릭스다그'도 독일어 '라이히스타크'와 어원이 같다.[3] 카롤루스 대제의 대관 기준. 그러나 이 시점은 독일 민족주의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독일 관점에서는 오토 왕조의 시작인 962년을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본다.[4] 직역하면 '도이치 민족의 신성 로마 제국'의 뜻을 담고 있다.[5] 다스 츠바이테 라이히. 제2국이라는 뜻이다. 1국은 신성로마제국이고, 3국은 히틀러가 통치한 나치 독일이다.[6] '대독일국'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7] 오늘날의 정의에서는 레겐트(Regent), 즉 군주국이라고 한다. 이 단어는 영어로 넘어가면 리젠트, 즉 섭정이란 의미로 주로 쓰이며(왕이나 정식 군주는 따로 쓰는 단어가 있기 때문), 대원군도 이 단어로 번역된다.[8] 정치적으로 구성된 공동체들, 즉 함부르크 등의 한자동맹 "자유시"들도 여기도 들어간다.[9] Österreichisch-Ungarische Monarch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