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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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이탈리아어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1] '''리소토'''가 옳은 표기이긴 하나 그렇게 부르는 이는 거의 없고, 대부분 이탈리아 북부식 발음인 /riˈzɔto/('''리조토(또)''')라고 부르는데, 이 어감이 참 미묘한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영어에서도 리조토라고 한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세트 요리에서 리소토를 제공하는 경우, 가족끼리 온 경우라면 서양식 볶음밥이라고 생각해서 리소토를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요리에는 볶음밥과 일대일로 대응하는 요리가 없고, 리소토는 밥과 죽의 중간 단계에 있는 진밥 상태에 가까운 요리이다.[2]
2. 상세
리소토의 기원은 15세기 경 북부 이탈리아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이탈리아의 벼농사는 북부 지방인 피에몬테 주와 롬바르디아 주에서 비롯되어 인근의 리구리아 주에서 에밀리아로마냐 주까지 전파되었다. 이탈리아 북부 포강 유역은 지형 특성상 뻘밭이 많고 알프스랑 가까워 늘 만년설로 물을 댈 수 있기 때문에 수확량이 많은 곡물인 벼 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단 쌀은 전파되었지만 밥이란 조리 방법은 전파되지 않았기 때문에, 밥과 다른 방식으로 현지인들이 요리해먹기 시작한 것이 리소토의 탄생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3]
또한 오늘날 전기밥솥의 등장으로 밥짓기 자체가 간단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밥짓기는 사실 무척 어렵고 정교한 조리과정이므로, 이탈리아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가령 전파되었더라도 베트남 식의 인디카 쌀로 짓는 전통 밥(물은 넉넉히 넣고 끓이다가 버려서 조절하고, 쌀은 조리 중에 씹어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적응이 쉬움) 방식이 전파되었을 것이다. 리소토의 기원을 '항해 중 선원들이 남은 재료를 다 때려붓고 익힌 것'으로 추측하는 이론도 있지만 설득력은 적은 편.[4]
버터에 쌀을 넣고 살짝 볶은 뒤 뜨거운 육수를 부어가며 익혀 만든다. 고슬고슬한 중식/동남아식 볶음밥과 달리 매우 되직한 죽 같은 수분 넘치는 비주얼을 자랑한다. 하지만 조리 방법은 죽과 달리 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살짝 볶은 쌀을 육수로 조리는 느낌으로 저으면서 익힌다. 육수를 충분히 붓고 조리는 것이 아니라 모자랄 경우 그때그때 조금씩 추가하면서 자작한 수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 밥이나 죽보다는 스페인 요리의 쌀요리 파에야와 유사한 점이 있다. 단순한 리소토는 맛과 별개로 비주얼만 보면 그냥 되직한 흰죽처럼 보이기 때문에, 파인 다이닝 계열 업장에서는 오목한 그릇에 담고 장식을 올려 마무리하곤 한다.
익히는 동안 열심히 휘저어서 쌀의 전분을 소스에 뽑아내는 것이 맛의 포인트. 정통 방식으로는 익히는 내내 치대듯이 저어주어야 하는데 이게 매우 고되다. 겉으로 봐서는 쌀을 그냥 국물에 끓여 내놓은 죽처럼 보이지만 실은 매우 노동집약적인 요리. 끓이다가 막판 몇 분 동안만 휘스크로 열심히 젓는 편법도 있지만 아무래도 맛의 차이는 난다.
리소토의 특징은 딱딱하고 쌀의 심이 느껴지는 식감으로, '''현대의 건면 파스타를 연상시키는 알 덴테로 조리한다.''' 쌀알 자체가 우리가 먹는 쌀밥보다 낱알이 큰데다, 이빨에 딱딱한 심이 씹히는 식감 때문에 한국인들에게는 의외로 낯설고 신선하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정통파 리소토를 접하면 먼저 찐한 죽 같은 생김새에 놀라고, 그 다음으로는 생긴 것과 달리 아주 깐깐한 치감에 놀라게 된다.
널리 퍼진 요리가 다 그렇듯 지방에 따라 재료, 소스가 달라진다. 해안 지방에서는 조개와 새우 등을 넣은 해산물 리소토, 산악 지역에서는 버섯과 아스파라거스를 비롯한 야채, 육류 등으로 이용한 리소토를 만들며 소스에 따라 토마토 소스면 토마토 리소토, 크림 소스면 크림 리소토가 된다. 제아무리 품종이 다르고 익혀 먹는 정도가 다르다고 해도 쌀은 다양한 재료를 곁들일 수 있는 베이스 재료이기 때문에 이런 바리에이션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헷갈릴 수 있는데 비슷하게 생겼다고 쌀 대신 오르초를 넣으면 망한다.
3. 레시피
제이미 올리버의 버섯 리소토 조리법
고든 램지의 레드 와인 리소토 조리법
3.1. 간단한 버섯 리소토 (Risotto ai funghi)
버섯 리소토를 만드는 건 위 영상에서도 알 수 있듯(?), 파스타 다음으로 간단한 편이다. 여기서는 최소의 재료와 과정을 최대로 간략화한 버전을 소개한다.
준비물은 모두 1인분 환산 기준으로(가급적 2~4인분으로 만들 것을 권장한다) 말린 포르치니 버섯 7~10g 정도[5] , 생버섯 100g 내외(새송이, 느타리, 양송이, 생표고 등등 원하는 것 뭐든지), 화이트와인 ¼컵, 쌀 40~80g, 다진 양파 ¼개분, 다진 마늘 1알분, 야채스톡 적당량[6] , 버터 1큰술, 소금, 후추, 파마산 치즈, 올리브유.
- 단립(대형)종인 카르나놀리 or 알보리오 등의 품종이 가장 적절하지만, 그냥 한국쌀이나 태국쌀 등을 써도 된다. 단, 대부분의 외국 레시피는 저 품종을 기준으로 하므로(약 15~20분 정도 소요) 실제 한국쌀을 쓴다면 시간을 거의 반으로(약 7~10분) 조정해야 하나... 그러면 알 덴테 상태로 완성되니 푹 익은 게 좋다면 그냥 ⅔~¾ 정도(약 10~15분)로 조절하면 된다.
- 유럽에서 쌀은 포지션상 특수야채의 일종으로 취급된다. 때문에 조리사에 따라 버섯을 더 넣기도 하고, 쌀을 더 넣기도 한다. 위 영상의 제이미 올리버는 1인분에 한 줌을 넣으라 했지만, 밥을 좋아하는 한국인 식성이라면 1인분에 80g 정도로 맞추는 게 적절한 편.
1.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아 향을 낸 후 생버섯을 숨이 죽고 쫄깃하게 볶아준다. 그냥 먹어도 될 정도로 볶으면 되며, 따로 덜어둔다.
2.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양파를 볶아 향을 낸 후 쌀을 넣고 볶는다. 기름이 쌀에 잘 묻어 윤기가 날 정도면 된다.
3. 볶은 쌀에 와인을 붓고 한소끔 끓인다. 알코올이 다 날라갔다 싶으면 버섯 불린 물을 넣고 끓인다.
4. 3에 추가로 육수를 부어 물의 양을 맞춘다. 냄비밥을 한다는 느낌으로 부으면 되는데, 수치로 따지면 쌀 80g 기준 버섯물+육수=120ml 이상 정도이다. 국물이 모자라면 계속 부어가면서 끓이면 되니, 처음부터 많이 붓지 않도록 한다.
5. 4가 본격적으로 끓으면 덜어둔 볶은버섯(1)을 넣고 살살 저어가며 마저 끓인다. 밥이 다 익었다는 느낌으로, 그러면서 국물이 촉촉하게 스며들고 있다는 느낌으로 끓인다. 밥이라기 보다는 뭔가 익지 않은 죽 같은 느낌이 들면 성공이다.
6.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후, 버터를 녹여주고 한 번 저어준 후, 치즈를 뿌려 다시 한 번 뒤적여준다. 최종적으로 후추는 있는 듯 없는 듯 약하게, 소금은 약간 짭짤하게 완성된 것이 오리지널.
3.2. 간단한 리소토 레시피
1. 양파, 마늘 등 원하는 재료를 잘게 썰어 준비한다.
2. 육수를 만든다. 시판 스톡을 뜨거운 물에 녹여서 준비해도 된다. 육수를 낼 재료가 없다면 맹물을 써도 된다.
3. 깊은 팬에 기름[7] 을 둘러 달군 후 준비한 재료들을 볶는다. 재료들을 넣는 순서에 주의하자.[8]
4. 어느 정도 볶아지면 생쌀을 투입한다. 만약 잉여 밥이 있으면 8번 전후로 쌀 대신 밥을 넣으면 된다. 물론 볶음밥에 비슷해지는 건 어쩔 수 없으나 그런 거 따질 여유 없는 자취생 혹은 초보자라면 여건에 맞게 하자. 여기서 회전율이 빨라야 하는 식당에서 쓰는 편법인데, 전기밥솥에 밥을 해서 뜸을 들이지 말고 바로 꺼낸 후 넓고 고르게 펴서 식힌다. 어느 정도 식고 물기가 날아갔다 싶으면 1끼 분량으로 랩으로 싸서 보관하자.
5. 준비한 육수를 팬에 재료가 적당히 잠길 정도로 부어준다. '''절대 육수를 한 번에 다 부으면 안 된다.'''
6. 쌀이 익을 때까지[9] 중간중간 육수를 부어준다. 국물이 졸아들었다 싶을 때 조금씩 부어 주자.
7. 준비한 육수가 대부분 졸아들었으면 원하는 소스를 붓는다. 시중에 판매되는 스파게티 소스가 적당하다.
8. 약불에서 쌀이 완전히 익을 때까지 익힌다. 중간중간 맛을 보며 쌀을 원하는 정도로 익히면 된다.
9. 원하는 고명을 올려서 먹자.
주의사항으로 쌀이 완전히 익지 않았는데 육수가 너무 빠르게 졸아든다면 맹물을 넣어서 요리가 타지 않게 하자. 뚜껑을 덮어 졸아드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3. 야매요리
더 쉬운 야매요리법으로 의의로 군대에서 나름 먹어봤을 법한 방법이 있다. 바로 군대리아 취식날 한정 요리법인데 크림스프에 치즈를 넣어 녹이고 여기에 밥을 넣어 비벼 먹는 방법이다.[10] 나쁘게 말하자면 괴식이라 불리는 스프밥이라 할 수 있지만, 크림스프가 루와 우유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충 치즈 리조토라고도 할 만하다.
냉동 볶음밥을 조리할 때 물을 좀 붓고 자작하게 조리하면 비슷하게나마 재현이 가능하다.
[1] 로마 이남 기준으로 발음이 /riˈsɔtto/이다. 그러나 이렇게 발음하는 지역들은 리소토를 잘 안 먹는다.[2] 과거 한국의 이탈리아 음식점에서는 이탈리아 요리도 아니고 터키 요리인 필라프를 리소토 풍으로 퓨전해서 내놓은 경우도 있었다. 죽 요리는 고급스럽지 못하다고 보는 한국인 취향 탓에 그랬던 것. 옆나라 스페인 요리에는 파에야라고 조금 더 한국인이 상상하는 밥요리에 가까운 것이 있다.[3] 사실 쌀의 품종, 문화권에 따라 밥 짓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로는 리소토도 '''밥'''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밥이란 반찬을 곁들여 먹는 '''주식'''의 역할인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리소토를 쌀을 재료로 한 '''단품 요리'''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4] 남은 것을 몽땅 때려박았다기엔 쌀만 남아도는 상황이라는 것이 있을 지가 의문이다. 당시 장거리 항해는 건빵, 럼주 등 보존성이 높고 압축률이 좋은 식량들을 사용했지, 쌀처럼 물을 퍼부어야 먹을 수 있게 되는 재료를 식량용으로 싣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장거리 항해의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면 당시 기준으로 쌀을 실어나르는 것은 삽질일 뿐이다. 이탈리아에서 생산한 쌀을 지중해 어디론가 실어보내고 있었다면, 이미 그 시점에서 쌀이 본격적인 상품성을 확보한 것이고 그렇다면 리소토, 파에리야 등의 쌀 요리가 이미 정착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리소토는 그냥 이탈리아인들이 자기들 방식대로 쌀이라는 재료를 익혀먹기 위한 요리일 뿐이다.[5] 말린 표고버섯을 대용으로 쓸 수 있다. 맛은 전혀 다르지만, 되려 익숙한 맛으로 완성될 것이다.[6] 밥물 조절하는 데 쓰인다. 그냥 물을 써도 상관 없다.[7] 올리브유가 정석이지만 없으면 식용유로 대체해도 된다.[8] 보통 잘 익지 않는 재료부터 볶으나 마늘, 양파와 같은 향신채는 먼저 볶아 향을 끌어올리는 것이 정석이다.[9] 보통 20분 정도 걸린다.[10] 대체로 군대리아 나올 땐 밥이 나오지 않지만 물론 따로 여분의 밥을 두는 곳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