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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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화과자(和菓子 ''와가시''[2] )는 일본의 특색 있는 과자를 말한다. 대개 전통적인 기법으로 만든 과자류를 뜻하지만, 메이지 유신을 전후하여 서양에서 들어온 조리 기술이 응용된 과자를 화과자에 포함하기도 한다. 단 스낵과는 구별된다.
정확한 발생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1500년을 전후한 센코쿠 시대에 각 다이묘들은 시정잡배나 다름없던 휘하 사무라이들에게 어떻게 교양을 붙여줄까 고심했다. 그리하여 불교적 참선이나 다도 같은 것을 크게 퍼트려 유행했는데, 쓴 차와 함께 먹는 달콤한 과자가 자연스럽게 발달했으리라 추정한다[3] . 콘페이토는 동시기 포르투갈의 사탕이 유입되어 정착했다. 오늘날의 정형화된 화과자는 에도 시대에 생겨났는데, 에도 시대에 이르러서 사무라이들에게 무인뿐만이 아니라 위정자의 능력도 요구되었기 때문에 다도나 예의범절이 크게 발전하고 구체화되었다. 이와 함께 화과자도 크게 발달하였다.
화과자는 차의 쓴맛을 덜어주기 위하여 단맛이 강하고 기름기가 거의 없다. 단맛이 강하지만 설탕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데, 이것은 화과자가 발전한 에도 시대에는 교역품으로나 들어오던 고가품이었던 설탕을 거의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4] . 단맛은 밀이나 팥, 쌀 등에서, 즉 전분이나 포도당에서 얻은 것이 태반이었다. 이런 설탕 없는 단맛 풍조를 전통으로 여기는 유파에서는 감보다 달면 안 된다는 기준까지 세울 정도였다.
물론 비교적 가까운 사탕수수 산지인 중국 남부 푸젠성이나 류큐 왕국[5] 서 교역으로 꽤 일찍부터 흑설탕이 들어오고 있긴 했고, 사쓰마 번이 지배하던 아마미 군도에서도 흑설탕을 생산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한 엄청난 당도를 가진 고가의 화과자도 발달했다. 설탕만으로 굴려 만드는 별사탕이라든가 역사가 오래된 일본의 나가사키 카스텔라는 안 그래도 물엿 때문에 단 빵을 설탕물에 또 절여서 바닥에 굵은 사탕 조각을 깔아내는, 그야말로 설탕에 굴려 절이는 수준까지 가는 지경이다.
이처럼 센코쿠 시대 이전에는 공가(公家)[6] 를 중심으로 발전했고 센코쿠 시대 이후로는 사무라이를 위주로 발전하였기 때문에 상당한 고급품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현재도 그러하다. 고급품은 공예품처럼 모양을 예쁘게 만들어 가격도 만만치 않다.
한편으로 비교적 흔한 과일이나 곡식을 이용하여 서민들이 적은 부담으로 먹을 수 있도록 한 화과자도 있다. 설탕을 싼 값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 메이지 시대 이후로는 이러한 보급형이 전국으로 퍼졌지만, 백 년이 넘도록 같은 제법에 집착하는 명가도 존재한다. 특정한 지역이나 특정한 가게에서만 구할 수 있는 제품도 있고 제법도 복잡하기 때문에 매니아 층도 있다. 도라에몽이 좋아하는 도라야키도 화과자이다.
한국에서도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는 과자가 많고 어느 정도 인기가 있다. 아래 목록을 보면 사실 일본식 과자인지도 잘 모르고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상당히 많다. 전통 동양식 과자란 점에서 서양 과자보다 친숙하게 여기는 부분이 많고, 기후 차이로 과거 일본보다 설탕이 드물었던 문화 차이로 한과에 비해 더 달콤한 면모가 강한 편이다.
한국에선 주로 선물 세트로 팔기 때문에 예쁘게 세공한 것이 많다. 일본에서도 선물용으로 잘 나가는 편. 이게 더 변질되어서 '사과박스'처럼 뇌물을 위장한 형태도 많다. 일본의 시대극이나 각종 창작물에서 통칭 '황매화색 과자'라는 이름으로 뇌물을 화과자에 비유하는 사례가 여기에서 나온 것.
2017년 4월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뜬금없이 소학교(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빵집을 일본 전통 과자인 화과자 가게로 바꾼다는 방침을 발표해서 논란이 일어났다. # 이 방침은 아베 신조 총리의 '''극우성향이 매우 짙은 군국주의, 전체주의, 민족주의, 국수주의 및 비뚤어진 애국심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7] 당연히 교육학계와 제빵업계는 황당한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화과자 업계조차 왜 굳이 이런 방침을 만드냐며 당황했다.
2. 분류
1. 역사적인 배경에 따라 전통적으로 일본에서 전해 내려오는 화과자와 서양에서 전해진 양과자로 나뉜다.
- 화과자: 메이지 유신 이전, 유사 이래의 일본의 독자적인 과자 및 나라·헤이안 시대에 중국 당나라~송나라로부터 도래한 과자와 전국시대에 남만 등으로부터 들어와 정착한 과자류의 총칭.
- 양과자: 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문화와 함께 들어와 보급된 과자류의 총칭.
2. 수분함량과 보존성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뉜다.
- 나마가시(生菓子/생과자): 수분함량 40% 이상.
- 한나마가시(半生菓子/반생과자): 수분함량 20~40%.
- 히가시(干菓子/건과자): 수분함량 20% 미만.
3. 죠가시(上菓子/상과자)와 모치가시(餅菓子/병과자)로 나뉘는데 귀족들 같은 특별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만 먹는 과자를 죠가시, 일반 서민들이 먹는 과자를 모치가시라고 부른다. 이 문서의 개요 부분에 나온 예쁘게 생긴 과자가 죠가시, 그냥 떡집에서 파는 떡처럼 평범하게 생긴 과자가 모치가시라고 보면 된다.
3. 화과자 종류
- 네리키리(練切 / 練りきり)[9] - 찹쌀과 팥앙금을 재료로 해서 계절에 맞추어 아름다운 모양으로 만들어내는 화과자. 예쁘고 다양한 화과자 하면 흔히 이쪽이며, 색감과 모양 바리에이션이 매우 다양하다. 수분 함량이 높아 나마가시에 속한다.
- 모찌(餅) 종류
- 다이후쿠(大福)
- 사쿠라모찌(桜餅) - 소금에 절여 조미된 벚나무 잎으로 싼 분홍빛 모찌. 싸고 있는 잎은 먹어도 된다.
- 와라비모찌(蕨餅) - 고사리 녹말-현재는 그냥 녹말로 만드는 투명한 모찌. 조청과 콩가루를 묻혀서 먹는다. 한천으로 만드는 미즈신겐모찌라는 야마나시현의 파생 특산물도 있다.
- 카시와모찌(柏餅) - 떡갈나무 잎으로 싼 모찌. 잎은 먹는게 아니니 주의.
- 카가미모찌(鏡餅) - 2중으로 쌓은 모습에 귤을 올린다. 일본에서 새해를 기릴 때 전통적으로 등장하는 필수요소.[10]
- 보타모찌(牡丹餅) - 오하기(お萩餅)라고도 불린다. 맵쌀 + 찹쌀 반죽에 앙금을 넣어서 만드는 찹쌀떡으로, 모란의 계절, 봄의 피안에 먹는 음식이며 팥 알갱이를 모란에 비유해서 보타모찌(= 모란떡)이라 불린 것.[11]
- 풀빵 종류
- 당고(団子)
- 도라야키(銅鑼焼き)
- 라쿠간(落雁) - 곡물가루, 전분, 물엿, 설탕을 섞어 알록달록한 색을 입히고 틀에 찍어 건조시킨 화과자로, 대표적인 히가시(건과자)이다. 맛은 부서지는 사탕 같은 느낌이라고 하는데, 사실상 일본판 다식이다. 레시피. 모양과 색이 다양하나 맛은 비슷비슷하다고(...)
- 만쥬(饅頭)
- 모나카(最中)
- 안미츠(餡蜜)
- 우이로(外郎), 스아마(素甘) - 쌀가루에 설탕 등[12] 을 섞어 만드는 나고야 전통의 화과자. 양갱이나 젤리처럼 매끈하고 말랑할 것 같은 모양새를 지녔다. 맛은 찰짐이 덜하고 미끈거리는 편이라고 한다. 차게 해서 먹는 우이로도 있다. 앙금을 넣는 것도, 안 넣는 것도 있다.
- 가린토
- 킨츠바(金鍔)
- 일본식 양갱(요깡, 羊羹)
- 쿠즈기리(葛切り)
- 카쿠노아와(香菓の泡)[13]
- 아마낫토(甘納豆) - 콩, 강낭콩, 누에콩, 팥 등을 설탕이나 엿물에 넣고 졸여낸 것으로, 쉽게 말해 한국의 강정류와 비슷하다. 이름이 낫토이나 당연히 맛도 모양도 다르다. 화과자 중에서도 오래된 축이라고.
- 야츠하시(八ツ橋)
- 쿠리킨톤(栗きんとん) - 밤을 으깨서 설탕이나 꿀, 물엿 등과 함께 섞어 반죽한 것이다. 한국의 율란처럼 다시 밤 모양으로 빚는 경우도 있지만, 으깬 형태 그대로 내놓기도 한다.
3.1. 달지 않은 화과자
[1] Waga'''si'''라고 표기하면 베냉 북부에서 만드는 치즈의 이름이 된다.[2] 일본어로 과자는 원래 'かし(kashi)'인데 화과자는 'わかし(wakashi)'가 아닌 이유는 연탁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3] 다도에서 자주 쓰는 말차의 쓴맛을 화과자의 단맛으로 중화했다고 한다.[4] 나라 시대에 의약품으로 흑설탕이 당나라 승려로부터 전래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긴 하다.[5] 사탕수수 농사가 17세기부터 시작되었으나, 그 이전부터 사쓰마 번에 점령당해 설탕을 착취당하는 식민지 신세로 전락한 상태였다. 멸망까지 당하지 않은 건 류큐왕국이 중국과 조공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겉으로는 자치국인양 간판만 걸어놓고 조공을 통해 얻은 부산물까지 털어먹기 위함이었다.[6] 사무라이들이 모인 막부 통치와는 별도로 남아있던 덴노 조정에 속한 고급 관료.[7] 일부에서는 과대해석이 아니냐는 반박도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한국 딸기가 좋다고 언급했던 선수에게 180박스나 되는 자국 딸기를 보내고 민간 차원에서 점심으로 돼지김치우동을 먹었다고 언급한 쇼기 기사 후지이 소타에게 재일 한국인이냐며 비난한 일을 생각해 보면 결코 과대해석으로 보긴 어렵다.[8] 원래는 포르투갈 카스티요 지방의 전통 빵이었지만 일본으로 제법이 전해진 후, 일본식으로 재창조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석차이라고 볼 수 있다.[9] 이름을 이루는 단어들 중 네리(練り)는 무명천 위에 반죽을 올려놓고 주먹을 쥔 상태로 눌러주는 행동을 뜻하며, 키리(きり)는 수제비 반죽 때듯이 반죽을 때주는 행위를 말한다고 한다. 즉 (반죽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행동을 의미하는 단어.[10] 다만 떡이 단단해질 때까지 냅뒀다가 정월쯤에나 먹는 것으로 간식이라기보다는 명절용 음식이란 이미지가 강하다고 한다.[11] 다른 명칭인 '오하기'는 싸리의 계절, 가을철 피안에 먹는 음식인데, 팥 알갱이를 가을에 피는 싸리(萩餅)에 비유해 오하기(= 싸리)라고 부른 것이다. 먹는 시기에 따라 이름이 다를 뿐 같은 음식이다.[12] 앙금이나 색을 내는 가루, 팥 알갱이 등 다양한 재료가 첨가될 수 있음.[13] 밀가루 반죽으로 매듭을 만들어 기름에 튀긴 것. 줄여서 카쿠나와가 되기도 하고, 한자 표기를 結果라고 쓰기도 한다. '원인과 결과'의 그 결과와 같은 한자이다.[14] 스콘부는 駄菓子(막과자)이다.[15] 80년대 이전까지는 십중팔구 센베이로 블렀다. 지금도 일부 노점 등의 전병 장사들은 전병이 아니라 일본어 원음인 센베이로 자신들이 파는 상품명을 적는다. 와전된 음에 따라 셈베, 센베, 센뻬로 적는 경우도 있고, 잘못 알아들어서 선베이(...)로 적는 경우도 있다 카더라. 사실 우리 나라의 전병과 센베이는 한자만 같고 제조법과 재료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원음대로 쓰는 것이 맞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