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
1. 개요
復原/復元
restoration
[명사] 원래대로 회복함.
무엇을 원래 상태로 다시 되돌리는 것. 주로 문화재를 수리할 때 사용되는 용어이다.
산업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대체로 문화재나 골동품 등에 한정되어 있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50~100년 된 공산품도 복원하는 복원가들이 있다. <리스토어> 문서도 참고.
2. 원칙
유물이나 유적을 고치는 방식에는 수리, 수복, 복원 등이 있으며, 이 가운데에서 복원은 거의 또는 아예 없어진 것을 고치는 것인 점에서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래서 고고학이나 문화재학적인 의미에서 복원은 굉장히 엄격하고 까다롭다.# 복원 때는 간단하게 몇 가지 중요 고려사항만 살펴봐도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충족하여야 된다.
- 본래의 위치
대리석으로 지었으면 대리석으로, 화강암으로 지었으면 화강암으로, 소나무로 지었으면 소나무로, 참나무로 지었으면 참나무로 복원해야 된다는 뜻이다. 단순히 같은 석재나 목재만 쓰면 끝인 게 아니고 같은 지역에서 난 석재나 목재를 써야 끝인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성당을 북이탈리아에서 난 대리석으로 지었으면 복원할 때도 북이탈리아산 대리석을 쓰고, 경상도에서 자라는 금강송으로 지었으면 경상도 금강송을 써야 한다. 목조 건축물인데 콘크리트로 다시 짓는 행위는 말라는 말이다.
- 본래의 기법, 공법
한 예로 성벽을 쌓았을 때 석공들이 일일이 돌을 깎아 쌓았으면 복원할 때도 인력으로 깎은 돌을 써야 한다.
- 본래의 시대 형식
한 예로 그리스 시대의 건축물을 현대 고층건축물처럼 형식을 바꿔 지어놓고 복원이라고 우기지 말라는 것이다. 2009년에 한국 문화재청에서 정한 「역사적 건축물과 유적의 수리복원 및 관리에 관한 일반원칙」에도 “복원은 고증에 의해 충분하고 직접적인 증거를 통해 역사, 문화적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경우에 가능하다”로 규정하고 있다. 일단 고증할 수 있어야 복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말하는 고증은 문헌자료나 같은 시기에 지어져 형식이 비슷한 다른 유물, 유적을 참고해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
- 복원한 흔적을 남길 것
기념건조물과 유적지의 보존과 복원을 위하는 국제 헌장인 「베니스 헌장」(1964)에는 “추정(conjecture)이 시작되는 순간 복원은 멈춰야 하며, 불가피한 변화의 경우 그 흔적을 남겨야 한다”로 돼 있다. 실제로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그을음을 벗겨내는 복원을 하면서 일부러 일부 부분은 그을음을 벗기지 않고 남겨놔 복원 전과 복원 후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국내의 경우는 숭례문이나 월정교 등 몇몇 유적의 석재 기단 부분이 이 복원 원칙대로 따랐는데, 보면 돌이 얼룩덜룩하게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말끔한 석재는 새로 넣은 것이지만, 과거는 소실되고 남은 부재를 사이사이에 되도록 많이 활용한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왜 다 새돌로 색을 맞추지 않았냐고 따지는데, 그 전에 기단부에 있던 돌을 다시 활용했기 때문에 색이 다른 것이다. 같은 이유로 새로 끼워넣은 돌을 오래된 것처럼 색칠하는 것도 잘못된 복원 방식이다.
적절한 복원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복원 없이 보존처리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너무 오래돼서 건드리면 바스라지기에 펼쳐볼 엄두도 못 내던 성경 두루마리를 컴퓨터 단층 기술로 분석해 읽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엄밀히는 종이를 원상태로 되살린 것은 아니니 복원은 아니지만, 만약 컴퓨터 스캔 기술 없이 무작정 펼쳐보려 했으면 이는 복원 말고 문화재 파괴 행위가 됐을 것이다.3. 잘못된 복원이 왜 판을 치는가?
위 원칙들은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 편이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사건의 복원 과정에서 생긴 여러 의견도 그렇고, 아래 오사카 성 등의 공구리 떡칠 사례도 그렇고, 과연 이러한 것들이 국제적으로 명확하게 지켜지는 규정인가에 의문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잘못된 복원이 판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 배경이 있다.
일단 대중들은 과거 문화재에 잘 대해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복이나 궁궐 고증/반영은 잘못돼도 모르는 일이 정말로 많다.
현실적인 문제로 원래 자리에 복원할 수 없게 되어 이전해서 복원하는 등의 일도 많다. 고층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서 굴러온 돌에 뽑혀 버려진 돌처럼 된 유물이나 유적이 꽤 많다. 심지어 멀쩡한 문화재를 파괴하면서까지 건물을 새로 짓기도 한다(관련 글, 관련 작품).
이는 소비 사회, 소비 행태와도 유관한데,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시장 원리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아서 소비로 이끌어야 살아남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또 다른 글). 유행 문제도 있다. 관심거리가 없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잘 안 주고, 그래서 지원도 부족하며, 관련 전공자들조차도 다른 일을 찾으려 한다. 복원 작업을 하려면 복원 인력이 관련 언어에 통달(라틴어든 한문이든)하고 관련 자료를 다 꿸 필요가 있다. 이건 최소한은 석사급 인재를 필요로 한다는 말인데, 7년 정도는 고고학이든 문화재학이든 공부해야 석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동안에 학비를 못 감당해서 포기하고 취업전선으로 방향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 역시 돈 때문에 본래 공법, 기법은 현실적으로 가장 잘 안 지켜지고,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기도 하다. 한 예로 남한산성의 모든 돌들을 일일이 인력으로 다시 깎아 수리해 복원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한국 문화재 관련 재정 지원 수준으로는 각 유적에 CCTV 하나씩 설치하기도 벅찬 수준이기에 현상 유지도 어렵다. 관심 적은 문화재는 과감히 포기하고 돈 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업자에게 유리하다. 계획적 구식화의 원인이기도 하다. 규모의 경제와도 유관한 문제이고, 관련 내용은 <경로의존성> 문서에도 있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할 권리.
마찬가지로 돈 때문에 복원을 원래 상태 그대로 돌리려는 학술적 의도로 말고 관광지를 만들려는 목적으로 하기도 한다. 이러는 장사치들은 복원하는 것을 드라마 세트장 만드는 것과 구별하지도 못한다.
관련 연구소나 기관에 취업한 인력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인데, 사실상은 재정지원이 일천해서 바른 복원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이 문제들 때문에 잘못된 지식이 도리어 정설인 양 퍼지고 사람들이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자연스러운 역사 왜곡이기도 하다. 이 여론에 편승해 지자체가 복원을 주도하다 보니 이상한 복원계획이나 지역행사가 판을 친다. <소품> 문서도 참고할 만하다.
서울 공화국도 관련 원인으로 보인다.
4. 논란이 된 복원 사례
4.1. 국내
- 경복궁: 동궁 부분의 복원이 졸속이었다는 비판이 있다.
- 경희궁: 훼손도 심하고 지원도 미미해서 복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광화문: 원래 나무로 만들었어야 할 누각부분까지 콘크리트로 만들었다. 나중에 다시 나무로 바꾸었으며, 이때 만들어둔 콘크리트 광화문은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놓여 있는데, 다시 복원된 광화문도 여전히 복원 고증 논란에 휩싸여 있다. 특히 현판 복원 때문에 논란이 심한 편이다.
- 백제문화단지: 엄밀히 말하면 복원이 아니라 연습에 불과하다. 백제문화단지 터에 왕궁이 있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 복원 기술 연습용 작업이라고 보는게 더 적당하다.
- 숭례문: 화재 후로 복원 논란에 휩싸여 있다.
- 월정교: 누각과 지붕이 있는 다리라는 것까지는 출토된 기와와 목재편을 통해 알 수 있었지만, 애초에 복원의 기준이 될 그림이나 기록 같은 게 없는데 뭘 보고 '복원'했다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 동궁과 월지: 이 쪽은 한국의 고대건축치고는 구체적인 부재와 형태도 가장 많이 남아있는 편인데, 정작 지금의 형태로 일부분 복원할 때 발굴된 부재를 별로 활용하지 않아 비판을 받기도 했다.
- 혜화문: 위치와 형태가 모두 원래와 다르다. 다만 위치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 황룡사: 사실 황룡사는 한국 고대 건축 복원시도의 상징과 같아서 가장 집중적으로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70년대 발굴 이후 후지시마 가이지로부터 권종남까지 수십명의 연구자들이 30년간 연구해온게 황룡사이고, 목탑부분은 "불일사소탑"이나 "경주남산 마애조상군", 중문 부분은 "대방광불화엄경"등에서 동시대 동규모 건축을 묘사하고 있어서 참고가 가능하다. 다만 어쨌든 설계도 수준으로 구체적인 복원근거가 남아있는 것은 아니라, 원칙주의적 학자들은 황룡사 복원에 대해 반대가 거세다.
4.2. 국외
- 구마모토 성 : 1960년에 철근 콘크리트로 외부만 복원한 것이다.
- 오사카 성 : 마찬가지로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막부시대에 엘리베이터가 있었을 리가. 흑색 최상부와 백색 하단부로 서로 다른 시대의 양식이 섞여있다는 점도 비판점이다.
- 시텐노지 : 그냥 봐서는 티가 안날수도 있지만 현재 남아있는 시텐노지 건물은 2차대전때 파괴된걸 콘크리트로 복원한것이다.
- 킨카쿠지 : 반짝이는 황금절이라는 특징 때문에 교토에 오면 꼭 들르는 관광지 중 하나지만 화재로 소실되기 이전의 모습과 현재 모습이 상당히 달라서 복원이 아닌 새 건물을 올린게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
- 미국의 오래된 소방서 : 천조국도 예외가 될수는 없다. 건물째로 옮겨서 영구보전할 계획이었지만 이송도중 처참하게 무너져내려버렸고, 결국 일부 자재를 활용해서 기념비를 새우는걸로 퉁쳐버렸다고 한다.
- 뤼벡 성모 마리아 성당 벽화 위조 사건
- 파르테논 신전 : 현대적인 도구로 깎은 석재를 사용했다. 또한 지진을 대비해 기둥 내부 장붓구멍에 끼워져 있던 나무 토막을 실리콘과 티타늄으로 대체했다[1] .
5. 다른 분야
5.1. 화학
화학에서는 복원이란 번역어에 대응하는 영어 단어가 상당히 많다.
renaturation: 분자 구조가 중화나 냉각 등에 의해 원래의 입체구조로 되돌아가는 현상을 일컬을 경우. 복원력 항목 참고.
cleanup, reclamation: 주로 수질을 정화할 때 쓰인다.
5.2. 유전학
reannealing
변성된 DNA를 복원할 때 쓰인다.
5.3. 고생물학
고생물들의 형태를 복원하는 학문인데, 현실의 고고학이 유물이 발견되면서 계속 바뀌는 것 처럼 고생물학 또한 새로운 화석의 발견과 새로운 이론에 따라 계속 바뀐다.
5.4. 군사학
Demobilization
전시체제에서 평시체제로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5.5. 전산학
시스템 복원 항목 참고.
5.6. 필름 복원
영화나 TV 프로그램은 필름으로 저장된다. 이 필름을 복원하여 보존하고 잡티를 제거하는 기술이 활성화되어 있다.
5.7.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직업인 주술사의 전문화
주술사(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복원 항목 참고.
6. 관련 문서
[1] 이에 대한 비판에 대해 복원팀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실리콘과 티타늄을 쓸 수 있고, 그게 나무보다 더 좋은 걸 알았으면 안 썼을 거 같습니까?'라고 반박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