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의 해석
1. 개요
양자역학은 미시세계 현상에 관하여 완벽에 가까운 예측력을 자랑한다. 즉 경험적으로 적합하다(empirically adequate). 그런데 고전역학 등 기존의 물리학 이론과 달리, 양자역학에선 수식이 실제 세계에 대하여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연산자#s-2에 관한 비-고유벡터가 무엇을 '뜻하는지'[1] 헤아리기가 힘들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이런 양자역학의 여러 수수께끼 같은 면모를 더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가령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등도 이 문제에 대해 계속 고민했었다.(EPR 역설,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 참조) 특히 이런 수수께끼 같은 면모는 상대성 이론 등 거시세계에 적용되는 이론과의 정합성을 고려할 때 심화된다. 이러한 양자역학의 이론적 장치와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들을 통틀어 보통 '''양자역학의 해석''' 문제라고 부른다. 양자역학의 해석에 포함되는 대표적인 주제들의 예시는 다음과 같으며, 다양한 '해석'들은 각 주제에 관한 나름의 대답을 제시한다 :
- 양자적 중첩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물리적 상태인가? : 슈뢰딩거의 고양이 참조. 이 중첩 상태에 대해 코펜하겐 해석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이 최근의 결 어긋남 이론이며,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숨은 변수 이론, 그리고 중첩의 모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며 과격하게 거시계까지 확장시키는 것이 다세계 이론이다.
- '측정 문제' : '측정'이란 대체 무엇인가? '측정' 행위 자체에도 슈뢰딩거 방정식이 일관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가? 측정 기구와 파동함수는 어떤 상호작용을 하여 확률을 만들어내는가? 여기에 대해 가장 설득력있는 해석을 제공하는 것이 최신의 결어긋남 이론이다.
- 양자역학은 반드시 결정론에 어긋나는가? : 예를 들어 드브로이-봄 해석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 특수 상대성 이론 등 다른 물리학 이론과 충돌하는 면모는 없는가? : EPR 역설 참조.
2. 역사
흑체복사, 광전효과 등의 현상에 대한 연구로부터 직접적으로 촉발된 양자 현상에 관한 연구는 수소 원자 모형과 관련된 닐스 보어의 연구를 통해 큰 진전을 이뤘다. 그리고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 슈뢰딩거의 파동역학 발견을 통해 관련 연구는 '양자역학'이라는 형태로 체계적인 결실을 이루었고, 불확정성 원리 발견은 그 쐐기를 박았다.
이런 일련의 과학적 발견에 대하여 1920년대 말 닐스 보어의 코펜하겐 연구소를 중심으로 고안된 설명은 훗날 '''"코펜하겐 해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코펜하겐 해석은 이후 물리학계의 주류 해석이 되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 슈뢰딩거 등 양자역학 발견에 기여하면서도 코펜하겐 해석에 대해서는 끝내 동의하지 않는 물리학자들도 있었다.
20세기 중반 코펜하겐 해석은 "양자역학"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며 공고한 위상을 갖게 되었고, 여타 '해석'의 문제는 도외시되었다. 위대한 학자라 하더라도 이러한 문제를 꺼내면, 커리어상으로 매장당할 위험이 있었다. 광전효과 연구를 통해 양자역학의 토대를 닦기도 했던 아인슈타인은 EPR 역설을 제시하는 등 코펜하겐 해석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말년에 물리학계에서 고립되었고, 다세계 해석을 제시한 휴 에버렛은 커리어에 큰 손해를 입고 응용수학으로 떠나게 되었고, 양자 결어긋남 개념 연구를 주도한 디터 제(Dieter Zeh)는 지도교수였던 한스 옌센(Hans Jensen)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틀어졌고, CERN에서 일하던 존 벨은 아예 동료들이 눈치 못채게 몰래 연구를 해야만 했다.
드브로이-봄 이론을 제시한 데이비드 봄도 이리저리 떠돌긴 했으나 이는 봄이 공산주의를 지지해 매카시즘에 휩쓸렸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봄은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브라질로, 나중에는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러다 헝가리 혁명 이후로 공산주의 지지를 철회한다.
만약 봄을 반박할 수 없다면, [최소한] 그를 무시해야 한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길 바랍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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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풍조가 널리 퍼진 것의 원인으로는 여러 역사적 후보들이 지목된다.자네, 안정적인 직장은 있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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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벨, 본인이 발견한 벨의 부등식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겠다고 찾아온 알랭 아스페(Alain Aspect)에게 처음으로 꺼낸 말 *
- MIT의 데이빗 카이저는 2차 세계 대전 이전에는 양자역학의 주요 교과서, 커리큘럼 그리고 미국 물리학과 대학원 시험들에서 공통적으로 '철학적', '정성적' 주제들이 상당한 비중으로 다뤄졌으나, 그 이후에는 이러한 주제들이 급속하게 사라졌음에 주목하였다. 카이저는 2차 대전 이후 급격히 늘어난 물리학과 수업의 수강 인원과 양자역학 수업에서 '철학적' 주제가 다뤄지는 비중에 음의 상관관계가 성립함을 밝히며, 군사 및 산업계 등에서 필요한 물리학 전공자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과정에서 '철학적' 주제는 자연스레 밀려났을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4]
- 존 폰 노이만의 1932년에 증명 했다고 알려진 '숨은 변수 가설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명제는 양자역학의 해석에 대한 연구 시도를 위축시켰으며, 그에 맞서 존 벨이 1966년에 제시한 반박은[5] 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6]
3. 코펜하겐 해석
물리학계의 주류 학설이며, 대다수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양자 역학을 소개할 때 이 코펜하겐 해석을 들어 설명한다. 코펜하겐 해석 참조.
3.1. 코펜하겐 해석 계열 이론들
중첩의 해석에 대해 기본적인 코펜하겐 해석의 관점을 유지한 채 전개되는 이론들이다. 이 이론들은 모두 물리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무엇보다도 실험 예측을 개선하거나 혹은 개념을 어느 정도 실험할 수 있는 이론들이다. 적어도 다세계 이론이나 파일럿 파 이론들은 가능한 실험이 거의 없다시피하다.
3.1.1. 경로적분(Path integral formulation)
파인만은 이런 해석에 별 관심이 없었으나[7] 좀 더 납득할 만한 형태로 개념적 도구를 보강했다는 점에서 코펜하겐 계열 해석이라고 할 만하다. 이 개념을 두고 종종 '파인만이 양자역학을 결정론적으로 기술하는 데 성공했다'라는 애매한 오해를 사기도 한다. 자세한 것은 경로적분 문서 참고
3.1.2. 결 어긋남 이론(decoherence program)
http://m.dongascience.donga.com/news/view/5869%7C%EC%B0%B8%EA%B3%A0%20 http://mulli2.kps.or.kr/~pht/10-1_2/010129.htm
디터 제(Dieter Zeh)에 의해 기본 틀이 제시된 이론이며 현재 가장 유력한 이론으로 대접받고 있다.[8] 다세계 해석과 같은 개념을 쓰기 때문에 헛갈릴 수도 있으나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론으로, 엄연히 중첩을 다루는 것에 있어 코펜하겐 해석의 기반에서 전개되는 이론이며 슈뢰딩거의 사고실험이 제기하는 거시계에 대한 논점을 받아들여 '어떻게 거시계가 출현하는가?'를 논한다. 이 이론에서는 결맞음(coherence)과 결어긋남(decoherence, 결풀림)이라는 개념을 쓰는데, 이중 슬릿 실험에서의 파동의 상쇄, 보강 형태를 그 근간으로 삼고 있으며 이 파동의 규칙적인 형태가 맞는 상태를 결맞음, 이 균형이 간섭을 받아 흐트러지는 것을 결어긋남이라고 한다. 미시계는 결맞음 상태에서 중첩 상태로 존재하다가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결어긋남 상태로 돌입하고, 이 순간 고전 물리학적 서술이 가능한 거시계가 된다는 것이다.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고양이는 스스로 거대한 거시계인 데다가 계속해서 주변 공기 등과 상호작용하고 있으므로 고전적으로 서술된다는 것.
또한 이 이론에서는 그간 신비주의적으로 서술되기까지 했던 측정 또한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의 일부라고 본다. 기존의 코펜하겐 해석에서는 경험적 논증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관측이라는 용어를 실험대상과 관측 장비와의 상호작용에 국한했다면, 결 어긋남 이론에서는 실험 중에 연구자의 실수로 관측하려는 물질이 아무 상관 없는 공기 입자와 부딪혀도 그것이 '''관측'''이자 상호작용이라고 보며[9] 실제로 안톤 차일링거의 최근 실험에서는 인간 관측자 없이도 결어긋남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10]
현재 가장 정설에 가깝고 주류에게 지지받는 이론이다. 무엇보다 관련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이 다세계 이론이나 숨은 변수 이론들과는 달리 정설로 대접받는 이유이며, 안톤 차일링거(Anton Zeilinger)가 풀러렌 실험으로 어느 정도 검증했다는 것이 학계의 인식이다. 이 실험은 여러가지를 시사하는데, 고전적인 관측자 없이 계의 상호작용만으로 양자역학에서의 중첩 상태에서의 미시 - 거시 전환이 발생한다는 것을 검증했으며, 또한 그 전환이 어느 수준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진공 농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결맞음이 깨지는 순간을 어느 정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풀러렌은 충분히 거시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중첩이 가능한 것을 보임으로써 미시계와 거시계의 경계에 대해서도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기도 했다.
3.1.3. 어설프게 보기(coarse-grain measurement)
아직 정확한 용어 번역이 없으며, 조악하게 보기라고도 한다. 주류 해석은 아니며 최근 등장한 여러 해석 중 하나.
Brukner와 Kofler가 제안한 것으로, 아직 만들어진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해석이지만 상호작용하지 않는 계의 상태에 대해 다른 관점을 취하는 해석이다. 이 해석은 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고전적 거시계가 등장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상호작용이 없는 거시계 - 이를테면 고양이 - 는 어떻게 서술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단순히 비실재적이라고 기술할 것인가?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측정방식의 정밀함에 대한 것인데,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양자적 현상을 접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전적 시스템을 관측하는 기술이 정밀하지 못하고 조악하기 때문에 양자 역학적인 거시계(?)를 충분히 정확하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관측의 '정밀하지 못함'을 가지고 슈뢰딩거 방정식이 뉴턴 방정식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이기도 했다.
이 관점은 이후 논박당하기도 했는데, 한국의 정현석 박사에 의하면 조악한 측정방식으로도 거시계에서의 양자역학적 효과를 볼 수 있으며 고로 이는 측정의 정밀함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는 벨 부등식과 관련된 실험인데, 연구진은 거시적으로 인지할 수 있지만 양자역학적으로 얽혀 있는 두 개의 열적 상태를 멀리 떨어져 있는 관찰자에 보내고 각 관찰자는 열적 상태를 결정하기 위하여 호모다인 측정을 하는데, 여기에서 빔 스플리터로 인한 분해능 저하를 동반한 조악한 측정을 수행할때에도 벨 부등식이 위반될 수 있음을 보였다.
4. 다세계 해석
중첩의 확률적 가능성 모두가 실재하며, 매 순간마다 우주가 갈라지고 있다고 보는 해석이다.
4.1. 개요
1957년 휴 에버렛 3세(Hugh Everett III)[11] 가 제창한 양자역학의 해석 중의 하나. 과거에는 코펜하겐 해석이 절대적 다수였으나, 물리학자 중 다세계 해석의 지지자들이 꽤 늘어났다는 듯 하다.
4.2. 설명
다세계 해석은 양자역학의 관측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설이다. 양자역학의 관측에 대한 대표적인 역설인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실제로 양자 레벨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거시적 세계와 연관시켜 표현한 것이다.
닐스 보어를 중심으로 한 코펜하겐 학파의 해석. 즉, 산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공존하는 상태는 고양이의 생사를 확인하는 순간 붕괴되어 산 고양이 혹은 죽은 고양이의 우주만 남고 그 외의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주류였다. 이때 휴 에버렛이 다세계 해석, 에버렛 해석을 제창하였으나 코펜하겐 학파의 거두였던 닐스 보어에게 털려버렸고 주류에서 완전 밀려버리게 된다. 아니 거의 사장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게 묻혀버리는가 싶었으나 이후, 코펜하겐 해석이 가진 ''''세계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가능성을 선택하는가?''''과 같은 것이 제기되면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다세계 해석이 다시금 논의되기 시작했다.
코펜하겐 해석에서는 관측하는 순간 입자의 파동함수가 '붕괴(collapse)'하여 한 위치에 확정된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전자의 파동함수가 1광년에 걸쳐 퍼져 있다고 가정하자.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한쪽 끝 지점에서 전자를 관측할 때 순식간에 파동함수가 그 위치로 '오므라들게' 된다.
반면 다세계 해석에서는 관측 장치를 포함한 계 전체의 파동함수를 고려한다. 이 파동함수는 '붕괴'라는 과정을 따르지 않고 슈뢰딩거 방정식만을 따라서 행동한다. 따라서 관측이 이루어져도 파동함수는 붕괴하지 않게 된다. 다세계 해석에서는 관측이 일어난 뒤의 상태도 또한 중첩된 상태로 생각한다. 중첩된 상태들이 결어긋나면서(decohere) 세계가 분리되는 것이다.
4.3. 문제점들
입자의 관측은 시도때도 없이 무수히 많이 일어난다. '관측'이라는 것은 특별한 행위가 아니다. 코펜하겐 해석에서는 '관측'을 경험론적인 엄격함에 의거해서 좁은 의미로 한정했지만, 최신의 실험에 따르면 이는 자연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상호작용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들이 각자의 파동함수를 가지고 있고, 다른 입자와 아주 약간이라도 상호작용하는 순간마다 '관측'이 이루어진다. 인간이 이를 거시적인 신호로 변환하는지의 여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상온에서 질소 분자는 초당 약 50억 번 정도 다른 입자와 충돌한다. 여기에 아보가드로 수($$6.022 \times 10^{23}$$)를 곱하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온다.[12] 다세계 해석에 따르면 이 모든 순간마다 결어긋남이 이루어지고 세계가 분리된다. 물론 절대 안 될 것은 없지만, 입자와 입자가 충돌하는 사소한 사건이 어떻게 우주를 둘로 나눌 수 있는지, 왜 나누어야만 하는지는 아직 그럴 듯한 설명이 존재하지 않는다.[13] 게다가 파동함수는 보통 균일하지 않으므로 각 우주마다의 '확률'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것이 모두 존재하는 우주라면 '확률이 높은 우주'라는 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세계 해석의 확률이 사실은 전부 0이라는 것을 문제삼기도 하지만 유효한 지적은 아니다. 파동함수가 특정한 위치 x에 있을 확률은 언제나 0이다. 파동함수가 있을 수 있는 위치가 수학적으로 셀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측도를 이용하면 대다수의 실수 집합에 길이를 정의할 수 있으며 확률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동함수의 위치에 [x,x+a]와 같이 구간을 잡아 주면 대응하는 확률을 양수로 만들 수가 있다. 다세계 해석의 우주들도 파동함수에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존재할 확률을 정의하고 계산할 수 있다.
4.4. 다중우주론과 다세계 해석
다중우주론은 우리의 우주 외에도 가능한 다른 우주들의 집합을 말하며 다세계 해석에 의한 평행우주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다중우주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다중우주론에서 말하는 다른 종류의 다중우주들은 서로 독립적인 것을 설명하는 이론들이다. 고로 서로 다른 곳에서 다뤄지는 떡밥들이다. 인플레이션 다중우주론이나 끈이론 풍경은 우주 물리학의 떡밥이며, 다세계 해석은 양자역학의 떡밥이다. 이 각각의 이론들은 모두 우주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한 방식인 ''''가설''''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가설들이다.
다세계 해석은 다중우주가 아니라 평행우주 개념과 비교해야 할 것이다.
5. 앙상블 해석
1926년 막스 보른이 파동함수의 의미는 통계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한 데에서 유래한다. 통계역학에서 개별적인 입자의 성질 대신 통계적인 성질이 사용되듯이, 양자역학에서도 한 파동함수 대신 여러 독립적인 파동함수들의 앙상블을 가지고 의미를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예로 들면 한 마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분석하지 말고 여러 동일한 고양이들의 앙상블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통해 통계적인 해석을 얻자는 뜻이다. 또한 앙상블 해석은 양자 역학의 해석에서 큰 쟁점인 관측 문제를 무시하고 통계적인 결과를 중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앙상블 해석은 자세한 것들은 덮어놓고 일어나는 현상만 보자는 소극적인 해석이라 할 수도 있다.
6. 숨은 변수 이론
보통 중첩현상 및 비실재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론들이며, 양자역학이 완전한 이론이 되기 위해서는 숨은 변수[14] 가 필요하다는 이론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숨은 변수 이론, 특히나 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의 대표적인 옹호자였으나 수리논리학자 사이먼 코헨이 해당 이론을 반증한 적 있다. 이 계열의 가설들은 학계 정설과는 거리가 멀지만 의외로 현재 이론에 기여한 바가 큰데, 다양한 반증 과정에서 양자역학 발전에 기여하였으며 또한 EPR 역설과 봄이 주장했던 양자 힘 등의 개념은 벨 부등식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양자 얽힘(entanglement)을 실험적으로 확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명세는 다세계 이론이 챙기고 있지만 실질적인 학술적 기여는 숨은 변수 계열이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6.1. 실재성(reality)
현상이 관측자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설명이 현상에 내재해 있다는 개념을 과학철학적 용어로 실재성(reality)이라 부른다. 아인슈타인이 달은 관측자가 있든 없든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 성질이 실재성인 것이다. 코펜하겐 해석에선 양자역학은 확률만으로 설명된다고 주장한다. 즉, 확률이라는 개념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그런 논의에 반대하였다. 또한 아인슈타인은 서로 얽혀 있는 두 입자에 대한 사고 실험 EPR 역설을 통해 양자역학은 실재성(reality)을 만족하지 못하며 숨은 변수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다시 말해, 숨은 변수 이론은 실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후 벨의 부등식이 발표되고 양자역학의 실재성과 국소성(locality)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 드러난다.
6.2. 검증
결국 1982년 아스페의 실험을 통해 국소적 실재론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된다. 이 실험의 의미는 국소성 혹은 실재성 둘 중 하나에 오류가 있다는 것으로, 다시 말해 비국소적 실재론, 혹은 국소적 비실재론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비국소적 실재론, 다시 말해 비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은 반증되지 않고 있으며, 실험으로 반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 충분히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2007년에 비국소적 실재론이 실험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15]
비국소적 숨은 변수 이론으로 양자역학을 해석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드브로이-봄 이론이다.
6.3. 드브로이-봄 이론
봄은 양자역학에서의 비국소성은 인정했으되 중첩은 인정할 수가 없었고, 이와 관련 고전적 인과율을 따르는 이론을 만들었다. 봄에 따르면 입자가 파동성을 갖는 것처럼 관측되는 것은, 입자가 이동하기 전에 '파일럿 파(향도파)'라는 파동을 먼저 쏜 후 그 파동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 이론의 파일럿 파라는 것을 검증할 수 없다는 점과, 결국 수학적으로는 코펜하겐 해석과 다를 바 없다는 점(수식으로는 코펜하겐 해석이 더 간편하게 표현된다) 등의 문제로 잘 쓰이지 않는다. 또한 파일럿 파는 왜? 라는 추가적인 과제를 발생시키며, 최신의 중첩 관련 실험들을 보면 중첩 자체를 부정하는 이 이론의 경우 더더욱 입지가 별로이다.
파일럿 파를 또다른 변수로 본다면 상술한 숨은 변수 이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숨은 변수 이론 중 그나마 모양새가 잡힌 편이라고 보면 좋을 듯 하지만 여전히 실험으로 검증이 불가능하다.
90년대 후반 앨런 소칼의 지적 사기 사건으로 나름 유명해진 소칼과 장 브리크몽이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를 까면서 봄의 해석을 홍보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러한 스캔들로 얻은 명성으로는 과학계에 별 영향을 못 미쳤고, 봄의 해석은 그 이후로도 계속 비주류다.
이 이론을 실험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다시 주목받고 있었지만 결국 다른 연구팀들에게서 실험 결과가 재현되지 않으면서 망한 분위기로 가고 있다. 퀀타매거진에서 이 이야기를 다룬 기사를 내기도 했다.
7. 서울 해석
장회익을 비롯한 한국의 학자들이 제안한 해석이다. 이 새로운 해석에서는 양자역학이 형식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동역학적 특성’으로 정의된 대상을 인식 주체의 영역과 무관하게 서술하는 이론이며, 메타 이론적으로 대상에 대한 ‘상태’ 서술과 그로부터 관측자가 얻을 수 있는 ‘사건’ 서술 사이에 명확한 규칙을 제시하는 동역학 체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해석을 제안한 학자들은 이 해석이 "대상 이론인 양자역학 자체와, 이에 대한 메타 이론의 해석 규칙을 엄격하게 구별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양자역학의 해석에 대한 문제 대부분을 해결해 가고 있다"[16] 고 주장하고 있다.
8. 참고 자료
- 로저 펜로즈 - 황제의 새마음
- 로저 펜로즈 - 실체에 이르는 길
- 이하 다세계 해석을 비롯한 양자역학의 해석에 대한 문제는 네이버 캐스트를 참조.
- 사실 다세계 해석을 증명할 수 있는 실험이 제안되었다.
[1] 통상적 해석에 따르면 '고유상태의 중첩'이다.[2] if we cannot disprove Bohm, then we must agree to ignore him[3] Do you have a permanent position?[4] David Kaiser, “Turning physicists into quantum mechanics,” Physics World (May 2007): 28-33 http://web.mit.edu/dikaiser/www/Kaiser.QM.pdf[5] 그레테 하만(Grete Harmann) 또한 비슷한 반박을 1933년에 발표하였으나 거의 묻혔다.[6] 다만 폰 노이만의 증명은 당초부터 '숨은 변수 가설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보다 훨씬 온건한 명제를 의도한 것이었으며, 다만 이 증명을 후대 물리학계에서 오독한 것이 잘못이라는 입장도 있다. 관련된 논쟁에 대해서는 예시1, 예시2 등등 참조.[7] 파인만의 유명한 빨간책을 보면, 어차피 우리는 초기조건을 완벽하게 알 수 없으니까 결정론이든 비결정론이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부분이 있다.[8] 단 디터 제는 이것 이외에도 다세계 이론 및 다양한 해석에 대한 의견을 제기한 바 있으며 그의 홈페이지에 가면 생전에 썼던 글들을 볼 수 있다.[9] Brian Greene,'The elegant universe:superstrings,hidden dimensions,and the quest for the ultimate theory',sagebrush education resources,2000[10] 실험환경의 진공 수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고전적 관측자의 인위적 개입 없이 결맞음과 결풀림이 발생하는 것을 알아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실험 환경의 상호작용 정도를 조절한 것이다.[11] 이 사람은 뮤지션 Eels의 아버지기도 하다.[12] 물론 이것은 극히 일부이다. 광자와 중성미자, 혹은 중력자 등과의 상호작용도 고려해야 하고, 원자를 이루는 입자들 간의 상호작용도 고려해야 한다.[13] 코펜하겐 해석처럼 중구난방으로 슈뢰딩거 방정식을 적용하는 대신 올곧게 모든 과정에 슈뢰딩거 방정식을 적용하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다른 가능성의 우주를 가정하는 다세계해석의 방식을 따르면 양자역학의 유니터리성이 유지시키고 확률이 보존된다. 다른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은 유니터리성을 깨트리는 인위적인 가정인 것이다.[14] 편미분방정식에서 개발살난 원시함수의 변수와는 다른 것이다.[15] S. Groblacher, T. Paterek, R. Kaltenbaek, C. Brukner, M. Zukowski, M. Aspelmeyer, & A. Zeilinger, Nature 446, p. 871-875 (2007)[16] (한국물리학회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