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주의/기독교
1. 개요
초기 기독교에는 영지주의라 불리우는 설들이 여렷 있었는데, 이들을 특정짓는 공통된 사항은 이러하다.
인간 안에는 신적 섬광이 있는데, 원래 이 신적 섬광은 원래 영적 세계의 존재로서 죄를 지어 탄생과 죽음의 운명에 속한 이 물질 세상에 떨어져 육신 안에 감금되었다. 그리고 신적 섬광이 영적 세계에 다시 복원되기 위해서는 신적 존재의 '영지'를 통해 깨우침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지는 일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부 선택된 사람들에게 국한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영지는 자기 자신 안에 신적 섬광이 있다는 사실, 즉 자기가 영적 존재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도구인 것이다. [1]
2. 상세
초기 기독교는 유대교의 전통과 예수로 대변되는 유대교 개혁운동, 그리고 플라톤 철학을 위시한 그리스 사상체계가 뒤섞여 있었고, 이 때문에 당시 그리스 철학의 큰 흐름중 하나였던 영지주의적 사상이 전파되었으며 부분적으로 수용하기도 했으나, 이후 기독교 내에서 영지주의가 강한 교파는 이단으로 규정하며 치열한 종교 투쟁을 벌이게 된다.
초기 기독교와 영지주의가 충돌한 것은 영지주의가 기독교의 유일신 야훼를 아이온이나 데미우르고스라 부르며 '허약한 신'이나 '악한 세상을 만든 신'으로 깍아내린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사악한 육신에 고결한 신성이 깃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 예수를 아예 인간인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야훼를 최고신으로 보고 별도의 데미우르고스를 간주하는 경우에도 야훼가 창조한 것이 아니라는 것, 선한 신성이 잘못된 물질과 연관될 수 없기에 신성에 육신에 머무를 수 없다고 여겨 성육신(예수의 인성)을 부정하는 점등 많은 차이가 보인다.
여기에서 중요한 용어인 데미우르고스, 소피아, 아이온 등은 원류가 플라톤 철학이며 기독교의 원류라 할수 있는 유대교식의 유대-아람어가 아닌 그리스어인 것만 보아도 문제의 여지가 많다. 즉, 그리스 철학을 받아 들였다고는 해도 원류는 유대교에서 출발한 기독교 본래의 사상, 신화체계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3. 이레네오의 기록
기독교 이단으로서의 영지주의에 대해 처음 기록된 것은 리옹의 주교 이레네오의 Ἔλεγχος καὶ ἀνατροπὴ τῆς ψευδωνύμου γνώσεως, (현대에서 저 단어들이 쓰이는 의미를 기준으로 직역하면, '자칭 '영지'에 대한 산파와 타도') 이다.
헌데, 이 책 내용을 살피기 전에, 이 책이 '''코이네 그리스어'''로 쓰였으며, 상당수의 단어가 코이네 그리스어에서 추가된 단어가 아니라 '''고전 그리스어''' 단어를 그대로 사용했음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교롭게도, 이레네오의 저술의 제목이 하나같이 전부 그리스 철학용어이며, 모두 고유명사다. '''즉, 저게 어원이라는 게 문제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작성자 본인이 희대의 키배 전문국 그리스의 기상'''이 흐르는 인물이다.[2]
- ψευδωνύμου(ψευδωνύμο) - 일명·자칭 이란 뜻이긴 한데, 단순히 '자칭'이라기 보다는, 카더라와 비슷하게 써먹던 말에 가깝다.
- γνώσεως - 그노시스(gnosis)라는 말은 '지식'이라는 뜻인데, 이 말을 쓰던 사람들이 희대의 키보드워리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본래 '진리'와 '비진리'라는 절대적 구분은 그리스 철학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애초에 소크라테스가 죽어라고 꼬치꼬치 캐물고 다녀야 겨우 '이건 틀렸다'란 결론이 나오던 시절부터 시작한 게 그리스 철학이었다.[3]
- Ἔλεγχος -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적 방법을 말하는데, 그래도 소크라테스는 당시에도 죽은 지 오래된 양반이었기 때문에, (...) 소크라테스가 한 '문답행위' 자체를 말하기 보다는 지금의 비판적 사고에 가깝겠으나, 어쨌든 '진리의 분만(?)을 돕는다'라는 목표(?)를 소크라테스가 내세웠다는 걸 그리스인들이 모르면 이상하다.
- ἀνατροπὴ - 지금은 '타도하다'를 의미하고, 당대에도 비스무리하게 쓰였으나, 저 단어 자체의 본래 의미는 '비틀다' 였다.
따라서, 저 책의 제목은 이런 말로 풀이할 수 있다.
즉, '진리'에 대한 그럴싸한 도해를 발렌티누스가 내놓음 → 굉장히 만들어서 이게 바로 '진리'라는 '''카더라 통신'''이 돌기 시작 → 이레네오가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사용하여 검증 → '''우왕 역시 이단!!!!'''요즘 사람들이 '진리라는 것이 이런 것이라 '''카더라'''.' 하고 있는데, 카더라 통신으로 돌고 있는 이 '진리'라 카는 것이, 진짜로 진리를 도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크라테스가 그리하였던 것처럼 산파로써, 씹고 뜯고 맛보고 철저한 검증을 해본 결과, 해당 '카더라'는 '''짝퉁'''임이 밝혀졌으며, 이것은 기독교에서 타도되어야 한다![4]
유교식으로는 '''사문난적'''이란 결론을 냈다고 하면 되겠다.
발렌티누스가 주장한 '영지'의 치명적 결함을 발견하였고, 이 이론을 바탕으로 한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단'''이 되었다. 이것은 공식적인 기록 역사에 처음으로 등장한 기독교의 이단 사례다.
그리고 이레네오는 어떤 가르침이 참으로 사도적이고 정통된 기독교의 가르침임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원 사도의 교회들 안에 보존된 가르침을 조사해야 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 작업은 상대적으로 곤란하고 어려운 방법이었고, 그는 이것 말고 훨씬 더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말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로마 교회의 가르침에 호소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역대 로마 주교들의 연대표가 나온다.이 교회(로마 교회)와 더불어 그리고 이 교회의 우위적인 권위에 힘입어 전체 교회, 즉 세상의 모든 신자들과 일치를 이룬다. 왜냐하면 이 교회 안에는 전 지역의 신자들을 통해 사도들로부터 이어오는 전승이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단반론」
3.1. 실제 묘사된 사이비 행위
최소한 이레네오에 의한 묘사만 놓고 보자면 영지주의 일파들이 '''당대에 심지어 오늘날 기준으로 봐도 사이비스러운 행동거지를 보인 모양이며,''' 심지어 영지주의적 설정놀음을 '''이를 정당화하는 데에 버젓이 써먹었다.''' 참고로 오늘날에도 명색이 종교인이라는 사람이 사치, 향락, 불륜을 일삼으면 규탄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오늘날 '사기꾼'하면 수려한 말빨과 심리전으로 사람을 구워삼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전근대 시절에는 초자연적인 연출을 동원해서 사람을 현혹하기도 했기에 '마법사'니 '마술사'를 '사기꾼'의 의미로도 썼음을 알 수 있다. '이단논박'의 내용 자체는 형이상학적 측면이 강하지만, 이것은 영지주의자들의 '정통성'을 저격하기 위함이지, '''영지주의 논란이 단순 탁상공론이었다고 보면 곤란하다.'''
영적인 완벽함을 가진 '그들'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반드시 구원을 받을 것이라 한다. 그들은 육신이 구원을 받는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 않듯이, '영적'인 그들은 그 어떠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부패'한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한다. (중략) 금을 오물에 담가 놓아도 그 빛을 잃지 않는 것과 같아서 그들은 그 어떠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적인 완벽함에 결코 결함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우상에게 바쳐진 제물을 먹으며, 이방인들이 여는 우상에게 바쳐지는 온갖 휴일의 축제들-하느님과 사람 모두가 가증스럽게 여기는 유혈이 낭자하고, 동물들은 물론 같은 사람들과도 싸우는 그러한 자리들-에도 그들은 으뜸으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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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 일부는 그들에게 이러한 교육을 받은 여신도들을 사적으로도 타락시킨다. (중략) 또 일부는 공적인 자리에서 그 어떠한 부끄러움도 없이 자신의 마음의 드는 유부녀를 강제로 아내 삼는다. 또 그들 중 일부는 그 여신도들과 '자매'처럼 동거하지만 이내 그 여신도들은 그들의 아기를 배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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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반론」1권 6장 2~3절 일부
스승 마가의 가르침을 보완했다고 주장하는데다가 마침 본인 이름도 공교롭게 '마르쿠스(마가)'인 마술사도 있다. (중략) 그는 특별히 부유하고 보라색으로 염색된 수려한 착의와 치장을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유독 관심을 기울인다. (중략)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말한다: "아버지께서 당신의 천사를 계속해서 보시기에, 나는 당신에게 나의 카리스마 중 일부를 주려 한다. 당신의 천사는 우리 속에 있기에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먼저 나에게로부터, 나로부터 내 카리스마를 받아라. 그대가 내가 되고 내가 그대가 되기 위해 신부가 남편을 위해 기다리듯이 준비하라. 빛의 씨앗을 그대의 신방에 심어라. 나에게서 그대의 신랑을 받아라. 당신의 신랑을 받아들이고 신랑이 그대를 받아들이게 하라. 자, 이제 카리스마가 당신에게 내려왔으니, 입을 열어 예언하라." (중략) '''그녀는 그리고 그에게 보답으로 그녀의 재산 (마가는 이렇게 엄청난 양의 재산을 착복했다) 뿐만 아니라 몸도 허락한다'''- 그와 진심으로 '하나'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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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반론」1권 13장 3절 일부
사마리아의 시몬의 종파에 속한 사제들은 사치스럽기 짝이 없는 생활을 하며 온갖 마법과 마술을 부려댄다. 퇴마/구마 의식을 해주거나 주문을 외워주고 돈을 받아간다, 사역마나 몽마를 부릴 수 있다며 영업을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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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반론」1권 23장 4절 일부
니골라당은 바로 처음 집사/부제/보제로 서품받은 7인 중 한명인 니골라를 따르는 이들이다. 그들은 참으로 무절제한 쾌락의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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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반론」1권 26장 3절 일부
4. 발렌티누스의 생애와 그의 가르침
발렌티누스는 '모든 영지주의 이단의 아버지'이다. 발렌티누스 이전에는 교리적으로 체계화된 영지주의 교파가 없었고[6] , 거의 대부분의 영지주의는 발렌티누스의 학설을 인용하거나 혹은 발렌티누스파에서 갈라져 나오는 등으로 생겨났기에 사실상 발렌티누스가 그리스도교 영지주의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발렌티누스는 2세기 로마에서 활약한 영지주의의 창설자이며 지도자였다. 그의 생애에 관해서는 주로 이레네오의「이단반론」에 간략하게 언급된 내용 외에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그는 이집트에서 태어났으며, 알렉산드리아에서 교육을 받고 그곳에서 가르치기도 하다가, 성 히지노 교황(136~140년 재위) 때 로마에 와서 로마 교회 안에서 활약하였다.
발렌티누스는 재능과 언변이 뛰어났기 때문에 교황직을 기대하였지만, 박해에서 살아난 다른 사람이 교황직에 오르자[7] 이에 격분하여 보편교회를 떠났다. 그 후 그는 성 아니체토 교황(155~166년 재위) 때에 로마를 떠나 동방으로 갔다가 말년에 다시 로마로 돌아와서 160년 무렵에 사망하였다.
발렌티누스는 서간과 강론과 시들을 썼는데, 알렉산드리아의 「스트로마타」에 몇 가지 단편들만 전해오고 있으며, 대부분 상실되었다. 그리고 그는 「진리의 복음(Evangelium Veritatis)」[8] 을 썼는데, 이것은 기독교의 복음서와는 전혀 다른 것이며 영지주의적 바탕 위에 그가 만들어낸 복음서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의 영지주의의 기초가 되는 '에온'설이 아직 나와있지 않을 정도로 창설 초기의 작품이다.
발렌티누스가 만든 사상은 로마에서 급속도로 파급되었을 뿐 아니라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발렌티누스의 영지주의는 그의 제자들에 의해서 급격히 발전되었다. 그의 제자들은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프롤레마이오스와 헤라클라온이 중심이 되어 이탈리아 반도에서 활약한 '서방계 발렌티누스파'와 바르데사네스와 악시오니코스가 중심이 되어 동방으로 번져나간 '동방계 발렌티누스파'이다.
발렌티누스의 영지주의는 그의 제자들에 의해 심하게 변형되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발렌티누스 자신의 학설이고, 어디까지가 그의 제자들이 변형한 것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발렌티누스 영지주의의 동방계파와 서방계파 사이의 세부적인 사항들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골격은 같다.
한편 테르툴리아누스는 발렌티누스의 학설이 '어떤 옛 학설의 씨'에서 온 것이라 하는데, 여기서 '옛 학설'은 영지주의를 말한다. 따라서 발렌티누스는 영지주의의 토대 위에 자기 나름대로의 체계를 세웠다는 것이다.
4.1. '플레로마'와 신원에 대한 신비
발렌티누스는 '신적 섬광'의 기원과 그것이 인간 육신 안에 감금된 비극의 과정을 ''''플레로마(pleroma, 충만함)''''라 부르는 천상의 영적 세계의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발렌티누스는 플레로마 안에 30개의 '''에온(Eon. 신적 존재)'''들이 있다고 한다. 이 에온들은 최고 에온에서부터 유출(emanatio) 또는 생성(prolatio)되어 나왔으며, 엄격한 위계질서를 형성하고 있다.
에온들은 남성 에온과 여성 에온으로 짝을 이루고 있는데, 각 짝에서 남성 에온이 여성 에온보다 위계적으로 상위에 속한다. 에온들의 이름과 서열은 다음과 같다.
- 1. 심연(Bythos)라고도 불리는 성부(Patros, 아버지)
- 2. 성부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생각(Ennonia)라고도 불리는 성부의 짝 침묵(Sige) 이 짝에서 2세대 에온 3쌍이 유출되어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 3. 이성(Nous)
- 4. 이성의 짝 진리(Altheia)
- 5. 말씀(Logos)
- 6. 말씀의 짝 생명(Zoe)
- 7. 사람(Anthrophos)
- 8. 사람의 짝 교회(Ecclesia)
이렇게 해서 30개의 에온들이 구성되는데, 제일 마지막 에온은 '''지혜(Sophia)'''이다.
첫째 에온인 성부는 매우 초월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의 맏자식에 해당되는 이성 외에 다른 에온들은 성부를 직접 대면하거나 알 수 없다. 천상의 영적 세계인 플레로마와 지상의 물질 세계 사이에 엄격한 경계를 두고 플레로마의 결속을 유지하는 것은 '''호로스(Horos, 한계)'''이며, '''스타우로스(Stauros, 십자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는 만일 이성 외의 다른 에온이 성부와 직접 교류하거나 그분의 뜻을 알려고 하면 이를 제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제일 막내 에온인 지혜가 성부를 알고 싶은 월권적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고, 호로스에게 발각되어 플레로마의 경계선으로 내쫓기게 된다.
여기서부터 소피아의 비극이 시작된다.
4.2. 소피아의 타락과 그리스도의 구원 활동
발렌티누스는 소피아에 대한 그리스도의 구원을 다음의 2단계로 전개한다. 소피아로 인해 발생한 불상사를 보고 성부는 이성을 통해 새로운 에온 쌍인 '''그리스도(Christos)'''와 '''성령(Hagia Pneuma)'''을 생성해낸다. 성령은 플레로마의 일치를 도모하고, 그리스도는 호로스에까지 자신을 확장시켜 소피아에게 성부와 다른 에온들 사이의 본질적 차이와 관계를 깨우쳐 준다.
한편 그리스도가 떠난 다음 소피아는 성부를 알려했던 '나쁜 생각' 때문에 '''하급 소피아'''를 배태하는데, 이 하급 소피아를 '''아카모트(Achamoth)'''라 부른다. 아카모트는 호로스에서 쫓겨나 생명 없이 허공을 떠돌면서 자기 고뇌에서부터 '''물질(Hylikon)'''을 배태하게 되며, 그리스도께 향한 흠모에서 영혼의 요소를 지닌 '''정신(Psychikon)'''을 배태하게 된다.
그리스도는 이러한 아카모트의 처지에 연민을 가지고 호로스에서 내려와 무형의 아카모트 안에 형상을 새겨주는데, 이것이 '''영의 요소를 지닌 실체(Pneumatikon)'''인 것이다. 이 3가지 요소, 즉 물질과 영혼과 영에서 지상의 세상이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피아에 대한 그리스도의 이 첫째 구원활동을 '''본질에 의한 형성'''이라고 한다.
그 다음 아카모트는 자기의 정신에서부터 천상 성부의 모상에 따라 '''데미우르고스(Demiurgos)'''라고 하는 창조신을 만들어낸다. 이 데미우르고스가 하늘과 땅을 포함한 모든 물질적 세상을 만든 구약의 신이라는 것이다.
창조신이 인간 아담을 창조할 때 먼저 흙으로 인간을 빚어 만들고, 그 다음 거기에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아카모트에서 생겨난 영을 아카모트 몰래 아담에게 심어주었다. 이렇게 하여 아담 안에는 3가지 요소, 즉 물질과 영혼적 요소와 영적 요소가 함께 있게 되었다.
아담 안에 공존해 있던 이 세 요소들은 그의 자식들인 카인과 아벨과 셋에 와서 분리되었는데 카인은 물질적 요소만을, 아벨은 영혼적 요소만을, 셋은 영적 요소만을 지니고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 세 자식은 각기 자기가 지니고 있는 요소를 자손들에게 물려주게 된다.
이렇게 하여 인류는 운명적으로 3부류의 사람들, 즉 영적 인간과 영혼적 인간과 물질적으로 구분되어 태어나는 것이다. 영적 요소를 지니고 태어난 사람의 경우 그 영적 요소가 아카모트에서 온 것이며 또 아카모트 자신은 원래 플레로마 세계의 에온이었던 소피아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본성적으로 플레로마적 요소, 즉 '신적 섬광'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 다음 발렌티누스는 구원의 둘째 단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비록 영적 요소를 지니고 태어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기 안에 영적 요소, 즉 신적 섬광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일차적 구원활동이 있은 다음 플레로마 세계 전체는 자기들과 같은 요소인 신적 섬광을 지닌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예수'''라고 불리는 구세주 에온을 유출해 내는데, 이 구세주는 영지를 통해 아카모트의 불행을 치유하고, 신적 섬광을 지니고 있는 인간들에게 비밀리에 그 사실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구세주 예수를 통한 이 둘째 구원을 '''영지를 통한 형성'''이라고 부른다.
구세주 예수가 영적 인간들에게 신적 섬광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면, 그들은 이 영지를 통해 자동적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발렌티누스파들은 자기들이 바로 그런 영적 인간들이며 그 숫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이와는 달리 물질적 요소를 지니고 태어난 인간들은 플레로마적 요소를 전혀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구원받을 수 없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간 부류에 속하는 영혼적 요소를 지닌 인간들은 영혼은 본성적으로 플레로마적 요소는 아니지만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그리스도께 대한 흠모에서 생겨났으며, 데미우르고스가 인간을 창조할 때 성부의 모상에 따라 심어준 것이므로 영혼적 요소를 지닌 사람들은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구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의 2가지 구원에서 첫째 구원의 그리스도와 둘째 구원의 구세주 예수가 동일한 인물로서 단지 역할을 달리한 것인지, 아니면 존재적으로 서로 다른 인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4.3. 여러 형태의 그리스도 이론과 두 부류의 발렌티누스파
발렌티누스에 의하면 영적 요소가 물질 세계의 최후의 소멸 이전에 플레로마에 복원되는 것이 구원의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그런데 이 구원은 구세주 에온이 영적 인간글 안에 신적 섬광이 있다는 사실을 영지를 통해 알려줌으로써 이루어진다. 구세주 에온이 영적 인간들에게 영지를 주기 위해서는 가시적 존재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그의 육화가 요구된다. 그들은 가시적 존재가 된 구세주 에언이 바로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라고 한다.
그러면 예수의 육신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들은 예수의 육신에서 물질적이고 지상적인 요소를 배제시킨다. 왜냐하면 구원은 영적 인간만을 대상으로 하지 물질적 인간은 전혀 그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은 영혼적 인간들에게도 구원의 가능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예수의 육신은 영적 요소뿐만 아니라 영혼적 요소도 함께 지녔다는 것이다.
예수의 육신이 영혼적 요소를 지니는 문제에 있어서 예수가 이 요소를 어떤 과정을 통해 지니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발렌티누스 자신과 그의 제자들인 서방계와 동방계 사이에 차이가 있다.
히폴리토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헤라클라온과 프톨레마이오스가 속한 서방계 학파는 예수는 원래 영혼적 요소로 된 육신을 갖고 태어났는데, 그의 세례 때에 비둘기 모상으로 내려온 성령, 즉 소피아의 말씀이 영적 요소를 예수께 주었다는 것이다. 한편 악시오니코스와 바르데사네스가 속한 동방계 학파는 구세주 예수가 수태될 때에 성령, 즉 소피아가 성모 마리아에게 직접 내려와서 영적 요소를 주었고, 또 성령이 마리아에게 준 다른 요소를 가지고 데미우르고스가 '''기묘한''' 방법으로 영혼적 요소를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발렌티누스 자신은 예수의 육신이 단순히 영적 요소로만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그의 제자들이 거기에 영혼적 요소를 첨가시켜 이처럼 복잡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유는 구세주 예수의 육신이 영적 요소로 구성되어야 하고, 일반 인간들이 지니는 육신과 같은 물질적인 요소는 배제돠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인간의 부류에서 영혼적 요소를 지닌 사람들에게 구원의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해서 예수의 육신 안에 영혼적 요소가 들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발렌티누스의 제자들 사이에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에는 또 다른 원칙이 작용하였으니, 영적 요소는 비가시적이기 때문에 예수가 사람들에게 보여지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요소인 영혼적 요소가 반드시 들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세주의 육신이 영적 요소와 영혼적 요소로 이루어졌다면, 2가지 요소가 어떻게 한 인물 안에 공존할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렌티누스의 제자들은 서로 다른 두 인물에 대해 말한다. 그들은 영혼적 요소를 지닌 분을 그리스도라 부르고, 영적 요소를 지닌 분을 예수라 부른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의 경우에도 수난 때에 체포되어 십자가에 죽은 인물은 가시적인 영혼적 육체를 지닌 그리스도였다고 하는가 하면, 십자가의 길에서 예수를 도와 십자가를 대신 진 키레네 사람 시몬이 십자가에서 대신 죽고(...) 진짜 예수는 사람들의 눈을 속여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예수의 육신에 대한 주장이 발렌티누스 학파에 따라 서로 다르고 복잡하게 엉켰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단자들은 예수, 그리스도, 구세주, 동정 성모 마리아 등 복음서에 나오는 내용과 용어들을 사용하지만 자신들의 이단설에 꿰어맞추는 식의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테르툴리아누스는 서방계 발렌티누스 학파 학설의 모순성을 간파하였다. 그들의 주장대로 만일 예수가 영혼적 요소로 된 육신을 지니고 태어났고, 세례 때 성령에 의해 영적 요소를 받게 됨으로써 비로소 구세주가 되었다면 세례 이전의 예수는 무엇이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사실 발렌티누스에 의하면 영혼적 요소는 하급 우르데미고스의 피조물에 불과하므로, 세례 이전의 예수는 에비온파에서 말하는 한낱 '''단순한 인간'''일 수밖에 없다고 테르툴리아누스는 지적했다.
이것은 발렌티누스 학파에서 구세주 안에 그처럼 고수하려고 하는 초월적 요소, 즉 플레로마적 요소를 세례 이전의 예수에게서 배제하는 모순을 가져왔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서방계 발렌티누스 학파의 주장은 초대교회의 그리스도론적 이단들 중 하나인 성자 입양설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4.4. 발렌티누스 학파에서의 동정녀 잉태설
발렌티누스 학파는 예수와 성모 마리아 사이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수는 성령(소피아)으로부터 영적 요소를 받았고, 데미우르고스로부터 영혼적 요소를 받았다. 따라서 마리아 자신은 예수에게 영적 요소를 줄 수 없고 단지 물질적 요소 밖에 줄 수 없다. 그런데 예수에게는 물질적 요소가 완전히 배제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성모 마리아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그의 어머니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렌티누스파 이단자들은 예수가 성모 마리아를 마치 물이 관을 지나가듯이 그냥 거쳐 나왔을 뿐이지 마리아에게서는 아무 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히폴리토가 전하는 동방계 학파의 주장과 이레네오가 전하는 서방계 학파의 주장이 일치한다.
테르툴리아누스는 그들의 주장을 「그리스도의 육신론」 20장에서 더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발렌티누스파 이단자들은 존재의 기원을 나타내는 'ex(~로부터)' 대신에 'per(통하여)'와 'in(안에)'를 사용함으로써 예수는 동정녀로부터 아무 것도 취하지 않고 단지 그 안에 머물러 있다가 통과해 나온(per) 장소로밖에는 성모 마리아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너희는 그리스도께서 동정녀에게서가 아니라 동정녀를 통하여, 그리고 그 모태에서가 아니라 그 모태 안에서 태어나셨다고 주장한다.
'''Per''' virginem dicitis natum, '''non ex''' virgine. et '''in''' vulva, '''non ex''' vulva.
따라서 그들은 성모 마리아의 예수 잉태에서의 동정성을 비정상적일 정도로 강조한다. 그들이 말하는 마리아의 동정성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예수는 어떠한 물질적 요소도 지니지 않고 태어났기 때문, 생물학적 측면에서 마리아는 예수의 어떠한 물질적 육신의 기원이 될 수 있게 하는 남자의 씨를 받지 않고 낳았다는 점에서 동정녀라는 것이다(virgo quantum a virgo).
발렌티누스 학파가 성모 마리아의 동정성을 강조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물질적 요소인 우리와 같은 육신을 부정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러한 주장에 대항하여 테르툴리아누스는 성모 마리아의 동정성을 강조하지만, 그 의미는 이단자들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그는 여기서 마리아가 어떻게 동정녀이면서 동시에 어머니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정녀이면서 어머니'라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적인 표현이지만, 그리스도의 실제적인 탄생의 신비를 나타내는 것이다.
성모 마리아는 남자의 씨가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잉태하여 예수를 낳았다는 점에서 동정녀이지만, 물질적 예수를 잉태하여 낳았다는 점에서는 실제의 어머니가 된다는 것이다.
5. 탄압
기독교는 이미 요한서신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이 초창기부터 정통과 이단이라는 개념이 있었으며,[9] 2세기 경부터 사도들의 후계자로 간주되는 주교(Episcopos)들이나 그들의 보조자인 신부(Presbyteros)들이 자신들이 사도들로부터 이어받은 가르침과는 다른 가르침들과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이후 이들은 로마 주교(교황)의 권위와 그의 가르침과 권위에 힘입어서 사도들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교설들을 제거해 나갔다[10] .
또한 주교들로 구성된 교회의 '''의회''' 격인 공의회는 기존에 믿어오던 사도들로부터 이어온 가르침이 새로운 이설에 의해 논란이 되면 기존에 믿어오던 가르침이 옳음을 로마 주교의 권한으로 천명할 수 있었고[11] 서로의 결정사항을 알리는 등 연대의식이 있었지만, 그에 반하여 많은 영지주의는 우주관과 구원관의 상호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주장들이 다른 교파들이 많았고, 이들끼리는 서로 손을 잡지 못했다. 그 결과 보편교회에 의해 이단으로서 각개 격파, 제거될 수밖에 없었다.
유다 복음서를 쓴 교단을 예로 보편교회가 해당 영지주의 교단을 직접적으로 탄압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유다복음이 집필될 당시에는 기독교 자체가 비공인 종교로 활동하던 때라 직접적인 탄압은 불가능하다. 또한 유다복음을 쓴 분파는 영지주의 중에서도 소수분파다. 유다복음을 쓴 분파는 기존 교회의 부패를 비난하다 공개 매장된 게 아니다.[12] 유다복음을 쓴 분파가 별달리 호응을 얻지 못해 영지주의 중에서도 소수분파였던 것이다. 유다복음을 쓴 분파는 기존 교단의 개혁을 원한 게 아니라 독자적인 교리체계를 갖춘 곳이었고, 그들만의 교리 내에서는 비영지주의파의 도덕은 타락한 수준으로 간주한 것이다.
실제 당시 비영지주의파 교회가 영지주의자들의 주장처럼 부패·타락했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는 있다. 상대를 비판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부패나 상황에 따라서는 더 심각한 법죄 혐의를 덧씌우는 것은 흔한 수법.[13] 인데다가, 기본적으로 영지주의는 육체적, 물질적인 것을 부정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예수의 육화(인간이 됨)를 인정한 주류 교회를 무조건적으로 부패한 것으로 인식했을 가능성도 높다.
중요한 것은 영지주의를 비롯한 이단과의 종교투쟁을 통해서 대략적으로만 존재했던 기독교의 교리 체계가 점차 확고한 체계를 잡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단논쟁이 쓸고 지나간 뒤, 이단으로 몰리면서도 자신들의 사상과 접근법을 고수한 영지주의는 근본적으로 그리스도교와 분리되었으나, 영지주의적인 해석은 플라톤 철학의 보존과 함께 끊임 없이 등장했다.
6. 현대의 영지주의
'''거의 없다'''. 루시퍼처럼 종교가 아니라 소설이나 판타지에서만 종종 이야기된다.
그러나 영지주의의 모태가 되는 이원론은 '''기독교''' 내에 알게 모르게 폭넓게 퍼져 있다.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데, 만약 당신이 '성경의 주제는 하느님과 악마가 대립하여 싸우다가 하느님이 승리할 것이라는 예언이며, 이 싸움에서의 승리가 하느님의 의도이자 최종목표'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도 영지주의의 모태가 되는 이원론적 세계관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원론에 근거한 세계관 또는 신앙관을 가진 기독교 신자들은 은근히 많다.
당장에 평신도들이 아닌 목회자들 중에도 '사탄의 꾀임에 넘어가는 것은 하느님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이 보이는데, '''순전히 성경 내의 서술만 가지고 본다면''' 성경에서 '사탄'이라고 명시된 자는 하느님에게 대적하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하느님의 명령을 받아''' 인간을 방해하는 존재로 기술된다. 즉, 유일신 하느님에게 대적하는 존재가 아니라 유일신 하느님 밑에서 일하는 존재로 나와있다는 것이다.
성경 내에서 하느님에게 대적하다가 하늘에서 추방된 천사가 있었다는 점을 암시하는 내용은 이사야 14, 12-15절뿐인데,[14] 이 구절 또한 그냥 여기에서 끝나기 때문에 이 천사 때문에 천계에서 내전이 벌어졌느니 하는 얘기는 전부 전승에 불과할 뿐 성경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전승을 마치 성경에 직접 기술된 듯 잘못 입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은, 비록 영지주의는 없어졌지만 그와 비슷한 이원론적 세계관은 아직도 교단 내부에 짙게 남아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카발라에는 '선택받은 자'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그저 영적 발전을 이룬다, 그리고 그 길은 이러이러한 여정을 거치게 된다, 어느 상태인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이것이다, 핵심은 그게 거의 전부다. 결국 영지주의는 카발라에서 삐져나온 이원론의 함정일 뿐이다. 구원을 매개로 사람을 꼬시는 것은 어느 종교에나 있는 흔한 전도 방법이며, '구원' 이라는 단어의 해석에도 여러 방식이 존재하는 만큼 서로 대응시키는 것도 무리다. 결국 카발리스트 입장에서도 이 문서에서 말하는 방식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것 처럼 ''너 이단''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유대교는 선택받은 '민족' (이스라엘) 이라는 의식이 여기저기 깔려 있고, 당연히 유대교에서 발생한 카발라는 어느 정도 엮일 수 밖에 없다.
현대에 영지주의적 경향을 보이는 종교는 여호와의 증인 정도인데, 이들도 영지주의를 따르지는 않는다. 여호와의 증인 교리 중 이 세계를 악마적으로 여긴다는 점이 영지주의와의 공통분모인데, 이것 말고는 비슷한 점이 없다. [15] 무엇보다 여호와의 증인은 영지를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고, 오히려 그 정반대로 볼 수 있는 극단적인 지복천년설을 따른다. (기존 기독교 중에서도 특히 가톨릭과 대립이 심했던 원인도 여기에 있었다.)
대한민국에 알려진 영지주의에 대한 내용은 발렌티누스파로 대표되는 철학계통의 유명한 분파이나, 정신적인 깨달음을 강조하는 형태를 취하기에 사상이나 학문적인 접근은 어려운 편이다. 이 때문에 불교와 영지주의를 모두 잘 모르는 경우, 이 둘을 영지주의를 불교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16]
그러나 정신적인 깨달음을 중시하는 외형은 비숫할지 몰라도, 영지주의에서 육체와 영혼을 극단적인 이원론으로 구분하고 소수의 타고난 사람만 깨달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둘 다 불교에서 배척하는 주장이다. 물론 불교에도 중생의 근기를 나눌 때 '일천제'[17] 라 하여 깨달을 수 없는 사람을 언급하지만, 일천제란 속세의 사람들 중 불교에 관심이 없거나 불교의 가르침을 비방·훼손하면서 깨달음을 구하지 않는 세속주의자를 말하는 것이다. 유식론의 영향을 받은 법상종 계열에서는 이들의 성불이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천태종, 화엄종, 정토종 등 다른 대승 불교에서는 '이들도 불성이 있으니 얼마든지 불교에 대한 신심을 가지고 수행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즉 근본적으로 영지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분해서 보는 영지주의의 관점하고는 '''전혀 다르다.''' 상식적으로, 애초에 불교에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불교의 가르침대로 성불이 가능하겠는가?
영지주의를 간단히 정리했을 때 믿음으로 인한 구원이 아닌, 특정한 지식을 가지고 자신을 수련해야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 요약하면 현재 이런 주장을 설파하는 이단들은 제법 많다. 독학으로 성경을 보다가 '영은 선하고 육은 악하다'는 식의 영지주의를 갖게 되는 개인도 제법 많다.
그나마 현대에 영지주의와 가장 비슷한 종교로는, 같은 뿌리의 소수 종교인 만다야교를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