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격기
1. 개요
邀擊機, interceptor.
요격은 자기편을 치려고 향하여 오는 적군을 맞받아 침을 뜻한다. 즉 요격기는 적군의 폭격기나 전투기 등의 비행기가 자국의 영토를 침입하여 공격해올 때 이를 격추하여 방어하기 위해 요격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기를 가리킨다.
일본에서는 要撃機외에 영격기(迎撃機), 국지전투기(局地戦闘機)[1] 라고도 하고 중국에서는 난절기(攔截機)라고 한다.
2. 개념
요격기가 등장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전간기(戰間期) 동안 전세계 공군 사이에서 유행한 폭격기 무적론 때문이다. '방어기관총으로 무장하고 고공에서 고속 침투하는 폭격기 대편대는 무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그럼 그 폭격기 편대만 때려잡는 전용 전투기를 만들자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당시는 항공기술이 일천했기 때문에 최고속도, 항속거리, 선회력, 상승력, 폭장량 등에 심각한 제한이 있었고, 따라서 특정 임무에만 특화된 전용기 여러가지를 개발하는게 추세였기 때문이다. 2차대전 당시를 보면 한 국가에서 단발 주간전투기, 쌍발 주간전투기, 야간전투기, 요격기, 장거리 호위기, 단거리 지상공격기, 급강하폭격기, 수평폭격기, 뇌격기 등등 다양한 기체를 동시에 운용하면서, 상황에 따라 투입했다. 현재는 이 모든 임무를 다목적 전투기 한 기체가 무장과 부가장치만 바꿔달아 가면서 할 수 있다.[2][3] 이런 추세의 다른 이유는, 현대의 전투기는 너무 비싸졌고 조종사양성비용도 너무 비싸기 때문에, 용도별로 많이 보유할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 미국, 중국 정도가 이천 대 정도 뽑아내 보유할 수 있는데, 2차대전쯤으로 가면 그 열 배 단위로 뽑아냈다.
이런 개념에서 P-39 에어라코브라를 시작으로 전세계 각국에서 폭격기 때려잡는 전용 요격기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2차대전을 지나 제트기 시대가 도래한 이후에도 요격기 개발은 계속 되었다. 특히 1950년대에는 미국과 소련 모두 유일한 핵투발 수단이 전략폭격기였기 때문에, 이 폭격기를 막을 요격기 개발에 사활을 걸었다. 핵투발 수단이 탄도미사일로 옮겨가고 나서도 상대 공군기의 아군 공습을 막기 위한 요격 임무는 계속 중시되었다.
베트남전 때까지만 해도 고출력의 엔진에 월등한 상승력을 가진 요격 전용기가 비행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적기 공습시 긴급 발진하고는 했다. 적기는 상대적으로 고공에 있고 이미 속도가 붙은 상태이기 때문에 요격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속성'''과 '''상승력'''이었으며, 상대적으로 근접격투전에 필요한 운동성은 덜 중시되었다. 또한 지상 레이더의 관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레이더도 고성능의 탐색용 레이더는 불필요했으며 미사일 유도용 레이더만 있으면 작전에 큰 문제가 없었다. 방어적 개념의 전투기이며 여차하면 지상기지로 금방 내려올 수 있었기 때문에 대용량의 연료탱크와 넓은 항속거리도 불필요. 따라서 최대한 빨리 고고도에 도달하여 지상 레이더의 지시에 따라 적의 폭격기에 미사일을 날리고 빠질 수 있도록 최적화되었다.
3. 특징
오늘날에는 엔진 성능과 항공기 설계능력이 갈수록 향상되면서 전투기가 요격전을 벌이거나, 요격기라도 격투전을 할 수있게 만드는 추세로 요격기와 전투기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지만, 본디 요격기가 갖춰야 할 특징은 전투기와는 다르다. 전투기는 고받음각과 고G기동, 선회전에 유리하게 만들어져야 하지만, 요격기는 가속력, 상승력, 최대속도, 최대운용고도의 향상에 중점을 두므로 극단적인 저(低)항력을 추구하여 소형 동체에 극단적인 후퇴각의 델타익이 많이 쓰인다. 또는 아예 대형기에 크고 아름다운 엔진을 달아서 괴물같은 추력으로 항력을 씹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최신 유럽산 전투기 대부분(라팔, 유로파이터 타이푼, JAS39 그리펜)이 작은 기체에 카나드+델타익 조합인 것은, 격투전도 등한시할 수 없지만 서유럽 공군에게는 무엇보다도 러시아의 초음속 핵폭격기를 요격하는 것이 최우선 임무이기 때문이다.
4. 종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P-38 라이트닝을 요격기로 썼으나, 대전 말기에는 P-51 머스탱이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전투, 호위, 요격을 다 담당하게 되었다.
한편 독일은 대전 후기 제공권을 상실하게 되면서 대부분의 기체가 요격 임무에 쓰였다.
2차대전 당시 영국 공군은 그야말로 요격을 위한 부대로 활약했다. 영국 본토 항공전은 영국측이 독일의 폭격기 부대를 방어하는 양상으로 흘러갔기 때문. 예를 들어 대표적인 요격기인 슈퍼마린 스핏파이어의 경우 성능은 좋았으나 항속거리가 600여km로 상당히 짧은 편이었다.
제트 전투기 중에 요격기로 설계된 전투기로는 미국의 F-101, F-102, F-104, F-106, XF-108 등의 센츄리 시리즈가 있다. 이 중 F-104 스타파이터는 로켓에 작은 날개를 달다 만 듯한 구조라서 안정성이나 조종성이 불안했으며, F-106 델타 다트는 이륙 이후에 유도와 미사일 발사까지 레이더 방공망에서 직접 하며 조종사의 존재감이 공기가 되는 식이었다. 센츄리 시리즈가 전반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지만 진짜 극단적인 항공기들이 많았다. 이 센츄리 시리즈는 1950년대 핵폭탄을 달고 침투하는 소련 폭격기들을 때려잡는 용도로만 설계를 최적화했다. F-104의 안정성을 희생한 극단적인 설계 또한 최대한 빠른 시간에 적 폭격기가 위치한 고고도까지 도달하기 위한 로켓의 개념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라고는 하는데, 미국기준에선 그렇지도 않다. 워낙 비행기가 많고, 그 중 단일임무용으로 만든 저렴한 기종인 데다가, 미국의 공군비행장은 크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런 걸 좁은 유럽에서 지상공격용으로까지 다목적으로 굴리려 하니 사고뭉치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바다로 둘러쌓인 일본에서는 손실율이 극히 낮았다.
이러한 센츄리 시리즈 전투기는 F-4 팬텀이 등장하면서(F-4도 함대 방공 요격기로 설계된 것이기는 하지만) 밀려난 것을 보아 전용 요격기의 시대는 한물 간 것 같다. F-14나 F-15도 요격을 주 임무로 개발되기는 했지만 F-14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고 퇴역했고 F-15는 워낙 팔방미인이라 전폭기로 쓰인다.[4]
소련은 엔진과 레이더의 발전이 미국에 뒤쳐졌고, 국토가 워낙 넓은지라 방어해야 하는 영역도 장난이 아니어서 미국보다 훨씬 나중까지 전용 요격기를 운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MiG-25 폭스배트이다. 처음에는 미 공군이 개발중이었던 XB-70 발키리, 이후에는 초고고도 고속정찰기인 SR-71를 잡으려고 만든 단일목적기인 MiG-25는 고출력의 대형 엔진으로 둔하게 생긴데다 강철로 만들어서 지독하게 무거운 동체를 음속의 3배 넘게 밀어붙였다.[5] 현재는 Su-35나 MiG-31이 임무를 이어받았다. 그 외에도 Tu-160을 개조한 요격기 Tu-161이 있는데, 이것은 Tu-160을 호위하거나 장거리에서 오는 미군 수송기들을 선제타격하는 용도로 쓰인다.
일본은 중일전쟁 이후 폭격기 요격의 중요성을 깨닫고, 육군과 해군에서 각각 Ki-44 쇼키와 J2M 라이덴을 개발하게 된다. 이후 육군은 요격기 대신 Ki-61이나 Ki-84같은 단좌전투기를 만들고, 남아있던 라이덴만 고고도 요격성능을 강화해 나갔다. 라이덴은 첫 양산형 J2M2 11형을 시작으로 J2M3 21형, J2M4 32형, J2M5 33형을 거치며 바다 건너에서 날아오는 공중요새를 상대하는 용도로 종전까지 사용된다. 실험적으로 개발된 요격기는 로켓 전투기인 슈스이가 있다.
영국은 2차 대전 이래 본토 방공을 중시하여 제트기 시대가 도래한 이후 호커 헌터, BAC 라이트닝, F-4 팬텀, 토네이도 ADV[6] , 유로파이터 타이푼으로 이어지는 요격기 계보를 갖고 있다.[7]
프랑스의 미라주 시리즈 계열기 대다수는 기본적으로 요격기로 설계되어 무미익 델타익을 채용하였다.
4.1. 나무위키에 생성된 요격기 목록
5. 스타크래프트의 비행 유닛 요격기(인터셉터)
우주모함 또는 요격기(스타크래프트 시리즈) 문서를 참조.
[1] 일본군의 요격기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며. 일본 해군항공대의 코드명은 J이다.[2] 기술이 발전하면서 용도별로 세분화되었던 무기가 통합된 현상은 2차대전 이후 탱크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났다.[3] 이때문에 전폭기라는 용어도 등장했다.[4] 단 F-14가 퇴역한 진짜 이유는 요격기 컨셉 때문이 아니라 워낙 유지보수비가 비쌌기 때문이다. F-15C가 아직도 공대공 전용으로만 쓰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5] 그런데 소련 공군도 구조적인 결함을 알고 있어서 마하 2.8 이상은 내지 못하게 했다. 실제로 1971년 이집트 공군 소속의 MiG-25가 마하 3.2 이상을 내며 이스라엘군의 F-4의 추격을 피한 적이 있었는데 착륙 직후 엔진은 완전히 개떡이 되었음이 밝혀졌다. 이후 1976년에 일본으로 MiG-25를 조종하여 망명한 소련 방공군의 빅토르 벨렌코 중위의 증언에 따르면 그 상황에서는 생환해오는 것조차 기적이라고 한다.[6] 파나비어 토네이도의 요격형[7] 유로파이터 계획에서 프랑스가 이탈해서 "라팔" 독자개발로 선회한 것에는 영국이 강력하게 주장했던 공대공 요격기 컨셉을 둘러싼 갈등도 하나의 요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