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포

 

1. 나치 독일의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을 관리한 수감자들
1.1. 개요
1.2. 악인이 아니었던 카포
1.3. 미디어에서
2. 현악기에 쓰이는 줄베개(Capotasto)의 줄임말
3. Caporegime의 준말
4. 유럽 각국 군대의 계급


1. 나치 독일의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을 관리한 수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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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카포는 라트비아를 점령한 나치가 만든 실라스필스 강제수용소에 있던 유태인 카포. 이름이나 행방에 대하여 알려진 게 없다.
유대인 카포이다. Kapo. 독일어로는 Funktionshäftling. 집결캠프(Concentration Camp)에서 수감자들을 관리한 수감자들.

1.1. 개요


이들은 다른 수감자들과 같은 수감자 신분이었지만, SS 친위대가 포로들에게 강제노동을 시키거나 행정 사무를 처리하는 데에 협조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식사 개선이라든가 개인실 제공 등 다른 포로들보다 좀 더 나은 처우를 받았다. 그런데 아우슈비츠 같은 지옥에선 부실해도 하루 권장 열량 뿐만 아니라 개인실까지 제공된다는 건 수감자들 입장에서는 좀 더 나은 수준이 아니다. 이들은 다른 수감자들을 굶기거나 구타할 수 있는 특권을 지녔으며 유대인 경찰처럼 독일군들이 취한 일종의 아웃소싱이었다. 자신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수감자들 간의 반목과 갈등을 유발시키기에 좋은 수단이었다. 카포는 수감자들 중에서 선발했기에, 유대인이나 폴란드인, 러시아인, 혹은 당시 독일 법에 위배되어 수감된 독일인들까지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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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카포가 두르던 완장. 여러모로 유대인 경찰과 비슷한 부역자다.
카포의 방에 들어갔을 때 난 내 눈을 의심했단다. 이 있었어! 버터도! 소시지도! 에다 우유도! 그 기분이 어떤 줄 아니?
이 자의 아침인가 봐. 이런데서 저런 식사를 하니 얼마나 행복할까! 난 그만 내 눈을 가리고 말았어. 보고 있으면 다 집어먹을까 봐 두려웠거든.
그 때 카포가 들어오는 거야.
"뭘 그렇게 멀뚱멀뚱 보고 있나? 어서 앉으라구!"
그건 나 보고 먹으라는 거였어.
- 아트 슈피겔만, 브와디스와프 슈피겔만의 회고
카포는 앞잡이를 뜻하는데 카포를 뽑기 위해 먼저 수용소에 들어올 때 이력을 살펴보았다. 나치는 수용소에 입소하는 사람들의 사상, 가족 관계, 학력, 이력 등을 매우 꼼꼼하게 정리해 자료화했기에 자세한 조사가 가능했다. 그 중 살인, 강도, 강간 전과자 등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남에게 큰 피해를 끼친 자'를 양심이 메마른 자로 구분한 뒤 그 사람들에게 골라 카포를 맡겼다.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에서는 굴라크 안의 절도, 강도, 강간 등의 일반범들이 사상범 내지는 양심범들에게 얼마나 가혹했는지에 치를 떤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던 듯.
카포에게는 전기가 들어오는 개인실이 주어졌으며 볼품 없지만 그래도 정상적인 식사를 '배불리' 먹고 건장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위에 언급된 바와 같이, 빵, 버터 소시지 등 조리된 음식을 주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정상적이고 맛있는 식사다. 어째서 나치는 카포들에게 건장한 체력을 허락했는가 하면 바로 폭력 때문이었다. 우리의 상상과 달리 수용소 기간병들은 그다지 수용인들을 구타하지 않았다. 이들 입장에서는 유태인은 가축이나 다름없기에 카포가 폭력 행사를 대신하게 했다. 지금의 안정된 삶을 빼앗기는 게 두려웠던, 그리고 애초에 양심이 메말라 있는 파렴치한이었던 카포들은 따로 시키지 않아도 동족을 구타하고, 죽이고, 밀고하며 자신의 그 알량한 삶을 유지해 나갔다.
그러나 카포들도 결국은 간부급 카포나 군인들의 의사에 따라 즉결처형될 수 있었다. 윌럼 더포가 주인공을 맡은 영화 트라이엄프(Triumph of the Spirit)에서 실제 주인공이던 유태계 권투선수 살로모 아로슈[1]는 수용소에서 잔혹하게 굴던 유태인 카포를 때려눕혔는데, SS 장교 하나가 오더니만 그 카포를 총으로 그 자리에서 사살해 버렸다. 이를 본 다른 카포들(유태인이라면 더더욱)은 두려움에 떨며 더더욱 악랄하게 굴었다고. 참고로 아로슈는 그야말로 수용소 안에서 데스 매치 권투선수로 SS 장교들 여흥을 위하여 경기를 해야 했는데, 진 선수(물론 대다수가 수감자들)는 무조건 가스실 행이라서 반드시 이겨야 했는데 당연히 권투선수인 그는 연이어 이겨서 살아남았지만 죽을 때까지 트라우마로 시달려야 했다. 참고로 영화 트라이엄프에서는 각색되어 아로슈는 친구까지 권투로 패서 이겨야 했고, 약혼녀 목숨도 같이 걸려서 죽어도 이겨야 했다. 뭐 이기면 빵이나 고기와 먹을 걸 주고 체력 보존하라고 했지만. 극 중 남을 패서 죽이고 살아남은 대가로 받은 빵과 먹을 걸 나눠서 약혼녀에게 주자 약혼녀가 좋아라 하면서도 약혼자가 목숨 걸고 남 죽이게 하고 살아남아 얻은 것임을 알기에 울면서 먹는다... 나중에는 권투선수 출신이던 카포랑 경기를 하여 그야말로 서로 죽어라 난타전을 벌여 이기는데 아로슈는 이가 부러지고 얼굴이 퉁퉁 부어서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당연하지만 제3제국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배한 이후, 카포들은 공공의 적이 되었으며 카포였던 신분이 드러나 린치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등으로 죄의 대가를 치렀다. 또한 나치 전범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모사드의 표적이 되어 암살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1950년 이스라엘나치와 나치 협조자들을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었고 이 법을 바탕으로 1951년부터 1964년까지 약 40건의 기소를 했는데 이 중 대부분은 카포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1968년 카포로 189건의 살인을 지시하고 몇 건은 실제로 행한 카포에게 종신형을 내리기도 했다.
유대인 카포는 마피아의 지부장 혹은 간부 계급을 의미하는 카포와는 상관없다.

1.2. 악인이 아니었던 카포


물론 어디에서나 그렇듯 모든 카포가 악인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전과자가 되었지만 양심을 간직한 자들도 있었다. 그런 자들은 알게 모르게 입소자들을 돕고 격려했다. 하지만 그들의 최후는 결국 카포의 신분을 빼앗기고 일반 입소자로 강등되는 것 뿐이었다. 그러한 '''밀고'''는 주로 '''입소자'''들로부터 이루어졌는데 카포 중의 하나가 사라지면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정말이지 저열한 행위가 아닐 수 없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쟁 중에는 이런 일이 흔했다.'''
하지만 개중에는 범죄와 전혀 상관 없는, 되려 나름 가치관이 똑바로 박힌 사람들이 많았던 독일 공산당, 프랑스 레지스탕스, 폴란드 국내군, 스페인 제2공화국 출신의 정치범들이 타이밍 좋게 대량으로 들어와 중간 관리직인 카포를 형성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도덕적 원칙도 있고, 나치스에게 적어도 대놓고 절멸 대상 취급은 안 받고, 노련한 조직력을 가진 사람들이 중간 관리자를 했으니 여러 명의 유대인, 폴란드인 수감자들이 이들 덕에 목숨을 구했다. 독일 공산당과 사민당, 폴란드 레지스탕스 중심으로 카포들이 구성되었던 부헨발트는 미 육군이 진주한 1945년 4월 11일 며칠 전에 이미 공산주의, 사회주의자 카포들을 중심으로 수용소 경비 병력을 제압, 사살하고 자체적으로 해방한 사례가 있다. 마우타우젠도 그런 사람들 위주로 카포가 구성되어 독일군에 의한 집단 학살을 막고 수감자들이 수용소의 통제권을 빼앗아오는데 성공했다.

1.3. 미디어에서


  • 아트 슈피겔만만화 에는 주인공인 블라덱과 아냐 부부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줬던 카포 세 명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세 카포 모두 주인공 부부를 몰래 도와주는 등 그나마 '양심이 있는 축'에 속했다.
    • 첫 번째는 블라덱이 머물게 된 건물을 관리하던 카포였는데, 그는 폴란드계지만 독일어를 잘 해 카포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독일이 전쟁에서 패할 것 같자 영어를 공부해 살아남으려고 블라덱으로부터 영어를 배운 뒤, 그 대가로 사이즈에 맞고 상태가 양호한 의복을 제공하고, 좋은 식사를 제공하는 등의 편의를 베푼다. 또한 캠프 내에서 생존과 직결된 일자리를 소개시켜 주고, 죽을 수 있는 위험한 과업에는 빼 주는 등 많은 편의를 제공한다. 당시 수용소에서 노동가능한 인력이라도 체력이 다 소진되면 가스실로 직행이었으나, 수용소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특기(전기, 용접, 가스, 배관, 수리 등)가 있는 사람들은 전문인력이었으므로 어지간하면 가스실로 끌려가지 않았다. 거의 생명의 은인 수준이다.
    • 두 번째는 작업장에서 만나게 된 카포였는데, 이 카포는 러시아계 유대인이자 극렬한 공산주의자라 사업가 출신인 블라덱을 매우 싫어했다. 그래도 이 카포 역시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서 블라덱을 힘든 일에서 빼주는등 호의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블라덱은 위험천만한 수용소 내 암거래로 많은 식량을 매일 그에게 뇌물로 바쳐서 겨우 환심을 산다. 그러다 이런 뇌물을 바치는 것에도 결국 한계에 다가오자 신발을 수리하는 법을 다른 제소자에게 배워 다른 작업장에 배속된다. 그런데 이 때 작업장을 옮기는 것을 도와준 것도 첫 번째 카포이다.
    • 세 번째는 아냐를 담당했던 여성 카포를 다루고 있다. 헝가리인으로 키가 컸으며 역시 성격이 좋은 축이라 몰래 수감자들의 편의를 최대한 봐줬다. 그래서 블라덱도 이 카포를 통해서 아내의 소식을 알 수 있었다. 종전 이후 블라덱이 보답하고 싶어서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는 수용소 내의 유대인들이 집결했을 때 그 앞에서 이름을 부르며 점호를 하는 등의 일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 영화 사울의 아들에서는 주인공이 여러 현장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카포들도 여러 명이 나온다. 주인공의 작업반 담당 카포는 나름 유화적이고 죄수들과 협력하여 봉기를 준비 하는등 꽤 정상인으로 나오지만 다른 카포들은 유대인들을 줘패는 건 기본이고 지나가던 주인공을 끌고 와서 강제로 일을 시키질 않나, 돈독이 올라서 뇌물을 밝히질 않나 독일군보다 더 악랄한 인간 말종처럼 나온다.
  • 폭풍속의 씨앗이라는 회고록으로 유명한 SS 출신의 헤르베르트 브루네거도 전쟁 전 독일 정치범 수용소에서 근무했는데, 이 때 자신들은 그냥 경계 근무만 서고 대부분의 수감자 통제는 카포들에게 위임했다고 회고했다. 카포들은 일부러 SS 경계병들에게 잘 보이려고 수감자들을 필요 이상으로 괴롭혔는데, 이를 보다 못한 브루네거 (당시) 이병은 결국 한여름에 고된 노동으로 탈진해 쓰러진 노인 수감자를 마구 구타하던 카포 1명을 고의적으로 노동력을 저하시켰다는 죄목으로 윗선에 보고하기 위해 카포의 수감 번호를 적어갔다. 심지어 이 카포는 대놓고 자신이 잘 보이고 싶어하며 SS 경계병들의 눈치를 보고 있어서 그의 어그로를 제대로 끌었다.
  • 실화를 영화화한 TV 영화 <소비보 탈출>에선 카포들이 악랄하게 나온다. 오죽하면 여주인 유태인 여성이 같은 유태인을 이리 대하냐고 하자 한 카포는 "나에겐 어머니와 가족이 있어... 내가 이런 짓 하는 덕분에 어머니는 식사를 대접받고 잘 지내고 있지..."라고 그도 양심에 찔려하는 듯이 말한다. 그래도, 여기 나오는 카포들은 유태인들과 소련군 포로들이 탈출 무장 작전을 꾸미는 걸 알고도 협조하여 다 같이 나오지만 그 과정에 이들도 총에 맞아 연이어 죽는다. 마지막에 숲으로 달아난 카포 한 사람은 이후 유태인 나치 저항조직에 들어가 싸우다가 결국 전사하고 만다는 후일담이 나레이션으로 나온다. 다만 이 영화는 각색이 꽤 되어 있는데, 악랄한 교도관인 바그너는 이 영화에서 유태인 재봉사에게 칼에 맞아 죽는 걸로 나오지만, 실제로 달아나서 시몬 비젠탈의 집요한 추적으로 잡혔다. 하지만 그는 재판을 기다리던 도중에 비젠탈을 비웃는 유서와 같이 음독자살했다. 그리고... 위에 서술하듯이 카포는 성격으로 보아 뽑았듯이 이렇게 양심있어 하는 카포는 애시당초 될 수도 없었다.

2. 현악기에 쓰이는 줄베개(Capotasto)의 줄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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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에 쓰인 줄베개.
이탈리아어: capotasto
독일어: Kapodaster
프랑스어: capodastre
이탈리아어로 <프렛의 머리>라는 뜻으로서 줄베개를 말한다. 나무나 금속봉으로 모든 현을 눌러서 줄베개의 위치를 이동시키는 기구로, 기타나 류트 등 넥이 있는 발현악기에서 주로 사용된다. 프렛의 한 부분에 카포타스토를 고정하면 전체의 음이 높아져, C#장조를 C장조와 같은 연주법으로 쉽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반주 등에 사용하면 매우 편리하다.[2]
줄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에 따라 스프링식, 나사식, 장력식 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넥 전체를 커버하나 용도에 다라 서너줄만 잡아주는 카포도 있다.
  • 스프링식: Spring Capo. 가장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기본적인 구조와 원리는 빨래집게와 똑같다. 구조가 간단하고 탈부착이 편해 매우 널리 사용된다. 단점으로는 카포를 누르는 압력을 조절할 수 없으며, 오래 사용해 스프링의 장력이 떨어지면 제대로 눌러주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 나사식: Clamp Capo. 클램프식이라고도 한다. 목공용 클램프처럼 나사를 조여서 카포를 조이는 방식이다. 스프링이 없으므로 오래 사용해도 제 성능을 유지하며, 나사의 조임을 조절해서 줄을 누르는 압력을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다. 대신 탈부착 시 매번 나사를 풀고 조여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장착하면 카포를 옮기기가 매우 귀찮다.
  • 장력식: Elastic Capo. 고무줄의 장력을 이용해 줄을 누르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카포가 금속재질 내지 강화플라스틱인데 반해 주 재료가 고무줄이므로 매우 가볍고 저렴하다. 구조 역시 고무줄에 줄을 누르기 위한 패드가 붙어있는 것이 전부일 정도로 극히 단순해 약간의 재료만 있으면 자작도 가능한 수준. 대신 고무줄이 탄성을 잃는 속도가 금속스프링보다 월등히 빠른데다가 재질 자체가 손상되기도 쉬워 내구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 글라이더 롤링 카포 : Glider Rolling Capo. 보통은 롤링 카포나 글라이더 카포로 줄여서 부른다. 현에 닿는 부위와 넥에 닿는 부위가 바퀴처럼 돌아가도록 만든 카포로 왼손 엄지로 넥에 닿는 부위를 밀거나 오른손바닥으로 현에 닿는 부위를 밀거나 해서 카포를 옆칸으로 밀어버릴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전조가 많은 음악에서 카포를 빠르고 쉽게 옮길 수 있다. 카포를 끼울 때 대각선으로 끼우면 밀고 나서 6번줄이나 1번줄이 카포에서 이탈할 수 있어서 수평을 맞춰서 끼우는 게 중요하다.

3. Caporegime의 준말


마피아의 지부장 혹은 행동대장을 의미하는 카포.

4. 유럽 각국 군대의 계급


일본군 계급으로 따지자면 오장과 같은 계급인데 대한민국 국군 계급으로 따지자면 상병에 해당된다.

[1] 그리스 국적으로 유럽 챔피언에 오른 실제 권투 선수. 1923~2009[2] 다만 정밀한 조 옮김이 아닌지라 어느정도 음의 왜곡이 일어나는 것은 감수해야한다. 조 옮김을 제대로 해서 기타반주를 하려면 카포사용전과 별반 다를게 없어지므로 근음에 해당하는 기본코드에서 장단조만 구분하여 연주하는 것이 보편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