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파일럿
1. 실존하는 직업
새로 개발되는 항공기의 테스트, 혹은 기존 항공기의 상태 체크를 주업으로 삼는 파일럿.
장기간 비행경력을 쌓았고 온갖 산전수전을 겪은 실력있는 조종사[1] 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다. 그리고 상당히 고연봉 직업이기도 한데[2] , 그 이유는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항상 목숨을 잃을만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한다.'''
예를 들어 새로 개발하는 항공기가 특정 속도에서 엔진 RPM이 몇% 정도 되면 '''박살날거 같은데''' 실제로 박살 나는지 안 나는지, 혹은 박살나기 전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등을 체크해 보기 위해 실제로 항공기를 그 조건으로 몰아넣는 조종사다. 의도한대로 비행해도 위험하지만, 개발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치명적인 문제점 등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그 때문에 테스트 과정에서 파일럿들이 목숨을 잃는 일도 허다하다. 예를 들면 제로센은 급강하 시험에서 테스트 파일럿 2명을 잃었고, X 실험기 시리즈에 보면 파일럿과 함께 산산조각난 비행기들도 있다. 그런 온갖 듣도보도 못한 신기술이 적용된 비행기를 개발자의 요구조건에 따라[3] 위험에 몰아넣으며 잘 다뤄야 하기 때문에 테스트 파일럿들은 만렙 조종실력과 석박사 이상의 학위를 겸비한 이들도 많다. 그래서 테스트 파일럿은 조종사를 엔지니어로 교육시킬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에게 항공기 조종을 가르쳐서 써먹는 경우도 있다.[4] 이 두 경우가 테스트 파일럿 양성 코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조종사는 장시간의 무사고 비행과 석사 정도의 학위가 요구되지만 엔지니어는 박사까지 요구하는 식으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 뽑는다.
또한 '항공기 개발'의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공대공, 공대지 등의 항공 미사일 개발에도 이들 테스트 파일럿들이 투입된다. 이것 또한 상당히 일인데, 씐나게 미사일을 쏴제꼈더니 "씨바 잠깐만... '''왜 나한테 날아와?!'''" (이하생략) 같은 불상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5] 요즘은 좀 덜하지만 기술력이 걸음마 단계였던 시절에는 항공기 테스트 못지 않게 미사일 개발에 있어서도 테스트 파일럿들이 많은 희생을 겪었다.
대표적인 유명인으로는 척 예거가 있다. 또한 다수의 우주 비행사들이 테스트 파일럿 출신이다.[6] 미국과 러시아 모두 우주선 조종사는 당연히 테스트 파일럿 출신이 100%를 이루고, 웬만하면 우주선 조종할 일 없는 미션 스페셜리스트나 플라이트 엔지니어 같은 계통도 테스트 파일럿 경력이 받쳐준다면 경쟁자들보다 학력 한 계단 쯤 낮아도 뽑아줄 정도. 특히나 우주 경쟁 시대의 초창기 우주비행사들은 100%가 테스트 파일럿 출신이었다. 군에서 조종사로 활동하다 테스트 파일럿 스쿨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근무하다가 공학 학위를 따고 지원하기도 한다. 양쪽 모두 매우매우 힘든 것은 마찬가지.
대한민국 공군에서도 테스트 파일럿을 키우는데, 온갖 빡센 훈련은 있는대로 다 시키고 온갖 간지나는 걸 없는 것도 만들어서라도 퍼주는(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에 비하면 열악한 편인) 공군의 조종사들 중에서도 가장 범접하기 힘든, 조금 과장하자면 '''초인'''의 경지이다. 편제상으로는 제52시험평가전대에서 근무하며, FA-50을 비롯한 여러 국내외산 항공기들(공개되지 않은 한국식 마개조 버전이나 프로토타입 포함)을 조종한다. 목숨 걸고 날아다니는 공군 조종사들 중에서도 (북한과의 항공전이 일어나지 않는 작금의 상황에서) 미국마냥 직접 전투기 만드는 나라들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가장 생명의 위협을 크고 빈번하게 받는 보직'''이다. 공군사관학교 1개 기수마다 1명꼴로만 뽑힐 정도로 선발 기준도 까다롭기 짝이 없고, 이따금씩 미국을 비롯한 해외 국가로의 유학 또는 파견근무를 통해 그 동네 테스트 파일럿 훈련을 받기도 한다. 2013년 초에는 공군사관학교 40기 출신 테스트 파일럿이 미국에서 미군 교관과 함께 비행에 나섰다가 추락하여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물론 한국도 민간 방산업체 소속 테스트 파일럿도 있다. 한국의 경우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헬기 테스트 파일럿(KUH-1 수리온 개발 관련), 그리고 테스트 파일럿들이 조종한 T-50 골든이글의 인도네시아로의 여정이 방송을 탄적이 있다.
2. 대중매체에서
특히 리얼로봇 계열 애니메이션에서, 주로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직업이다.
주인공이 남들과는 다르게 양산형 병기가 아니라 혼자서만 최첨단 실험기 에 탑승해야 하는 당위성을 그럴싸하게 제공하는 한편, 굳이 군에 소속되지 않아도 된다는 내러티브상의 자유도가 있기 때문에 널리 쓰이는 편리한 설정이다. '''원래는 군 출신이었다가 산전수전 겪으면서 전쟁에 환멸을 느꼈지만, 조종에 미련을 버릴 수 없어서 테스트 파일럿으로 지원했다는 설정'''도 흔하다. 주로 군수기업이나 연구소 소속이라는 설정이지만 그냥 군에 소속된 경우도 많은데, 현실의 테스트 파일럿이 조종실력 외에도 물리학 등 각종 방면에서 최소 석박사급 고학력 엘리트인데 반해, 동물적인 운동신경과 튼튼한 체력만이 장점인 근성넘치는 바보인 경우가 왠지 모르게 많다. (...)
주인공이 아닌 테스트 파일럿의 경우 미완성기 시험중 짤없이 폭사 혹은 부상 등으로 빠른 리타이어가 클리셰.
2.1. 테스트 파일럿 캐릭터들
- 과학닌자대 갓차맨 - 독수리 켄
-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
- 기동전사 건담 0080: 주머니 속의 전쟁 - 크리스티나 맥켄지
- 기동전사 건담 0083 - 코우 우라키, 척 키스
- 기동전사 건담 MS IGLOO 시리즈 - 제603기술시험대 소속 테스트 파일럿들
- 마크로스 플러스 - 이사무 다이슨, 갈드 고어 보먼[7]
- 슈퍼로봇대전 - 젠가 존볼트, 쿄스케 난부, 라이디스 F. 브란슈타인, 크로우 브루스트[8]
- 신세기 에반게리온 - 이카리 유이[9]
- 6백만불의 사나이 - 스티브 오스틴[10]
- 파이어폭스 - 보스코프 중령
- 오버워치 - 트레이서
- 인터스텔라 - 조셉 쿠퍼
- 그린 랜턴 - 할 조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를 이어서 테스트 파일럿이란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조던은 "두려움을 모르는 사나이"답게, 비행기를 조종할 때는 자신의 반지를 빼서 지상에 놓아두고 비행한다.
- 에이스 컴뱃 7 - 미하이 아 실러지
[1] 그냥 적기 많이 떨군 에이스로서의 능력 못지 않게 적에게 '''쳐맞고''' 죽기 직전에 살아나온 경험도 중요하다. [2] 우리나라는 꼭 그렇지는 않다. 테스트 파일럿은 신형기나 개조 항공기 비행 실험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항공기 제작사에서 필수불가결한 인재지만 한국은 항공기 제작사라고 해 봤자 몇 곳 없으니...[3] 심지어 주문이 터무니없다고 여겨지면 계약서 찢고 배째라로 나올 수도 있다. 나 죽으면 마누라 자식들 니가 먹여살릴거냐고 배째면 그런 짓을 할 사람을 또 찾기도 어려우니 개발자는 단념하거나 더 두둑한 보수를 쥐어주며 달랜다. (예시:우주왕복선 RTLS Abort를 실제 발사에서 일부러(...) 해보자는 요구를 씹은 존 영) 개발자들의 경우 비행기 조종면허도 없는 사람들도 많다보니 이런 현상은 드문 편이 아니다.[4] 물론 이 경우에도 대개는 해당 시험기를 직접 몰기보다는 지상에서 관측/관제 임무를 맡거나 주변에서 추적기를 몰며 감시하는 선에서 그친다. 기체가 인수분해당할 위기에서 임기응변으로 자기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노련한 전문 파일럿만이 가능하기 때문에...[5] 월리 시라가 머큐리 계획 우주비행사 선발 이전 사이드와인더 테스트를 하다가 정말 이런 현상을 겪고 피똥싸게 튀었던 일이 있다.[6] 역으로 우주비행사가 아니면 현역 테스트 파일럿의 경우는 신분이 기밀로 분류되어 비공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U-2, SR-71, ATB, JSF 같은 프로그램들은 아예 신분세탁을 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7] 갈드는 개발도 겸하고 있다. 직위는 주임. 앞서 서술한 개발사 소속 민간인 신분의 테스트 파일럿인 특이한 사례[8] 이 쪽은 어쩌다가 테스트 파일럿이 되었다.[9] 정확히는 개발자.[10] 실제 테스트 파일럿 브루스 피터슨을 모티브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