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목마
'''Δούρειος Ίππος / Trojan Horse'''
1. 개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목마. 트로이 전쟁에 종지부를 지은 작전이다.
아카이아 연합군은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약 10년 동안 트로이와의 전쟁을 벌였는데,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공성전만을 반복하다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때 오디세우스가 내부에 사람 30명이 숨을 수 있는 거대한 바퀴 달린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 성 안으로 침공하는 계획을 세우고, 목마를 만드는 대외적 이유를 전쟁의 여신 아테나에게 바치는 대규모 제사의 상징물 제작으로 내세운다.
2. 작전 전개
2.1. 정예 선발
오디세우스는 에페이우스를 비롯한 군대 내 기술자들을 불러 거대한 목마를 만든 뒤 자신을 따라 목마 안에 숨을 29명의 용사를 선발했다. 메넬라오스, 네오프톨레모스를 포함한 29명의 용사들을 엄중하게 고르고 골라내 함께 목마 안으로 은신한다.
30명의 정예들이 목마 안에 성공적으로 숨은 것을 확인한 아카이아 연합군은 아테나에게 바치는 제사 의식을 마무리한 뒤 일제히 거짓 철수한다.
2.2. 거짓 예언
아카이아 연합군이 철수한 다음 날 트로이 군 정찰대는 텅 비어버린 진지 한복판에 거대한 목마 하나만 덩그러니 남은 것을 발견했고, 이를 성에 보고하러 돌아가니 이미 성 안에는 아카이아 연합군이 남기고 간 목마를 트로이 성 안으로 들이면 트로이가 완벽한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언이 널리 퍼져 있었다.
사실 이건 오디세우스의 사촌이었던 시논을 포함한 소규모 선행 침투 병력이 트로이 성 안에 미리 퍼뜨린 거짓 예언이었는데, 그리스군이 예언의 성취를 방해하기 위해 성문을 넘지 못할 정도로 거대한 목마를 만들었다는 뭔가 그럴싸한 떡밥까지 뿌려놓아서 트로이인들은 보기 좋게 속아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트로이의 예언자들은 이것이 거짓 예언이라는 것을 당장 알아차린다. 그 중 라오콘은 아예 목마의 옆구리에 창을 던졌다. 이에 놀란 정예 중 한 명이 목마 안에서 비명을 질렀지만, 오디세우스가 재빨리 입을 틀어막아서 들키지 않았다. 그리고 갑자기 바다에서 나타난 뱀[1] 에게 라오콘이 졸려 죽고, 트로이 인들은 이를 신에게 바친 선물을 훼손한 징벌이라고 여겨 전혀 의심하지 못한다. 카산드라 또한 오히려 목마를 들여오면 트로이가 망한다고 카운터 예언을 했지만, 일찍이 아폴론에게 받은 저주 때문에 아무도 그 예언을 믿지 않았다[저주내용] .
2.3. 마지막 예언 달성
아카이아 군은 트로이의 왕자이자 대신관 헬레노스를 납치하여 승리 조건에 관한 예언을 받아냈는데, 그것은 '펠롭스의 어깨뼈를 가져와라',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오프톨레모스를 전쟁에 참가시켜라', '헤라클레스의 화살이 필요하다', '트로이 성에서 아테나의 조각상인 팔라디움을 훔쳐라', 그리고 '트로이 대문의 천장이 부서져야 한다' 였다.
첫 번째 예언은 피사에서 펠롭스의 어깨뼈를 가져오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겨우 완수했고[2] , 두 번째는 메넬라오스와 헬레네의 딸 헤르미오네와 엄청난 지참금을 보상으로 제시하여 성공, 세 번째는 오디세우스와 네오프톨레모스의 설득으로 헤라클레스의 제자 필록테테스를 데려와 자연스럽게 성공, 그리고 네 번째는 디오메데스와 오디세우스가 목숨을 걸고 트로이 성에 잡입한 후 헬레네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성공했다.
이렇게 네 개의 고난이도 퀘스트는 어찌어찌 완수했지만, 마지막 다섯 번째 예언인 '트로이 대문의 천장이 부서져야 한다' 만은 어찌할 방도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 오디세우스는 '''목마를 크게 만들면 트로이 군이 성문을 허물어서라도 목마를 성 내부로 들여놓을 것'''을 예상했고, 오디세우스의 예상대로 트로이는 성문과 성벽 일부를 허물어서까지 목마를 성 안으로 들였다. 제사의 상징물로 바친 제물을 함부로 해체하면 그 상징성이 사라지므로, 동시에 트로이의 완전승리에 대한 예언도 없던 것이 되어버린다. 그러니 트로이군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온전한 모습 그대로 도시 안으로 들여놓아야만 했다. 이로서 아카이아 군의 승리 조건의 예언이 모두 달성됐다.
2.4. 함락
트로이의 왕자 데이포보스는 이를 어느 정도 의심해서 헬레네를 시켜 아카이아 군 장군들의 아내 목소리를 모방하게 해 아카이아 군의 은신 여부를 확인했다. 메넬라오스와 오디세우스는 극도의 긴장감으로 민감해진 상태의 정예들이 이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거나 뛰쳐나가지 못하도록 조용하게면서도 필사적으로 막았고 결국 누군가 숨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3] 결국 데이포보스도 그냥 예언이 실현될 거라며 안심하고 편안한 밤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날 밤, 목마 안에서 뛰쳐나온 30명의 정예가 미리 잠입해 있던 시논 일행과 합류, 대충 다시 엮어 세웠던 트로이 성의 성문을 간단하게 열어젖히고 대기하고 있던 아카이아 군을 입성시켜 트로이 성을 함락시킨다.
3. 목마에 들어간 정예
4. 정말 존재했는가?
트로이 전쟁으로 유명한 일리아스에는 헥토르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으로 서사시가 마무리 되기에 나오지 않는다. 오디세이아에서도 음유시인의 노래 등으로만 간접적으로만 등장한다.[4] 오히려 아이네이아스의 이야기인 아이네이스에서 자세한 얘기가 더 나온다. 본래의 서사시환에서는 "소 일리아스"와 "일리오스 낙성"에서 목마를 다뤘어야 하는데, 서사시가 분실되어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때 마침 일어난 지진을 포세이돈과 이리저리 끼워맞췄다는 설[5] 도 있으며, 그리스인들이 함선을 '바다의 말'이라고도 불렀기 때문에 새로운 배를 타고 온 그리스의 원군이라는 설을 내세우는 부류도 있고, 아시리아인들이 적국의 성을 침공하는 그림에 목마와 흡사한 구조물이 그려져 있어 이를 두고 공성탑이나 충차의 일종이 아닌가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6]
고대 그리스 전쟁사 권위자이자 코넬 대학교의 교수인 배리 S. 스트라우스(Barry S. Strauss)는 '''목마 자체는 실존했을 수 있다'''는 대담한 주장을 했다. 물론 안에 장정 수십 명이 들어갈 정도로 큰 목마는 아니고, 그리스인들이 트로이를 침공한 데 대해 트로이의 신들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바치는 공물 정도의 조각상이었을 것이라고. 트로이인들이 목마를 보고 정말로 그리스인들이 물러간 것으로 생각하고 경계를 늦춘 틈을 타, 인근 주민으로 위장한 그리스 특공대가 승전 축제에 참석한다는 핑계로 성내에 들어갔다가 밤에 성문 경비병들을 제압하고 그리스군 본대를 들여보내 함락시켰을 것이라 주장했다.
5. 기타
이러한 고사 때문인지 영미권에 이와 관련된 Timeo Danaos et dona ferentes라는 속담이 있다. 직역하면 "선물을 가져오는 그리스인을 조심하라"인데, 상대방이 특별한 이유 없이 큰 호의를 베푸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 더 록에서 알카트라즈를 탈옥한 죄수 존 메이슨의 도움을 얻기 위해 FBI 측에서 사법거래를 제안하는 장면에서 짧게 언급된다.
마인탐정 네우로에서도 트로이 목마를 언급하는데, 누가 봐도 수상한데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성 안으로 들인 이유를 '''조사할 생각조차 안 들 정도로 너무 매력적인 디자인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터키의 실제 트로이 유적지 입구에는 입구에 이 목마를 재현한 목마상이 있다. 막상 실제 보면 정말 허무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작고 평범한 외형이다. 그 외에 인근의 차낙칼레 시의 해안 공원에는 트로이(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소품으로 제작한 목마상이 있다. 촬영이 끝난 뒤 영화 제작진이 차낙칼레 측에게 기증한 것인데 트로이 유적지의 목마상에 비해서는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졌다.
토탈 워 사가: 트로이에서는 트로이의 목마를 트로이를 강타한 지진, 말 형상의 공성탑, 배를 이용한 트로이 성 침투로 재해석하였다.
[1] 사실은 포세이돈이 그리스군의 승리를 위해 보낸 사자인 퓌톤 두 마리. 근데 이 트로이 목마 작전의 주동자 오디세우스는 훗날...[저주내용] 카산드라는 아폴론에게서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받았지만 아폴론의 미움을 사, 능력은 그대로 두지만 아무도 그 예언을 믿지 않게 했다.[2] 도중에 배가 난파되어 바다에 떨어뜨려 분실했는데, 운 좋게도 어떤 어부의 그물에서 발견되어 되찾을 수 있었다.[3] 전승에 따르면 안에서만 열 수 있는 문이 단 하나 존재했고, 안에서 건드리지 않으면 밖에서는 어디에 문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생김새였다고 한다.[4] 헬레네가 목마에다 대고 그리스 장수들의 부인들 성대모사를 해 대는 바람에 장수들이 하마터면 그 목소리에 홀려서 목마에서 뛰쳐나올 뻔했다는 이야기가 오디세이아에 나온다.[5] 말은 포세이돈과 관련 있는 육지동물 중 하나이며, 포세이돈은 지진을 일으키는 신이기도 하다.[6] 문명 5에 등장한 아시리아 문명의 특화 유닛인 공성탑이 바로 이 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