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성 성격장애
1. 개요
Paranoid Personality Disorder(PD). 항상 타인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음에도 타인이 악의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근거도 없이 오해하거나 의심하는 증세다.[1] 같은 말로 '''망상'''성 성격장애라 불리기도 한다. 또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더욱 방어적이고 냉정한 태도를 취하게 된다. 망상장애와 비슷하지만 망상장애는 한 가지 망상의 구조를 만들어 파고드는 반면, 편집성 성격장애는 일상생활 전반적으로 자잘한 피해망상을 느낀다.
또한 세월이 흘러도 좋아지지 않는 대표적인 정신질환 중 하나이며 치료가 굉장히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2. 가족
모든 질환이 그렇지만, 편집성 성격장애의 경우 가족들과 주변 사람에게 견디기 힘든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특히 환자와 평생을 함께하는 가족들 입장에서도 정말 미칠 정도로 괴롭다. 기혼자라면 대부분 배우자가 이혼하고 떠나는데 그렇게 떠난 이후 절대적으로 만만한 자녀도 괴롭히므로 아동학대가 아주 심각하게 일어난다. 심지어 자신을 정상으로 생각하기에 주변에서 괴로워하는 가족을 비정상으로 몰기도 한다. 주변에 남아나는 가족이 없어질 때까지 괴롭히므로 가족 해체의 원인이 된다. 단, 꼭 '가족이 해체될 정도로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라고 해서 편집성 성격장애가 아니다. 오히려 30대 이상은 배우자가 있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3. 사고 방식
''''나는 항상 옳다'라는 가치관이 요지부동으로 확고'''하기 때문에 대화를 시도해도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대화를 시도하더라도 겉으로만 긍정할 뿐이지 상대방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인식해 뒤에선 원한을 품고 보복을 계획한다. 또한, 그 가치관으로 주변 사람들을 끊임 없이 달달 볶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기피하게 된다. 그러면 다시 주변인을 의심하고 더더욱 주변 사람들은 기피하고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대부분 환자가 그렇지만 특히 이런 환자는 상담 치료를 권해도 일단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 시도 자체도 쉽지 않다. 또는 상담을 받으러 가도 전문가를 돌팔이 의사로 몰고 간다. 이는 편집성 성격장애 환자의 대부분이 어린 시절 심각한 굴욕을 경험하고 스스로를 무력하다고 느껴왔던(낮은 자기효능감) 경험을 갖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이 겪는 불안은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들이 가지는 핵심적인 정동인 수치심에 멸절 불안이 섞여들어간 것이다. 즉 이들이 겪는 불안은 '분리불안'으로 일컬어지는 공황과 달리 '파괴당하고, 산산조각 나고,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다. 이 때문에 좀처럼 낯선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며, 건강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웃음으로 승화하거나 받아들일만한 지적이나 유머도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바람직하지 않은 요소가 발견될 경우 처벌당하고 굴욕을 당하고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그러한 자신의 부정적 요소를 왜곡하거나 무조건 바깥으로 돌려버리는 식(투사)으로 방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든 부정적인 면이 제거된(투사되었으므로)' 자기 이미지만 남아있게 되어 과장된 자기 표상을 가지게 되므로, 섬세한 면접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기애로 오해될 수 있다. 또한 이들 중에는 자신이 정상적으로 느껴야 할 자연스러운 감정조차 바깥으로 모두 투사시켜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환자 본인도 본인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은 치료에서도 나타나 상담가나 의사가 이들의 정동을 해석하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4. 통계
편집성 성격장애는 인구의 약 1.5%에서 나타나며 통계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유병률이 조금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5. 진단
DSM-5 기준은 다음과 같다.
- 다른 사람들의 동기를 악의적으로 해석하는 것과 같은 광범위한 불신과 의심이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어 다양한 상황에서 다음 중 4가지 이상의 항목으로 나타난다. 자가 진단은 불가능하고 의사가 밑의 항목들을 근거로 제시해도 오히려 무시하며 현실 도피를 한다.
- 충분한 근거 없이 타인들이 자신을 착취, 상해 또는 속인다고 의심한다.
- 친구나 동료의 성실성이나 신용에 대한 부당한 의심에 집착한다.
- 정보가 자신에게 악의적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두려움으로 터놓고 얘기하기를 꺼린다.
- 온정적인 말이나 사건을 자신을 폄훼하려거나 위협적 의미가 감추어져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 지속적으로 원한을 품는다. (모욕, 상해, 경멸을 용서하지 않음.)
- 제3자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행동이나 상황도 자신의 성격이나 평판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고 즉각적으로 화를 내며 대응하거나 반격한다.
-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나 성적 파트너의 정절에 대해 반복적으로 의심한다.
- 조현병, 정신증 양상이 있는 기분장애 또는 기타 정신장애의 경과 중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2] 일반적인 의학적 상태의 직접적인 생리적 효과에 의한 것이 아니다.[3]
6. 사례
C씨는 30대 중반의 연구원이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으나, 직장 상사나 동료들과 부당함을 제기하며 다투는 일이 많아 6개월 만에 퇴사했다. 이와 비슷한 문제로 30대 중반까지 직장을 4번이나 이직했다. 그래서 현재는 한 중소기업의 기술연구소에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 얼마 전 자신이 발표한 연구 내용에 대해 상급 연구원이 비판을 했다. C씨는 이에 앙심을 품고 있다가 그가 발표할 때 신랄하게 약점을 들추어 여러 사람 앞에서 망신을 주었다. 이와 같은 일로 인해 C씨는 연구소 내에 여러 명의 적을 만들어 놓았으며 동료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 C씨는 연구소에서 자신이 해고당할 것에 대비해 연구소의 비리 사실을 모아 놓고 있으며, 해고당할 경우 소송할 준비를 하고 있다.
- C씨는 연구소에서 동료 연구원들이 자신의 연구 내용을 도용하거나 표절할 수 있다는 의심 때문에 항상 논문 파일을 USB에 담아서 직접 가지고 다닌다.
- C씨는 택시 기사, 음식점 주인, 상점 판매원 등이 자신에게 부당한 요금을 청구한다고 다투는 일이 많았고 때로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6.1. 피해망상형
Persecutory Paranoia. 환자는 남자로 46세의 전직 대학 교수다. 그는 부인과 연로하신 부모에 이끌려 병원에 왔다. 그는 나이보다 대학생활을 늦게 시작하여 얼마 전까지 모 대학 조교수로 봉직하고 있었지만 3개월 전 사표를 냈다.
- 병식이 없음
병원에 와서도 환자는 “나의 부모나 아내는 내가 병원에 입원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절대로 정신병자가 아니다”고 계속 외쳐 대고 있었다.
- 직장생활에 불만
나이보다 대학생활을 늦게 시작하다 보니 직급과 호봉이 낮았다.
- 직장 내 인간관계에 불만
자기만 옳다고 하는 성격이 있다. 1년 전부터 “학교 내에서 자기를 모함하는 집단이 있다”, “고의적으로 나의 비행(非行)을 날조하여 학장에게 일러바치고 있다” 등의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학교에서도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는 편이다. 담당 강의를 제외하고는 자기 방에 틀어 박혀 일체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피하고 지냈다.
- 망상
1년 전쯤에는 “내 담당 과목을 수강하러 신청하는 학생까지도 방해하여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게 한다.”라는 이야기를 했고, 5개월 전부터는 학교에서 “나쁜 놈들이 자기를 빨갱이로 몰아 데모하는 학생들과 연결시키려고 한다."라는 등의 말을 하면서 고의로 피해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기에 대응해 진정서를 총장 및 대한민국 교육부 관계자에게 여러 통 발송한 일도 있다. 대학에서는 웬만해서는 이런 일이 없다. 3개월 전 학과에서 야유회를 갈 때는, 자신은 참석하고 싶지 않았지만 혹시 불참한 사이 또 어떤 모함을 하지 않을까 해서 마지못해 참석했다. 며칠 후 야유회에서 누군가가 자신이 하품을 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학과 직원에게 갖다주었다고 했다. 그때 그는 그 사진이 자신을 모욕하고 망신시키기 위해 악의적으로 누군가가 그런 장면을 찍었다고 격렬하게 흥분하면서 분노 끝에 사진을 찢어버리고, 사표를 내고 집으로 왔다고 했다. 사표를 내고 나서 집에 머무르고 있으면서도 계속 가족을 들볶고 걸핏하면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가곤 했다. 그리고 집에서 그는 첩보원이 자기를 미행한다고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창문 밖을 유심히 살피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아내도 의심하기 시작했는데,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고 자신의 정보를 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 잦은 싸움
강의 시간 배당표가 부당하다든가 하는 문제로 흥분해서 교학처에 가서 크게 싸움을 벌인 적이 자주 있었다고 한다.
의사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사회성이 떨어져 사람을 관계하는 기술이 미숙하다. 이 때문에 타인과 만족할 만한 관계를 맺기 어렵다. 혼자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 자신이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를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억울하고 분노한다.
- 분노 그 자체가 현실적인 고통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분노를 줄여야 한다.
- 자극하지 말 것
부정적인 사람에게 어떤 자극이 가해지면 폭발할 우려가 있다. 꼭 합리적으로 화가 날 만한 일이 아니더라도 이런 일로 폭발하게 되면 상대방은 그 폭발의 피해자가 된다. 이 때문에 가족과 주변 인물에게 가급적 목소리를 크게 하는 등 싸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을 하지 말고 부드럽게 대응하도록 협조를 구했다. 그러자 환자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하다'라고 만족감을 느끼고 분노를 해소했다.
- 자기 자신의 변화
주변으로부터의 자극이 줄어들자, 자기 자신이 잘못된 인지도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인정한 후 경계심을 풀기 시작했다.
6.2. 소송형
Litigious Paranoia. 환자는 33세의 남자 회사원으로, 정신과에 왔다. 오른쪽 갈비뼈 아래의 둔통이 몇 개월째 계속됨을 호소했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근무가 곤란하여 한 달 동안 쉬고 싶은데 병원의 타과(他科)에서 여러 검사만 하고서는 아무런 병이 없다고 진단했으며, 진단서가 필요하면 정신과에나 가 보라고 해서 왔다는 것이다. 정신과적 진찰에 있어서 편집성 인격 특성으로 인해 직장 및 가정생활 적응이 원만치 못했다는 기왕력과 환자의 건강염려증적 집착 외 특별한 이상은 없다. 그래도 환자는 끈덕지게 병가(病暇)를 위한 진단서가 당장 필요하다고 요구하므로 심리검사를 하도록 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환자는 '''비싼 진찰비를 냈는데 진찰을 했으면 진단서를 응당 써 주어야지 무슨 심리검사가 또 필요하냐'''고 우긴다. 의사는 심리검사 소견 없이는 진단서를 발급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자 병원 총무과로 가서 '비싼 진찰비를 지불했는데 진단서를 써 주지 않았으니 진찰비를 변상하라'라고 주장했고 거절당했다. 그러자 병원장실로 가서 비슷한 주장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2개월 후쯤 의료법 위반을 사유로 지방 검찰청에 고소를 제기하였으나 소장이 기각되었다. 환자는 '''병원에서 지방 검찰청에 손을 써서 부당한 판결이 났다고 판단'''한 후 지방 법원에 소장을 냈으나 판결상 무죄였다. 그 후에는 관계 기관과 신문사 등에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진정서를 수십 통씩 발송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에도 몇 년 동안 거듭되는 고소와 진정서 등을 통해 병원에 괴로움을 주었다.
이들의 의도는 법적인 대응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여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정당성과 존재 가치를 얻는다. 이들은 입원이나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치료하기 어렵다. 이들이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스스로 인지도식적 문제점을 깨닫는 수밖에 없다.
'소송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다'라는 생각이 있고 자신이 불리한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소송을 내는 것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검찰, 법원, 감사원 등은 믿어야 한다. 이들이 일개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에 의해 매수되어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괴로움이 끝나지 않는다.
- 의심하게 만드는 투사(投射)와 부정(否定)이라는 방어기제와 부정적 인격 특성들을 점검해야 한다. 자기 외의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성격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 해도 전문가들의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만약 A라는 의사가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면, A를 해코지하려고 드는 대신 B나 C 등 다른 의사를 찾아가 보는 게 낫다. 만일 A, B, C 모두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면, 한국 의학 전체가 잘못되었든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든지 둘 중 하나라는 뜻이다.
7. 증세 개선
편집성 성격 장애를 겪고 있는 당사자가 어떤 형태, 경로를 통해서 건 자신이 보편적인 사고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면[4] , 성격 장애의 교정이 훨씬 수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편집성 성격 장애를 겪는 당사자의 기분을 최대한 상하지 않게 하면서 이들에게 보편적 사고방식과 동떨어져 있음을 인지시켜 현실도피를 최대한 방지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으로 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안정을 중시하는 것을 가족의 안정을 중시하는 것으로 치환하여 가족을 매개로 설득에 나서는 방법, 편집성 성격 장애의 증세가 확대될 경우 도리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방법 등이 이용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편집성 성격 장애를 겪는 당사자의 정서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화를 차단하는 방어기제가 작동해 편집성 성격장애를 다시 진행시킬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변인의 관계 양상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8. 관련 문서
[1] 가톨릭평화신문 (2015.09.13) : (아! 어쩌나) 310. 현대판 궁예[2] 발작 등 정신병이 도졌을 때만 나타나는 게 아닌 항상 모든 사고 인지 방식이 A와 같다는 것.[3] 술, 약물, 머리에 받은 충격 등에 의해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4] 편집성 성격 장애가 진행될수록 타인의 사고방식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 타인의 사고방식을 수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성격장애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5] 이 사건을 일으킨 가해자가 피해망상을 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