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음조 현상

 

滑音調現象 euphony
1. 설명
2. 한국어에서 나타나는 활음조 현상
2.1. 대표 예
2.2. 틀린 예
3. 한자어 활음조 표기
4. 기타


1. 설명


발음을 매끄럽게 함으로써 듣는 사람에게 유창하고 쾌미한 청각적 효과를 주는 작용. 넓게는 말할 때에 발음을 쉽게 하기 위하여, 또는 발음하는 노력을 절약하기 위해 소리에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호음조(好音調) 또는 속음현상(俗音現像)으로도 불리며, 이렇게 쳐도 이 문서로 올 수 있다.

2. 한국어에서 나타나는 활음조 현상


물론 이 현상은 한국어에서도 나타나는데, 주로 어떤 발음이 탈락하거나 삽입되거나 하여서 말을 좀 더 매끄럽게 만드는 구실을 한다.
예컨대 어간 '날-'에 '-는'이 붙으면 '날는'이지만 ㄹ이 탈락하면서 '나는'이 된다(흔히 말하는 '날으는'은 틀린 말이다). 그 외에, 십월(十月), 육월(六月)의 ㅂ과 ㄱ이 탈락하여 시월, 유월이 되는 것도 이 현상의 영향이다.[1][2]
가장 잘 알려진 활음조 현상으로 지리산이 있다. 원래는 지이산(智異[3]山)이지만, 활음조 현상으로 '지리산'으로 읽힌다.

2.1. 대표 예


  • 간난(艱難) → 가난[4]
  • 강남콩(江南-) → 강낭콩
  • 강남이(江南-) → 강냉이
  • 계단/글단(契丹) → 거란[5]
  • 곤난(困難) → 곤란[6][7]
  • 과실(果實) → 과일[8]
  • 괴퍅(乖愎) → 괴팍[9]
  • 권연(捲煙) → 궐련[10]
  • 논난(論難) → 논란[11]
  • 대노(大怒) → 대로
    • 2000년대 이후로는 극대노의 영향으로 사멸 추세이다. 또한 북한 문화어에서는 활음조 현상을 인정하지 않고 '대노'를 표준 표기로 정하였다.
  • 맹서(盟誓) → 맹세
  • 목과(木瓜) → 모과[12]
  • 목단(牧丹) → 모란[13]
  • 무녕왕(武寧王), 보녕시(保寧市), 부녕군(富寧郡), 요녕성(遼寧省), 의녕군(宜寧郡), 재녕군(載寧郡), 회녕군(會寧郡) → 무령왕#s-1, 보령시, 부령군, 요령성, 의령군[14], 재령군, 회령군
  • 백천군(白川郡) → 배천군
    • 자릿수 세기(일십백천만)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배천군보다 자릿수 세기가 사용 빈도가 훨씬 높아 혼동의 소지가 있어 옛날부터 문제되어 왔다.
  • 십오 리(十五里) → 시오 리
    • 다른 단위 앞의 '십오'는 변화 없다. 현대에는 SI 단위가 정착 및 법제화되어 거의 쓰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사멸된 상태이다.
  • 십왕(十王) → 시왕[15]
  • 숙육(熟肉) → 수육[16]
  • 욕(褥) → 요[17]
  • 육월(六月), 십월(十月) → 유월, 시월[18]
  • 오륙월(五六月) → 오뉴월[19]
  • 의론(議論) → 의논
  • 저육볶음(猪肉-) → 제육볶음
  • 좆나[졷나 → 존나] → 졸라(...)[20]
  • 지이산(智異山) → 지리산[21]
  • 척촉(躑躅) → 철쭉
  • 초팔일(初八日) → 초파일
  • 폐염(肺炎) → 폐렴[22]
  • 한나산(漢拏山) → 한라산[23]
  • 한아버지 → 할아버지
  • 한어머니 → 할머니
  • 허낙(許諾) → 허락[24]
  • 황단 → 황달(黃疸)[25]
  • 희노애락(喜怒哀樂) → 희로애락[26]

2.2. 틀린 예


  • 만유인력(萬有引力)을 /말류일력/으로, 신이문역을 /실리문녁/으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다. 표준 발음은 /마ː뉴일력/, /시니문녁/이다.
  • 안나 카레니나는 종종 '안나 카레나'로 잘못 발음되곤 한다. 카레니나(Каренина)는 성씨 카레닌(Каренин)의 여성형이므로 '안나 카레나'가 맞는 발음이다.
  • 6월, 10월의 경우 징역 6월, 10월과 같이 개월수를 세는 용법일 때는 활음조 현상을 인정하지 않아 /유궐/, /시붤/로 발음해야 한다. 활음조 현상이 인정되는 것은 한 해의 6번째 달(June)과 10번째 달(October)로써의 6월과 10월만 해당된다. 하지만 형사단독 법정에서 유죄판결 선고를 들어보면 /징역 유월/, /징역 시월/로 발음하는 사례가 많다.
  • 일십백천만을 '일십배천만'으로 읽고 쓰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다른 것과 달리 고의로 사용하는 경우다.

3. 한자어 활음조 표기


문제는 이 현상이 적용되는 한자어들이다.
모든 한자들은 기본으로 각기 자신들의 음가를 가진다(예: 례, 정, [27], 유, 惄 녁 등). 일부 예외는 있지만[28] 한국 한자음은 한 글자에 하나의 발음이 1:1 대응된다. 이런 한자의 발음에 예외를 끼치는 현상이 두 가지 있는데 바로 두음 법칙과 활음조 현상이다. 樂이 두음 법칙으로 '낙'이라는 새로운 음가를 얻은 것처럼.
그러나 두음 법칙은 초성의 ㄹ과 '니'에만 적용되므로 대체로 일관성이 있는 반면[29] 활음조 현상은 규칙이 없어서 '''읽는 법을 하나하나 외워야 한다.''' 이를테면 論(본음은 '''론''')의 경우 토론(討論)에서는 '론'으로 읽지만 유독 의논(議論)에서는 '논'으로 읽는다든가 難(본음은 '''난''')의 경우 가난(艱難),[30] 만난(滿難)에서는 난으로 읽는데 유독 곤란(困難)에서는 '란'으로 읽힌다.[31] 그 외에도 (본음은 '''녕''')은[32], 반절이 노뎡절(奴丁切; '''ㄴ'''ㅗ + ㄷ'''ᅟᅧᆼ''')로 본음은 분명히 '녕'인데, 많은 경우 '령'으로 읽힌다. 안녕, 창녕군, 양녕대군 등으로 본음으로 읽히는 경우보다는 보령(保寧; ← 보녕)처럼 '령'으로 읽히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령'으로 아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심지어 한자 변환에서도 '령'이 등장하고 네이버 한자사전에서도 '령'을 발음으로 올리는 지경이다.

4. 기타


이 활음조 현상은 KS X 1001 완성형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KS 완성형은 활음조 현상이 일어나는 일부 한자를 중복 배당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활음조 현상이 일어나는 모든 한자를 중복 배당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뻘짓을 한 셈이다.
활음조 현상으로 생긴 음들은 인명에 쓸 수 없다.[33] 대표 예로 은 녕과 영, 본음과 두음법칙으로 말미암아 생긴 음만 이름에 쓸 수 있다.
북한 문화어에서는 활음조 현상을 대체로 원음으로 쓰고 있다. 북한은 두음법칙도 쓰지 않기에 요령성이라는 중국 지명을 '료녕성'이라고 표기한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남한 지명과 중국 지명의 활음조 현상은 원음으로 쓰면서, 정작 자기네 지명의 활음조 현상은 원음으로 쓰지 않는다(예시: 회령시). 지명 이외에도 '북한판 걸그룹'이라고 언플된 모란봉악단도 '목단봉악단'이라고 쓰지 않는다.

[1] 반면 6일, 10일은 육일 /유길/, 십일 /시빌/이라고 읽는다. '붤', '궐'과 '빌', '길'은 발음 경제상 극명한 차이가 있다.[2] 개월의 의미로 6월, 10월을 쓸 때엔 각각 /유궐/, /시붤/로 발음한다. 유월, 시월은 한 단어이지만 개월수를 나타내는 6월, 10월, 즉 육 월, 십 월은 숫자에 단위가 어울린 두 단어이기 때문이다.[3] 두음 법칙과는 상관없이 원래부터 음이 '이'였다.[4] 家難이 아니다. 다른 예들과 달리 표기가 완전히 달라져서 한자 표기를 잘못 인식하기 좋다.[5] 글단 → 글란 → 그란 → 거란으로 발음이 변했는데, 이중에 글단이 글란으로 변한 것이 활음조 현상이다.[6] 이것 때문에 헷갈려서 難의 원음을 '란'으로 알거나 반대로 '곤란'의 한자 표기를 困亂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7] 북한 문화어에서는 활음조 현상을 인정하지 않고 '곤난'을 표준 표기로 정하였다. '호흡곤란'도 '호흡곤난'으로 적는다.[8] 활음조 현상이 일어날 경우 대개 원래 단어는 사어가 되나, '과실'은 다른 단어들과는 다르게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쓰인다. 동음이의어 과실(過失)도 건재하다. 따지고 보자면 자체에 '일'이라는 독음도 있으니 過失 또한 '과일'로 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은 거의 쓰이지 않았던 독음이며 뜻 또한 다르다.[9] 북한 문화어에서는 활음조 현상을 인정하지 않고 '괴퍅'을 표준 표기로 정하였다.[10] 북한 문화어에서는 활음조 현상을 인정하지 않고 '권연'을 표준 표기로 정하였다.[11] 곤란과 같은 원리. 그런데 이건 비록 잘못된 표기라 하더라도 論亂으로 써도 해석상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게 함정이다. 곤란에는 어지럽다는 뜻을 적용하기에는 어색한 반면 논란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논난'이 일어나면 '어지럽다'. 북한 문화어에서는 활음조 현상을 인정하지 않아 '론난'이라고 적는다.[12] '목과'도 한방에서 이르는 말로써 표준어로 인정된다.[13] 아예 牡丹으로 쓰기도 한다. 덕분에 독음법은 총 4개가 된다. 세종실록에서 훈민정음과 관련된 기사에서도 한국 한자음들의 괴리를 보여주는 예시로 등장한다. "누구는 목단으로 읽고 누구는 모란으로 읽으니..." 추가로 모란역도 牡丹 Moran 으로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목단'도 표준어다.[14] 참고로 의령군과 접하는 창녕군은 활음조 현상과 상관없다. 그래서 창녕은 의 원음인 '녕'을 따라 창녕으로 쓴다. 어차피 '창령군'이라고 써놓고 읽어도 비음화 때문에 /창녕군/이 된다.[15] 시월(十月)과 같은 원리이지만, 활음조가 불완전하여 원래의 독음인 십왕도 살아 있다.[16] 水肉이 아니다. 水肉은 중국어로 '물고기'를 뜻한다.[17] 바닥에 까는 침구를 의미하는 단어(예: 담요). 월인천강지곡(1447)에는 이 단어가 'ᅀᅭᇂ'(발음은 [ʑox\]쯤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이라고 표기된다. 이것이 나중에 이 소실되면서 '욯'으로 바뀌었다가 ㅎ 받침이 탈락되면서 '요'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네이버 국어사전의 '요').[18] 흔히들 착각하지만 이건 활음조 현상 처리된 것이 표준어다.[19] 오직 월 단위에서만 변하며, 다른 시간 단위에서는 그대로 간다. 오륙일(五六日)을 변형하여 오뉴일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반쯤 고의로 쓰는 표현이다.[20] 여기서 '좆나 → 존나'는 비음화이고, '존나 → 졸라'가 활음조다.[21] 그런데 똑같은 한자를 쓰는 북한의 산은 '지이산'이라고 부른다. 북한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지리산의 한자 표기로 '地理山'을 '智異山'과 함께 제시하고 있다.[22] 북한 문화어에서는 '페염'이 표준 표기다. 문화어에서는 한자 '몌', '폐'를 모두 '메', '페'로 바꾸었다. 예를 들면 '메별, 페지, 페렴, 페기' 등.[23] 하지만 북한 문화어에서는 원형인 '한나산'이 표준 표기다. 그래서 '백두에서 한나까지'라고 쓴다.[24] 이것 때문에 헷갈려서 諾의 원음을 '락'으로 아는 경우가 있다. 難과 비슷한 사례.[25] 疸의 원음은 '단'이었으나 '달'로 바뀐 게 굳어졌다. 활음조 현상이 한 글자의 음을 바꾼 사례다.[26] 대노(大怒)만큼은 아니지만 사멸 추세이다.[27] 참고로 한국 관용음이다. 虐은 ᅌᅥ약절(魚約切; '''ㆁ'''ㅓ + ㅇ'''ᅟᅣᆨ''')로 원음은 '''약'''(← ᅌᅣᆨ)이다.[28] 그나마 예외인 것들은 애초부터 발음이 둘 이상인 것들이다. 예컨대 이 있다. 樂은 '악', '낙/락', '요' 이렇게 3+1개의 음가가 있다.[29] 100%는 아니다. 예외가 제법 많기 때문. 예컨대 裂의 본음은 '렬'이나 破裂은 '파열'로 읽힌다.[30] 가난은 간난의 '간'에도 활음조 현상으로서 ㄴ 탈락 현상이 일어나 '가'가 된다.[31] 이 때문에 '곤란'의 한자를 困亂으로 잘못 아는 사람도 많다. 활음조 현상이 아니라면 전혀 헷갈릴 이유가 없는 두 한자.[32] 원음은 '녕' 한 가지. '령'이라는 음가 자체가 없다.[33] 일본에서 연탁 현상으로 생긴 음들도 독음으로 버젓이 쓰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 아예 그쪽은 독음에 대한 규정을 해 놓지 않아 별의 별 이름들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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