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NBA 파이널
1. 개요
2004년 NBA 챔피언십을 놓고 동부 컨퍼런스 챔피언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서부 컨퍼런스 챔피언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시리즈.
2. 일정
아래 일정은 모두 현지 일정이다.
- 1차전 - 6월 6일(일), 스테이플스 센터, 로스앤젤레스
- 2차전 - 6월 8일(화), 스테이플스 센터, 로스앤젤레스
- 3차전 - 6월 10일(목), 더 팰리스 오브 어번 힐스, 디트로이트
- 4차전 - 6월 13일(일), 더 팰리스 오브 어번 힐스, 디트로이트
- 5차전 - 6월 15일(화), 더 팰리스 오브 어번 힐스, 디트로이트
3. 진출팀
3.1. 동부 컨퍼런스 :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피스톤스는 배드 보이즈 1기 시절 NBA 2연패(1989년, 1990년 NBA 파이널)를 달성했던 찬란한 모습과 달리 주축 선수들의 은퇴, 이적, 부상 등으로 인해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한때 팀의 유니폼과 엠블렘까지 변경하였으나 다시 배드 보이즈 1기 시절의 그것으로 돌아왔다. 1기 시절 묵묵히 팀을 지탱했던 슈팅가드 조 듀마스가 단장으로 부임하여 팀을 차근차근 재건하기 시작했다. 벤 월러스, 리처드 헤밀턴, 천시 빌럽스 등을 영입했고 드래프트에서 테이션 프린스를 지명했다. 그리고 릭 칼라일 감독을 해임하고 래리 브라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라시드 월러스를 영입하여 주전 5명을 구성했다.
화려한 플레이를 자랑하는 플레이어는 없지만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강력한 수비를 통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팀 컬러를 확립했고, NBA 역사 상 최초로 5개 상대팀 연속으로 70득점 이하로 묶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런 플레이를 바탕으로 정규시즌을 54승 28패로 마쳤다. 동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에서는 3번 시드를 받았다.
플레이오프 1회전에서 밀워키 벅스를 상대로 4승 1패를 거두며 비교적 손쉽게 2회전에 진출했다. 2회전에서 만난 뉴저지 네츠를 상대로 5차전에서 3차 연장전까지 가는 끝에 패하며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수세에 몰렸고 6차전에서도 12점차로 뒤졌으나 반격에 성공하며 7차전까지 시리즈를 몰고갔고 승리하며 동부컨퍼런스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 상대는 정규시즌 61승을 거뒀고 피스톤스가 내보낸 릭 칼라일 감독이 이끄는 인디애나 페이서스였다. 페이서스를 상대로 4승2패를 거두며 14년만에 NBA 파이널 무대를 다시 밟았다.
3.2. 서부 컨퍼런스 :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
2000~2002년 NBA 파이널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고 4연패를 노렸으나 2003년에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서부컨퍼런스 결승에서 2승 4패로 패했고, 스퍼스는 2003 NBA 파이널에서 왕좌 자리에 등극했다. 팀 던컨을 막기 위한 파워포워드 영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레이커스는 NBA 우승반지를 단 한 번도 손에 끼워보지 못했던 칼 말론과 게리 페이튼을 데려와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혔다. 개막 후 18승3패로 순항하다가 선수들이 돌아가며 부상을 당하는 통에 56승 26패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고 서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에서 2번 시드를 받았다.
1회전에서 신예 야오밍이 이끄는 휴스턴 로케츠를 4승 1패로 제압하고, 2회전에서는 산왕에게 첫 2게임을 내줬으나 이후 4연승을 내달리며 지난 해 패배를 설욕했다. 서부컨퍼런스 결승전에서는 정규시즌 1위팀(58승 24패)이자 MVP 케빈 가넷이 버티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를 상대로 4승2패를 거두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참고로 서부컨퍼런스는 당시 컨퍼런스 14개팀 중에서 상위 10팀이 승률 5할을 찍었던 반면, 동부컨퍼런스는 상위 6팀이 5할을 찍었고 7위 뉴욕과 8위 보스턴은 5할도 넘지 못할 정도로 서고동저가 심했다.
4. 전개
전문가들은 훗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멤버가 4명(샤크, 코비, 우편 배달부, NBA 최고의 트래쉬토커)이나 뛰는 레이커스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피스톤스는 이러한 예상을 뒤집는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4.1. 1차전
언더독 이미지의 피스톤스가 예상외로 승리하며 충공깽을 선사했다. 피스톤스는 이날 노점단속식의 강력한 수비를 선보이며 샤크(34득점, 11리바운드)와 코비가 날뛰든 말든 나머지 레이커스 선수들을 도합 16득점으로 묶었다. 천시 빌럽스는 22득점 4어시스트 3스틸, 라시드 월러스와 벤 월러스는 각각 8리바운드를 따냈다.
4.2. 2차전
이날도 레이커스는 힘겹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었으나 에이스 코비가 4쿼터 종료 2.1초를 남기고 극적으로 3점슛을 성공시켜 89-89 동점으로 만들고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갔다. 코비는 33득점 7어시스트, 샤크는 29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이름값을 했다. 디트로이트로 돌아가기 위한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천시 빌럽스는 코칭스태프들과 동료들에게 '''우리는 다시 LA로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말로 팀을 다 잡았다.[1]
4.3. 3차전
그야말로 레이커스의 굴욕적인 패배였다. 레이커스의 68득점은 플레이오프 경기 최소득점 구단 신기록이었다. 2차전의 영웅이었던 코비는 1쿼터에서는 무득점에다 2쿼터에서는 자유투 1개만 성공시키며 맥을 못췄고 피스톤스는 코비가 하프라인만 넘었다하면 무조건 더블팀을 붙으며 괴롭혔다. 당시 레이커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핵-어-샤크' 전략을 들고 나와 샤크만 주로 막았는데 피스톤스는 샤크가 골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좋으니 코비만 막자는 새로운 작전을 들고 나왔다. 이 작전은 성공했으며 이 날 코비는 11득점 5어시스트, 샤크는 14득점 8리바운드에 그쳤다. 그리고 이 둘은 경기가 풀리지 않는지 자신들에게 패스를 못 넣어주는 레이커스 동료들에게 짜증내는 모습을 보이는 등 분위기가 개판오분전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무릎이 아파 보호대까지 차고 뛴 칼 말론은 18분간 5득점 4리바운드에 그쳤다.
그에 반해 잘 되는 집 피스톤스는 철벽수비로 레이커스의 기동력을 무력화시키고 리처드 해밀턴이 31득점 6리바운드, 천시 빌럽스가 19득점 3어시스트를 올리며 활약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3분 30초간 레이커스에게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8득점을 올린 건 백미, 경기 내내 단 한 차례의 리드도 허용하지 않았다.
4.4. 4차전
시리즈 운영이 꼬여가고 있는 레이커스는 경기장 밖에서도 고난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극성팬들은 레이커스의 숙소로 몰려가 밤새 떠들다가 경찰이 뜨자 사라졌고, 칼 말론은 3차전을 앞두고 술 취한 관중에게 침세례를 받자 관중에게 참교육을 시전하며 경찰의 조사를 받는 처지였다. 이 와중에 공동 구단주이자 사장님 매직 존슨은 '난 8개의 챔피언 반지를 갖고 있다. 9개째를 원한다'며 팀원들을 압박하고 '우리(레이커스) 선수들이 시리즈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피스톤즈 선수들처럼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시리즈는 물건너간다'고 후배들을 다그쳤다.
이 날 가장 활약한 피스톤스 선수는 라쉬드 월러스였다. 포틀랜드 시절부터 성질머리를 주체 못하고 테크니컬 파울을 양산해 팀의 골칫덩어리 신세였으나 양팀 도합 55개의 개인반칙이 난무했던 4차전에서 인내심을 발휘하며 파울 4개만 기록했고 팀 최다득점인 26점, 1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벤 월러스는 8득점 13리바운드, 천시 빌럽스는 23득점, 리처드 해밀턴은 17득점으로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이제 디트로이트는 우승까지 단 1승만 남았다. 날개가 꺾이며 추락하는 레이커스는 과연 반등할 수 있을까?
4.5. 5차전
각성한 샤크와 코비는 1쿼터부터 공격을 이끌었으나 조직력 하나만큼은 기가 막혔던 피스톤스는 상대팀 주력 공격수를 꽁꽁 묶고 패스 위주의 게임으로 차근차근 따라붙어 역전에 성공했다. 3쿼터부터 체력이 떨어진 레이커스를 두들겨 패며 82-59까지 점수차를 벌렸고 4승 1패로 시리즈를 마무리 지으며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팀 통산 3번째 우승이자 14년만의 우승이었다.
1998 NBA 파이널에서 마이클 조던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시카고 불스가 우승한 뒤 동부 컨퍼런스는 단 한 차례도 NBA 파이널 우승을 하지 못했으나 피스톤스가 동부 컨퍼런스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5. 파이널 MVP
천시 빌럽스
기록 :
6. 총평
-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는 샤크 - 코비라는 확실한 원투펀치를 보유한 LA 레이커스를 봉쇄하기 위한 해답을 수비에서 찾았다. 협력수비로 트라이앵글 오펜스를 봉쇄했고 샤크 - 코비 의존도가 높았던 LA 레이커스는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반면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는 주전 멤버 골고루 두자리수 득점을 올렸다.
7. 여담
- 래리 브라운 감독은 부임 첫 해에 우승을 차지했으며 NBA 최고령 우승 감독 타이틀을 얻었다. 또한 NBA와 NCAA를 모두 우승시킨 첫 감독이 됐다.
- 이후 래리 브라운은 직후에 개최된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드림팀의 감독으로 부임하여 역대 감독들 중에서 최초로 NCAA+NBA+올림픽 농구를 모두 우승한 감독이라는 대기록을 노렸지만 4강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빅3 에이스 중 한 명이었던 마누 지노빌리가 있던 아르헨티나 농구 국가대표팀에게 준결승에서 일격을 맞아 결승전 진출은 실패로 돌아가고,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리투아니아 농구 국가대표팀에게 겨우 이기며 기대 이하 성적인 동메달을 수상하면서 그의 감독 커리어의 흑역사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결승전에서 이탈리아 농구 국가대표팀을 꺾으며 아르헨티나의 올림픽 농구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 수상이라는 영광을 맛보게 되었다.
- 바로 1년 뒤 피스톤스는 2005 NBA 파이널에 진출했다. 상대는 역시 수비력과 조직력이라면 물러서지 않는 샌안토니오 스퍼스. 7차전까지 가는 끝에 이번 파이널에서는 피스톤스가 3승 4패로 눈물을 흘렸다. 참고로 2005 NBA 파이널은 수비위주 팀컬러를 가진 팀끼리의 대결, 스몰마켓팀들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팬들과 언론의 주목도가 덜했다.
- 레이커스는 파이널 패배 후 후폭풍이 그대로 밀려들어왔다. 필 잭슨 감독이 사임했고, 코비와 함께했던 샤크는 마이애미 히트로 트레이드 되었다. 이 밖에 게리 페이튼은 보스턴 셀틱스로, 데릭 피셔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이적했고, 칼 말론, 릭 폭스, 호레이스 그랜트가 공식적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바로 다음 시즌인 2004-05시즌에는 휴스턴 로키츠의 감독이었던 루디 톰자노비치가 정식으로 취임하였다가 2005년 2월 성적 부진으로 도중 사임하면서 프랭크 햄블렌 어시스턴트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지만 그마저도 이루지 못하면서 결국 34승 48패로 11년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1] 홈경기인 3~5차전을 모두 피스톤스가 이기고 시리즈를 우승과 함께 끝내겠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