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눈의 사르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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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을 대신한 심연은 검은 달처럼 의미가 없어라
죽음을 연상케 하는 싸늘한 목소리는 절망을 영창한다.
모든 것을 배제하고 자신만을 바라보는 잔혹한 사나이여.
감정도 고통도 모르는 최악의 괴물을 누가 풀어놓았나?
'''워록의 노래'''
1. 개요
'''검은 눈의 사르포자 (Sarpoza, the Black eye)'''
'''두 눈을 대신한 심연은 검은 달처럼 의미가 없어라.'''
'''죽음을 연상케 하는 싸늘한 목소리는 절망을 영창한다.'''
'''모든 것을 배제하고 자신만을 바라보는 잔혹한 사나이여.'''
'''감정도 고통도 모르는 최악의 괴물을 누가 풀어놓았나?'''
"다시."
어린 마법사의 푸르죽죽한 얼굴에 묻었던 핏기마저 가셨다.
벌써 다섯 번째다. 이쯤되면 아무리 세상 물정 모르는 얼치기라도 일이 틀어지고 있음을 알 것이다.
최초의 워록을 앞에 두고 그를 경외하는 노래를 부르라는 명이 처음에는 일생일대의 기회처럼 여겨졌다. 기꺼이 목청을 높였고, 감히 그의 검은 눈을 바로 보았다.
돌이켜 보면 멍청하게도 스스로 명을 재촉하고 있던 것이다.
"다시 하라고 했을텐데."
"잘못했습니다! 주, 죽여주세요!"
벌벌대며 거짓을 고하는 목소리는 이미 울음에 젖어 있었다. 무표정한 사르포자의 얼굴에 짧은 탄식이 스쳤다.
"…왜 이놈이고 저놈이고 전부 죽여 달라고만 하는 건지."
검은 눈이 움직인다. 조아린 어린 마법사의 머리 맡까지 다가와 멈춰 서는 소리에도 베일 듯 했다. 수장의 곁을 지키던 카쉬파의 중책들은 숨죽이고 그의 행보를 지켜 보았다.
"'죽음을 연상케 하는 싸늘한 목소리'라. 그래서 그런 건가? 날 보면 죽음이 떠올라서?"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살 궁리를 하다 보니, 벌어진 입에서 말 같지도 않은 말들이 우루루 쏟아졌다.
"제, 제가 두려워 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사르포자 님이십니다. 오, 오죽하면 마계에서 사르포자 님 이름 앞에 떨지 않는 자는 이미 죽은 자라는 말이 돌겠습니까? 하지만 지, 직접 뵈니… 죽은 자들조차도 사르포자 님이라면 두려워 할 것…"
"죽은 자들조차?"
"네, 그, 그렇습니다! 죽은 자들조차… 아니, 죽음조차 사르포자 님을 두려워 할 것입니다!"
순간, 사르포자의 검은 눈에 희미한 빛이 맺혔다. 석고상같은 그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지만, 대신 뒤에 서 있던 독헤드가 곰방대를 문 입술 사이로 웃음을 흘려보냈다.
"후후후, 영리한 아이구나. 수장, 제게 주시지요. 마침 개줄이 몇 개 남았으니…"
"아니."
한마디로 모두를 침묵하게 한 사르포자가 한 손을 살짝 들어 보였다.
"내가 갖겠다."
이후에 벌어진 일은 보고도 보지 못한 자가 많다.
작은 몸을 웅크리고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도망치고자 했던 아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나름 카쉬파 간부라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던 놈들마저 처음 느껴보는 압도적인 힘 앞에 빈 깡통처럼 나뒹굴었다.
검은 눈의 사르포자, 오직 그만이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자신의 가슴께를 쓸어 보고 있을 뿐이었다.
"박사가 말하더군. 그 놈, 사도도 죽여 없앤 영웅이라지."
어느 틈엔지 수장의 곁에 다가선 독헤드가 흐트러진 그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며 속삭였다.
"그 세계에선 자는 놈 아가리에 창을 꽂아도 영웅이라 불린답니다."
"얼굴이나 한 번 보고 싶군."
"원하신다면."
독헤드는 수장의 마음을 짐작하고 창을 빼들었다. 둥글게 호를 그리자, 마력이 만들어낸 파장이 흩어지며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모든 조직원들과 함께 그녀 역시 자취를 감췄다.
적막이 쏟아진 텅 빈 방, 그 어둠 속에서 새로 내릴 신을 위한 왕좌만이 홀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CV: 윤호[1]남성/40대로 추정.
카쉬파의 現 수장이자 최초의 워록. 통칭 '검은 눈.' 어비스를 이식받아 흰자위까지 검게 물든 눈동자는 어둠보다 더 짙은 어둠을 품고있다. 카쉬파가 수준 낮은 마법이나 쓰는 그저 그런 깡패 집단이라 취급 받던 시절부터 그곳의 일원이자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던 몇 없는 인물 중 하나로, 카쉬파가 지금의 조직적인 모습을 어느 정도 갖추게 된 것 역시 그가 수장의 자리에 올랐기에 가능해진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를 동경해 따르거나 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이라도 내놓으려는 자들이 많은 것은 그의 압도적인 힘과 잔혹성 뿐만 아니라 그 특유의 카리스마 때문이다. 자신 외 다른 이의 목숨은 우습게 여기면서도, 그 목숨을 걸고라도 덤빌 줄 아는 놈에겐 의외의 자비를 베푼다. 모두가 비웃고 조롱하는 얼간이라도 쓰임을 찾게 되면 기회를 주기도 한다. 사르포자 자신은 그 모든 행동이 자신의 유희를 위한 것이라 말하지만, 그런 모습까지도 어떤 이들에게는 매혹적으로 비춰져 그를 향한 충성심을 고조시켰다. 현재는 할렘의 중심에서 비밀스럽게 움직이고 있으며, 정확히 그가 무엇을 목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던전 앤 파이터의 범죄조직 카쉬파의 수장이자 최초의 워록. 그의 두 눈은 어비스를 이식하여 흰자 위까지 검게 물들었으며, 그래서 검은 눈이란 이명으로도 불린다. 사르포자를 경외하면서 스스로 검은 눈이 되고자 다짐하는 워록의 노래도 있을 만큼 워록의 대명사로 취급되는 인물로, 압도적인 힘과 잔혹함, 그리고 특유의 카리스마로 카쉬파는 물론 마계 내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말단 조직원에서부터 수뇌부에 이르기까지 카쉬파에서 그의 위상은 신과 다를 게 없다.
잔인한 성격이지만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자에게는 자비를 배푸는 아량이 있으며, 출신을 가리지 않고 쓰임이 있다면 얼마든지 거두어주는 관대함도 갖추고 있다.[2] 한편 다른 세력들의 수장들과는 달리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신비주의적인 면모도 가지고 있는데, 그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수뇌부와 수석 전투조의 리더들을 제외하면 그 모습을 직접 목격한 이들이 드물다.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1.1. 맨션 드 사르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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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에서 가장 깊숙한 곳인 이스트 할렘에 위치한 맨션 드 사르포자에는 사르포자가 기거하고 있는 기묘한 탑이 있다. 과거 최상류층이 거주했다고 알려진 이 탑은 역으로 솟구치는 나선으로 이루어져 마치 신에게 도전이라도 할 듯한 모습으로 하늘 높이 뻗어 있다.
2. 작중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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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카쉬파는 마계의 혹독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결성된 무법자 집단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 날, 카쉬파의 전 수장이었던 '주문기만자 자스라'를 몰아내고 수장의 자리를 차지한 사르포자는, 카쉬파를 보다 체계적이고 강대한 조직으로 성장시키고자 그 위험성으로 인해 중단됐던 어비스의 연구를 재개한다. 카쉬파의 상급 마법사 '트리플케이트 모아'가 발견한 어비스는 생명 에너지의 근원으로, 이를 신체에 담아 갈무리할 수만 있다면 무궁무진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연구는 안정화에 접어들어 카쉬파의 많은 조직원들이 어비스 이식에 성공하고, 카쉬파의 간부들은 모두 신체에 어비스의 힘을 품은 강대한 마법사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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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포자는 어비스로 얻은 무력을 통해 카쉬파를 마계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으로 성장시켰으며, 제1차 마계 회합으로 할렘을 주 영역으로 인정받은 이후에는 사실상의 전제군주제를 실현하여 할렘의 폭군으로 군림하게 된다. 때문에 할렘에는 노예제, 징용 등 인권을 짓밟는 각종 악행이 만연했으며 모든 시스템과 체제는 궁극적으로 카쉬파의 이익을 향하도록 조정되었다. 이로 인해 할렘은 마계 최악의 우범지역으로 전락해 외부와 차단된 닫힌 사회를 형성하게 된다.
한번은 중갑을 걸치고 우격다짐으로 카쉬파 본부로 쳐들어갔던 말괄량이 배틀메이지 에리카가 그에게 도전해온 적이 있었다. 사르포자는 에리카의 기개를 높이 사 살려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그럼에도 에리카가 이를 거절하자 사르포자는 에리카를 일격에 쓰러트렸다. 에리카는 제 2사도인 힐더의 특훈을 통해 아슈타르테화(일시적 사도화)에 성공한 엄청난 실력자였음에도 그 일격에 죽음의 문턱을 느낄 정도였으며, 평소에 품고 다니던 부적 "보르도의 깃털"이 반응해 그녀를 안전한 장소로 순간이동시켜버렸다. 훗날 이 사건은 그의 압도적인 힘을 마계에 각인시킨 사례로 마계인들에게 기억된다.
사르포자는 한편으로는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존재였다. 카쉬파에 수인 차별이 만연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인을 자신의 부관과 간부의 자리에 앉혔으며, 크고 작은 내분이 일어나도 관심을 보이는 일이 없었다. 게다가 이미 할렘을 원하는 대로 주무르는 왕이 되어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음에도 그의 힘을 향한 갈망은 끝이 없어 어비스의 연구를 계속 이어갔다. 그를 향한 심복들의 태도는 신뢰를 넘어 광신으로 비춰질 정도로 비정상적이었다. 목적이 있음에는 분명했지만 이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2.1. 사도의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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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루크의 죽음 이후 마계는 돌연 할렘에 떨어진 한 거대한 알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 알의 정체는 사도 이시스-프레이의 반신이 퇴화한 형태로, 어마어마한 마력을 품고 있었다. 카쉬파에선 이 마력에 눈이 먼 이들이 내분을 일으켜 할렘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프레이의 추종자들과 수호자들은 더 큰 사태를 막고자 회합의 협정을 깨고 할렘에 난입했지만, 혼란한 쟁탈전 끝에 알을 쟁취한 것은 수석 전투조 마귀의 리더이자 사르포자의 심복인 심장 파멸자 히카르도였다. 그는 수장의 명을 받고 사도의 알을 대령하고자 이스트 할렘으로 향한다.
히카르도는 알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듯한 반응을 여러 차례 보인 바 있으며, 특히 알을 유달리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모험가 일행이 할렘의 정세에 개입하여 노예들을 해방시켰을 때도, 카지노를 둘러싼 내분으로 대부분의 간부가 사망했을 때도 그저 알을 회수하는 데에만 급급했다. 조직의 크고 작은 골칫거리들을 해결해왔던 그의 행보와는 정 반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마치 카쉬파가 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도의 알만은 반드시 사르포자에게 대령해야 한다"는, 그런 맹목적인 신념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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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히카르도는 알의 힘에 이끌려 온 어떤 정체불명의 무리에게 여러 차례 습격을 받아 결국 알을 빼앗기고 말지만, 그 집념만큼은 도통 꺼지질 않았다. 이윽고 알 안에 잠들어 있던 존재가 부화하여 껍질만이 남게 되었을 때, 더 이상 알을 지킬 필요가 없어진 무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 틈을 노리고 숨어 있던 히카르도는 치명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다시금 알을 회수한다.
2.2. 이시스 사태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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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카르도의 수중에 있던 사도의 알이 부화하여 '프레이-이시스'로서 비상했던 일련의 사건 이후, 행성 테이베르스를 넘어 마계를 침공한 이시스의 추종자들은 이스트 할렘에까지 그 손길을 뻗었으나, 이들은 모두 사르포자와 독헤드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한다. 알을 둘러싼 내분으로 대부분의 간부가 사망한 탓인지, 아니면 감춰왔던 계획을 실현할 때가 도래한 것인지, 어느 쪽이든 사르포자는 마침내 옥좌에서 벗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앞으로 닥쳐올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었다.
사태가 진정된 후, 결국 이시스가 부활하고 남은 알껍질은 사르포자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생사의 경계에서 추적에 시달리던 히카르도가 마지막까지 알을 포기하지 않고 이스트 할렘에 도착한 것이다. 비록 알은 비어버렸지만 그 속에 남긴 미약한 불꽃은 약간의 장작만으로도 얼마든지 타오를 수 있었다. 사르포자는 이때만을 기다려왔다. 처음보는 것이 분명함에도 이 알이 무엇이고 왜 자신에게 어울리는 물건인지를 확실히 체감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것은 오래전 과거의 일이었다.
2.3. 그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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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평범한 무법자에 지나지 않았던 사르포자는 과거, 자신의 부하들과 어떠한 연유로 브루클린에 향하게 되었고 거기서 카인과 마주쳤다. 그는 절대적인 무력감에 압도되어 도망쳤지만 뒤따라오던 부하들이 하나 둘 비명횡사하며 터져나가는 소리가 자신을 뒤쫓았고, 최후에는 오른눈이 생으로 뽑히고, 왼눈은 실명이나 다름없고, 온몸의 뼈가 으스러졌으며, 복부에서는 내장이 흘러내리는 처참한 몰골이 되고 만다.[3]죽음마저 피해간다는 그와 마주한 그날 그때, 절대적인 무력감을 느꼈고 닿을 수 없는 절망에 부딪쳤다.
생존 본능이 모든것을 내던지고 도망치라고 소리쳤고, 뒤도 보지 않고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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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죽기 직전 사르포자는 형체를 특정할 수 없는 무언가로부터 새로운 생명과 힘을 얻었고, 그에게서 예언이 찾아올 것이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붉은 불꽃을 계시삼아 내려진 본분을 행하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렇게 죽음에서 돌아온 사르포자의 눈구멍엔 수수께끼의 존재에게 받은 어비스가 박혀 있었고, 이후로 그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태어나게 된다. 이후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일어난 그가 눈에 새겨진 어비스를 통해서 처음으로 본 것은 묘한 형태의 비석. 그 비석에는 '그것'이 말한 예언의 글귀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의 인생에 이토록 심장이 뛰는 일은 달리 없었다. 정처없이 브루클린으로 향한 것, 거기서 카인과 만나 죽음에 이른 것, 그리고 알 수 없는 존재와 만나 계시를 받은 것. 그는 이 모든 것이 일련의 과정이라고 확신했다. 시련으로 연단된 칼로서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열두 사도를 멸하고, 종국에는 '죽음이 두려워하는 자'가 되어 새로이 세상을 창조한다. 그리고 이 과정의 주인공은 바로 사르포자 자신임이 틀림없었던 것이다. 이후로 그는 예언에 따라 모든 사도를 멸하고 세상의 메시아가 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대한 조직이 필요했고, 자신과 함께 할 단 한명의 동반자가 필요했다.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계시, '''하늘에서 떨어지는 붉은 불꽃'''에 대비해야 했다.능히 모든것을 이룰 수 있으되 찬양하는 이가 없고, 어둠 속을 떠돌되 임하여 뜻을 이룰 곳이 없으니, 영광되게 할 것과 거하고 안식될 곳을 새로이 만들자 하니, 창조는 곧 소멸이거니와 오직 소멸로만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으리니, 그들 중 '''열 둘'''을 선택하리라. 선포하노니 희생은 거룩한 것이요. 오직 '''시련으로 연단된 칼'''만이 심장을 꿰뚫어 위대한 의지에 회귀하도록 하리로다. 희생의 끝에서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오직 둘 만이 남았으되, 이들은 '''죽음이 두려워하는 자'와''' '''찬연한 이슬을 감춘 자'''이니. 이들은 소멸하지 않고 영원한 존재로 남을 것이라. 이것이 곧 신세의 시작이로다 하니라.
2.4. 다시 현재로
히카르도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도의 알을 사르포자에게 전달하려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것의 강대한 마력 때문도 아니었고, 그것이 사도를 품고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사르포자가 예언의 때를 실현하기 위한 계시로서, 사도의 알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알을 손에 넣은 사르포자는 마계의 사도들을 멸하기 위해 전쟁을 준비한다. 우선은 자신을 견제하는 마계의 조직들을 굴복시킬 필요가 있었고, 그는 마계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자 했다. 그는 이 순간을 위하여 카쉬파를 마계 내에서도 가장 강대한 조직으로 키워냈다. 하물며 모두가 탐욕을 드러내 마지 않았던 '사도의 알'은 자신의 수중에 있었으니, 모든 것의 톱니바퀴가 사르포자를 위해 굴러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2.5. 지젤 로건과의 만남
전쟁의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을 때, 사르포자는 이계에서 온 과학자 '지젤'과의 인연을 가지게 된다. 차원 이동 장치를 통해 깊숙히 숨어 있던 지젤은 스스로 카쉬파에 투항하여 자신이 가공한 어비스의 조각을 내보였다. 그는 카쉬파와 협력을 원했고 사르포자는 그의 배짱을 높게 사 요청을 받아들인다. 이후 상급 약탈조의 리더인 침묵의 세르게이가 지젤을 카쉬파의 본부로 안내하고,[4] 지젤은 자신의 장기를 사르포자에게 증명, 사르포자와 지젤은 동맹 관계를 맺는다. 이후 지젤은 최적의 실험환경을 제공받고 사르포자는 그의 기술을 이용하여 카쉬파 전반의 전력 증강과 어비스의 가공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한다.
2.6. 제 2차 마계회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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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칙사 워크맨에게 다음과 같은 명을 하달했다. 이시스 사태 이후,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개최된 마계 회합에 참여하여 사도의 알을 미끼로 사용할 것. 그리고 회합에 참여한 각 조직의 수뇌부들이 여기에 정신이 팔린 사이, 그들을 고립시키고 거점을 공격할 것. 비록 단순한 계획이었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이 맞물림으로써 모든 상황이 그의 뜻대로 흘러갔다. 각 조직은 우승품으로 내건 사도의 알을 쟁취하기 위해 대립했으며, 서로가 제 살을 깎아먹었다. 그 사이 대기하던 카쉬파의 별동대들은 각 조직의 거점을 공격했고, 대부분의 군소 조직들을 제압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미처 계산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각 조직의 수뇌부를 회합장에 고립시키는 것까진 성공했으나, 그들을 완전히 제거하진 못한 것이다. 이는 당시 회합에 참여했던 모험가 때문이었다. 물론 사르포자는 모험가의 무용담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사르포자에게 있어 너무나도 허황되고 과장된 뜬소문에 불과했다. 사도가 신으로 군림하는 이곳 마계에서 '다른 세계에서 전이된 사도를 죽여 없앤 영웅'이라는 존재를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서 사르포자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으며 그에 따른 적당한 계략을 준비했다. 모험가를 회합에 참가시켜 마계를 대표하는 각 조직의 강자들과 싸우게 하고 힘과 체력이 소진된 틈을 타 각 조직의 수뇌부들과 함께 제거하는 것이다. 비록 모험가는 마계의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회합의 주제가 이시스 사태와 카지노 내분 등의 사건들이었고 그 중심에서 모든 사건을 해결했으니 참관인으로서의 자격은 충분했다."박사가 말하더군. 그 놈, 사도도 죽여 없앤 영웅이라지."
어느 틈엔지 수장의 곁에 다가선 독헤드가 흐트러진 그의 옷매무새를 만져주며 속삭였다.
"그 세계에선 자는 놈 아가리에 창을 꽂아도 영웅이라 불린답니다."
"얼굴이나 한 번 보고 싶군."
사르포자와 독헤드의 대화 中
그러나 모험가는 실제로 사도 루크를 격퇴하고, 이시스 사태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했으며, 아라드와 천계에서 로터스, 디레지에, 안톤을 처치한 시대의 대영웅이었다. 워크맨과 침묵의 세르게이, 정신해방자 케파도나는 당초의 계획대로 모험가를 제거하려 했지만 모험가는 각 조직의 수장들과 치열한 난전을 벌이고도 지치기는커녕 힘이 남아도는 상태였다. 결국 셋은 무참히 패배하고 말았으며 이중 케파도나만이 겨우 목숨을 부지해 도주하고 워크맨은 자신들이 모험가를 너무 얕잡아 봤음을 인정하고 숨을 거둔다.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 마계를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실력을 지닌 마법 단체들은 카쉬파의 입장에서는 불행히도 명줄을 유지하게 되었다. 이것이 거대한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올거란 걸 사르포자는 알고 있었을까.
2.7. 마계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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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회합에서의 기습이 절반의 성공만을 거두었으나, 사르포자에게 불안은 없었다. 그는 여전히 신의 계시를 받은 성자였고, 그를 막아서는 이들은 자신을 더욱 강하게 연단시킬 시련이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어비스의 가공화는 지젤의 협조로 순식간에 완성되었으며, 그는 큰 리스크 없이 강해질 수 있는 어비스의 무기를 당근삼아 마계의 수많은 유랑자들을 카쉬파로 끌어들여 이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켰다. 또한 지젤은 자신의 장기를 살려 간부들을 더욱 강하게 개조시켜주었다. 그 결과, 규모로만 보면 마계에서도 가장 거대한 대군이 이곳 이스트 할렘에 탄생하게 되었다. 그는 마계 전역에 카쉬파의 영향력을 뿌렸다. 세력은 더욱 불어났으며 대적자들은 카쉬파의 공세를 감당하는 것조차 벅차했다.사기는 높았다. 모든 단원이 카쉬파가 마계 전체를 호령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올 막대한 이익에 대한 기대가 흥분을 넘어 광기로 치닫고 있었다.
과거 최상류층이 거주했다고 전해지는 ‘맨션 드 사르포자’.
그 최상층에 위치한 ‘나선의 왕좌’에서 한 남자가 어둠을 등진 채 이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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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이면에선 또 다른 전개가 진행되고 있었다. 회합에서 살아남은 각 조직의 수장들은 카쉬파가 침공에 여념이 없던 사이 소수 정예로 게릴라를 시도한 것이다. 물론 사르포자는 때가 채 무르익기도 전에 대적자들이 왕좌로 당도하는 상황을 미리 염두하고 있었다. 그는 독헤드에게 자신의 왕좌 주위로 함정 마법을 설치하라 일렀고, 이 함정이 역경을 해치고 코앞까지 다가왔던 마계연합을 이스트 할렘 밖으로 추방시켰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계시의 때가 도래하기 위해선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2.8. 최후의 결전
마계연합은 태세를 정비하고 이스트 할렘으로 재돌입을 시도했다. 사르포자는 이에 대비하고자 카쉬파의 병력을 이스트 할렘으로 집결시키지만 마계의 잔존 단체들이 동맹을 맺어 카쉬파가 연합의 길목을 가로막지 않도록 붙들었고 그 덕에 연합은 무사히 사르포자에게 도달한다. 하지만 이는 사르포자가 원하는 바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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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곁에 직속 호위대인 워즈워스 대신 히카르도를 두었다. 히카르도는 사도의 알껍질과 오랫동안 함께한 끝에 껍질에 남아있던 찌꺼기를 모조리 흡수하여 비약적힌 힘을 취한 상태였다. 즉 히카르도의 존재가 곧 사도의 알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것이 사르포자가 히카르도를 곁에 두고자 한 진의였다. 사르포자는 히카르도가 연합을 상대로 승리할 것이란 기대는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가 원했던 것은 히카르도가 흡수한 이시스의 힘. 오직 그것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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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패한 히카르도가 왕좌로 돌아오자 사르포자는 그의 힘을 망설임 없이 흡수했다. 사르포자가 기다린 '계시의 때'는 히카르도의 어비스가 이시스의 찌꺼기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순간을 의미했던 것이다. 그렇게 이시스의 잔재를 모조리 흡수하여 어마어마한 힘을 손에 넣은 사르포자는 마계연합과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수고 많았다. 모든것은 계획대로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죽음은 나를 두려워하며 떨게 될 것이고, 내 어비스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신세의 시작을 알릴 것이다.
중요한 건 마계를 좌지우지하던 사도들, 그들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다음 시대를 연다는 점이다.
오거라 준비된 시련이여. 네가 발버둥치면 칠수록 예언이 나를 더욱 연단케 하리라.
검은 눈의 사르포자
2.9. 전쟁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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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 이어질수록 사르포자는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가 마계연합의 공세에 점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한 결과였다. 그는 예언 속의 주인공도, 계시를 받은 신세계의 신도, 죽음이 두려워하는 자도 뭣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로 사도급의 힘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애초에 그가 마주한 적은 무려 사도 이시스-프레이의 반신인 프레이-이시스를 마주하고도 살아남을만큼 강력한 힘을 사역하는 모험가였다. 정말 진지하게 갖은 수를 다 쓰더라도 대적하기 힘들 적을 상대로 그저 눈앞의 예언에 눈이 멀어 온갖 평지풍파나 일으키코 다닌 것도 모자라 그 이상의 존재에게 놀아난 꼭두각시에 불과한 그가 감당할만한 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순 없었다. 전 마계가 자신 앞에 무릎 꿇을 날을 고대하며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왔던가. 그는 마지막 카드를 사용했다. 바로 심장에 박아 넣은 또 하나의 어비스. 사도들을 하나 둘 물리치고, 그들의 힘을 흡수하기 위해 준비했던 '''어비스의 심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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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포자는 어비스의 심장으로부터 거덜난 마력을 일순간에 공급받곤 자신이 내보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을 준비한다. 오랜 혈투로 심신이 지친 연합이 이 어마어마한 에너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려던 찰나, 고향 테이베르스를 구해주고 이시스를 다시 흡수할 수 있게 도와준 모험가에게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겠다 약조한 '''이시스-프레이'''가 강림하여 사르포자의 공격을 막아선다. 하지만 일전에 있었던 이시스와의 분투로 인한 후유증이 그를 옥죄었고, 결국 프레이는 공격을 상쇄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부상을 면치 못해 쓰러지고 만다.'''난, 신이 될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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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포자는 쓰러진 프레이를 비웃으며 예언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허나 방금의 일격이 이스트 할렘에 널려 있던 어비스와 공명을 일으키며 거대한 차원의 폭풍을 만들어낸다.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하던 사르포자와 독헤드는 차원 폭풍의 기세에 휘말려 무력하게 빨려들어가 테이베르스로 보내졌고, 이 영향으로 프레이의 고향인 테이베르스는 쑥대밭이 되고 만다. 게다가 테이베르스에 프레이에게 불만을 가진 구 이시스 세력들이 아직도 남은 것을 생각하면 테이베르스에서 재기를 노릴 사르포자와 독헤드가 이들을 어떻게 이용할지는 뻔한 이야기. 또한 마계와 아라드의 경계를 유지하던 차원막은 허물어졌으며 두 세계의 시공간은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예언은 빗나가지 않는다...!!'''
그래도 사르포자가 테이베르스로 쫓겨남으로써 일단 수장을 잃은 카쉬파는 와해됐고, 그 잔당은 본모습을 되찾은 주문기만자 자스라가 흡수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전 카쉬파의 수장이었으니까 자기 자리 되찾은 셈. 물론 자스라도 딱히 좋은 마음으로 흡수한 건 아니고 성격이 언제까지나 카쉬파 수장으로 공인받는 대신 당분간은 카쉬파 잔당들을 조용히 시키기로 론과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이므로, 언제 마음을 바꿔서 뒤통수를 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2.10. 전말과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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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짐작했겠지만, 당연하게도 사르포자에게 힘을 하사하고 예언을 내린 무언가의 정체는 제 2사도인 '''힐더'''다. 이는 이제까지 힐더에게 조종당해 왔던 아이리스 포츈싱어와 힐더에게 새 생명을 받은 남법사가 사르포자가 본 것과 같은 형태의 추상적인 존재를 만났다는 점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이것은 힐더가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자신을 초월적인 존재로 묘사할 때 사용했던 모습이다.[5]
2.10.1. 사르포자는 힐더의 의도와 다른 길을 간 것인가?
결국 힐더는 사르포자를 남법사와 같은, 사도를 멸할 칼날 중의 '하나'로서 택한 것이었으나 사르포자는 여기에 자기 나름의 해석을 더함으로써 스스로가 예언 속의 '주인공'이라고 착각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정말로 힐더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여기서 주목할 점은 힐더가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던 창신세기의 핵심 내용을 그에게는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모든 사도를 멸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여 메시아가 된다'는 구절은 같은 사도였던 바칼이 힐더의 목적을 단번에 예감할 정도로 치명적인 것이었기에, 오히려 사르포자의 오해는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그가 두 눈에 어비스를 받기 까지의 과정은 굉장히 일관적인데, 사도에게 죽임을 당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신을 만나 그에게서 예언을 받으며, 이를 행하기 위해 새 생명을 부여받는다는 전개는 모든 것이 사르포자의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에 딱 좋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사르포자의 일탈이야말로 힐더의 진짜 목적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또한 힐더의 궁극적인 목적이 자신의 옛 고향인 테라의 부활인 만큼, 마계를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엉망으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사르포자는 사도를 공격하여 멸할 칼날인 동시에,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패배해야만 하는, 그저 쓰다 버릴 패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계획을 더 쉽게 이루기 위해서 마계에서 가장 문제가 많고 많은 사람들이 적대하는 카쉬파를 그의 조직이 되게 했을 것이다.
2.10.2. 힐더는 왜 사르포자를 선택한 것인가?
의문점은 왜 힐더가 사르포자를 선택했고 그의 오해를 불러 일으켰냐는 것이다.
여기서 추측할 수 있는 건 사르포자가 카쉬파의 수장 자리를 차지하기도 전부터 마계 내에서도 특출난 반골이었다는 것인데, 이는 그가 마주친 카인의 성향에서 드러난다. 카인의 구역인 '유니언 스퀘어'는 카인에게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으로 인해 카인 말고는 아무도 살지 않는 지역이지만, 이는 그의 드높은 위상이 빚어낸 사회 현상에 불과하다.
사실 카인은 단지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사람을 육편으로 만들고 두 눈을 생으로 뽑아버릴 정도로 잔혹한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카인은 이계의 침략자로부터 마계를 여러 번 지켜내고 용의 전쟁에선 마계연합의 선봉에 서서 전장을 이끄는 등 영웅적인 면모가 부각되는 사도이다. 때문에 그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르포자의 패거리를 없앴다는 것은 개연성이 없으며, 반대로 사르포자가 허황된 야망을 품고 카인에게 도전했다가 털린 게 사건의 진상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물며 마계인이라면 카인의 구역을 모를 리가 없는데도 그와 마주쳤다는 것은 사르포자 쪽에서 직접 찾아간 게 아니고서야 불가능하다. 이러한 반골 기질은 과거 카인의 위상을 몰라본 강자들이 그의 자리에 도전했던 태곳적 마계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지, 사도가 신으로서 군림하는 지금에 와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힐더가 구태여 사도를 물리칠 인재들을 다른 세계에서 모색한 것도 마계의 이런 사회상 때문으로. 마계인으로서는 사도를 적으로 돌린다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하고 설령 바칼 때처럼 그럴듯한 구실로 몰아내는 데 성공하더라도 거대한 전쟁과 의심이 뒤따라올 것이다. 때문에 사르포자의 무모함이 힐더에겐 흥미로 다가왔을 것이고, 결국엔 그의 일탈적인 면을 사도를 멸할 칼날 중 하나로서 이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3.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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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포자는 마계의 날고 기는 마법사 중에서도 단연코 손에 꼽는 최강의 마법사이다. 규격 외의 존재인 사도를 제외하면 마계 내에서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특히나 워록으로서는 이미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서 있어[6] 카쉬파를 적대하는 마법사조차 사르포자의 힘을 동경하여 스스로 검은 눈이 되고자 하거나, 사르포자를 예찬하는 노래까지 만들어지는 등, 그 영향력이 실로 엄청나다. 특히 사도들의 잇따른 전이로 인해 그 공포심이 잦아든 2차 마계회합 전후 시점에선 두말할 것 없이 마계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로 통한다.
그의 강함을 조명하는 단적인 예가 바로 에리카의 카쉬파 습격사건인데, 에리카는 힐더의 특훈으로 '아슈타르테화' 즉, 수준으로만 보면 이미 배틀메이지의 얼굴마담인 니우를 아득히 넘어선 강자였다. 고대 테라 문명이 '''인공신'''을 만들어낼 때 사용했던 미지의 에너지를 갈무리하여 온전히 신체에 담아두는데 성공한 아슈타르테는 일시적으로 '''사도'''에 가까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모험가로 치면 2차 각성에 도달하여 이미 한 직업군의 정점에 선 수준인데, 그런 에리카조차 사르포자가 날린 '''일격'''에 모든 전력을 상실하고 죽음의 문턱을 느끼게 되었다.[7]
이 정도만 해도 이미 현 상태의 모험가와도 대등하거나 근소하게나마 우위에 놓인 수준이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시스의 힘까지 취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마계 대전의 시점에선 자신을 막으려 드는 모험가와 마계의 모든 세력을 적으로 돌려도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그가 전력을 다해 날렸던 어비스 폭탄은 아주 잠깐이나마 일격으로 사도를 무력화시킬 정도로 강력했다. 아무리 쇠약해진 상태라고 하지만 자신에게 절대적인 절망과 무력감을 안겨준 카인의 호적수인 그 이시스-프레이를 말이다. 모험가조차도 여러 강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사도들을 물리칠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아득한 수준. 마지막에 프레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모험가는 어비스 폭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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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어비스 폭탄은 프레이가 상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흩어진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주변의 어비스와 이상공명을 일으켜 마계, 천계, 아라드를 잇는 거대한 차원 폭풍을 일으켰는데, 이 폭풍으로 인해 각 세계에 동시다발적인 차원 균열이 발생했고, 그 결과 세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마계와 가까이 인접해있던 테이베르스는 불행히도 차원 폭풍의 직격을 피하지 못해 행성 자체가 파괴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그동안 보아 왔던 차원의 틈과는 근본부터가 다른 듣도 보도 못한 수준의 스케일이며, 지금껏 던파에 등장한 그 어떤 기술보다도 그 규모와 영향력이 가장 강력하다. 무한한 마력의 근원이라는 어비스의 진정한 위력을 알 수 있는 부분.
마계에선 카쉬파를 견제하는 조직들이 꽤 많았지만, 그가 작정하고 이를 드러냈다면 그 공세를 감당할 수 있는 조직이 과연 몇이나 됐을지 대단히 의심스럽다. 단신으로 엄청 약화된 무력 최상위권의 사도를 조금이나마 무력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솔도로스 급은 아니더라도 그 아래 정도는 충분히 위치할 수 있는 경지.
4. 여담
- 일러스트를 자세히 보면 허리춤에 유리병이 달려 있는데, 이것은 자신이 죽인 이들의 눈알을 뽑아서 수집한 것이다. 카인에게 두 눈을 잃었던 것이 트라우마가 된 듯 하다.
- 직업이 워록인 만큼 심장에도 어비스가 있기 때문에 도트 그래픽에 가슴이 굉장히 크게 부풀어오르는 모션이 있는데, 이를 가지고 실제로는 여자 아니냐며 놀리는 사람들도 있다(...).
- 복장이 명왕의 일러스트와 굉장히 흡사하다는 평이 많다. 붉은 와이셔츠, 조끼 조합에 코트를 가볍게 어깨에 걸쳐 놓은 것까지 똑같다. 그래서 업데이트 전에 별다른 설명 없이 일러스트만 공개되었을 때 명왕이 흑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을 정도.
- 제 11사도 혼돈의 오즈마와 상당히 유사한 행적을 보이고 있다. 둘 다 죽음을 앞두고 다른 존재로부터 힘을 얻었고 역사에 남을 대전쟁을 벌였다. 최후에는 차원의 틈으로 빨려들어가는 것까지 비슷하다.
- 여름 오프라인 행사에서 스토리 관계자가 밝힌 바로는 신비한 동물사전의 겔러트 그린델왈드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실제로도 유사점이 꽤 있는 편인데, 머리색과 헤어스타일, 악명높은 암흑 마법사 조직의 수장, 아동살해 같은 잔혹행위마저도 스스럼없이 하지만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자들에겐 의외의 자비를 베푼다는 점, 자신의 이상에 자발적으로 동조하는 조직원들 등 여러가지 요소를 오마쥬한 것이 보인다.
-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의 최종보스 중 하나인 이그니스와도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다. 둘 다 범죄 조직의 최종보스라는 것과 신세계의 신이 되려 했다는 점, 그리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외모가 젊다는 것과[8] , 연인으로 보이는 이가 있다는 것과[9] , 서로 비슷한 모습의 스킬도 보유하고 있다[10] . 또한 마지막에 최후의 발악을 했다는 것도 같다[11] . 다른 게임에서 자주 모티브를 따 오는 던파의 특성상, 이그니스 또한 사르포자의 캐릭터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2페이즈에서 이시스의 권능을 토대로 싸우느라 시종일관 시뻘건 이펙트가 나오기 때문인지 워록에서 블러드 메이지로 직변했다는 드립을 치는 사람이 꽤 많다. 2페이즈가 되고 나선 더 이상 워록의 스킬을 쓰진 않으나 시네마틱 영상에서 저 상태로 아마겟돈 스트라이크 비스무리한 기술을 쓰긴 한다.
- 언급만 되는 수준이었을 당시 유저들은 '남성 마법사와 비슷한 모습의 소년'일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프레이-이시스 레이드가 열린 이후 에픽 퀘스트를 깨면 나오는 트레일러에선 상당히 큰 덩치가 후드를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해 '워크맨과 비슷한 모습일 것이다'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40대 미중년으로 밝혀진다.
- 마피아나 갱스터의 이미지를 채택하고 있던 기존의 카쉬파와는 달리 사르포자를 향한 일부 상급 간부들의 충심이 단순 상관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 일종의 종교적 신앙으로 비춰진다는 점에 대해서 많은 의문이 있었다. 그 예가 바로 워크맨과 히카르도였는데, 이는 거짓된 신탁을 받고 스스로에 도취된 사르포자의 영향이었다.
- 대외적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워즈워스와 그라골을 직접 찾아가서 간부로 섭외한 걸 보면 사르포자는 어비스에 의존하지 않는 강자를 특별히 마음에 들어하는 듯하다. 이 때문인지 에리카가 자신의 거처에 정면으로 쳐들어오는 무례를 범했음에도 그녀의 기개를 높이 평가하여 집으로 돌려보내 주려고 했다.
- 이름은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주에 위치한 사르포자 교도소(Sarpoza prison)에서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남마법사를 개발하던 2011년 당시 탈레반이 이 교도소를 습격하여 죄수들이 탈옥한 사건이 있어서 여기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수뇌부들의 광신도적인 모습도 탈레반에서 모티브를 얻었을 가능성도 있는 편.
- 남법사는 "사르포자라면 도망쳐도 끝까지 쫓아오겠지"라는 말을 했는데, 이는 욤이 했던 "도망쳐도 독헤드에게 평생 쫓겨다녀야한다" 라는 말과 똑같다.
- 모험가가 아닌 비(非)사도 중에서도 사도와 견줄 수 있는[12] 인물이 스토리에 개입하는 시발점이다. 이전까지 모험가와 사도를 제외한 강자들[13] 이 상당히 못 미더운 모습들만 보여줬기에 앞으로의 스토리가 먼치킨 모험가의 원맨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으나 사르포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비록 사도의 힘을 흡수했기에 그만치 강해진 것이지만 지속적인 떡밥과 치밀한 전개로 유저들에게 납득할 만한 강함을 어필하여 유저들은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사도보다 강하다는 설정으로 갑툭튀해 욕만 먹은 마수와는 여러모로 비교되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