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스위치
1. 개요
야구의 선수 교체 방식.
야구 규정상 인플레이중 필드에 나온 선수는 어느 곳에 서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1] 기록지상 3루수와 유격수로 출전한 선수가 경기 중에 자리를 바꿔서 다른 위치에서 뛰더라도 문제 없다는 것.[2] 수비 시프트 항목에도 나와있지만 이를 이용한 다양한 수비방법이 있다.
이를 조금 더 응용해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 리그에서 구원 투수, 혹은 대타를 좀 더 오래쓰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교체 방법이 더블 스위치이다.
2. 규정
원칙적으로는 기록지상에 나와있더라도 수비 위치를 바꾸는 것은 심판에게 고지할 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데, 그래도 프로에서는 기록지상 선수 교체가 일어났을때 반 강제적으로 심판에게 이러한 포지션 변경을 고지하도록 되어있다. 이유는 어차피 투수 교체의 경우는 심판에게 고지해야 하고 포지션이 변경됐을때 아무런 공지가 없으면 관중들은 혼란스러워 하므로 엔터테인먼트성의 관객 배려차원에서 고지 하는것.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 심판 재량에 의해 판정불응 혹은 지연행위 판정까지 내릴 수도 있다. 어차피 감독들도 투수만큼은 바꾸면 반드시 고지해야 하므로 그거 말하러 가는김에 포지션 변경도 같이 고지 해버리는 게 보통.
이런 원리를 이용해 선수 교체시 두명의 선수를 교체하고 나서 두 선수의 포지션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테면 지명타자를 사용하지 않는 내셔널리그에서 투수 타석에 대타를 사용한뒤 이닝이 종료되면 원래는 투수자리에 들어간 대타가 투수포지션에 올라가 투수를 해야하므로 대타를 1타석만 쓰고 구원투수로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타순을 유지하면서 그 대타를 더 쓰고 싶다면? 그럴 경우 대타가 수행할 수 있는 포지션의 야수 한 명을 교체아웃시킨 뒤, 그 자리에 투수를 집어넣고 두 선수의 포지션을 바꾸면 된다. 간단하게 표로 설명할 경우.
2.1. 더블 스위치 사용법 1
ex) 9번타자 투수에 대타를 기용한 뒤 이닝이 종료 된 후 대타로 나왔던 선수가 수비에 들어가게 되면 아래처럼 더블 스위치가 된다.(위의 포지션은 가상으로 설정한 것)
이렇게 하면, 9번 타순에서 이닝이 종료되어 다음 이닝에는 1번 타석에서 시작되므로 2번 타석에 구원 투수가 타자로 나오게 된다. 이럴 경우 다시 2번 타석에 대타를 기용할 수 있다.
만약 연속안타를 쳐서 경기가 이어진뒤 2번 타순에서 이닝이 종료되었다면 이닝 종료후 다음 이닝의 타순은 3번부터이므로 한바퀴 돌기전까지는 투수의 타석이 오지 않는다. 그만큼 투수를 오래 쓸수 있고 대타 부담이 줄어든다.
위 사용법의 대표적인 예로, 2015년 8월 23일 한화 vs. KIA 경기를 들 수 있다. 이 날 지명타자 자리에서 5회말 대타로 교체되어 들어왔던 포수 백용환이 들어오고, 8번타자였던 이홍구가 6회말 중견수가 가능한 김호령으로 교체, 포수 가능자원을 전부 사용하면서 백용환이 포수자리에 들어오면서 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던 김원섭의 5번타자 자리는 지명타자가 소멸되어 투수 타석이 되었다. 7회말 투수 타석인 5번타순에서 시작하게 되자 김기태 감독은 5번 타자 자리에 대타로 외야수가 가능한 김다원을 집어넣었고, 2번타자까지 진행되었던 KIA 공격이 끝나자 5번 타자 자리에 외야수 김다원이 좌익수로 그대로 들어왔고 본래 좌익수를 보던 1번타자 신종길은 투수 윤석민으로 교체되었다. 여담으로 8회말 공격에서 이기던 상황에서 3번타자부터 시작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8회 빅이닝을 만들어냈다면 윤석민이 타석에 설 수 있었으나 그럴 일은 없었다.
2.2. 더블 스위치 사용법 2
ex2) 직전 이닝 7번타자 유격수 타선에서 이닝 종료가 되었다. 이 팀의 수비때는 구원 투수를 투입해야 하는데 투수만 교체하면 구원 투수의 타순이 바로 다음 회 공격에 돌아오게 된다. 구원 투수는 다음 공격 때 타석에 나오거나 아니면 구원 투수를 1이닝만 쓰고 빼버리는 방법밖에 없다. 만약 대타를 쓰면서 투수를 더 오래 쓰고 싶다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투수와 야수 한 명을 동시에 교체한 뒤 포지션을 바꾸면 된다. 이 때 구원 투수는 3루수의 타순인 6번을 물려받고 새로 들어가는 3루수는 투수의 타순인 9번을 물려받는다. 이러할 경우 투수의 타순은 이미 6번 타순을 지났으므로 한참 뒤가 된다. 수비에서 동시에 2명 이상을 교체할 때는 새로 들어가는 선수 누가 물러나는 선수 누구의 타순을 물려받을지 감독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같은 수비 위치로만 물려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2.3. 더블 스위치 사용법 3
ex3) 2014년 6월 5일에 벌어졌던 605 대첩. 당시 삼성 라이온즈는 선발 지명타자였던 이승엽이 1루수로 투입되면서 투수를 타석에 세워야만 했다.
여기서 지명타자로 출장했던 이승엽은 8회에 1루수로 들어갔다. 선발 1루수이자 3번 타자 채태인은 일찌감치 빠져 있었고 박석민이 잠깐 1루를 보다가 채태인 대신 들어간 백상원과 서로의 수비 위치를 교체하여 3루에 복귀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지명타자가 소멸됐으니 당연히 투수가 타석에 나설 필요가 생기게 되었고, 8회말에는 투수 타순이 오지 않았고 삼성도 리드 중이라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9회초, 임창용이 역전을 허용하며 9회말 공격을 할 필요가 생기게 됐고, 선발 포수이자 8번 타자 이지영이 누상에 나가자 대주자 강명구가 기용되었다. 9번 타자 김상수는 삼진을 먹었지만 1번 야마이코 나바로의 적시타로 기어이 동점. 2번 박한이마저 내야안타를 치며 끝내기 찬스가 왔지만, 앞서 지명타자가 1루수로 갔으니 3번 타순이던 원래 1루수의 자리는 투수[7] 자리가 되어 있었고, 이 과정에서 남은 야수는 포수 이흥련 한 명 뿐이었다. 당연히 대타 이흥련이 투입되었지만, 경기를 끝내지 못해 경기는 10회로 넘어갔다. 10회로 넘어가면서 이흥련이 그대로 포수 자리에 앉았고, 원래 포수이던 이지영의 대주자 강명구는 투수 심창민으로 교체되었다. 당연히 심창민은 타순이 온다면 타석에 서야 했지만... 이후 심창민은 또 불을 질러 백정현으로 투수 교체가 이뤄졌고 10회말 백정현은 프로에서 처음 타석에 서는 진기명기를 맛본다. 한국에서 더블 스위치를 쓴 매우 희귀한 사례였다.
3. 사용 이유
이런 더블 스위치를 할 경우는 주로 지명타자가 없는 내셔널리그의 전략으로 타석에서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투수의 타석때 득점을 노리려고 대타를 기용한 뒤 대타를 계속 사용하는 목적이거나, 시합 초기에 선발이 무너져서 교체한 릴리프 투수를 1이닝 이상 길게 가져가고 싶을 경우, 투수의 타석이 최대한 늦게 오게 하기 위해 바로 전이닝 마지막 타자의 타순에다 넣어놓으면(예를 들어 위의 표에서 2번타자의 타격후 공수 교대가 일어났을 경우, 2번타순에 투수를 넣어놓는 경우를 들수 있다), 다음 이닝에 공격이 한바퀴 돌지 않는 한 최대 2이닝은 가져갈 수 있으므로 그런 전술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타격 능력이 좋은 대타가 많은 팀이라면 이런 식으로 대타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혹은 위에 설명한것 같이 선발이 시합 초기에 무너지는 바람에 롱 릴리프를 하고 싶은 경우에 투수 타선을 최대한 늦게 오게 하는 목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언뜻 봐서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리그에서는 쓸모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명타자 제도를 실시하더라도 지명타자를 이미 수비에 넣어서 투수도 타순에 들어간 경우는 지명타자가 소멸되었으므로 더블 스위치를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이나 일본 퍼시픽 리그같이 무승부가 있는 리그의 경우는 1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한 예외 상황이나 미국같은 경우는 자주 있다. 이유는 끝장 승부와 더블 헤더 때문. 끝장승부가 들어가기 시작하면 선수 운용상 특정 포지션에 들어갈 야수를 다 소진해 버려서 지명타자로 출장한 선수까지 필드에 내보내야 할 상황이 가끔 생긴다. 그럼 그 순간 지명타자가 소멸하고 감독 입장에서는 더블 스위치로 야수를 처절하게 돌려쓰기 시작하게 된다. 이런 메이저리그의 특수성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 퍼리그 마냥 지명타자 제도가 멀쩡하게 존재하는 아메리칸 리그에서도 더블 스위치로 투수 타순이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경우를 꽤 잦은 빈도로 볼 수 있다.
4. 기타
만약 라인업 제출시 지명타자 기입을 실수하면 얄짤없다. 지명타자 및 지명타자/소멸사례 항목에 이런 실수의 사례가 나오므로 참조 바람.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메이저 리그 베이스볼 내셔널리그나 일본프로야구 센트럴 리그에서만 볼수 있어서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단일리그인 KBO 리그의 팬들에게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방법이다.
여담으로 내셔널리그처럼 더블 스위치가 당연할 수밖에 없거나 지명타자가 소멸되어 더블 스위치를 강제받는 상황에서 연장전에 돌입하면 상당히 골치아픈 머리싸움 및 눈치싸움이 나온다. 한국은 연장 12회까지 승부가 안 나면 무승부 처리라 이런 면은 덜한데 메이저리그는 그 경기는 경기를 강행할 수 없는 자연적인 요인 등이 아니고서는 끝장승부가 원칙이다. 따라서 연장전에 돌입하여 투수타석일 경우 여기서 대타를 내야하는지 투수에게 그냥 이닝을 맡겨야 하는지 고심하는 일이 많다. 예를 들어 연장초 원정팀이 크게 앞서있다면 그냥 투수를 타석에 올리면 되나, 동점이거나 득점 상황일 경우 여기서 점수를 뽑아 연장말을 잘 막고 이길 것인가, 다음 연장 이닝을 감안해야 하는가 잘 판단해야 한다. 또한 반대로 투수를 더 끌고 가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수교체를 했다가 다음 투수 타석 때 기회가 와 버리면 얼마 던지지도 못한 투수를 내릴 수는 없으니 애매해져 버리기에 이미 투구수가 많은데도 타순을 위해 한 이닝을 더 세우기도 하며, 이게 잘 들어맞아 한 이닝을 잘 잡으면 대타를 쓴 후 편히 투수교체가 가능하지만 까딱하다 투수가 지쳐서 점수를 내주면 점수는 잃고 투수는 결국 바꾸고 기회는 놓치는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서 완전히 망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다음 날이 이동일 등을 겸한 휴식일이 있다면 모를까 다음 날 경기 끝나고 바로 이동을 하거나 더블헤더가 있거나 하는 이런 것도 고려.
연장전이 10회나 11회 정도에 끝나면 그나마 나으나 연장이 12회 이상 접어든다면 감독은 물론 선수들도 피곤함이 극에 달한다. 감독은 더블 스위치랑 다음 경기 계산하느라 피곤하고, 야수들은 더블 스위치로 인해 포지션 변경을 한다는 것에 대한 염두를 둬야한다는 거다. 투수들은 당연히 연장전에 핵심 불펜, 추격 불펜 등 모든 불펜 투수가 몸을 풀 준비와 여차하면 타석 들어서는 것도 준비해야 하고, 심지어는 다음 경기 선발 예정인 투수가 연장전에 나오는 진풍경도 연출. 하지만 감독이 어떻게든 투수진을 조금이라도 더 아끼려고 하거나 더 올릴 투수가 없어진다면 야수 중 누군가가 투수를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송구 능력으로 인해 강견이 필수인 중견수나 우익수 포지션 선수가 임시 등판을 하게 된다.[8] 아니면 그런 거 없고 일단 공 던질 수 있는 야수를 궁여지책으로 올리고 보기도 한다.
4.1. 배구의 더블 스위치
배구에도 더블 스위치와 유사한 교체가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세터와 대각으로 맞물린 라이트 공격수를 동시에 교체해서, 라이트 공격수의 전위 활용을 늘리는 것. 이를 즐겨 쓰는 감독이 김호철이고 가장 자주 보였던 팀이 05~07 현대캐피탈이므로 예를 들어 설명한다.
해당 상황이 되었다고 하자, 후인정이 서브를 넣고 서브권이 끊어지면 이때 현대캐피탈은 3번의 로테이션을 돌아서 다시 후인정이 전위에 올때까지 전위에 공격수가 레프트 1명밖에 없게 된다. 물론 후위공격수가 2명이 있으므로 공격을 못할 정도는 아니나 백어택은 세터와 공격수의 부담도 크고 랠리 상황에서 백어택보단 전위 공격수의 자유도와 성공률이 높으므로 전위에 안정적인 공격수가 많은 것이 여러모로 좋다. 따라서 이때, 후인정을 송병일로, 권영민을 박철우로 교체하게 되면...
이렇게 전위에 박철우가 들어가 공격수를 안정적으로 2명 굴릴수 있게 된다. 그리고 로테이션을 돌아 박철우가 다시 후위로 내려와 서브하게 되면 그때 권영민과 후인정을 다시 들여보내면 그대로 후인정이 전위부터 시작하게 된다.
용병에게 전후위 가릴 것 없이 몰빵배구를 시전하고 그에 맞게 용병을 뽑아오는 현재 배구판에선 거의 쓰지 않게 된 교체 방식이나, 팀에 세터와 라이트가 2명이 있고 두 선수의 기량이 고르다면 후반 추격전이나 다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유용한 교체방식이다.
초창기 여자배구에서는 선수들의 평균적 운동능력이 떨어지고 백어택을 할 수 있는 여자 선수들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아예 이런 시스템에 가깝게 더블 세터라는 방식을 운용했다. 세터 자리에 급할때 라이트 공격이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선수를 내는 것. 과거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주장이었던 이영주나 김사니가 선수 활동 초기 이렇게 뛰었으며, 현재도 세터중 키 큰 선수가 라이트 공격수로 겸업을 하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있다.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의 세터 황동일이 이랬던 케이스.
[1] 물론 최소한의 규정 제약은 있다. 인플레이 직전 포수를 제외한 야수는 반드시 내야든 외야든 파울라인 안에 있어야 하고, 포수는 홈베이스 뒤(당연히 페어존 바깥이 된다)에 있어야 한다. 물론 인플레이 전까지의 이야기이고, 투구나 송구(견제구) 등 인플레이 상황이 되면 모든 야수는 파울라인 안이든 바깥이든 갈 수 있다. 모 구단의 감독은 이를 모르고 투수의 투구 전에, 3루수를 포수 뒤 파울라인 밖에 가 있도록 지시했다가(당시 3루에 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3루 도루 우려는 없었고, 투수에게 고의4구를 지시한 상황) 심판에게 제지당해 미국, 일본 등 전세계 야구언론에 알려져 놀림거리가 되었다.[2] 2001년 커리어 마지막 올스타전때 당시 유격수 선발이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권유로 둘이 포지션을 바꿔서 등장했다.[3] 이닝 종료 후 교체 아웃[4] 대타로 교체 아웃[5] 이닝 종료후 교체 아웃[6] 3루수 수비가 되는 대타[7] 당시 투수는 박근홍.[8] KBO 리그/2015년 포스트시즌에서 투수 출신 외야수 나성범이 마운드에 섰던 그것과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다만 나성범의 경우는 팬서비스 차원에서의 투수 등판이었지만 이쪽은 투수 자원의 소모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