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

 

1. 소개
2. 줄거리
3. 여담
4. 속편에서의 로빈슨 크루소
5. 주요 등장인물


1. 소개


'''Robinson Crusoe'''
보통 '로빈슨 크루소'라고 하면 영국소설가 대니얼 디포(1659~1731)의 장편소설(1719년 발매) 및 그 소설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을 뜻한다.
원제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소설을 '로빈슨 크루소'로 줄여 부르는 이유는 그 원제가 '''《조난을 당해 모든 선원이 사망하고 자신은 아메리카 대륙 오리노코 강 하구 근처 무인도 해변에 표류해 스물 하고도 여덟 해 동안 홀로 살다가 마침내 기적적으로 해적선에 구출된 요크 출신 뱃사람 로빈슨 크루소가 들려주는 자신의 생애와 기이하고도 놀라운 모험 이야기》'''[1]라는 문장형 제목이기 때문이다. 사실 해당 소설이 발매될 당시 유럽의 책 제목은 이런 식의 기나긴 문장형 제목을 채택한 경우가 많았기에, 이 소설만 유독 특이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스코틀랜드의 사략선원 알렉산더 셀커크[2]의 1704~1709 총 5년간의 무인도[3] 표류기에 영감을 받아 쓰였다고 한다. 여기에 디포의 상상력이 더해져 독창적인 테이스트의 소설이 되었다. 이후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아 수많은 무인도 표류 소설들이 나왔다.
60세의 무명작가였던 디포를 순식간에 유명하게 만들어준 소설이다. 물론 그 전에도 정치학자이자 독설로 유명한 언론인으로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지긴 했다. 언론인으로서의 디포는 초반에는 독설 언론인으로 유명했고 정권이 바뀐 후로는 정권 친화적인 언론으로 변모하여 유명해졌다. 그러나 나중에 남해거품사건으로 디포는 전 재산을 잃어버리고 비참하게 살다가 쓸쓸히 세상을 떠나야 했다.

2. 줄거리


영국 요크 태생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가 원주민과의 거래를 위해 항해를 나섰다가 무어인들에게 잡혀서 노예가 되었다가 탈출하는 1부와 탈출 후 안정된 생활을 살다가 역마살 때문에 또 나갔다가 파도에 휩쓸려 배가 난파하여 혼자 무인도에 조난되는 2부가 있다. 주로 알려진 것은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로빈슨의 삶을 그린 2부로, 자세하게 묘사된 무인도에서의 생활 모습과 많은 이야깃거리들로 무인도 생존 가이드라는 평까지 얻고 있다.[4]
로빈슨의 생존력은 베어 그릴스 못지 않다. 양산을 제작하거나 빵을 먹기 위해 간이 오븐을 제작하고 그저 어깨 너머로 일하는 사람들을 쳐다봤던 것을 기억해내서 숫돌을 만들어내는 등 놀라운 능력을 지녔으며 심지어 무인도 탈출을 위한 보트를 제작하기도 한다. 몇십년간 섬에서 생활하면서 그가 인간적인 외로움에 시달리는 묘사는 의외로 상당히 적은 것으로 봐서는 정신력 또한 극강이다.[5] 그러나 발자국만 봐도 식인종이라며 집에 숨을 정도로 겁이 많은 것으로 봐서는 신중함 역시 갑.[6]
로빈슨이 표류한 섬의 정체는 소설 후반에 밝혀지는데, 실은 로빈슨이 표류한 섬은 완전히 고립된 무인도가 아니었다. 이 섬은 바다 건너에 있는 땅에 사는 야만인들이 식인을 위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섬이었다.[7] 로빈슨은 식인종들에게 잡아먹힐 뻔 했던 야만인을 구해내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알다시피 영어로 금요일라는 뜻이며, 로빈슨이 금요일에 그를 만났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그리고 프라이데이를 하인으로 삼고, 말과 문화, 기독교의 교리 등을 가르치며 함께 살게 된다.[8] 구출당한 이후로도 한동안 프라이데이의 원시인 기질은 남아있어서 배를 만들 때 반으로 쪼갠 나무의 속을 태워서 파내자고 했으나, 로빈슨은 연장 사용법을 가르칠 겸해서 로 속을 파내도록 지시한다.[9]
얼마 뒤 프라이데이의 아버지와 스페인 사람[10]이 먹힐 뻔한 것을 구해주고 이들을 섬에 살도록 한다. 이들이 준비를 해서 오기 전에 지나가던 영국 배가 반란이 일어나 이 섬에 정박하였다. 반란자들은 선장과 고급선원들을 무인도에 버릴 목적이었다.
로빈슨은 선장 일행을 도와 반란군을 진압한다. 첫 번째로 선장과 그와 같은 편에 선 선원들을 구출한 후 섬에 상륙한 자들을 때려눕히고 포로로 잡았고[11] 배에서는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자 다시 사람을 보냈다. 문제는 숫자로, 저쪽의 수가 많은지라 기회만 노리는데 얘네들이 동료들이 다 죽은 줄 알고 돌아가려고 하자 프라이데이를 시켜서 숲으로 유인했다. 그리고 밤이 되자 붙잡힌 이들 중에서 한명을 시켜[12] 항복을 유도했는데[13] 이때 선장은 이곳에는 총독님과 그 부하 50명이 있다는 거짓말을 했고 날이 어둡고 사방이 적이라 진짜인 줄 알았던 부하들은 철썩같이 믿어버리고 항복, 그리고 일부 믿을 수 없는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들은 죄다 배를 공격해 갑판장과 부선장 등을 죽이고 배를 탈환한다. 그때까지 가죽옷 입은 모습을 가리고 총독 행세를 하던 로빈슨도 배에서 가져온 정장을 갖춰입고 본격적으로 총독 행세를 한다. 그리고는 문명인들의 옷이 이렇게 답답하고 불편했나라며 생각한다.
이후 반란자들 중의 생존자들을 섬에 두고 개척을 시킨다. 어차피 당시 영국법상 반란에 단순 가담하더라도 사형 내지는 평생 노동형에 처해진다. 이들로서는 무인도에서 사는 게 차라리 낫다. 생각해보면 주인공은 가축을 모으고 곡식을 재배하는 것을 오랜 세월 혼자 해왔는데, 그 기반을 전부 양보해준 대인배인 것이다.. 한편 그 와중에도 몇몇은 사형을 당해도 좋으니 제발 살려달라며 여기에 있다간 쟤네들에게 죽을 거라고 하면서 배에 태워달라고 애원하는 이들도 몇몇 있어서 배애 태워줬다고 한다. 물론 태워주는 대가로 채찍으로 맞고 그 상처에 소금과 식초를 바르는 형벌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 아주 얌전해졌다고 나와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무려 28년 만에 조국인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후로 자신이 과거 운영을 맡겨둔 농장이 잘 되어서 그 돈으로 영국에서 풍족한 삶을 살게 된 로빈슨과 프라이데이 이야기가 번외격으로 짤막하게 나온다. 이후 늘그막에 자신이 살던 섬을 다시 방문하여 필요한 물자를 전해주는 것으로 소설의 끝을 맺는다. 한편 로빈슨 크루소의 부모님은 그 사이 죽고 없었는데 로빈슨 크루소가 죽은 줄 알아서 그에게 남긴 재산은 한푼도 없었다고 한다.[14] 소설의 끝을 맺는 문장이 걸작. “그 후로 나는 10년 동안 여행을 계속했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다른 버전에서는 “그 후로도 나는 프라이데이와 10년 동안 여행을 계속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그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해야겠다.”로 끝을 맺는다.

3. 여담


디포가 《몰 폴랜더스》 등으로 인기를 얻은 말년에 속편을 쓰는데 여기서 로빈슨 크루소는 이제는 발전한 그 섬[15]을 방문하고 바다를 통해서 중국러시아를 방문한 후 시베리아를 횡단해서 영국으로 온다. 이 작품은 1993년 책의 해를 맞아 문학과 지성사에서 최문자역으로 국내에 단 한 번 번역되었다.
디포의 크루소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되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은 첫 1편이다. 그러나 1편의 여행이 2편으로 3편으로 연결되는 구성이 아니라 3편 같은 경우에는 그냥 굴러다니던 잡문들을 긁어모아 붙였다는 평이 있을 정도로 전편 로빈슨 크루소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돼버린다.[16] 사실 디포는 1인칭 화자를 통해 실존하는 인물의 실제 이야기를 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던 작가이기 때문에 로빈슨 크루소가 지껄이면 뭐든지 독자가 속편하든 아니든 속편하게 속편이 될 수 있었다. 로빈슨 크루소가 실제로 한 이야기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이름을 걸지도 않았다.
로빈슨 크루소는 Robinsonade라는 아류 장르가 발생하여 여기에서 언급되는 방드르디 외에도 쿳시의 포나 기타 셀 수도 없이 많은 작품이 생겨났는데 일반적인 아류와 다르게 Robinsonade의 경우 그 작품성을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
15소년 표류기》 역시 로빈슨 크루소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작중에서 서비스가 매우 즐겨 보는 책으로 나오기도 했다.
심지어는 백인 로빈슨과 원주민 프라이데이의 관계를 식민주의 비판의 관점에서 3인칭으로 재구성한 <방드르디> [17]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서는 로빈슨과 프라이데이가 동성애 관계를 갖게 된다. 마지막에 로빈슨은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지만 문명사회로 돌아가기를 거부하고 섬에 남기로 한다. 반면 프라이데이는 영국 배에 남는다. OTL
외로이 혼자 남게 된 로빈슨은 살던 동굴로 돌아가는데, 그곳에서 다른 선원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신에게 친절히 대해준 로빈슨과 살기 위해 배를 나온 소년 수부와 만나게 되고 로빈슨이 소년에게 '쥬디(Jeudi)'라는 이름을 지어주면서 끝난다.[18]
후대에 와서는 굉장히 많이 까이는 작품이다. 그 이유는 노예 문제 때문이다. 사실 로빈슨 크루소는 노예를 구하려고 가다가 난파된 사람이다. 더 나아가서 프라이데이를 만나서 아메리카 원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바로 노예로 삼아버리고 프라이데이 역시 이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으며 원주민을 식인종으로 등장시키고 멸시하고 있다. 물론 그 당시의 팽배했던 노예를 당연히 여기던 가치관에 현대의 가치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로빈슨 크루소의 위대한 생존의 이야기 속에 이런 노예제 옹호적 내용이 숨어있다는 사실은 감안해서 읽어야 하고 생각해 볼 문제다.
이 소설은 1인칭 시점으로 쓰였는데, 당시에는 이런 시점에서 쓴 소설이 흔하지 않았으므로 이 책을 읽은 사람들 중에는 이 책을 '로빈슨 크루소라는 사람이 실제로 조난을 겪고 쓴 일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어쨌거나 근대 소설의 맹아라는 점에서 《돈키호테》 등과 함께 대단히 많이 연구되었던 고전.
주인공 로빈슨은 개신교 크리스천이다. 단 초반부의 로빈슨은 독실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브라질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본인을 카톨릭이라고 속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무인도에 표류하구되면서 스스로 고뇌하게 되며 또한 하느님을 찾는 모습이 배우 자주 나온다.[19] 그리고 열병에 걸려 간신히 살아난 후에야 독실한 개신교 신자가 된다. 심지어 나중에 무인도에서 탈출한 이후에는 본인을 카톨릭이라고 속였던 것이 걸려서 브라질의 재산을 정리하기에 이른다.
사실 누구라도 혼자 무인도에 표류하는 상황에서 을 찾을 수 밖에 없다만은. 그냥 마구잡이로 신앙심을 강조한 건 아니고 상술했듯 별로 신앙심이 없는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곡식 이삭이 돋아난 걸 보고 하느님의 기적이다!라며 감동하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니 빈 자루를 털 때 그 안에 있던 낟알 몇알이 떨어져 나와 싹이 자랐다고 이해하면서 신은 무슨 신... 하다가 만약 자신이 이런 양지바른 흙밭이 아닌 바위 위에서 털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몇개 안되는 낟알이 혼자서 뿌리내리고 이삭 돋고 동물에게 안먹힌 건 마찬가지로 신의 기적 아닌가.로 생각이 전달되어 마음을 고쳐먹는다. 이후에는 아예 프라이데이에게 포교까지 하는데 작중에서는 이 포교가 힘들었다고 한다. 이유는 프라이데이가 기독교를 거부한건 아닌데 일부 교리에 의문을 품어서라고. 가령 하느님이 악마보다 더 세다고 하자 프라이데이가 그럼 왜 하느님은 악마를 벌하지 않냐고 질문했다. 이에 로빈슨 크루소는 프라이데이의 식인을 언급하였는데 그러자 프라이데이가 이해를 했다.[20][21]
작중 천주교개신교의 각각의 특성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기독교 전반의 모습으로만 묘사한다. 다만 로빈슨이 천주교를 다른 종교라고 강조하는 장면은 많이 등장한다. 세월이 지나 섬에 다시 방문할 때도 성서를 전해주고 그곳에서 살던 반역 선원들을 개심하게 만든다.
상술된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알렉산더 셀커스가 홀로 살았던 섬은 칠레 앞바다에 있는 '마스 아 티에라' 섬이다. 이 사람은 로빈슨 크루소처럼 난파한게 아니고, 항해중에 자신이 탄 배가 너무 낡아서 침몰할 거 같자 자진해서 이 섬에 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예감이 맞은 게, 그 배는 이 사람을 섬에 내려놓고 계속 항해를 하던 중 침몰했다. 이 소설이 유명해져서 섬의 이름을 '로빈슨 크루소 섬'이라고 고쳤다고 한다. 지금도 관광객들이 그리 많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다. 이 섬은 2010년 1월에 발생한 칠레 대지진의 진앙지와 가까워 다시 한 번 뉴스를 탔다. 이 지진 당시 섬에 있는 3층짜리 호텔이 붕괴되어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만, 소설에서는 로빈슨 크루소가 난파한 섬이 대서양 쪽인 오리노코 강 하구와 트리니다드 섬 사이에 있는 것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노빈손 시리즈의 주인공 노빈손이 여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만화 《도라에몽》의 노진구는 로빈슨 크루소를 흉내내려고 스스로 무인도로 갔지만, 그때마다 낭패를 겪었다.
1996년 MBC에서 방영한 '로빈슨 스크로'라는 애니메이션은 이 소설을 패러디했다. 원제는 Robinson Sucroe. 프랑스-캐나다 합작 애니메이션으로 1994년에 제작했다. 로빈슨이 무인도에서 정착해서 사는데, 사실은 무인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사람들이 사는 섬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해프닝을 다룬 작품이다.
신자유주의 이론가들은 매우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고립된 무인도에서 단 한 명의 생산자인 로빈슨 크루소가 효용을 최대화하는 생산자 선택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예이기 때문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자본》 1권에서 생산이 사회적 관계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로빈슨 크루소의 예를 드는 경제학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미시경제학에서는 매우 좋아하는 예. 프라이데이를 상대방으로 추가해서 경제학의 다른 분야에서도 써먹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리카도의 비교우위론.
일부 종교계에서 이 소설이 곧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이고 이성의 시대의 인간고백의 성향이 짙다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물론 작가의 성향이 포함되었겠지만 로빈슨 크루소는 당대 흔하디 흔한 모험소설 중의 하나라는 것이 통설이다. 인기 현대물이나 라노벨이 현대까지 살아남은 격. 예나 지금이나 당대 대중들이나 이후에 재평가되어서 인기 있던 작품들이 살아남는 건 사실 당연한 일이다. 지금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작품들도 책이 막 나왔을 당시에는 흔한 대중 문학작품인 경우가 많았다.

4. 속편에서의 로빈슨 크루소


로빈슨 크루소는 2권에서 인도에서 중국과 시베리아를 거쳐 서쪽 러시아를 지나 유럽으로 가는 기나긴 여정을 겪는데, 이 과정에서 현대의 기준으로 보자면 빼도박도 못하게 제국주의로 여겨될 만한 행각을 많이 저지른다. 그중 한 예로는 타타르인들의 한 부족이 자신들의 태양신을 본딴 목상에 경배를 하는 것을 보고 "신의 자녀들이 어쩌다 나무쪼가리에게 경배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라며 한탄하고는 밤에 부족을 기습해 목상에 폭약을 채워 터트리고는 저항하는 타타르인들을 죽이기도 한다. 그래놓고 타타르의 다른 부족들이 자신들의 신을 모욕했다며 따지러 오자 배째라며 버틴다. 그 외에도 로빈슨 크루소가 중국인들이나 다른 유색인종 국가들을 은근히 깔보고 무시하는 인종차별, 문화차별적인 서술을 작중에서 엄청나게 자주 하는 등 1편에서 보여준 어느 정도의 도덕적인 모습이 옅어져간다. 그래도 같이 행동하던 선원들처럼 원주민들에게 행패부리던 동료가 죽었다고 원주민들을 다 죽여버리려는 개막장짓을 말리려 하는 등 아주 나쁜 놈이 된 것은 아니다.

5. 주요 등장인물


  • 로빈슨 크루소
위에서 설명한 대로 무인도에서 외롭게 혼자 산 사나이. 본래는 영국중산층 가정[22]의 셋째 아들이지만 위의 두 형이 차례로 죽거나 실종되어[23] 부친의 재산을 모두 상속[24]받아 고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여건이었지만 젊은 혈기에 모험을 해보려고 바다로 나간다.
첫 항해 때 폭퐁우에 휘말려 죽을 뻔했지만, 둘째 항해 땐 나름의 성공을 거두어 세 번째 항해에 나섰다가 무어 해적의 습격을 받아 해적 선장의 노예가 되어 고생하다가 간신히 탈출, 포르투갈 선박에 구조되어 브라질에서 농장주로서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으나 슬슬 지루함을 느끼던 차에 이웃 농장주들과 합자로 노예무역을 하게 되었는데 일종의 관리감독자로 따라나섰다가 폭풍으로 배가 난파하면서 무인도에 홀로 표류하게 된다.
무인도에서 혼자 살다보니 농사, 염소치기, 옷 만들기, 토기 굽기 등 온갖 일에 능숙해졌다.[25] 프라이데이를 구조해 노예 겸 친구로 같이 지내다가 반란을 일으킨 영국 상선의 선장의 편을 들어 반란을 진압하고 그 덕분에 영국으로 귀환할 수 있게 된다.
  • 프라이데이
로빈슨이 구해준 잘생긴 원주민. 금요일에 구해줬다고 이름을 프라이데이로 붙였다. 본래 로빈슨이 사는 섬은 프라이데이의 종족이 전쟁을 하고 나서 붙잡은 포로를 잡아서 먹는 데 쓰던 곳이었다. 적대 부족에게 잡혀서 잡아먹힐 뻔한 것을 로빈슨이 구해줬기 때문에,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로빈슨의 충복이 된다. 나중에 로빈슨은 프라이데이의 아버지도 구해줘서 더욱 깊이 탄복한다. 로빈슨이 고향에 돌아갈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고향에 돌아간다는 것 자체는 좋아했으나, 로빈슨이 자신을 떠나서 고향에 돌아가도 좋다고 하자, 차라리 죽이라며 자신은 로빈슨을 떠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식인종이지만, 원래 프라이데이의 부족도 적대 부족의 인육 이외에는 먹지 않았던 듯하다. 실제로 프라이데이의 부족에는 유럽인이 있기도 했다. 어쨌거나 로빈슨이 염소 고기를 요리해서 먹게 하자 이쪽이 더 맛있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인육을 먹지 않겠다고 맹세하기도 한다. 그래도 처음 로빈슨에게서 식인을 금지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실망하기도 했다.[26] 소금의 존재를 몰랐으며, 로빈슨이 고기에 소금을 찍어 먹는 것을 보고 따라했다가 뱉어내고 입 안을 몇 번이나 부신다.
처음에는 을 무서워했지만 나중에는 로빈슨에게 총 다루는 법을 배워서 사격에 능해진다. 하지만 로빈슨과 같이 마다가스카르 섬을 지나가면서 거기 사람들에게 로빈슨을 주인으로 섬기라는 명령을 내리다가 그들의 저항으로 죽는다.

[1] 영어 원문으로는 《The Life and Strange Surpriz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Mariner: Who lived Eight and Twenty Years, all alone in an un-inhabited Island on the Coast of America, near the Mouth of the Great River of Oroonoque; Having been cast on Shore by Shipwreck, wherein all the Men perished but himself. With An Account how he was at last as strangely deliver'd by Pyrates》이다.[2] 이 사람이 섬에서 지낸 계기도 기가 막힌데, 보통 해적이나 사략선원이 무인도에서 생활하는 건 난파하거나 해적들 간의 형벌로 강제적으로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배에서의 생활이 지루해서 자진해서 하선하길 청했다. 또 구조될 때는 이미 무인도 생활이 너무 익숙해서 선뜻 떠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3] 현재 칠레령인 후안 페르난데스 제도의 마스 아 티에라 섬에서 지냈다. 참고로 이 섬은 1966년에 공식적으로 로빈슨 크루소 섬으로 개명되었다.[4] 무인도에서 살 집의 위치 선정, 목장 경영, 섬에서 탈출하기 위한 배 만들기 등등 서바이벌 쪽에 관심 있는 사람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들이 넘쳐난다.[5] 인간적인 외로움에 대한 묘사는 미미하나 대신 종교적인 고뇌에 대한 묘사는 본 소설의 주제라 할 만큼 자주 등장한다.[6] 사실 이게 정상이다. 굳이 식인종이 아니더라도 처음 조우하는 관계는 편한 관계는 아닌 데다가 특히 로빈슨 크루소는 혼자인 만큼 처음 보았을 때 일이 벌어진다면 자신을 지킬 수 없다. 화약무기가 있긴 하지만 전장식 총기 수준으로 혼자서 수십명을 상대하긴 턱도 없고 프라이데이를 구한 건 우연의 일치였다. 이후 다른 포로들을 구할 땐 사격술을 익힌 프라이데이라도 있었고 의식에 정신 팔린 식인종에게 선공을 가해서 이길 수 있었다.[7] 다만, 엄밀히 말하면 '사람이 방문하는 섬'이라고 해서 무인도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무인도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섬을 뜻하기 때문이다. 야만인들은 몇 년에 한 번씩 당일치기로 왔다갈 뿐이었으니.[8] 사실 프라이데이도 식인종이다. 로빈슨의 명령으로 그만두지만. 처음에 프라이데이는 인육 맛있는데 왜 못 먹게 하냐며 불평한다. 그나마도 염소고기 좀 주니까 염소고기가 더 낫다며 다신 사람고기를 안 먹겠다고 하지만 여튼 로빈슨 크루소는 프라이데이의 식인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다시 식인을 한다면 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했다.[9] 속을 그냥 태우는 것은 의외로 어려운 기술이 수반된다. 잘못하면 나무가 그냥 다 타 버려서 이 일을 하려면 필요한 부분만 태우고 끄고 태우고 끄고를 반복하는 수준 높은 스킬이 필요하기 때문.[10] 이 사람은 표류한 후 프라이데이의 나라에서 동료들과 살고 있었다.[11] 선장의 말로는 그들 중에서는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이들이 두 명 있지만 나머지는 겁에 질려서 혹은 억지로 반란에 참여해야 했을 자들이라고 말하는데 이에 로빈슨 크루소는 그들만 제압하면 나머지들은 저절로 항복할 테니 그 두놈만 해치우고 나머지는 용서해주자고 했고 진짜 로빈슨 크루소 말대로 그 두명이 죽자 나머지들은 버로우타고 항복했다.[12] 우연히도 이 사람의 이름도 로빈슨이었다.[13] 이때 선장이 윌 앳킨스만은 용서할 수 없다고 하고 윌 앳킨스는 나만 잘못한게 아니라며 울고불고 하는 해프닝이 일어난다. 하지만 선장 말에 의하면 윌 앳킨스는 반란을 일으킨 부선장 명령에 가장 충실했다고.[14] 다만 작중에서 선장이 워낙 많은 것을 선물로 주었고, 상술했듯 운영을 맡겨둔 농장도 잘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재산 문제는 별탈없이 넘어갔다.[15] 스페인 사람과 남겨진 반란자들을 위해서 원주민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이들이 가족을 이루어서 섬은 하나의 공동체로 발전한다.[16] 3편은 <로빈슨 크루소의 명상록>이라는 제목으로 로빈슨 크루소 1, 2편에 나오는 종교적인 내용을 따로 묶어 정리한 책이다. 책의 주제 역시 '내가 무인도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하느님의 교리에 충실이 따랐기 때문이니 너님도 하느님 믿으셈'이다.[17] 프랑스어로 '프라이데이', 미셸 투르디에, 한국에서는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라는 제목으로 민음사에서 나왔다.[18] Jeudi는 프랑스어목요일이라는 뜻이다.[19] 주로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로 병에 걸렸을 때 그랬고 섬을 빠져나가려다가 오히려 죽을뻔했을 때도 그랬다.[20] 로빈슨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허를 찔린 나머지 당황하다가 "네가 식인을 했을 때도 하나님이 바로 벌하지는 않았지. 그것과 비슷한 거다."라고 해서 이해시켰다.[21] 사실 로빈슨 입장에서는 대충 둘러댄 건데 프라이데이가 "아, 그러니까 주인님, 저, 악마 모두 나쁩니다. 모두 살아남아 회개합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모두 용서하십니다."라는 문장으로 이해해버려서 로빈슨이 프라이데이의 총명함에 탄복하는 묘사가 있다.[22] 모험을 원하는 로빈슨에게 부친이 중산층의 평범한 삶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에 대해 설명하며 달래는 장면이 있다. 덧붙이자면 아버지브레멘에서 킹스턴어폰헐을 거쳐 요크에 온 상인이고, '로빈슨'은 어머니 성씨다. 아버지 성씨 크루저(Kreutznaer)를 영어식으로 부르다 보니 '크루소(Crusoe)'가 됐다.[23] 큰 형은 전쟁터에서 전사했고, 둘째 형은 집을 나가서 실종되었다.[24] 당시 영국은 큰아들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주는 게 전통이었다고 한다. 즉, 장남 이하 아들들은 성인이 되면 각자 알아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했다는 뜻. 이건 사실 북유럽 바이킹의 전통이기도 했다.[25] 덤으로 신앙심도 깊어졌다.[26] 이를 본 로빈슨은 인육을 먹겠다면 죽여버리겠다는 말로 협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