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경(고려)
1. 개요
고려 초기의 무신. 해서 지역 호족인 박지윤의 아들이며 박수문의 동생이자 태조의 부인인 몽량원부인의 아버지로 태조의 장인이다.
2. 생애
평주(지금의 황해도 평산군)의 대호족인 박지윤의 아들로 고려사, 고려사절요 등에 따르면 품성이 용감하고 굳세며 임기응변이 뛰어났다고 한다. 그런만큼 고려의 왕인 왕건을 섬기면서 원윤이 되었는데 후백제와의 전쟁에서 기발한 계책으로 여러차례 승리하였다. 조물성 전투에서는 은영이란 장군과 더불어 하군으로써 대상 제궁[1]이 이끄는 상군과 원윤 왕충이 이끄는 중군과 함께 출전했는데 상군과 중군은 패배했으나 박수경의 하군만이 승리했다. 왕건은 기뻐하면서 그를 원보로 승진시키고자 하였으나 박수경은 형 박수문이 아직 원윤이기에 그리할 수 없다며 사양하였고 이에 박수문까지 원보로 승진했다.
발성(勃城) 전투에서 왕건이 포위당하는 위기 속에서 그가 힘껏 싸운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고 일리천 전투에 참전하여 견신검의 군대를 격파하는 공도 세웠다. 이후 전공으로 인해 역분전이 제정되어서 공신들이 토지를 받을 때 2백 결의 토지를 내려받았고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여동생인 성무부인과 조카인 월경원부인에 이어 자신의 딸도 태조의 부인인 몽량원부인이 되었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자신이 뛰어난 명장이기도 하지만 패서 호족인 평주 출신이어서 그런지 자의든 타의든 그의 아버지와 형과 같이 왕의 장인이 될 정도로 고려 내 여러 호족 세력들 중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태조 사후에는 정종 때 다시금 이름이 언급되는데 즉위 초의 내란을 진압한 공으로 대광의 직위에 올랐으며 형 박수문과 더불어 대광의 신분으로써 서경 인근에서 축성을 감독했는데 정종과 왕식렴이 추진하던 서경 천도 계획에 투입된 듯하다. 형 박수문은 왕규, 염상 등과 더불어 왕건이 죽기 전에 혜종을 보필하라는 명을 받은 고명대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그런데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왕규와는 달리 박수문, 박수경 형제는 살아있었는데 형제가 같이 살아있을 수 있던 이유는 2가지로 추측된다. 1번째로 박씨 형제는 패서 호족 출신으로써 왕식렴과 친밀했을 가능성이 높기에 그와 뜻을 달리했어도 생존했을 수 있다. 2번째로 이미 혜종 또는 왕규, 박술희 등 지지 파벌과 관계가 틀어졌거나 조정 내 갈등으로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해 이들과 멀어지는 것으로 화를 피했을 수 있다. 서경의 왕식렴은 물론이고 왕소(훗날의 광종) 등과의 관계로 인해 신주, 황주, 정주 등 패서 호족과 연결고리가 있는 충주를 따름으로써 생존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사 등에서 박수경의 공이 컸다고 언급하는걸 봐서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을 듯.
정종의 뒤를 이어 광종이 즉위했을 때는 광종이 그로 하여금 개국 초부터 공이 있던 이들을 조사하여 녹봉을 나눠주게 하였다. 외가인 충주나 처가인 황주가 아닌 그에게 그러한 일을 맡긴 것으로 봐서는 대광이라는 그의 위치도 관련이 있겠지만 광종이 즉위함에 있어서 정종 때의 왕식렴과 같이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얼마 안 가서 광종은 공신을 비롯한 호족들을 왕권 강화를 위해 숙청하기 시작했는데 광종 15년에 박수경의 세 아들인 박승위, 박승경, 박승례 등이 참소를 당해 옥에 갇히게 되자 박수경은 근심하다 분에 이기지 못해서 화병으로 죽었다. 이후 여러차례 추증되어 사도, 삼중대광에 오른다.
3. 대중매체에서
-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는 김관기가 연기하였다. 형 박수문과 함께 그때그때의 전황에 대해서 한 마디하는 정도의 역할로만 나온다. 매번 군회의 때마다 박수문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박수경이 부연설명을 하는 식의 패턴을 보여 가뜩이나 없는 존재감이 안쓰럽다. 형은 단기 접전에서 언월도를 들고 김총이라도 제압했는데 박수경은 군졸들만 열심히 죽인다.
- 드라마 제국의 아침에서는 정상철이 연기하였다. 태조 왕건에서 제국의 아침으로 이어진 인물 중 배우간 외모 싱크로율이 높은 편. 비중이 급상승하여 왕권을 견제하는 호족 세력 중에서도 막강한 군세를 가진 인물로 왕규와 왕식렴에 이어서 광종의 가장 큰 정적으로 나온다. 광종이 머리를 숙여가면서까지 도움을 얻고 나서야 겨우 즉위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위용을 과시했으나 광종이 절치부심한 끝에 반격에 나서자 점차 밀려 결국 권력을 내놓고 낙향해 편안한 노후를 즐긴다. 하지만 아들들이 권력에 대한 욕심을 부려[2] 효은태자를 옹립해 광종을 시해하려다 실패하고 처형되자 실의에 빠진채 자결하는 씁쓸한 최후를 맞는다. 권신이나 유화적인 성격으로 적을 만들지 않아 왕규, 박술희, 왕식렴 등이 권력다툼을 하는 와중에도 슬쩍 비껴나 세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광종 입장에서는 왕권 강화를 위해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인물에 지나지 않았고 성격이 유유했던 박수경은 광종과 광종에게 반발하는 아들들 그 어느 쪽도 저지하지 못하고 자신은 잘못한 것 하나없이 주변에 떠밀리듯 파멸해버렸다. 여러모로 비극적인 인물.
-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에서는 성동일이 연기하였다. 고려의 대장군으로 등장하며 딸로 박순덕이 있다.
[1] 성종과 천추태후의 아버지인 대종과 광종의 왕후인 대목왕후의 외조부인 황보제공인 것으로 추정된다.[2] 다만 자신들이 본래 가지고 있던 권리를 되찾으려는 욕심이었다. 광종은 왕권 강화를 위해 호족들이 소유하고 있던 권리를 하나씩 박탈해 나갔기 때문에 이들의 불만을 산 것. 산전수전 다 겪은 박수경은 황제에게 맞서봤자 가문만 절단날 뿐이니 자신과 아들들의 의무는 조용히 가문을 보전하는 것이고 황도로 돌아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건 손자 혹은 이후 세대의 일이라고 생각해 순순히 권력을 내놓고 고향에 내려와 아들들에게 거듭 충고했지만 혈기만 넘친 아들들은 아버지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반란을 일으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