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 장기수
1. 개요
1945년 8.15 광복 후 1999년까지 주체사상,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상을 포기하지 않고''' 사상전향제도에 따라 대한민국의 감옥에서 장기간 생활한 반역자, '''자생적 게릴라, 조선인민군 포로 및 남파 간첩'''을 말한다.
대다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이유로 7년 이상의 형을 살고 복역한 뒤 사상을 전향하지 않은 채 확신범으로 찍혀 장기복역을 한 사람들이며, 1975년 사회보호법 시행 후 형기는 2년씩 더 연장되었다.
2. 상세
처음 표기는 이적행위자, 간첩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명칭이 변경된 경우이다.
1960년대를 전후하여 일부 간첩 등의 케이스[1]를 제외하고는 전원 풀려났다가 1975년 사회안전법이 제정되면서 보안감호처분을 받아 재수감되어 1978년 청주보안감호소[2] 신설 후 그리로 이감됐다.
1989년 보안감호제도 폐지 후 80여 명이 풀려났으나 이후에도 50여명의 장기수들이 여전히 석방되지 못하였고, 1991년에 33년을 수감한 왕영안 씨가 석방된 이후에도 공론화되지 않다가 1992년 여름 민가협의 명동성당 농성을 필두로 목요집회, 하루감옥체험 등을 통해 장기수 문제를 세상에 널리 알리면서 1995년 광복절 특사 때 세계 최장기수 김선명(45년), 안학섭(43년) 등 3명이 석방되었고, 20세기가 저물어가던 1999년 12월 31일에 신광수와 손성모가 석방된 것을 끝으로 전원 석방되었다.
다시 말해 1988~1989년까지 출옥한 대다수는 평균 31년 정도 교도소 생활을 했다. 그러나 석방 이후에도 사회안전법에서 변경된 보안관찰법에 근거한 보안관찰 대상자로 한동안 경찰의 삼엄한 감시를 받게 되었다.
1998년 7월에 사상전향제도를 폐지하고 준법서약제도로 바뀐 만큼 비전향이란 표현과 용어는 부적절하며 또 더 이상 수감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장기수란 표현도 적절치 않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것 또한 명확하지 아니하고, 분명하지 않은 만큼 논란이 있었다. 그래서 '''출소간첩 등 공안사범'''이란 용어로 통일하여 사용을 권장하였지만,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에는 합의문에 표기된 대로 비전향 장기수라는 표현을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후 김대중 정부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정책 추진으로 북한의 김일성과 김정은의 체제의 선전적인 명분만 강화시켜주게 되었으며, 북한 주민에게 악영향을 끼치게 되어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2.1. 자유와 인권
6.25 전쟁 이후의 대한민국 사회는 공안 사건은 물론, 일반 시민조차 자유와 인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빈번했다. 술에 취해 정부를 비판하거나 반정부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1~2년씩 가는 일은 일상이라 뉴스거리도 안되고, 남로당같은 지하정당을 구축하거나 주민등록이 안된 직파 간첩도 아니고 '''무고한 사람들을 기소하여 없는 죄를 만들어 사형에 처한''' 명백한 사법살인 사건인 민족일보 사건(조용수), 인혁당 사건이 터진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따라서 그냥 일반인도 반정부 인사도 아닌 '''진짜 '빨갱이''''인 이들이 받을 처우가 어땠을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사건에 따라 자유를 침해당하거나 인권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대한민국 교도소의 환경은 냉전 시절 자유와 인권을 무시한 처우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고, 1990년대에도 처우가 좋지 않다가 2000년대 들어서 서서히 개선되는 형태를 보였다. 당장 이 시기 비주류 시민단체인 민가협을 비롯, 북한인권을 위한 한변이나, 민변을 비롯해 국가인권위원회, 자유 언론을 위해 조사에 나선 바 있다. 수형자처우분류규칙에 따라 5등급으로 분류한 것까지야 그렇다 쳐도 수용자들에게 밥을 제대로 주지 않고 치료도 아예 제공해주지 않고 서적 소유와 접견, 서신, 운동을 제한/금지한 것은 물론이요, 이보다 더 끔찍한 것으로는 강제 전향을 목적으로 이뤄진 가혹행위가 꽤 많았는데 전향 공작을 담당하는 공무원인 교회사를 비롯하여 교도관들은 물론이요, 조폭이나 양아치 출신 강력범, 일명 '떡봉이'들을 동원한 일방적인 구타는 예사였고, 0.75평의 비좁은 방에 화장실조차 갖춰지지 않은 곳에 가둬 두다가 풀어 주기도 했다. 단식투쟁을 하면 고무호스를 입에 쑤셔넣어 '강제급식'을 실시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1980년에는 변형만과 김용성이 사망했다.
전향을 선언한 경우 정치인, 군인, 외교관이 되거나 책을 써서 북한의 인권을 비롯한 김일성에 대한 각종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당연히 비전향 장기수들도 이러한 처우를 받아서, 숱한 희생자가 발생했고 일부는 강제 전향을 중단하라는 유서를 쓰고 자살하기도 했다. 남파간첩이야 그렇다 쳐도 단순히 공산주의를 믿는 것만으로도 끌려오는 경우도 있었으며, 그들이 말하는 공산주의를 비롯하여 새로운 신분제를 구축하는 건 핵심계층, 동요계층, 적대계층 등 북한에서는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으나, 대한민국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다.
2000년 대한민국과 북한과 합의를 통해 장기수들이 북한에 송환되기도 했으나, 당시에 강제전향한 사람들은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송환 이후 북한의 대응으로 비전향 장기수는 김일성과 김정은의 북한의 체제 선전용으로 변함없이 쓰이고 있으며, 북한 주민에게 악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악수를 둔 결과로 대한민국 또한 불필요하게 국력낭비와 희생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차라리 북중 국경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돕고, 많은 북한 주민과 납북된 가족을 중국 및 러시아 방향으로 구출을 위한 많은 노력을 했다면 다른 결과가 대한민국에게 돌아왔을 것이다.
2.2. 북한의 대응
비전향 장기수 송환 등 관련 문제는 1989년 이인모(1917~2007) 장기수[3]가 병상에서 쓴 수기 및 <북의 어머님께>란 장문의 편지를 월간 말 등지에 소개하면서부터 처음 알려졌다. 그의 생존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북한에 사는 부인과 딸이 "우리 남편을 돌려주세요"라는 호소를 <로동신문>에 실었고, 북한 정부도 1992년 1월 남북교류협력 분과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송환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한국 정부가 '조건부 송환' 의사를 밝혔으나 실행되지 못했다가, 1993년 문민정부 출범 후 그는 3월 19일, 휠체어를 탄 채 42년만에 북녘에 있던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송환 당시 대한민국 여론은 '전향적 대북정책의 일환'이라 평가한 반면, 북한 사회는 환영 행사로 떠들썩했다. 감옥에서 34년 간 살면서도 전향서를 쓰지 않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왔으니 주민들에게 ‘충성심의 표상’ 및 '사회주의의 우월성 입증' 등으로 선전하기가 딱 좋았다. 북한에서는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까지 제작되었다. 사실 이 때문에 이인모가 송환되었을때 대한민국에서도 상당한 비판/비난 여론이 제기되었다. 반면 재야사학자 임영태는 1998년에 낸 저서 <대한민국 50년사> 2권에서 "이인모의 송환은 정치적 의도와 상관없이 하나의 아픔이자 감동이다"라고 평했다.
자세한 내용은 이인모가 1989년경부터 <월간 말>지에 연재한 수기를 모은 수기집 <이인모 : 전 인민군 종군기자 수기 (1992, 월간 말)>에서 나온다.
이인모가 송환된 이후 7년만인 2000년에 김대중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해결하자는 합의에 따라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을 송환하기도 했다.
2.2.1. 북한의 초기 대응
상충되는 많은 여론이 있었으나, 2000년 남북정상회담 대가적 보상, 즉 김대중의 독단적인 의견이 강했다. 북한 김일성은 대한민국 정부가 희망하는 북한에 머물고 있는 480여 명의 납북어부와 500여 명의 국군포로, 대한민국으로 오길 바라는 북한이탈주민 송환은 거부했다.
2.2.2. 송환 이후
안찬일 영상에 의하면, 비전향 장기수는 김영삼 정부가 집권한 1990년대 초반에 이인모를 북한에 송환하였다. 북한에 아내와 딸이 있어서 늘 갈려고 했기에 송환했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대남선전에 최고의 롤모델이 되어 대접받고 이용되었는데, 심지어 아프고 위태롭다고 하니 미국의 존스홉킨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해주었다.[4] 김대중 정부가 집권한 뒤로 60명의 장기수가 송환되었다. 처음엔 송환된 장기수에게 아파트도 주고 열렬히 환영했는데, 그들에게 대부분 결혼까지 시켰고, 심지어 장기수 중 젊은 편에 속하는 60대 장기수는 애까지 낳았다. 다만 70대는 다소 무리라 애는 낳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이 장기수와 결혼한 30대, 40대 여성들은 측근에서 감시하는 1호 감시원이었다. 매일 감시를 하고, 보고하는 역할이었다.[5] 이렇게 부인이 서약서를 쓰고 감시해 보위원에게 전달했었다. 이렇듯 북한에서는 비전향 장기수보단 당과 명령이 더 중요했던 것이었다. 거기다가 매월 콩기름이나 설탕 가루 등을 받으니 더 잘 감시를 하고 더 보고한 것이었다.
그 중 감시원 아내가 있는 상태에서 장기수 중 1명이 말을 실수했다고 한다. 인삼주를 많이 마시다가, '''내가 그래도 남조선에 살 때 자유는 있었다. 감옥은 있어도 배고픈 적이 없고, 하고 싶은 운동도 좋은 기계를 가지고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비전향 장기수들이 북한 당국이 북한의 감옥이 어떤지 견학했는데, 황해북도 사리원에 있는 외국인 감옥에 데리고 갔다.[6] 그런데, 외국인 감옥을 둘러보고 나온 비전향 장기수들의 입에서 이구동성으로 '''나는 남조선 감옥에 30년간 있어도 건강한데, 저 감옥에서는 3달도 못 돼 죽어버릴 것 같다'''고 하였다. 이 말은 다 보고가 되는데, 그렇다고 비전향 장기수 단체로 이구동성으로 말해서 모두 없애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시범적으로 자기 아내에게 남조선이 어떻게 자유가 있고, 좋은 이야기를 말했던 장기수는 수용소로 끌고 갔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입을 막을 수 있다고 하여, 북한에서는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의 감옥에서 왔었던 장기수를 다시 북한의 수용소로 보내버렸다.
3. 기타
비전향 장기수를 다루거나 등장하는 대한민국 영화로는 송환(다큐멘터리), 선택(극영화), 친절한 금자씨[7]가 있다. 그 외 비전향 장기수 허영철씨의 자서전으로 "역사는 나를 한 번도 비껴가지 않았다"와 이를 박건웅이 만화화한 "나는 공산주의자다" 1, 2, 같은 작가가 2004년에 그린 만화 "꽃"이 있다. 소설로는 김하기 작가의 1990년 작품 "완전한 만남"과 조정래 작가의 2006년 작품 "인간연습"이 있다.
수기집으로는 이인모가 월간 말에 연재한 수필을 모은 "이인모: 전 인민군 종군기자 수기", 인권운동가 서승이 지은 "서승의 옥중 19년"이 있다. 북한에서는 이인모의 수감 시절을 모티브로 선전극 민족과 운명을 제작했다.
2020년 11월 BBC 코리아에서 송환 명단에서 제외된 강제전향 장기수들을 인터뷰한 영상이 있다. 당시 장기수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4. 관련 문서
[1] 당시의 간첩은 제대로 간첩질을 하다가 잡히면 당연히 사형. 그 전에 잡히거나 남파 직후 소탕작전으로 인해 발각되어 잡히는 등의 경우에도 무기징역이 기본으로 선고되었다. 그리고 무기징역은 원래 10년을 복역하면 가석방 자격이 주어지는 거지 필요하면 '''영원히 안 풀어줘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그래서 수십년 간 수감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나왔던 것이다.[2] 보안감호제도 폐지 이후에는 그 자리에 청주여자교도소가 들어섰다가, 2003년에 현 위치로 신축 이전하면서 현재는 청주외국인보호소가 들어섰다.[3] 함경남도 풍산 출생. 일본 도쿄공고 출신으로 6.25 전쟁 당시 북한군 소위로서 남하 후 조선로동당 경남도당 군사위원회 지도위원으로 재직함. 1950년 9월 국군의 반격으로 지리산에 숨어 빨치산으로 활동하다가 국군의 토벌로 검거되어 광주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가, 이후 군법회의에서 7년 형을 선고받고 대전형무소, 부산형무소를 거치다 1959년 석방됐으나, 1961년 6월 지하당 자금사건에 연루되어 대전교도소로 재수감됐다가 1968년 광주교도소, 1975년 대전교도소, 1978년 청주보안감호소를 각각 거치며 1988년 석방 시까지 도합 36년간 감옥생활을 했다.[4] 북한의 의료수준은 참담하다. 보통은 링겔병이 없어서, 사이다병을 통해 맞거나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게 전부다. 이인모가 북한이 아닌 해외로 나가 치료받는 건 매우 드문 극소수의 0.01%의 사례나 다름없다.[5] 보고 내용은 어젯밤에 무슨 말을 했다. 무슨 불평을 했다. 밥은 무엇을 먹었는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다 보고를 한다.[6] 일반적인 북한의 감옥이 아니다.[7] 주인공인 금자씨가 복역했던 여자 교도소의 최고참이자 무기수인 비전향 장기수의 수발을 들어 주었고, 그 친절함에 총 설계도를 넘겼다. 소설판에서는 훗날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자 북으로 송환, 김정일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