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점
1. 氷點
氷點
액체를 냉각시켜 고체로 상태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할 때의 온도.
2. 일본 소설가 미우라 아야코의 소설
'''氷点'''
1964년 일본 아사히 신문에서 주최한 1천만 엔[1] 현상 소설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으로 당선된 작품. 이듬해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어 큰 호평을 받았으며 책으로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전직교사였다가 남편과 함께 잡화상을 운영하는 평범한 주부였던 미우라 아야코(三浦綾子)는 이 작품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로 떠올랐다.
참고로 작가는 일본에서 보기 드문 개신교 신자이다. 그래서 소설의 주제도 대부분 타락과 구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도 수입, 번역되었는데 개신교적 내용이 호감을 끌었는지 광복 이후 가장 처음 국내에서 성공한 일본 소설로 꼽힌다.[2] 1960~80년대 정도에 출생한 사람들은 특히 일본 문학 입문을 이 작품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2.1. 등장인물
- 쓰지구치 게이조(辻口啓造): 의사. 종합병원 원장.
- 쓰지구치 나쓰에(辻口夏枝): 게이조의 아내.
- 쓰지구치 도루(辻口徹): 게이조와 나쓰에의 첫째.
- 쓰지구치 루리코(辻口ルリ子): 게이조와 나쓰에의 둘째.
- 쓰지구치 요코(辻口陽子): 루리코가 죽고 난 후, 게이조와 나쓰에가 입양한 양녀.
- 무라이 야스오(村井靖夫): 게이조의 병원에서 일하는 안과 의사.
- 기타하라 구니오(北原邦雄): 도루의 대학 친구.
- 다카키 유지로(高木雄二郎): 게이조의 친구, 산부인과 의사 겸 영아원(영아 고아원)장.
- 후지오 다쓰코(藤尾辰子): 무용가. 나쓰에와는 고등여학교 동창으로, 절친한 친구.
- 마쓰사키 유카코(松崎由香子): 게이조의 병원에서 일하던 사무원.
- 사이시 쓰치오(佐石土雄): 루리코를 죽인 범인.
- 사키코(咲子)
2.2. 줄거리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의 종합병원 원장인 쓰지구치 게이조를 남편으로 둔 26살의 아름다운 나쓰에는, 5살 아들 도루와 3살 딸 루리코의 엄마이며, 부족할 것 없이 우아한 사모님으로 살고 있다. 그녀는 눈이 아파 남편의 병원 안과에서 진료를 받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28살의 젊은 미남의사 무라이와 알게 된다.
무라이는 나쓰에가 자기 상사의 아내인 것을 알면서도, 그녀에 대해 애정을 품고는 어느 대낮에 그녀의 집에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3] 나쓰에는 일부러 시치미를 떼고 다른 여자의 사진을 내밀며 '좋은 신붓감이 있으니 소개시켜 드릴게요'라고 권한다. 무라이는 기대로 부푼 가슴을 안고 왔다가 허망해하며 '사모님은 정말 잔인하시군요'하고 확인사살을 해줬다.
그 순간, 나쓰에의 어린 딸 루리코가 집안으로 들어와서 칭얼댄다. 고작 3살밖에 되지 않은 루리코가, 어른들 사이의 분위기가 어딘지 이상한 것을 알았는지 불편해한다. 루리코는 "나는 무라이 선생님이 싫어!!"라고 소리치고, 나쓰에와 무라이는 당황한다. 나쓰에는 무라이와 단둘이 있고 싶은 마음에, 루리코에게 "친구 집에서 놀다 오라"고 타일러서 밖으로 내보낸다. 하지만 무라이의 고백은 끝까지 거부한다.
무라이가 돌아간 뒤 나쓰에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격렬하게 피아노를 치는 도중, 남편 게이조가 예정보다 일찍 귀가한다. 게이조는 거실 테이블 위의 재떨이에 담배꽁초가 있는 것을 보고 누군가가 집에 들렀음을 직감하여 나쓰에를 의심한다. 나쓰에는 물론이고 게이조도 비흡연자라서, 이 집안에 담배를 피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쓰에의 친구 다쓰코는 담배를 피우지만, 그녀는 거실에 올 일이 별로 없었다.
한편 루리코는 밤늦게까지 귀가하지 않고, 걱정이 된 쓰지구치 부부는 경찰에 신고까지 하고 밤새 루리코를 기다린다. 그러나 결국 루리코는 인근 숲 속에서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우연히 나쓰에의 한 마디에 그날 낮에 무라이가 다녀갔었음을 알게 된 게이조는, '아내가 무라이와 불륜을 벌이느라 루리코를 밖으로 내몰았구나!!'라고 오해하게 된다.
며칠 뒤 루리코를 죽인 범인이 잡힌다. 사이시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갓난 딸이 하나 있는 홀아비였고, 숲 속에서 우연히 만난 루리코와 놀아주다가 갑자기 루리코가 엄마를 찾으며 울기 시작하자 홧김에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밝혀진다. 그러나 경찰의 취조를 받던 중 사이시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압박감, 피로를 이기지 못해 충동적으로 목을 매달고 자살한다.
게이조는 나쓰에에 대한 원망이 아직 남아 있기는 했지만, 루리코를 잃은 충격에 일시적으로 정신이상까지 와버린 나쓰에를 가엾게 여겨 그녀의 불륜[4] 을 용서하기로 한다. 그 후로는 나쓰에도 곧 회복하고 다시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간 듯했다.
하지만 몇 달 뒤, 결핵에 걸려 멀리 요양을 위해 떠나게 된 무라이가 떠나기 전날 다시 나쓰에를 찾아와 작별인사를 하게 된다. 그러던 중 나쓰에에 대한 애정을 주체하지 못해 충동적으로 그녀의 목에 키스하여 키스자국을 만들고, 그날 밤 그것을 본 게이조는 또다시 오해를 하고 분노에 사로잡힌다. 결국 그는 나쓰에에 대한 복수의 일환으로 몰래 산부인과 의사이자 유아원을 경영하는 자신의 친구 다카기에게 부탁해 사이시의 딸을 입양해서[5] 훗날 그녀에게 폭로할 계획을 세우게 되고…[6]
다카키는 게이조를 시험하기 위해 부부에게 스미코란 3개월 정도 된 여자아이를 유아원 보모에게 시켜서 데려와 보여주며 입양보낸다. 이 때에 아이의 친부모에 대해 궁금해하는 나쓰에에게 부모에 대해 궁금해하지 말라던 다카키는 쓰지구치 부부가 부모라고 하다가 이후 "아버지는 학생이고, 어머니는 유부녀인 사이에서 태어난 불행한 아이"[7] 라고 둘러댄다. 이 아이를 마음에 들어한 나쓰에는 "새 이름을 붙여주자"며 죽은 딸 루리코의 이름으로 부르려 하지만, 진상을 아는 게이조는 "스미코도 괜찮은 이름"이라며 반대하였다. 그러다가 결국 나쓰에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이름인 '요코'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키우게 되는데…[8]
2.3. 극화
일본에서는 이미 1966년 영화화가 되었고 한국에서는 1년 뒤에 '''무단으로''' 로컬라이징이 되어 영화화되었다. 다만 그나마 원작을 따르는 건 67년판이고 영화로 잘 알려진 판은 1981년에 원미경 주연의 빙점81으로 이 작품은 (속)빙점의 이야기를 많이 변형해서 넣어 열린 결말이던 원작의 뒷 이야기를 나름 꾸며서 깔끔한 처리를 하였다.
드라마로서는 KBS에서 임동진, 김영애가 주연한 1990년판 작품과 MBC에서 최수지가 주연한 2004년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9]
90년판은 당시의 청춘스타 이미연이 주인공 요코로 청순한 매력을 살렸다. 광기어린 나쓰에 김영애의 연기와 복잡한 내면의 게이조우 임동진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 요코의 아역은 이재은, 오빠인 도루는 손창민이 열연한다. 요코를 사랑하는 도루의 친구 기타하라 역할은 선우재덕[10] , 아버지의 친구는 전무송, 무라이는 정동환으로 캐스팅이 탄탄하고 화려하다...[11] 이후 빙점이라고 하면 대부분 이 작품을 떠올리고 있다.[12]
2004년판은 최수지의 복귀작으로 유명했지만 시청률 저하로 조기종영 되다시피 했다. 한참 스토리를 진행 중일 때[13] 위에서 2주 후 종영을 지시했다. 출연진들이 당연 반발했으나, 요코의 어머니를 긴급 등장시켜 종영했다.
이현세의 1981년작 <까치의 제5계절>이 빙점의 내용을 빌려와 그린 만화다.
2.4. 속편
원작인 <빙점>은 인간의 원죄와 그 극복을 다룬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살인자의 딸[14] 이라는 원죄, 오해로 벌어진 일이지만 불륜 때문에 벌어진 복수라는 원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한 심리 묘사를 다루는 반면, 열린 결말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희망을 암시하고 있다.
미우라 아야코가 작품을 발표한 이후 일본에서는 여러편의 스핀오프가 나왔는데... 얼마 뒤 작가 자신이 속편을 썼고 이 속편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전편의 마지막 장면부터 시작하는 속편은 전작이 원죄를 그렸다면, 속편은 용서를 주제로 했다는 것이 차이점. 자신의 진정한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요코의 고뇌와, 다카키의 어머니의 장례식장에 나타난 그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사람들[15] 의 사정과 속마음이 불타는 유빙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서로 맞물려 궁극적인 용서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극화는 빙점과 (속) 빙점을 합쳐서 극화하고 있다.
2.5. 기타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혼인 전 성은 호리타이다. 16세에 교사가 되었고 아사히카와시의 소학교로 전근을 갔으나 패전 후에 국가의 기만성과 군국주의의 교육이 잘못됨을 깨닫고 7년 만에 교원을 그만둔다.[16] 얼마 안 되어 폐결핵에 걸려 13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던 중에 30세에 기독교 세례를 받고 37세에 기독교도인 미우라 미쓰요와 결혼한다.
미우라 아야코는 남편과 잡화상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친절하고 성실한 운영 덕분에 가게의 매출은 금방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 부부는 '우리만 너무 잘 되면 주변의 다른 잡화상들은 그만큼 힘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물건의 종류를 조금 줄이고 고객들 중 일부에게는 주변의 다른 잡화상에 가보도록 정중히 제안하는 방식으로 가게 운영 시간을 단축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조금 남았고, 이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썼던 소설이 바로 빙점이었다고. 참고로 그 잡화상은 그녀의 사망 후에 그녀의 팬들이 모금을 해서 외형을 보존한 채 미우라 아야코 기념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기념관은 아사히카와역의 인근에 있다. 이 곳에는 당시의 번역본도 보존되어 있는데 주제와 관련되어 신앙소설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오랫동안 결핵에 걸려 요양생활을 했던 작가의 경험이 투영되어 있기도 하다. 무라이 선생이 결핵에 걸려 병원 일을 그만 두는 장면이라든가, 게이조가 자신의 학창 시절 선배였던 '마에카와 다다시'[17] 가 지은 하이쿠를 떠올리는 장면 등등.
[1] 2018년 기준, 약 37억 원[2] <빙점>을 포함한 미우라 아야코의 작품은 대한민국에서 1965년부터 2004년 사이 146편이 306회나 번역, 출간되어,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치고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서 번역된 작품 수가 가장 많은 일본 작가로 조사되었다.[3] 다만 무라이가 먼저 찾아간 것이 아니라, 일부러 나쓰에가 무라이의 마음을 확인해보고 싶어서 그에게 와달라고 한 것. 무라이는 이미 안과에서 그녀를 치료했던 마지막 날에 간접적으로 고백한 뒤였다.[4] 물론 육체적인 불륜은 없었다. 게이조의 오해였을 뿐. 다만 정신적인 불륜이 없었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다. 무라이의 일방적인 짝사랑이라고는 해도 나쓰에는 무라이의 연심을 실컷 이용하고 즐겼다.[5] 다카기가 경영하는 유아원에 사이시의 딸이 맡겨져 있었다. 그는 이를 나쓰에의 절친인 독신 무용가 다쓰코에게 '제 아무리 쓰지구치라도, 사이시의 자식을 입양해보라고 한다면 화내겠죠?'라고 말함으로써 은근슬쩍 게이조에게 전했다. 당연히 게이조는 처음엔 거부했지만 나쓰에의 키스 자국을 보고 마음을 바꿨던 것.[6] 나쓰에가 자신이 딸을 죽인 살인범의 딸을 키웠다며 충격받길 기대한 복수였다.[7] 그런데, 결말에서 사실로 드러난다.[8] 게이조는 처음에 나쓰에가 ‘루리코’, 그 다음엔 ‘게이코’ 를 제안하자 화를 낸다(그럴 수밖에....). 마지막으로 ‘요코’ 로 결정되자 속으로 ‘그래, 루리코와 게이코만 아니면 돼!!!!’ 한다.[9] 여담으로 2004년판은 훗날 아내의 유혹으로 유명해진 김순옥 작가가 각본을 집필하였다(...). MBC판 빙점은 빙점(드라마) 문서 참조.[10] 2004년판 드라마에서는 아버지로 출연[11] 이 작품도 (속)빙점의 내용을 넣긴 했는데 그 부분이 부자연스럽게 전개되면서 (속)빙점의 주제의식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12] 다만 KBS에 대해서 변명하자면 요코의 실제 정체에 대해서 원작과 KBS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 원죄와 용서를 다루기 위해서라면 원작의 설정이 맞지만 아무래도 어른의 사정이 개입되었으니 이 부분을 제대로 살리기는 어려운 일이다.[13] 즉 요코와 도루 역을 아직 아역이 하고 있을 때[14] 물론 실제는 스포일러이다.[15] 약사 집안에 입양되어 자라난 아이자와 준코('''바로 루리코를 살해한 사이시의 친딸'''이고 본인도 아버지의 범죄행각을 알고 고뇌하는 인물. 다카키는 그녀를 아이자와 부부에게 입양보낼 때에 그녀의 아버지의 죄에 대해 사실대로 알려주었으나 부부는 '''부모 복없는 아이와 자식 복없는 부모라 잘 어울리지 않느냐'''며 흔쾌히 준코를 자식으로 받아들였고 사랑으로 키웠다. 이런 아이자와 부부의 이야기를 들은 게이조는 그들의 자세에 감탄하면서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고 부끄러워한다), 요코의 생모 미쓰이 게이코, 그녀의 남편 미쓰이 야기치(게이코는 남편이 자신의 부정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나 사실 그는 마지막에 보낸 편지에서 쓰길 '''아내의 불륜에다 요코를 낳은 것까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터인 중국에서 임산부를 살해한 죄의식과 이후 아내가 자신과 가정에 충실했기 때문에 계속 모른 척했다. 분노와 질투도 느꼈지만 살인이라는 죄를 지은 자신과는 달리 아내가 비록 부정의 결과물일지라도 그 자체는 죄없는 한 생명을 죽이지 않았단 사실에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둘의 아들들인 큰 아들 기요시와 작은 아들 다쓰야(어머니와 요코가 닮은 걸 알고 의심하다가 끝내 진실을 알고 사고를 일으킨다).[16] 일본 문화 유입이 제도적으로 차단되고, 대중적 시각도 매우 차갑고 비판적이던 시절에도 한국에서 널리 퍼지고 인기를 얻은 데에는, 이렇듯 작가가 걸어온 길도 한몫했다. 자전소설 '돌멩이의 노래'는 군국 시대의 어린 소녀가 교사가 되어 군국주의적 교육을 해오다 패망한 후 불신에 빠지며 요양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17] 미우라 아야코의 소꿉친구였고, 첫사랑이자 약혼자였다. 또한 그녀와 마찬가지로 결핵에 걸려 고생하고 있었다. 다다시는 아야코가 자학적인 병상 생활 끝에 자살을 기도하자 자신의 발등을 돌로 쳐 피범벅을 만든 뒤 “신앙이 부족한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너를 구원할 수가 없다. 그런 한심한 나를 벌하기 위해 발등을 내리친다”고 말해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그 후 술과 담배를 끊은 아야코는 신앙인이 됐지만, 다다시는 폐결핵 수술 후유증으로 아야코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상심한 그녀의 앞에 우연히 '미우라 미쓰요'라는 인물이 나타났는데, 죽은 다다시와 꼭 닮아서 아야코는 굉장히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그는 그녀의 남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