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간접자본
1. 개요
社會間接資本/SOC(Social Overhead Capital)
'''인프라스트럭쳐(Infrastructure)''' 또는 '''인프라'''라고 하는, 생산 활동에 직접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경제 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회 기반 시설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도로, 항만, 철도 등이 있다.
좁은 의미로는 경제 및 건설, 교통 부문의 것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문화 생활 등 특정 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반 시설 및 체계를 통틀어 일컫기도 한다. 물론 넓은 의미의 인프라는 그 특성상 사회간접자본으로 분류하지 않기도 한다.
2. 비용 부담 문제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는 막대한 건설비와 유지비가 들어간다. 공사라는 것 자체가 상상 이상으로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이기 때문.[1] 다만 이것이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매매, 임대 모두)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재산세나 분담금 등을 통해 주변 부동산 소유주들이 건설비를 부담한다. 물론 예외가 없지는 않아서 한국에서도 많이 알려진 뉴딜 정책이나 나치 치하에서의 아우토반 건설 같은 경우도 있지만, 국가적으로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게 오히려 예외적이라 이슈가 된 것이다. 일본에서는 재산세를 추가로 걷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국보다는 훨씬 세율이 높고 과세표준도 현실화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건설에 필요한 예산을 얻을 수 있고, 나머지는 이용요금을 미칠 듯이 받아서 충당한다.[2]
3. 한국의 사회간접자본
한국에서 사회간접자본은 대부분 국가(중앙정부)의 예산으로 확충한다. 한국의 재산세는 (아파트나 신축주택을 제외하면) 과세표준 자체가 시가에 비해 매우 낮고, 세율까지 매우 낮기 때문에 사회간접자본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부동산 소유주에게 부담이 없다. 확충 이후에 KTX나 인천공항 같이 처음부터 이용료를 통해 투자비용 회수를 전제하기도 하지만, 고속도로, 도로, 항만 같은 대부분의 SOC는 이용료가 없거나 저렴하게[3] 책정되기 때문에[4] (개별 지역의 입장에서는) SOC 확충은 무조건 도움이 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SOC를 끌어오거나 그런 공약을 내걸면 지지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래서 SOC 예산은 언제나 국회 예산안에서 화두가 된다. SOC 전체의 비중은 물론이고, 지역 개발과 관련된 예산이 죄다 SOC 쪽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이 SOC 예산에 자신의 지역구에 관한 예산이 편성되느냐, 삭감되느냐에 사활을 건다. 좀 힘 있는 의원의 지역구인 관계로 증액되기도 하고, 반대로 사업성이 없다고 전액 삭감 크리를 먹기도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 자료를 뒤적거려 보자.[5]
그러나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 이용료가 없거나 낮기 때문에 비용 회수가 잘 안 된다. 국가 전체 입장에서는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으며, 설령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해당 SOC 주변 부동산 소유자거나, 이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만이 편향적으로 혜택을 받기 때문에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실제로도 무리한 확충으로 인해 국가 부채는 착실하게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인프라는 비싼 이용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원활한 비용 회수를 위해 민자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 완공되기 전에는 아무런 쓸모도 없다. 이 때문에 공사 중단이라도 되는 순간 그 지역이 발전하기는 커녕 오히려 퇴보할 수도 있으며, 그 기간 동안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작 완공되어도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창동역 민자역사는 공사 중단 하나 때문에 주변 상권이 박살났고, 지금도 도봉구의 땅값을 갉아먹고 있다. 또 하나의 사례로, 의정부 경전철은 공사 중단 기간 동안 버스망이 발달하는 바람에 본래의 목적을 완전히 상실하고, 곧 의양동 통합 논의가 무기한 중단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마곡역, 마곡나루역, 판교역처럼, 초기 비용이 더 많이 들더라도 인프라를 먼저 완공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인프라에 종속되는 다른 시설들을 빠르게 정착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간에 공사가 중단되어도 주변 지역에 끼치는 악영향이 덜하다.
- 짓고 난 후에도 관리는 필수적이다. 관리가 허술하면 인프라가 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완공 전과 동일한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남대학교의 경우는 막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리가 허술했으며, 이게 학교 폐교로 이어져 결국 주변 상권이 초토화됐다.
실제로 인프라 문제는 강남3구의 집값 문제를 잡으래야 잡을 수 없는 치명적인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는데, 실제로 강남3구의 인프라는 매우 압도적이니 만큼 그 인프라의 혜택을 받고 싶어하는 수요 역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그 압도적인 인프라를 다른 지역에 심어야 하는데,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본법과도 정면 충돌할 수 있다.
3.1. 정당법의 문제?
기본법과 정면 충돌할 수 있는 인프라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정당법 3조, 18조를 들 수 있는데, 중앙당을 반드시 수도에 둬야 한다는 조항(3조)과 시·도당마다 최소 1000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항(18조) 때문에 많은 지역 시민단체들이 정당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간접적인 참정권 침해라는 점에서 위헌 논란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 '''정당만큼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정당법 문제는 대한민국 인프라 문제의 뿌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주민의 입장에선 자신들의 불만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지역 정당이 시급하게 필요한데, 정당법 하나 때문에 정당과 주민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결국 수도 및 대도시 외의 목소리는 전혀 듣지 않게 되는 것. 이는 곧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야기하기도 한다. '''서울 공화국'''이라는 비아냥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 기인한다.
안 그래도 중앙당은 그 특성상 규모가 가장 커야 하는데, 그것을 땅값이 가장 비싼 서울에 두어야 한다는 것 자체로 지역 시민단체들에겐 치명적인 부담이 된다. 여기에 사무실 수요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지역 단체더러 정당 창당하지 말라는 소리, 게다가 중간에 단 한 순간이라도 중앙당을 서울 밖에 두는 순간 정당으로서 모든 지위가 박탈된다. 경기도나 제주도나 똑같이 최소 1000명의 당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항 역시 풀뿌리 정당엔 독소조항인지라[6]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무소속 출마 밖에 할 수 없는 것. 이마저도 의석 수 기준으로 번호를 매기는 정당 공천제 때문에 번호가 밀려나기 일쑤이다. 이것이 1980년대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데다가 현재로선 국회가 해산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으니[7] 주민들은 '결국 해먹던 놈들만 해먹는다'는 식으로 정치적 무기력을 학습하게 된다. 결국 계속된 지역당 창당 좌절에 참다못한 녹색당이 2019년 4월 30일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녹색당 기자회견문)
4. SOC 투자는 소득 균형과 이어지는가?
4.1. 아니다
SOC 확충을 통한 성장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뉴딜정책이다.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이후 미국의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한다. 한국과 중국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그렇다면 SOC 확충은 소득 균형에 기여할까? '''그렇지 않다'''.
뉴딜정책은 소득 증대보다는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뉴딜정책이 국민 소득 증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는, 2차 세계대전 후 경제적 번영에 의한 사후적 판단에 가깝다. 사후적 판단이 사실이래도, 자유주의 경제 사상의 요구와 비슷하다. 이들은 정부는 시장에 최소한만 간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SOC 투자는 자유주의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정책인 것이다.
한국, 일본, 대만은 자유주의 경제를 실현하면서도 고도성장과 소득 균형을 비교적 양립하였다. 다소 이질적이지만 독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SOC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이런 사례로 SOC 투자는 소득 균형에 기여하리라 여길 수도 있다. 여기에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사실 이들은 저임금과 냉전 진영 논리에 편승할 수 있었으며 경쟁자도 적었다. 따라서 서방 시장 진입이 수월할 수 있었다. 중국은 대규모 SOC 투자로 고도성장을 이루었지만, 소득은 불균형하다. 중국은 경쟁자도 많았고 진영 논리에도 편승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후발 국가들의 기회는 더욱 적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처참한 실패였다. 검증되지 않은 편익 분석을 바탕으로, SOC에 쓸데없는 돈을 쏟았다. 일본에는 산길을 걷다가 갑자기 거대한 다리가 나온다는 증언이 있으며, 겨우 수 명의 주민을 위해 포장도로와 가로등을 설치하기도 하였다. 이들을 잃어버린 10년의 흔적이라고 한다. 그 결과 2017년에는 GDP 대비 233%(Forbes)에 달하는 막대한 정부부채가 남았다. 폴 크루그먼은 아베노믹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전 정책들을 비판하였다. 아베노믹스가 확장 정책이라고? 일본은 결과적으로 긴축 정책 펴온 셈 미국은 이를 교훈 삼아 2008년 금융위기 시절 양적완화라는 통화정책에 집중했으며 SOC 재정 투입은 섣불리 건드리지 않았다. 그 결과 2017년과 2018년 미국은 호황을 누렸다. 만약 아베노믹스와 비슷한 정책이 15년 더 일찍 실행되었다면, 일본의 현재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중국 CRC의 2018년 3월 부채는 820조 원에 달했다. "부채는 시속 350km로 달린다"···中 고속철 빚더미 늪 중국은 국책회사에 SOC 부채를 몰아넣어 발전을 해온 경향이 강했다. CRC는 부채를 바탕으로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막대한 노선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국책 회사의 막대한 부채가 중국 목을 죌 날이 멀지 않았다고 주장도 있다.
SOC 확충은 국가의 발전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발전 후에는 독이 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선진국은 SOC 확충 편익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시를 들어보자. 포장도로가 없는 한 산간 벽지가 있다. 정부가 이 지역을 발전시키려 왕복 2차선의 포장도로를 깐다. 이는 벽지에 대단한 활력을 제공한다. 주민들은 빠르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고, 물산의 유통도 활발해질 것이다. 이러한 편익이 소득 증대로 이어지리라 예상할 수 있다. 여기에 고무된 정부가 이 벽지의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려고 나선다.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나름의 편익을 생겨날 것이다. 이 정도는 괜찮다. 그런데 도로를 다시 6차선, 8차선으로 계속 확장한다. 이렇게 사업이 계속될수록 비용 대비 편익이 줄어드리라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더불어 다른 사업 예산은 깎이며 효율이 떨어져 정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SOC 확충 예산은 명확한 편익이 예상될 때에만 집행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화된 예시이지만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도로 대신에 공항, 항만, 철도, 무엇을 대입하여도 성립한다. 대한민국은 2017년 기준 총 도로 연장 길이가 107,527km에 포장률이 93.2%로, 최선진국 수준이다. 다른 SOC 역시 충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 사업을 벌이면 편익이 떨어질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SOC 사업과 연관된 단기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는 주장은 부수적이다. 특히 선진국에서 요구하는 SOC 사업은 보통 고도의 기술이 들어간다. 단순한 도로 포장과는 달리 숙련 노동자와 정밀 기계를 운용해야하여 저숙련 노동자의 대거 고용으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또한 이윤의 많은 부분은 기업에게 돌아간다. 물론, 숙련 노동자의 일자리와 기업 유지도 중요하다. 다만 편익을 넘어설만큼 중요한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에 봉착하여 선진국들은 SOC 재정 투입을 신규 사업보다는 유지 보수를 우선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World Construction Now선진국의 인프라시설 관련정책 동향 pdf 다운로드 주의 “이제는 SOC 확충보다 노후화에 대비한 유지·관리 필요”
4.2. 그렇다
물론 선진국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여전히 SOC를 계획하는 이유는 바보라서가 아니다. SOC 편익 분석은 다양하고 고도화된 방법론이 있으며, 정확성도 높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동원하여 실패하기도 겁날 것이다. 동아시아는 주로 자유주의 경제를 채택하여 복지나 시민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대신 정부지출 수단으로 SOC 확충을 선택하는 행태가 많이 보인다.
고도화된 SOC 확충은 모험이 필요하다. 가령 현대에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초고속 디지털 통신망은 투자 비용도 매우 높고, 편익 예측도 어렵다. 기술을 못 갖춘 국가는 예산 순환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실은 워키토키조차도 자국화하기 어려워 수입하는 국가가 태반인 것이다.
SOC의 유용성을 각 시설 운영을 담당하는 단위 공기업/사기업의 흑자, 적자만로 판단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도로 항만 철도 상하수도 등이 만들어내는 물류와 편의성, 생활 만족도라는 보이지 않는 이득은 막대하며, 이는 정부의 대 국민 서비스의 일부이다. 인구가 줄어든 지역의 편의점은 폐점할수 있지만 철도는 쉽사리 폐선하지 못하는 것이 그 예. 이득이 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이 나면 재투자하여 시설과 서비스 품질을 올려 수익과 투자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거나 살짝 적자가 나도록 운영하는 것이 맞다. 공공성을 띤 만큼 공기업이나 국가가 직접 운영하고, 재원으로 세금이 들어갈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영국, 일본에서 국철을 민영화 했다가 많은 문제를 일으킨 것도 선례가 될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게다가 SOC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토목, 건축은 대표적인 내수 산업이며, 일자리를 만들고 자금을 흐르게 한다. 물론 상기했듯이 만들다 말거나 돈이 없어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치명적이고 만들고 나서도 한동안 적자는 피할수 없고 자금이 시설에 묶이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관리할 경우 연간, 분기별, 매일 꾸준하게 유지, 보수 비용이 발생하며 이는 이를 위해 일하는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꾸준히 소득을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가 된다. 3D, 저소득층이 주로 건설업, 운송업에 종사하는 현재 산업 구조에서도 사회간접자본의 건설과 유지는 직군, 계층간의 소득 격차 해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정치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등의 배후에는 정치가들의 잘못된 판단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부패, 비리가 끼어들면 그 여파도 크다. 사회간접자본 확충은 무조건적으로 추구하거나 피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편익 분석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반면 그 효과는 막대하므로 각 지역 국회의원이 인프라 유치에 목숨을 거는 건 다 그 때문이다.
5. 생활SOC
2018년 8월경 문재인 정부에서 체계화한 개념으로, 도로나 항만 같은 전통적인 협의의 SOC 개념은 아니지만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및 시설'''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문화시설, 체육시설, 도서관, 보육센터, 공원, 보건소, 주차장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종래의 SOC 관련사업이 전적으로 국토교통부의 소관이었다면, 생활SOC 사업은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 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다양한 부처들이 협업해야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된다. #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에서 나온 임은선 등(2018)[8] 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생활SOC 개념은 '''"어떤 곳이 살기 좋은 곳인가?"''' 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출발했다고도 할 수 있다. 흔히 "살기 좋은 동네" 라는 표현은 많이 쓰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그 동네로 하여금 "살기 좋다" 는 평가를 얻게 하는지는 불명확했다. 여기서 생활SOC에 대한 접근성을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즉, '''자동차를 타고 10분 내에 공연장, 도서관, 보건소, 공원, 어린이집 등에 도착할 수 있다면, 그 동네는 살기 좋은 동네다.''' 10분 내에 도달 가능한 생활SOC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주환경'''이 좋아져서, 사람들은 그곳에서 계속 직장을 구하고 자녀를 키우며 눌러앉아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흔히 인구유출이 심하다고 알려진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의 경우 생활SOC가 몹시 부족하다는 것. 예컨대 당장 열이 펄펄 끓는데 자동차로 10분 내에 갈 수 있는 병원이나 보건소가 하나도 없다면, 혹은 당장 일하러 가야 하는데 자녀를 맡길 만한 어린이집이나 보육원이 산 넘고 강 건너 위치해 있다면, 사람들은 그런 곳에서 어떻게든 떠나고 싶어할 것이다. 임은선 등(2018)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20.9%는 자동차로 10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종류의 생활SOC도 존재하지 않으며, 이런 지역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3%인 664,420명이 거주한다고 한다. 서울시 송파구나 부산 중구가 접근성에서 10점 만점을 받은 지방자치단체이며, 반대로 강원도 삼척시가 접근성 꼴찌를 차지했다.
여기서 생활SOC 개념은 단순히 지자체별로 '관내 도서관 몇 개, 공원 몇 개'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단순히 생활SOC를 많이 짓는다고 끝이 아닌 것이다. 지자체의 지리적 형태는 원형이 아니며, 극단적으로는 같은 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생활여건이 천지 차이인 경우도 존재한다.[9] 이런 경우 생활SOC 자체도 특정 지역에만 몰려서 지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에서는 삶의 질이 나빠지게 된다. 따라서 지자체가 인구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활SOC를 고르게 확충해야 하며, 각지에서 그 생활SOC와 손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도로망을 잘 이어주어야 한다. 이 때문에 생활SOC 개념은 흔히 '''지역균형발전''' 개념과 함께 엮여서 논의되곤 한다.
5.1. 복합화 사업
2020년부터 2023년에 이르는 '''8,500억 원짜리 정부 프로젝트'''로, 각 부처별로 제각기 부지를 확보해서 자기네가 필요한 생활SOC를 만들던 방식에서 벗어나, 차라리 하나의 부지에 크고 아름다운 빌딩을 세워 놓고 거기에다 다양한 생활SOC를 몰아넣자는 아이디어다. 2020년의 경우 전국에서 총 289개의 시설들이 복합화 목적으로 조성 결정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도서관, 체육센터, 생활문화공간 담당과, 보건복지부에서 건강센터, 돌봄센터, 어린이집 담당과, 국토교통부에서 지역정책, 주차장 담당과, 여성가족부에서 공동육아나눔터 담당과가 각각 참여한다. #
생활SOC들을 부처 간의 협의 없이 진행하다 보면 부처별로 부지매입 비용을 각각 지불해야 하는 등의 행정적 비효율이 예상되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도 달가운 일은 아니다. 예컨대 많은 주부들은 육아 및 보육의 부담으로 인해 도서관 방문이 어려워지는 문제를 겪고 있는데, 이는 도서관 따로, 보육시설 따로 띄엄띄엄 건설되어 있는 환경 탓이 크다. 하지만 만일 도서관에서 한 층만 내려가면 곧바로 돌봄센터가 나올 경우, 자녀가 아래층에서 노는 동안 엄마는 한 층 위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생활SOC가 복합화될 경우 지하에는 주차장, 1층에는 도서관, 2~3층에는 공연장, 4층에는 보육공간, 5층에는 체육시설, 6층에는 보건지소 같은 형태로 하나의 건물에서 어지간한 생활편의를 한큐에 해결할 수 있다.
기본적인 철학은 결국 '''제한된 공간을 다목적으로 효율성 있게 활용하자는 것'''으로, 이는 2010년대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정책적 트렌드와도 일치한다. 또한 위에서 지적했듯이 중소도시나 농어촌일수록 생활SOC의 신규 건립이 시급한 상황에서, 아무데나 마구잡이로 띄엄띄엄 지어서 모든 시설들의 이용률을 떨어뜨리지 말고 한데 몰아놓아서 이용률을 높이자는 취지도 갖고 있다. 물론 대도시 역시 공적인 목적으로 공간 하나 내기가 빠듯한 상황인지라 하나의 건물에 여러 기능들을 집어넣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 가고 있다.
이와 비슷한 아이디어로 학교나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를 복합화하자는 것이 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유명한 사례로, 주차난이 심각한 다세대주택 밀집지역을 떠올려 보자. 낮에는 다들 출근하므로 주차문제가 없지만, 밤만 되면 퇴근길에 차를 대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게 되고, 주차 문제로 이웃 간에 다툼도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담장 하나 너머에 있는 인근 학교 운동장의 경우, 낮에는 학생들이 공 차고 뛰어다니는 반면, 밤만 되면 온 학교가 쥐죽은 듯이 조용해지고 운동장도 텅텅 비게 된다. 그렇다면 '''야간에 운동장을 개방함으로써 인근 주민들의 주차장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이는 공적 목적을 위해 "제한된 공간에 다양한 기능을 부여하여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사례다. 마찬가지로 위의 생활SOC 복합빌딩 한 층을 행정복지센터 민원실로 쓴다면, 주민들이 괜히 이곳저곳 돌아다닐 필요 없이 더 간편하고 친근하게 행정업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마냥 좋은 아이디어 같지만, 나랏님 하시는 일들이 원래 다 그렇듯이(…) 막상 이런 복합화 철학을 받아들인 지자체들마다 다양한 문제들이 터져나오고 있기도 하다. 한 예로, 학교시설 복합화 사업으로 어떤 학교가 방과후 유휴 상태인 음악실과 미술실을 주민들의 예술활동을 위해서 개방했다고 가정해 보자. 만에 하나라도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이 들어와서 학교 화장실에 불법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술 취한 노숙자가 들어와서 깽판을 친다거나, 기타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저해하는 행동을 할 위험은 없을까? 실제로 복합화를 시도했다가 학부모들의 심한 반발과 학생들의 불안으로 인해 사업을 접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다양한 공공서비스 기능들 중에는 '함께 몰아넣으면 안 되는' 기능들도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6. 관련 사이트
[1] 비용을 100% 민간으로 부담하는 스키장, 골프장이 (이용객 입장에서는) 그렇게 이용료가 비싼데도 상당수가 적자인 이유가 여기 있다.[2] 일본 철도 요금이 원래 비싸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지어진 신설 철도 노선의 요금은 JR그룹이나 제국주의 시절부터 존재했던 사철들보다 더 비싸다. 사실 오늘날과 같은 jr요금은 민영화 직전 국철 시절에 수직 상승시킨 것으로 오히려 민영화 이후에는 요금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3] SOC의 하나인 철도는 이용료가 비싸고 수익을 내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그건 KTX등 일부 노선만 그렇다. 지선, 도시철도, 광역철도의 많은 구간과 낮은 등급은 적자이며, 막대한 건설비와 회수 기간을 계산하면 적자 폭은 더 커진다.[4] 심지어 도로의 경우 유류 사용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새로운 도로가 생기면 오히려 유류세 부담이 줄어든다.[5] 참고로 대한민국의 SOC 예산은 일반적으로 큰 선거, 보통은 총선을 앞두고 있을 때 몰빵되는 경향이 있다. 2015년에도 갑자기 KDI 타당성 조사 문턱도 못 넘을 것 같은 사업들이 부지기수로 통과된다든지.... [6] 특히 강원도, 제주도 같이 인구 수 자체가 별로 없는 쪽에 치명적이다.[7] 유일한 조건은 '''국회의원 전원이 사퇴하거나 사망'''하는 것 뿐인데, 이는 곧 국가비상사태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현실 사례는 커녕 가상 사례도 60일, 지정생존자 말고는 전무하다.[8] 임은선, 이영주, 정병화, 신문수 (2018). 기초생활SOC 10분 내에 이용 가능한가? 살기 좋은 삶터의 조건. 국토이슈리포트, 2, 1-7.[9] 한 예로 대전시 유성구의 경우 북동부의 관평동 일대와 남서부의 방동 일대는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으로 생활여건의 차이가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