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드파운드법
1. 개요
잉글랜드 단위계를 1824년에 재정리한 영국의 도량형. 엘리자베스 1세가 표준안을 제정하였다. SI 단위와 미국 단위계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단위계인데, 동아시아 전통 단위계인 척관법과 비슷한 점이 많다.
영어로 흔히 Imperial units라고 하는데, 여기서 Imperial은 대영제국을 의미한다. 즉 '대영제국 단위계'라는 뜻이다. 한국어 명칭 '야드파운드법'은 기본 단위인 야드와 파운드에서 따왔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미국 단위계는 야드파운드법을 기반으로 하지만 미묘하게 다른데, 1824년에 영국이 야드파운드법을 재정리할 때 미국은 이를 따라가지 않고 옛날식 단위를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화면 크기나 각종 탄약, 포탄 구경(인치), 대포 규격(파운드), 볼링공 무게(파운드), 축구장 규격(야드) 등은 지금도 이 야드파운드법을 기반으로 한다.
철도 궤간 규격도 미터법(SI 단위)으로 보면 숫자가 복잡하지만, 야드파운드법에서는 숫자가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 많다. 철도 산업이 영국으로부터 유래한 게 많기 때문.
야드파운드법은 SI 단위와는 달리 물리량 하나에 여러 단위가 물려 있다. 길이만 해도 SI 단위는 미터 하나뿐이다. 센티미터, 킬로미터 등은 독립된 단위가 아니라 기본 단위인 미터에 접두어를 붙여 파생시키는 보조 단위이다. 면적, 부피까지 미터를 제곱, 세제곱하는 것으로 커버하는 것과는 반대로 야드파운드법은 길이라는 물리량 하나에만 다우, 인치, 피트, 야드, 체인, 퍼롱, 마일, 리그 등이 있으며 각각의 단위 간격도 서로 다르다.[1]
SI 단위계에서 쓰는 접두사 같은 것이 없다 보니 새 단위를 만들어 쓸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상술한 길이 단위들.
모든 물리량들이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피트는 제정될 당시의 성인 평균 발 길이로 지정되었다는 배경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재기 쉽고, 화씨도 일반적인 환경에서 온도를 가늠하기에 편하다. 또한 요리에서 자주 쓰이는 단위인 티스푼/테이블스푼도 말 그대로 흔한 숟가락 크기 기준. 빛이 몇 초만에 1 m만큼 진행하는지, 1초 동안 무엇이 몇 번 진동을 하는지 같은 과학적 기준을 일반인 중에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이건 일상적인 기준들이 크기가 변하기 때문에 단위가 변하는 걸 방지하려는 이유로 정의가 바뀐 것으로, 제정 당시에는 미터법도 일상적인 정의를 사용했다. 좀 추상적이었던 미터가 지구 둘레를 등분한 것이고, (킬로)그램은 한 변이 단위길이인 물의 질량, 시간은 1일의 1/24, 분은 시간의 1/60, 초는 분의 1/60.
그러나, 이거 하나 얻자고 온갖 단점들을 달고 다닌다. SI단위도 초기엔 나름 일상적인 크기를 기준으로 했으나 온갖 단점들 때문에 이를 포기하고 정의를 갈아치웠는데, 대표적으로 크기가 변하지 않음이 보장되는 기준인 '''정의 원기'''가 없다는 것이 있다. SI 단위의 기초 단위인 미터, 킬로그램, 초의 정의 원기[2] 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밀한 수치'''를 측정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며, 실제로 시대에 따라서 물리량이 미묘하게 달랐을 정도. 또한 '''같은 물리량이라도 장소나 측정할 물건에 따라 단위와 정의가 달라지기도 한다.'''
여기에다 야드파운드법 내의 단위 간의 계산도 십진법으로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터법은 십진법으로 통일해서 직관적으로 계산이 쉽다. 가령 1 km는 1000 m, 1 m는 100 cm인 식이다. 하지만 야드파운드법 내의 단위들은 12진법, 16진법, 4진법 등 제각각으로 노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이런 단점은 미국 단위계도 동일하다.
길이와 질량으로 정의되지 않는 물리량[3][4] 이 아예 없는 것도 약점. 이쪽 물리량은 어쩔 수 없이 SI 단위를 사용한다. 그리고 공학도들은 변환하느라 죽어난다. 과학, 공학계의 적폐 취급받는 도량형이지만 최강대국인 미국이 아직까지 야드파운드법 기반 미국 단위계를 고집하고 있는 바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못하고 쓰이는 도량형.
이 단위의 종주국인 영국에서는 SI 단위가 표준화된 후 미터와 호환성을 맞추기 위한 시도로 원래 단위를 미터에 맞는 근사값으로 맞춘 단위[5] 를 쓰기도 하나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2. 사용 국가
영어권 여러 국가에서 많이 사용하던 단위이지만, 미국 단위계를 독자적으로 제정한 미국을 제외하면 종주국인 영국을 포함해 거의 전세계 대부분 국가가 미터법으로 갈아탔다. 영연방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1965년에 영국이 미터법으로 갈아탄 이래 1980년대까지 모두 미터법으로 전환을 완료했다.
그래서 야드파운드법이 공식 도량형으로 지정된 나라는 현재 지구상에서 라이베리아와 미얀마 단 두 곳밖에 없다. 그 외의 국가에선 야드파운드법을 사용해도 어디까지나 일상 생활에서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이다. 한국에서 근, 평 등 척관법을 일부 사용하지만 공식적으론 미터법을 표준으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미국·라이베리아와 함께 3대 비(非)미터법 국가 중 하나인 미얀마에서는 전통적인 미얀마 단위계를 독자적으로 사용하는데,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미얀마를 식민통치한 영국의 영향으로 현재의 미얀마 단위계는 야드파운드법과 어느 정도 호환된다. 라이베리아는 미국에서 온 흑인 노예들의 나라다보니까 이렇게 된 것.
3. 단위 목록
물리량이 작은 것부터 서술한다. 널리 쓰이는 것은 굵은 글씨.[6]
3.1. 길이 $$\sf L$$
- 다우(Thou; th): 25.4 ㎛(0.025 4 mm), 1천분의 1인치
- 인치(Inch; in): 25.4 mm, 1000다우, 12분의 1피트
- 피트(Foot/Feet;[7] ft): 30.48 cm, 12인치, 3분의 1야드
- 야드(Yard; yd): 91.44 cm(0.914 4 m), 3피트, 22분의 1체인
- 체인(Chain; ch): 20.116 8m, 22야드, 10분의 1펄롱
- 펄롱(Furlong; fur): 201.168 m, 10체인, 8분의 1마일
- 마일(Mile; mi): 1 609.344 m, 8펄롱, 3분의 1리그
- 리그(League; lea): 4 828.032 m, 3마일
3.1.1. 바다에서만 쓰는 길이
- 패덤(Fathom; ftm): 1.828 8 m, 6피트(미국). 또는 1.8531 m, 6.08피트, 1/1000해리(1970년 이전 영국)
- 케이블(Cable): 185.318 m, 1/10해리
- 해리(Nautical mile; NM): 1 853.184 m, 6080피트(영국) 또는 6080.2피트(미국)
바다에서 왜 야드나 마일 등을 갖다쓰지 않고 굳이 '바다 전용 길이 단위'를 따로 만들었냐면 측정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마일은 군대의 행군거리를 수치화한 것이고 해리는 배의 이동거리를 수치화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같은 차원으로 두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3.2. 넓이 $$\mathsf{L}^2$$
- 퍼치(Perch): 1로드 × 1로드인 정사각형의 너비. 약 7.7평, 25.292 852 64 m²
- 루드(Rood): 1펄롱 × 1로드인 직사각형의 너비. 약 306평, 1 011.714 105 6 m²
- 에이커(Acre): 1펄롱 × 1체인인 직사각형의 너비. 약 1224평, 4 046.856 422 4m²
3.3. 부피 $$\mathsf{L}^3$$
- 플루이드 온스(Fluid Ounce; fl.oz.): 약 0.16홉, 28.413 062 5 mL, 5분의 1질[8]
- 질(단위)|질(Gill; gi): 약 0.79홉, 142.065 312 5 mL, 5 플루이드 온스, 4분의 1파인트
- 파인트(Pint; pt): 약 3.15홉, 568.261 25 mL, 4질, 2분의 1쿼트
- 쿼트(Quart; qt): 약 6.3홉, 1.136 522 5 L, 2파인트, 4분의 1갤런
- 갤런(Gallon; gal): 약 2.5되, 4.546 09 L, 4쿼트[9]
- 맥주배럴(Beer barrel; bbl): 약 9.1말, 163.659 24 L, 36갤런
3.4. 질량$$\sf M$$
일부 부피를 나타내는 단위와 병용하므로 주의.
- 그레인(Grain; gr): 약 0.017돈, 0.064 798 91 g, 7천분의 1파운드
- 드램(Drachm/Dram; dr): 약 0.47돈, 1.771 845 195 312 5 g, 256분의 1파운드
- 온스(Ounce; oz): 약 7.6돈, 28.349 523 125 g, 16드램, 16분의 1파운드 [10]
- 트로이온스(Troy ounce; ozt): 약 8.3돈, 31.103 476 8 g, 20페니웨이트
- 파운드(Pound; lb[11] ): 약 121돈, 453.592 37 g, 16온스
- 스톤(Stone; st): 약 1.7관, 6.350 293 18 kg, 14파운드, 2분의 1쿼터
- 쿼터(Quarter; qtr): 약 3.4관, 12.700 586 36 kg, 2스톤, 4분의 1롱헌드레드웨이트
- 헌드레드웨이트(Hundredweight; cwt): 약 13.5관, 50.802 345 44 kg, 112파운드, 4쿼터, 20분의 1롱톤
- 톤(Ton; t): 약 270.9관, 1 016.046 908 8 kg, 20헌드레드웨이트, 의외로 미터법의 톤과 거의 비슷하다. 1톤당 약 16.05 kg 차이를 뺀다면.[12]
3.5. 기타 물리량
- psi(차원 $$\mathsf{ML}^{-1}\mathsf{T}^2$$): 압력의 단위로, 1제곱인치 당 1파운드의 힘이 작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14] 약 6.895 kPa.
- BTU(차원 $$\mathsf{ML}^2 \mathsf{T}^{-2}$$): 정식명칭은 영국열량단위(BritishThermal Unit)로 물 1파운드를 화씨 1도 올리는데 드는 에너지의 양을 뜻한다. (= 1.05504 kJ = 0.252 kcal)
4. 단점
통일된 단위의 부재로 인류의 소통을 방해하고 산업과 교육에서 낭비되는 요소가 생기게 한다. SI단위와 야드파운드에 따른 장비와 부품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몇 가지 설계 프로그램만 들어가도 통일된 단위가 없으므로 옵션에서 SI단위와 야드파운드를 어떻게 표기할지를 다룬 옵션 사항만 한 쪽을 차지할 정도. 이는 인류의 교육에서 낭비일 뿐만 아니라, 도면 작성이나 광고지 제작 등 같은 산업현장과 국가간 교류에서 방해가 된다.
심지어 '''항공사고까지 야기하고 화성 기후 궤도선을 날려먹었다.''' 자세한 것은 각각 에어 캐나다 143편 불시착 사건, 대한항공 6316편 추락 사고, 화성 기후 궤도선 문서로.
5. 관련 문서
[1] 1000다우 = 1인치, 12인치 = 1피트, 3피트 = 1야드, 22야드 = 1체인, 10체인 = 1펄롱, 8펄롱 = 1마일, 3마일 = 1리그. 이 중 체인, 리그 등은 요즘엔 거의 안 쓰이고 펄롱은 경마에서만 쓰는 정도다.[2] 미터는 빛이 진공에서 2억 9979만 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 초는 세슘 원자가 91억 9263만 1770번 진동했을 때 걸린 시간. 킬로그램은 플랑크 상수라는 뭔가 양자역학스러운 물리 상수로 정의된다.[3] 초, 각도, 입체 각도, 전기장, 전압, 자기장, 빛의 세기, 방사선 양 등.[4] 초는 플랑크 상수 h = 6.626 070 15×10-34 kg ⋅m2⋅s-1로 길이와 질량으로 정의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야드파운드법으로서의 개념으로는 무리. 길이만으로 정의되는 각도(m / m), 입체 각도(m2 / m2), 길이와 시간으로 정의되는 방사선 양(m2 / s2) 역시 마찬가지다.[5] 1피트를 30 cm로, 1인치를 2.5 cm로 정의하는 식이다.[6] 아래 서술한 척관법과 SI 단위 환산은 야드파운드법(영국식) 기준 환산이다. 상당수 명칭과 크기를 미국 단위계와 공유하지만 몇몇은 그 크기가 달라서 혼동할 여지가 있다.[7] Foot은 불규칙 활용을 한다.[8] 미국 단위계에서는 29.57 mL, 캔콜라나 캔맥주가 355 mL이라는 희한한 용량인 이유가 바로 12 fl.oz.이기 때문.[9] 미국 단위계의 갤런은 3.785 412 L [10] 물 1 fl.oz의 무게가 거의 1 oz이다. [11] 단위 기호는 제정 당시 무게를 재던 저울을 가리키는 라틴어 Libra에서 유래했다. 재밌는 것은 화폐 파운드도 유래가 똑같다. 때문에 화폐 단위기호로 £ 대신 lb를 쓰기도 한다.[12] 참고로, 미국에서 미터법의 톤을 지칭할 때는 Metric ton이라고 부른다.[13] 화씨라는 단위가 만들어질 당시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 낮은 온도를 0으로 정의했다. 이렇게 하면 일상생활에서 온도에 마이너스 단위를 사용할 리 없을 것이라고.[14] 현재 이 단위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자동차, 자전거 등의 타이어 표준 기압. 차량관리 매뉴얼을 보면 타이어 공기압으로 아직도 이 단위를 사용해서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