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

 


1. 소개
2. 줄거리
3. 등장인물
3.1. 줄리앙 소렐
3.2. 줄리앙의 주변인물
3.3. 레날 시장
3.4. 레날 부인
3.5. 셀랑 사제
3.6. 피라르 사제
3.7. 라 몰 후작
3.8. 마틸드 라 몰
3.9. 기타 등장인물
4. 여담


1. 소개


Le Rouge et le Noir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의 장편소설. 1830년에 출간되었다.
작품의 부제는 '''1830년대사'''로 프랑스 왕정복고기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의 히트로 루이 18세의 만년부터 7월 혁명까지의 시대를 '''적과 흑의 시대'''로 칭하기도 한다. 계급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있던 당대의 시대상 속에서 평민 주인공의 벼락 출세부터 파멸까지를 모두 다룬 명작. 연애심리소설적인 측면도 꽤 있으며 사실 순수 창작이라기보단 신학생 베르테의 사연을 토대로 한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소설이다.

2. 줄거리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지적인 신학생 줄리앙 소렐은 평민의 신분에서 벗어나길 갈망한다. 그의 위대한 귀감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처럼 전장에서의 활약을 통해 출세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였기에 그는 차선책을 찾아내었는데, 바로 상류층과 귀부인들에게 접근하여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시골도시 베리에르 시장 집의 가정교사로 들어간 후 시장의 아내인 레날 부인을 유혹하고 그녀를 굴복시킨다.
그 후 레날 부인과의 염문설이 퍼지자 줄리앙은 가정교사를 그만두고 신학교로 도피하여 라틴어 실력을 인정받아 늙은 대주교의 흠모를 받는 성직자[1]가 되었는데, 순전히 출세를 위한 발판이었다. 결국 그는 파리 권력의 중심인 라 몰 후작의 개인 비서가 되고 그의 반항적이면서 자존심 강한 딸 마틸드를 유혹하는데 성공한다. 마틸드는 임신하게 되고 라 몰 후작은 어쩔 수 없이 줄리앙을 귀족신분으로 만들기로 결정, 거액의 돈과 영지를 물려준다.
'라 베르네이'라는 새로운 성까지 얻고 기병대 중위로 임관하여 출세가도의 첫발을 내딛은 순간, 라 몰 후작의 집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하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내막을 폭로하는 레날 부인의 고발이었다. 분노한 라 몰 후작은 딸에게 결혼을 취소하지 않으면 의절하겠다며 파리를 떠나버렸고, 딸은 줄리앙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줄리앙은 분노로 이성을 잃고 베리에르로 달려가 미사에 참례 중이던 레날 부인의 어깨를 권총으로 쏘았다.
부인은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줄리앙은 사형 선고를 받았고, 여전히 쥴리앙을 사랑하던 레날 부인과 마틸드, 그리고 줄리앙의 유일한 친구 푸케가 그를 구하려고 사방으로 수소문하며 고군분투하지만 실패하고 줄리앙은 결국 단두대에서 참수형을 당했다. 줄리앙의 시신을 거둔 푸케는 마틸드와 함께 그의 장사를 지내줬다. 레날 부인도 줄리앙이 처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줄리앙이 가르치던 자신의 아이들을 껴안은 채로 병상에서 생을 마감했다.

3. 등장인물



3.1. 줄리앙 소렐


레닐 시장이 시장으로 일하는 시에서 운영되는 제제소 주인 '소렐 영감' 의 막내아들. 작중 공식 미남으로 요즘으로 말하면 초식남 계열의 여리고 잘생긴 외모의 미남.[2] 자기 시의 성당 사제였던 셀랑 사제와도 친해서[3] 그에게서 성경과 라틴어 등을 배워놨기에 출신에 비해 매우 지적이고 그 어려운 라틴어에도 능통한 모습을 보인다.[4]
아버지를 따라 제재소에서 그냥 노동자로 일하는 두 형과 달리 예전에 자기랑 친했던 늙은 군의관[5]이 들려준 나폴레옹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자기도 나폴레옹처럼 밑바닥에서 출세해 높은 자리에 앉고싶어하는 야망에 가득찬 성격이 된다.[6][7]
나폴레옹을 롤모델로 삼기 때문에 군인 직종에 로망이 있어서 군인이 되어 출세하고자 했지만,[8] 정작 그의 삶은 군과는 별로 연관이 크지 않았다.
게다가 본인도 윗 문단에 쓰여있는 것처럼 일단 똑똑하고 이 똑똑함을 증명할 능력도 충분하기에 (자기 속내를 잘 감추는 것 치고는) 자기에게 매우 자부심 + 자존심이 강하고[9] 오만하다.[10] 또한 그토록 상류 사회에 진입하고 싶어하면서도 귀족 계급을 경멸해 마지않는 아이러니한 풍모를 지녔다.[11] 또 계산적이긴 하지만 철저하게 이성적이고 냉정한 면모까진 갖추지 못하고 격정에 휘둘리는 기질이 은근히 있다. 요약하자면 겉은 차도남 엘리트지만, 속은 격정과 정열과 자격지심[12]으로 휩싸인 남자.
종합하자면 그의 인물상은 계급에 구애받지 않는 능력우대 + 평등사회라면 얼마든지 출세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천재이나,[13] 그의 특유의 성격인 신분제의 사회에 반항심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한계에 부딪히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다른 출세의 길을 강구하며 끝없이 노력하는, 진정한 노력하는 천재가 뭔지 여실히 보여주는 인물.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끊임없는 고뇌에서 방황하다 후반부에서는 권세를 이용하여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켜 신분제 사회에 복수하려는,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위선자에 가깝게 된다'''.[14]
이후 줄리앙은 자신의 야망을 방해한 것에 분노하여 충동적으로 범죄를 자저르고도 변호는 전혀없이 자신 딴에서는 평온한 죽음을 맞는다. 이유는 그가 붙잡혀서 감옥에 갇힌 순간 그렇게도 싫어하던 귀족 사회의 위선을 모든것을 잃어버려 위선자였던 자신에서 다시 진실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후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레날 부인까지 만난 뒤 진정한 행복을 찾고 당당하게 죽음을 맞는다.
그는 그의 아버지에겐 그저 놈팽이처럼 보일 뿐(...)이어서 집안에서 취급이 좋지 않았고 영영 평민으로 살 뻔 했으나, 자기가 사는 시의 레날 시장이 자기를 가정교사로 고용하게 되면서 인생이 달라질 계기를 잡는다. 뛰어난 라틴어 실력과 호감형의 외모, 예의를 차릴 줄 아는 자세 등으로 인해 레날 시장 가족에게 좋은 가정교사로 보이게 되지만 자기에게 '''이성적 호감'''을 품은 레날 부인을 냉정하게 내치지 못하는게 나중에 몰락의 제 1원인이 되고 만다.
처음에는 레날 부인의 호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귀족 + 부르주아 계층에 대한 경멸섞인 시선을 섞어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를 비호감으로 보기도 했으나 신분이 더 높은 레날 부인이 자기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걸 맘에 들어하기도 하고, 레날 부인 덕분에 국왕의 베리에르 행차 시 의장대원에 임명된데다 맨 앞줄에 서는 영광도 누리고[15] 레날 부인과 별장에서 같이 지내기도 하는 등 점차 레날 부인과 가까워져가며 레날 부인과 지나치게 친해지는 관계에 돌입하게 되는 등 무덤을 파게 된다(...)
참고로 이 시점에선 줄리앙도 레날 부인에게 진심으로 인간적 + 이성적 호감을 느끼다가 결국 사랑의 영역까지 건너가게 된듯.
그러다 결국 레날 시장에게 잡힐 위기에 처하자 그를 좋게 봤던 셀랑 사제의 도움을 받아 브장송 신학교에 들어가 사제가 될 준비를 한다. 신학교에서도 뛰어난 재능 덕에 당시 지위가 높고 귀족들과의 인맥이 있었던 피라르 사제의 눈에 들어 또 인생을 필 계기를 찾는다.
이후 피라르 사제의 인맥빨을 통해 그와 잘 알던 라 몰 후작의 밑에서 비서로써 일하게 되고, 라 몰 후작의 친딸이자 그 당시 다른 귀족 영애들과는 꽤 다른 구석이 있는 마틸드와 안면을 트게 된다. 자존심이 강했던 둘은 처음엔 잘 맞물리지 않아서 안 맞는 톱니바퀴처럼 보이긴 했지만 줄리앙이 사교계에서 알게 된 다른 귀족들의 도움 덕분에 둘의 사이는 가까워지고, 갈등사건을 좀 겪긴 했지만 마틸드가 줄리앙의 아기를 임신하게 될 정도로 사이가 가까워지게 된다.
그러나 줄리앙은 끊임없이 마틸드의 사이와 레날 부인과의 기억때문에 고통스러워 한다. 이때 마틸드가 먼저 자신의 아버지 라 몰 후작에게 이 모든 사실을 알리며 결혼하게 해달라고 사실대로 말해버린다. 후작에게 거나하게 욕을 먹었지만[사실] 결국 후작에게 마틸드와의 사이를 인정받고 귀족가의 사위가 되어[16] 본격적으로 귀족 집안에 정식적으로 호적상 편입이 되는 호사 + 자기 아이가 라 몰 후작 가문의 족보에 적을 남기는 영광을 한 번에 거머쥐며 승승장구하게 될 것 같았지만...
'''레날 부인이 자신과 줄리앙 사이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17]을 고발하게 되면서'''[18] 그의 입지는 순식간에 추락하게 된다.
야망이 이루어지기까지 앞으로 한 발짝 남은 상황을 다 뭉개버린 레날 부인을 찾아간 줄리앙은 그녀에게 권총을 쏴 버리고 사람(그것도 귀족)을 쏜 죄 때문에 재판에 회부된다. 그의 지인들 중 친구 푸케를 비롯한 일부 지인이 그를 필사적으로 변호해주려 하지만[19] 레날 부인이 자기 때문에 죽었다 생각한 줄리앙은 절망에 빠져 그는 모든것을 포기하고 변호사와 심지어는 재판장 앞에서 자신의 혐의를 계획적인 범죄라고 거짓으로 말한다.
그러나 레날 부인은 살아있었고, 줄리앙은 레날 부인과 기적적으로 감옥에서 다시 만나 서로 모든 진심을 나누게 된다. 레날 부인은 자신을 위한다면 상소하라고 하고 줄리앙은 이를 승낙하지만, 마틸드가 필사적으로 구워삶은 주교의 배신으로 인해 줄리앙은 끝내 사형 선고를 받게 된다.
줄리앙은 시대의 귀족들과 부르주아들, 높은 계급의 사람들에게 적개심을 품어왔고, 그 적개심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권세를 얻고, 야망까지 품어왔으나 그것은 결국 헛된 위선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뒤 위선자에서 벗어난 자신을 발견하고는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된다. 그는 사형 선고를 받은 후에도 담담히 감옥에 있다가 자신의 모든 것을 일장춘몽으로 흘려보내며 사형당하는 결말을 맞는다.[20]
꿈이 이뤄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행운의 여신의 가호를 받는 것마냥 위기상황에서 정말 스릴 넘치게 빠져나가고 거기에 더해 과거보다 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기예와도 같은 상황 보정을 받으나, 끝내 과거[21]에 발목이 붙잡혀서 마지막에 패배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본인은 최후에 대해 나름 만족하며 받아들이긴 했지만.
의외로 현대에서 통용되는 여성들이 매력적으로 여기는 나쁜 남자의 컨셉을 정말 제대로 보여주는 캐릭터기도 하다. 속물적이고 이해타산적이며 그걸 위해 주변을 이용하는 나쁜 모습이 있지만 일단 잘생긴데다가 화려한 언변과 지적인 면모 모두 고루 갖췄고 놀라운 밀당 수완까지 선보이기 때문에 겉만 보면 확실히 매력적으로 보일법도 하다.

3.2. 줄리앙의 주변인물


  • 소렐 영감
줄리앙과 그 형들의 아버지로, 제제소를 운영하고 있다. 자본주의 논리만을 따를 뿐인 이기적이고 교활한 사람으로 돈벌이가 될 가정교사 제안을 레날 시장으로부터 받게 되자 잽싸게 줄리앙을 보내버린다.
줄리앙에 대해선 그저 놈팽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인식이 좋지 않았으며, 줄리앙이 끝내 사형을 당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돈만 쏙 챙기는 냉혹한 면모를 보여준다.
  • 줄리앙의 형들
아버지를 도와 제제소 일을 한다는 식으로만 언급되고 별 비중은 없다. 여타 서민들과는 많이 다른 줄리앙과는 서로 별로 좋은 사이가 아닌 모양.
  • 푸케
줄리앙의 유일한 친구이자 절친. 말 그대로 평민 신분에 만족하며 자기 일이나 열심히 하고 밥벌이만 하면 장땡주의에 가깝기에, 야망이 넘치는 한편 자신이 속한 평민 신분 자체에 염증을 느끼는 줄리앙에겐 은근 무시받고 있으나 본인은 줄리앙을 정말 소중한 친구로 생각해 이래저래 도와주려고 애쓴다. 줄리앙이 일자리를 잠시 잃었을 때도 자기 직장에 다녀보는게 어떠냐고 추천하기도 했고[22] 줄리앙이 사형당할 위기에 처하자 어떻게든 이를 무마하려고 애쓰는 등 진성 대인배. 다만 줄리앙이 끝내 그의 도움을 거절하기만 하고 끝난 사이(...)라는게 안타까운 점. 다만 줄리앙 역시 푸케의 우정을 모른 것은 아니고, 신분상승의 야망을 품은 자신과는 달리 근면성실하게 일하여 스스로 재산을 모으기 위해 인생을 바쳐왔던 푸케가 사형에 처해질 위기인 자신을 탈옥시켜 미국으로 도망시키기 위해 기꺼이 전 재산을 다 내놓을 각오라는 것을 알고 친구가 자신을 그렇게까지 소중하게 생각해주고 있다는 데 감동한다. 하지만 친구의 제안에 응하지는 않고 스스로의 격정에 몸을 맡긴 채 단두대로...
여담이지만 줄리앙이 신학교에 다니던 시기, 기숙사에서 친구가 밥이나 잘 먹고 있는지 걱정이라도 했던 것인지 숲에서 잡은 큰 멧돼지사슴을 학교로 보내주기도 하였다. 물론 고기는 학생과 교사들 모두 맛있게 잘 먹었고, 그 이전까지 '평민 주제에 고고한 척 한다'고 따돌림당하던 줄리앙에게 '유력한 친척이 있다'는 헛소문이 퍼지는 원인이 되어 줄리앙의 교우관계와 학교 생활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하였다.[23]
  • 늙은 군의관
줄리앙이 나폴레옹에게 로망을 가지게 만든 원인. 나폴레옹이 참여했던 전투에 참여한 전적이 있고 그와 관련된 책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줄리앙에게 그걸 보여줬다. 덕분에 줄리앙은 자신처럼 별 볼일 없는 신세에서 야망을 품고 이를 실현시킨데 성공한 나폴레옹에 대한 동경을 기름과 동시에 자기도 나폴레옹처럼 신분상승을 하는 꿈을 가지게 된다.

3.3. 레날 시장


줄리앙 가족이 사는 시의 시장. 소렐 영감과 마찬가지로 이기주의자인 한편 남들 앞에선 잘나보이고 싶어하는 욕구가 늘 있어서 학식이 높은 줄리앙을 자기 아이들의 가정교사로 데려다가 쓰기로 한다.
아내 레날 부인 덕에 재산도 많이 얻고,[24] 그녀와 자신 사이에서 아이들을 여럿 뒀지만 아내에게 큰 애정은 없는듯하다. 냉정한 이기주의자란 면에선 순수한 사랑을 하는 아내와 대조적이다.[25][26]
나중에 줄리앙과 아내의 불륜을 알아채고 줄리앙을 잡으러 쫓아왔지만 잡지 못했다(...)

3.4. 레날 부인


레날 시장의 부인으로, 레날 시장보다 훨씬 더 어려서 유부녀이고 아이를 여럿 뒀는데도 불구하고 젊고 아름다운 외모를 간직하고 있다.[27]

어릴 적엔 수녀원에서 자랐고[28] 이후 사랑하진 않으나 존경심은 가진 레날 시장과 결혼해 살게 된다. 덕분에 속세나 사랑에 대해선 잘 모르고 순진한 마나님 속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그래도 귀족 출신이어서 줄리앙이 그것 때문에 거리감을 두기도 했다.
아이들의 가정교사로 온 줄리앙에 대해 처음에는 아이들 걱정에 약간 경계하기도 하지만, 젊고 야심만만하면서도 겉으로는 섬세하고, 한편으로는 자존심 강한 줄리앙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며 그에게 잘 해주다가 끝내 불륜의 선까지 가게 된다. 결국 줄리앙과의 염문이 들켜 줄리앙이 남편에게 쫓기게 되자 줄리앙을 도망치게 한다.
이후로 오랫동안 등장이 없었지만, 레날 부인과 줄리앙의 염문 사건은 신학교로 도피한 줄리앙에게 위기를 가져다주고, 끝내 귀족 가문의 사위가 될 뻔했던 줄리앙을 몰락시키는 최후의 결정타(...)가 되고 만다.
사실 후반부에서 레날 부인이 줄리앙과 자신의 염문 사실을 밝히게 된 건 다른 사람의 협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몰랐고 어쨌든 레날 부인에게 뒤통수 맞은 것에 대해 분노한 줄리앙은 충동적으로 레날 부인을 찾아가 저격을 시도, 부상을 입히고 그 계기로 끌려가 사형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29]
한편 레날 부인은 부상을 입었을 뿐 사망하지 않았기에 겨우 줄리앙을 찾아와 재회하고 마지막으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줄리앙에게 상소하라고 말했으나[30] 줄리앙은 끝내 사형을 선택해 결국 줄리앙이 죽는 꼴을 보게 된다.
줄리앙의 사후 얼마 안 가 자식들 곁에서 요절함으로써 생을 마감했다.
사실상 적과 흑의 양대 히로인이자, 줄리앙이 진심으로 사랑한 건 그녀였다는 점에선 적과 흑의 진 히로인이라 할 수 있다. 줄리앙이 감옥에 가 있을 때, 마틸드라는 약혼녀가 있는데 자신이 줄리앙을 보러와도 되겠냐는 레날 부인의 질문에 줄리앙은 "마틸드는 내 아내이지만, 애인은 아닙니다." 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던진다. 즉 법적인 아내는 마틸드이지만 허울뿐인 존재이고, 레날 부인이 진심으로 사랑을 나누는 애인이라는 것. 이렇듯 줄리앙을 사이에 둔 다른 히로인인 마틸드와는 여러모로 대비되는 인상을 지닌다.
요약하자면 레날 부인은 가정의 천사[31]로 대표되는 그 당시 남편들의 로망이자 여자들이 그렇게 되길 요구받았던 구식 여성상 기믹과 자기를 돌보지 않는 헌신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하는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으나, 마틸드는 반대로 영민하지만 허영심이 있어서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보단 소위 말하는 '머리로 하는 사랑' 과 헌신보다는 자기 입장을 더 중시하는 사랑을 하는 신식 여성 타입의 캐릭터라 할 수 있다.

3.5. 셀랑 사제


줄리앙과 친한 노사제로, 영민한 줄리앙을 제법 아끼고 있었다. 가정교사 일을 하던 줄리앙이 레날 부인과의 염문 때문에 곤경에 처하자 그가 신학교에 가도록 돕는다.
이후 줄리앙이 또(...) 레날 부인과의 염문 사건이 불거져 사고를 친 끝에 사형 각이 잡히자 줄리앙이 있는 감옥까지 와서 그를 진심으로 걱정한다.[32] 지나치게 아들에게 냉혹한 소렐 영감과 대조해보면 오히려 이쪽이 아빠같이 보일 지경(...) 줄리앙에 대한 이 인물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일화로 줄리앙이 레날 부인의 호의로 국왕 행차의 의장대원(그것도 제일 앞줄)에 서는 영광을 누리게 되자 '허영심에 빠져 거들먹거리려고 한다'고 여겨 불쾌하게 생각하지만 자기 집 책장을 고쳐주기 위해 아버지의 제제소에서 얻은 판자를 직접 짊어지고 와 자기 손으로 고쳐주자 쥘리앙이 허영심에 빠졌다는 것은 자신의 오해였고, 소박하고 성실, 경건한 청년이 맞다고 여겨 다시 따뜻하게 대해주는 장면이 있다. 즉 허영심 이전에 야심 덩어리 그 자체인 줄리앙의 본성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그저 '신실한 사제가 되고 싶어하는 청년'이라고 오해하고 있지만 줄리앙을 진심으로 아끼고 나쁜 길(사제로써, 또는 신앙적 관점에서 나쁜 길)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해주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

3.6. 피라르 사제


줄리앙이 신학교에 들어갔을 때 만나게 된 사제로, 세속적인 다른 사제들이나 속물성이 강한 신학도들과 달리 도덕주의를 중시하며 그만큼 본인도 도덕적인 경향이 있다[33]. 셀랑 사제의 추천으로 온 줄리앙을 마음에 들어해서 이런저런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34]
줄리앙의 신학교 생활 시절 위기를 넘기는데도 도와주나, 신학교 생활까지 어렵게 된[35] 줄리앙에게 자신의 지인이기도 한 라 몰 후작의 비서 자리를 추천해준다.
본인은 줄리앙에게 도움이 된 사람이지만, 그와 라이벌이었던 다른 사제는 나중에 레날 부인을 이용해 줄리앙과 레날 부인의 염문 사실을 폭로해서 줄리앙이 몰락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적과 흑 후반부의 흑막이 된다.

3.7. 라 몰 후작


프랑스의 귀족으로, 피라르 사제와 지인 사이이다. 그가 추천해준 줄리앙을 자신의 비서로 받아들임으로써 줄리앙이 본격적으로 상류 사회의 일원으로써 이를 접하게 해준 존재.
아들과 딸을 두고 있는데, 이중 딸 마틸드는 이 작품의 양대 히로인 중 하나가 된다. 정작 후작 본인은 딸을 공들여 기르며 공작부인으로 만들어 집안의 신분상승을 꿈꾸고 있었지만, 줄리앙과 마틸드가 속도위반을 저질러 마틸드가 임신하는 바람에 이 꿈은 물거품이 된다. 결국 빡쳐서 그간의 신사적이고 온후한 태도를 치워버리고[36] 엄청나게 화를 내지만 마틸드가 계속 설득한 탓인지 끝내 줄리앙에게 새 성과 새 신분까지 주며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37][38]
허나 레날 부인이 자신과 줄리앙의 염문사실을 밝히는 바람에 결국 줄리앙을 내치고 마틸드와 줄리앙의 결혼을 취소시킨다. 지인 추천으로 받아들인 평민 신분 비서 한 놈 때문에 딸은 졸지에 속도위반해서 사생아나 가지고,[39] 사위 삼아주려 했던 비서는 뒤에서 사고친게 밝혀져서 사형에, 자기의 꿈이었던 딸을 공작부인으로 만들기도 다 실패했으니 어찌보면 참 안습인생(...)[40]
그가 줄리앙에게 무척 잘 해준 점을 고려해보면[41] 그의 입장에서 줄리앙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놈이다(...)

3.8. 마틸드 라 몰


줄리앙의 상사이기도 한 라 몰 후작의 딸로, 위로는 오빠 한 명을 두고 있다. 적과 흑의 또 하나의 히로인.[42]
아름다운 외모에 매우 이지적이고 도도한 여성으로, 사교계에서 매우 주목받는 영애의 입장. 출신으로 보나 외모로 보나 지식 수준으로 보나 사교계 내 입지로 보나 자타가 공인하는 파리 귀족계의 차도녀 + 엄친딸이지만, 정작 본인은 귀족 출신 남자들에게 권태감을 느끼다가 그들과는 확연히 다른 대담함을 품은 줄리앙에게 관심을 가진다.
상대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입장이지만, 지성과 개성과 야심이 등등한 마틸드가 보기에는 주변을 맴도는 상류층 남자들이 지루한 한량들에 불과하다. 여왕 마고처럼 매우 격정적이고 강렬한 사랑을 하기를 원했다. 한편으로는 결국 상류층 특유의 선민의식허영도 어느 정도 있는 인물.[43]
여하튼 이런 특이하고 강한 성격 때문에 줄리앙에게 관심을 가지며[44], 줄리앙 역시 처음에는 마틸드를 그저 오만한 귀족 영애라고만 봤다가 점차 관심을 들이며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전에 레날 부인과 했던 진실한 사랑과는 별개로 줄리앙에게 있어서 마틸드와의 사랑은 신분 상승의 수단을 겸하는 용도가 된다. 마틸드 역시 결국 자신의 취향이었던 사랑방식을 줄리앙을 통해 실천하고 있었으니 둘 다 '머리로 하는 사랑' 혹은 '계산적인 사랑' 을 했다고도 볼 수 있는 셈.[45] 한편 둘 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신분이 그어놓는 선을 넘는 연애를 했다는건 또 공통점이다.[46]
후작의 비서 역할을 하느라 여러 귀족들과 가까워진 줄리앙은,[47] 마틸드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친해진 귀족 중 한 명의 연애 조언을 받아 마틸드를 자극하는 밀당을 시전하고[48][49] 결국 마틸드와 몸의 관계까지 맺는 선에 도달한다.
아이가 생겨서 마틸드의 아버지 라 몰 후작이 줄리앙에게 노발대발했지만, 마틸드는 끝내 아버지에게서 줄리앙과 결혼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내기에 이른다. 사실상 중후반부 줄리앙의 신세 그래프가 최고점을 찍게 해준 원인.[50]
마틸드는 이에 기뻐하며 줄리앙에게 소식을 전하나, 레날 부인의 염문 폭로 때문에 줄리앙이 사고를 치고 남편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마틸드는 사형을 막기 위해 재판과 관계된 신부를 구워삶았지만 소용 없었고, 결국 줄리앙을 사형으로 떠나보내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동경했던 마고 여왕처럼, 사랑했던 남자(줄리앙)의 마지막을 함께 하게 된다[51].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는지 불명인데, 평민 출신과 연애 끝에 혼전임신을 해서 결혼할 뻔 했는데다가 그 평민 출신의 예비남편이 하필이면 이미 다른 귀족 여인과 불륜을 저지른 전적이 있다고 나오고 살인미수까지 저질러 사형을 받게 되었던 만큼, 평생동안 그와 관련한 추문이 귀족 사교계에서 그녀의 뒤에 따라다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그런 범죄자 예비남편의 사생아까지 지녔으니 최소 더 높은 혼처는 물론 그녀 자신의 신분에 맞는 다른 혼처를 찾기도 힘들어졌을테니 미래가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는다고 보는 독자들도 있다.[52] 근데 역사적으로 고찰해보자면 지체높고 재산 많은 집 딸이면 추문이고 뭐고 그냥 씹어버리고 구혼자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어짜피 당시 유럽 상류층들은 불륜 안하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난잡한 사생활 분위기에 푹 절여져 있었기에 결혼은 지위나 재산을 위한 게임이고 진짜 사랑은 따로 애인두어 한다는 마인드가 대세였다. 68운동 이전 유럽의 정절에 대한 기독교식 경건함은 신앙심 깊은 시골 농가에나 해당되는 것이었고, 특히 근세 귀족가문이라면 애인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남편의 아이라고 속이기라도 한 것이면 모를까, 그냥 애인과의 관계 자체는 별로 흠거리로 치지도 않았다.
레날 부인과 여러모로 크게 대조되는 인물. 위에서도 나와있듯이 레날 부인이 순진하고 헌신적이며 사랑에 휩쓸리기 전까진 가정에 마냥 충성하던 여성이라면 마틸드는 오만하고 도도하며 계급의식을 넘는 연애를 하는데서 느끼는 자극과 거기에 들이부을 정열이 보장될 연애를 하고 싶어하고, 그걸 위해서라면 신분제와 가족의 의중까지 어기는 개인주의적인 여성이다.[53] 한편으로는 개인의 감정과 스릴을 추구하는 면모가 너무 앞섰기에 현실적인 부분을 재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 줘버리는 등 비현실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경향도 있는데 이런 헛똑똑이 면모 또한 소위 신여성들의 특징.[54][55]
정작 진실한 사랑을 한 레날 부인은 줄리앙의 파멸의 결정타가 되어버리나, 계산적인 사랑을 했던 마틸드는 줄리앙에게 인생 최대의 영광 겸 소원을 이루기 일보직전의 상황을 제공해준 은인이 되었다는게 아이러니.[56]
작중에서도 언급되는 여왕 마고의 주인공이기도 한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에게서 꽤 모티브를 따온듯하다.

3.9. 기타 등장인물


  • 알리자
레날 시장 집안의 하녀. 우연히 많은 유산을 상속받게 된 후 줄리앙에게 관심을 보였으나 서민에겐 관심 없던 줄리앙에게 까이자 앙심을 품게 된다. 이후 레날 시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빈민수용소장 발르노에게 이 사실을 까발려 줄리앙을 엿먹이려 하지만, 레날 부인이 재치를 부려 줄리앙과 레날 부인에겐 당장 위기가 다가오진 않는다. 그래도 결국 여론을 그들에게 위험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데는 성공했다.
  • 발르노
빈민수용소장으로 재력이나 지위 등에 있어서는 똑같은 부르주아인 레날의 라이벌이다. 레날 부인에게 나름 흑심을 품고 있었지만 이를 이루는건 실패하는 와중에 줄리앙과 레날 부인의 불륜 사실을 알고 그들에 대한 소문을 나쁘게 퍼뜨려 앙심을 해소하려 하지만, 레날 부인의 기지로 실패한다.
  • 데르빌르 부인
레날 부인과 친한 사이의 귀족 부인으로, 레날 부인이 줄리앙과 함께 별장에 갔을 때 남의 눈총을 안 사게 하기 위한 연막용(...)으로 불러냈다. 작중에선 기품 있고 온후하다 묘사되지만 눈치가 빨라 레날 부인과 줄리앙의 불륜 느낌이 나는 기류를 눈치채고 불안해하기도 하며, 나중에 줄리앙이 레날 부인을 만나려 했을 때도 이를 만류하며 그들이 못 만나게 만든다.
  • 신학교 학생들
줄리앙이 잠시 다녔던 신학교의 학생들로, 대다수는 그냥 신학교에 들어가 사제가 됨으로써 빨리 돈이나 벌려는 마음이나 품고 있고 줄리앙처럼 사색적이거나 진심으로 신에게 인생을 바치려는 사제가 되려는 이는 당연히(...) 적다. 당시 신학교도들의 속물성을 보여주는 이들이기도 하다.[57] 줄리앙은 그런 그들과 자신은 다르다는 식으로 거리를 뒀지만, 신분상승의 욕망을 품고 나중엔 내심 속물 + 위선자같은 짓도 하는 걸 보면[58] 다른 의미로 미래의 줄리앙의 거울과 같은 존재들일지도.
  • 카스타네드 사제
파라르 사제의 라이벌로, 신학교 내에선 큰 파벌을 형성하고 있다. 솔직하게 세속주의적인 인간인지라 신학교 학생들에게도 그런 걸 가르치는(...) 사람.
  • 프릴레르 부주교
줄리앙을 싫어하는 부주교로, 줄리앙이 높은 성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적표를 조작해 198등이라는 아주 나쁜 성적을 받게 만든다. 줄리앙이 신학교를 떠나게 된 원인 중 하나. 작중에선 예수회파를 상징한다고.
  • 드 보부아지
파리 귀족 중 한 명으로 기사 겸 외교관. 신사적이고 온후한 성격. 그러나 그의 마부의 인성됨이 좋지 못해 줄리앙에게 마부가 시비를 튼 것을 계기로, 졸지에 초면인 줄리앙과 결투까지 하게 된다(...) 결투 후 줄리앙이 귀족이 아니라 그냥 일개 평민 비서라는 걸 알게 된 후 빡쳐서(...)[59] 줄리앙의 혈통에 관한 헛소문[60]을 퍼뜨리기도 하지만 라 몰 후작은 오히려 줄리앙의 입장상 이걸 이용하게 도와준다.
  • 코라소프 공작
줄리앙과 마틸드의 연애를 도와준 공작으로, 줄리앙에게 여인에게 보내는 용도의 편지도 보여주고 마틸드의 질투 유발을 위해 그녀와 가까이 지내는 여인에게 접근하라는 조언까지 해준다.
  • 알타미라 백작
줄리앙과 마틸다의 연애를 본의 아니게(...) 도와준 백작. 줄리앙은 그에게 찾아가 마틸드와 친하게 지내던 페르바크 부인을 사모한다고 거짓으로 고했고, 이를 믿은 알타미라 백작은 페르바크 부인을 쫓아다닌 전적이 있는 남자를 소개시켜준다.
  • 페르바크 부인
줄리앙의 연애과정 중 마틸드와의 밀당에서 본의 아니게 동원된 귀족 부인. 줄리앙은 마틸드의 질투심을 자극하고 그녀가 완전히 자기에게 넘어오게 하기 위해 페르바크 부인을 좋아하는 척 가짜 연애편지들을 날리며 그녀의 마음을 산다. 결국 그녀가 거기에 넘어가 답장을 한 걸 계기로 마틸드는 질투심이 폭발해 자기가 아내인데 한눈파냐는 식으로 반응하고, 줄리앙이 그녀의 편지를 받기만 했지 뜯어보지도 않았음을 알려주자 결국 줄리앙에게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 이후 나올 이유가 없어져서인지 안 나온다(...)
그녀는 고위 주교의 딸이었기에 줄리앙이 그녀와 이어져도 신분상승을 노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줄리앙은 당시 마틸드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여념이 없어서 그런 건 알 바 아니라는 식으로 취급했다.
  • 크루아즈누아 후작
마틸드와 혼사가 진행될 뻔했던 귀족. 허나 줄리앙에게 마틸드가 완전히 넘어가면서 혼사가 무효 처리가 된다.

4. 여담


  •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소설이 당대에 출간될 수 있었을 리가 만무한데, 스탕달이 타도되기를 원했던 왕정복고기는 결국 스탕달이 이 소설을 출판한 1830년 7월에 7월 혁명으로 무너졌고 이 소설도 출간될 수 있었다.
  • 제목인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의 유래에 대해서는 주인공 줄리앙 소렐이 출세하고 싶어했던 붉은 제복(군인)과 검은 사제복(성직자)를 가리킨다는 말이 있다. 또 다른 의견으론 룰렛의 회전판 색이 붉은색과 검은색인 것에서 주인공 줄리앙 소렐의 인생을 도박에 비유한게 아니냐는 말도 있다. 그러나 스탕달 자신이 정확하게 밝히지 않아서 제목의 유래는 불명이다.
  • 2010년 방영한 드라마 나쁜남자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며 실제로도 일본판 제목은 '적과 흑'이다.
  • 소설의 후반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줄리앙이 유일하게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자는 마틸드가 아니라 레날 부인이었다.
  • 소설의 주인공 줄리앙과 스탕달은 제법 비슷한 부분이 많다. 비귀족 출신,[61] 관리로써의 출세를 노렸으나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62], 평민과 귀족 모두 부정적으로 봤다는 점 등등.[63] 특히 줄리앙은 평민에 있어서 치를 떨고 경멸적인 태도를 취하는데,[64] 스탕달도 비슷하게 평민에 대해 경멸과 혐오적인 반응을 드러낸 바 있었다고 한다. 허나 그런 스탕달은 줄리앙을 평민 출신의 출세야욕이 넘치는 인물로 설정하고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것이 특이한 부분.

[1] 줄리앙은 주교 앞에서 무릎을 꿇는 왕과 귀족들을 보게 되는데, 당시 가톨릭 성직자들의 위상은 상당히 높았다. 마흔이 안 된 신부가 무공을 세운 장교 수입의 3배를 받는다고 할 정도였다.[2] 그와 엮이는 레날 부인과 마틸드 모두 작중 공식 미녀들이다.[3] 물론 신심이 충만한 사람이어서 셀랑 사제와 친하게 지낸게 아니라, 당시 사제는 왕정 복고기에서 평민 출신이라도 이 직업을 따고 인맥을 쌓다보면 상류층으로 출세할 수 있는 직종 중 하나였기에 이를 노리고 친하게 지냈던 것 뿐이었다. 그러니까 사제가 돼서 높은 사람들이랑 어울릴 수 있는 걸 원했기에(...) 사제가 되려고 한 것. (실제로도 앙시앵 레짐에서도 사제들은 일단은 제 1신분이었으나 의외로 제 3신분 출신들도 있었기에 3신분들이 프랑스 혁명 전에 의회 출입을 거절당하자 자기들끼리 독립적으로 열었던 의회에 이런 3신분 출신 사제들이 가세한 바 있었다.) 그런 야망을 가진 거 치곤 꽤 자기 본심을 잘 숨겼는지 셀랑 사제는 초반까지만 해도 줄리앙을 순수한 신학도가 되고싶어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4] 사실 갓 가정교사가 되었을 때만 해도 라틴어에는 능통하지만 교양 지식은 부족한 면모를 보이기는 하였다. 어쩔 수 없는 것이, 이때까지 줄리앙의 스승 역할을 해 준 사람은 사제라서 신학 이외의 지식은 별로 없는 셀랑 사제 아니면 의학과 야전지식 이외에는 아는게 별로 없는 늙은 군의관 뿐이었고 그들이 가진 책 역시 성경과 신학책, 의학책이 전부였으니 폭 넓은 교양을 쌓을 기회는 없었던 것. 하지만 자신이 잘 모르는 시사 및 교양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나는 사제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라 그런 속된 화제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을 돌리면서 동시에 아이들을 공부시키는데 필요하다는 핑계(어차피 사관학교에 입학할 아이들이니,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그곳에서 화제가 될법한 책 몇 권은 미리 읽어두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는 핑계)로 레날 시장에게 책을 사게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자유주의자나 나폴레옹에 우호적인 책들을 보고 있음을 숨기기 위해 서점의 구독 카드를 레날 시장의 하인 이름으로 쓰게 하는 등 대단히 요령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5] 그는 나폴레옹과 한 전장에서 뛴 인물이었다. 그래봤자 아는 거라곤 당시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이야기가 대다수였지만, 나폴레옹과 관련된 책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이걸 줄리앙에게 줌으로써 줄리앙의 야욕을 부채질하는 사단을 낳았다(...)[6]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나폴레옹을 열렬히 숭배하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한게 줄리앙이 청년기였던 시절은 나폴레옹이 추방당하고 왕정복고가 이루어지던 시절이니 이미 몰락한 과거 정권의 수장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게 볼 리가 없었다. 그래서 줄리앙은 이 사실과 엮여서 눈총이나 불이익을 안 받으려 이를 열심히 숨기고 다녔던 것.[7] 참고로 줄리앙이 나폴레옹을 그리도 열렬히 숭배하는건 높으신 분들의 눈길도 안 닿는 평민들의 영역 속에서 평범한 평민들과 부대껴 살았던, 야심만만하고 능력있는 평민이었다는 청년기를 가졌던게 그와 나폴레옹의 공통점이며 아직 출세에 성공하지 못한 그와 달리 나폴레옹은 평민 출신이었다가 군인을 거쳐 한 나라의 황제 자리에까지 앉아보는 호사 of 호사를 누렸다는 사실의 줄리앙에게 '너도 출세할 수 있다' 는 가능성을 불어넣어줬던 탓이 크다. 아니면 줄리앙은 '성공한 후의 자신' 을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인물인 나폴레옹에게 투영하고 있었으며 그를 숭배하고 그처럼 되는 것에 그리도 집착했던 걸지도 모른다. 소위 말해 '롤 모델' 로써 숭배하는 것.[8] 그래서 신학교에 들어갔다가 군면제를 받기도 하자 속으로는 별로 좋지 않아하는 반응을 보였다. 줄리앙에게 있어서 군 면제가 된다는건 군인으로서의 출세길이 막힌다고 받아들여졌기 때문.[9] 그래서 자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은 절대로 못 참아서, 이 건으로 부주의한 행동을 몇 번 저지른 바도 있다. 자기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레날 부인(줄리앙의 첫 번째 상사인 레날 시장의 부인) 앞에서도 부인의 호의를 신경쓰고 바로 이용하기보단 존심 상해서(...) 그녀에게 틱틱거리는 식으로 응수한 적도 있다. 다행히 레날 부인이 성격이 순진하고 그에게 호감이 있어서 별 신경 안 쓰고 넘어가줬지만 권위주의적인 성격이었다면 줄리앙은 저 태도 때문에 초반부터 그녀에게 충분히 밉보일 수도 있었다. 또 자기 존심을 건드린 라 몰 후작(줄리앙의 두 번째 상사)의 친딸 마틸드 앞에서 리얼 총을 들고 위협하는 위험한 면모도 보인 바 있었다. 다행히 마틸다도 이 행위를 본 후 줄리앙에 대해 조심히 대했으며 오히려 호감이 더 깊어져서 그와 더욱 깊은 관계가 되지만.[10] 이 오만함은 작중 그의 주인공으로써의 운빨보정(...)이라 할 수 있는 몇 가지 상황이 없었더라면 작품 초반부부터 그의 인생에 단두대를 내리찍었을지도 모를 위험천만한 무례를 시전하게 만든 적이 몇 번 있다. 또 이런 성격 탓에 권력 그 자체에 집착하기보단 권력을 '''자기 우월성을 증명할만한 수단'''으로 보고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출세를 그토록 바랬던 것도, 레날 부인이 자기를 좋아하는 걸 확인하자 자기 우월성 증명에 성공했음을 더 중점적으로 보고 기뻐하거나(...) 하는 면모를 자주 보인다. 그래서 자기 우월성을 증명할 수 없다 생각되는 평민들의 직종이나 평민들의 영역은 거들떠보지 않으려들고 경멸하는 경향도 보인다.[11] 아마도 출생 차이 하나로 편하게 출세의 기로를 탈 수 있는 귀족들에 대한 부러움이 열등감과 경멸감으로 승화한 것도 있고, 그가 그리 존경하는 나폴레옹(출세한 평민 영웅)을 꺾어 추락시킨 것도 귀족 계급이라는 탓도 있을듯. 그래서인지 작품을 읽다보면 줄리앙이 귀족들을 여러 이유로 경멸하거나 속으로 골빈 사람이라 취급하는 장면도 종종 나오고, 쓸데없이 기싸움을 벌이거나 귀족들을 자기 밑에 꿀리고 싶어하거나 귀족인 레닐 부인이 자기에게 세게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12] 상류 사회 물을 먹다 몰락하기 직전인 중후반부엔 위선도 포함된다. 물론 감옥행이 된 이후 위선에선 벗어난다.[13] 집이 못 사는 집도 아니고 본인도 여기저기서 돈 받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어서 진학에 드는 돈과 관련해서도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14] 어찌보면 속물화도 은근 진행되었다고 할 수도 있는 부분. 정작 줄리앙이 혐오하던게 부르주아와 귀족, 그리고 속물들이었음을 고려해보면 아이러니.[15] 정작 사람들은 이를 좋지 않게 봤다. 국왕 행차의 의장대원은 지역의 유력한 유지나 향사, 귀족들이 맡는 역할인데 '고작 제제소집 아들이 뭐라고 감히 의장대에 끼어드냐'는 반응이었다.[사실] 이 시대의 귀족 시선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라 몰 후작은 줄리앙의 재능만 인정했을 뿐이지 신분 관계를 넘나드는 것은 탐탁치 않게 여겼던데다, 하층민인 줄리앙과 마틸드가 결혼하게 되면 자신이 10년 넘게 모든것을 쏟아부어 키운 마틸드가 공작 부인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16] 후작은 줄리앙에세 새 성씨와 귀족 신분까지 주고, 군에 입대하진 않았지만 군의 직위(기병 중위)까지 줬다.[17] 두 사람의 불륜[18] 물론 레날 부인도 다른 사람에게 협박받아서 어쩔 수 없이 이를 고발하게 된 것이었다.[19] 정작 친부인 소렐 영감은 은 아들이 어찌되던 말던 아무 신경도 안쓰다 줄리앙이 사형 선고를 받자 와서 돈만 받아가 버렸다.[20] 그를 사랑했던 두 여성 중 마틸드는 그의 끝을 모두 바라봤지만 자살하는 대신 앞으로도 살아가기를 택했고, 레날 부인은 줄리앙과 한 자살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켰으나 줄리앙이 죽은 후 몇일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사망한다.[21] 레날 부인과의 불륜. 사실상 줄리앙이 충분히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 저지른 과거였기에 시간차 자폭행위(...)[22] 물론 신분상승을 꿈꾸던 줄리앙은 푸케가 자기에게 직장 추천을 하자 누가 그딴 걸 할까보냐 하는 식으로 속으로 치를 떨었다.[23] 프랑스 혁명 이전까지 숲에서 사냥하는 것은 영주의 권리였기에, (정육점에서 산 가축의 고기가 아니라) 사냥으로 잡은 멧돼지와 사슴을 통채로 보내주는 친지가 있다=친지중에 영주의 특권을 가진 귀족, 또는 유력한 향사가 있다는 오해를 받게 된 것. 물론 귀족이 아닌 푸케가 자기 사업장 근처의 숲에서 짐승을 잡아서 보낼 수 있던 데에서 알 수 있듯, 당시 프랑스에서는 중세적 귀족의 특권이 빠르게 해체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박힌 신분제적 관념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치 중 하나. 이 고기를 받은 뒤 이전까지 줄리앙을 따돌리던 다른 학생들이 줄리앙에게 조금 친절해졌다는 것 역시 단순히 얻어먹은 고기가 고마워서라기보다는 쥘리앙에게 정말 유력한 친척(소영주라도 지방 귀족이라거나, 한 지방의 유력한 향사 등)이 있다면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출세에(예컨데, 어느정도 수입이 있는 교구 사제의 자리를 얻는 등) 도움이 될 연줄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었던 것.[24] 레날 부인은 부자 숙모 덕에 재산이 많았다.[25] 예를 들어, 쥘리앙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 후 쥘리앙이 받는 월급이 부족한 것 같다고 느낀 레날 부인이 "쥘리앙은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도 잘 가르치고 있는데 월급을 좀 올려주면 어떻겠느냐" 고 남편에게 제안하자 레날 시장의 반응은 "그 친구가 말을 안듣고 일도 잘 안하거나 그만두려고 하면 월급을 올려서 꼬드겨야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도 일 잘하고 있는데 뭣하러 보수를 올려주냐" 고 대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대까지도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에서 <말 잘 듣고 고분고분 일 열심히 하면 어련히 알아서 대우를 잘 해 줄 것이다> 라는 논리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부분.[26] 그래도 아내와 달리 불륜을 저지른다던가 아이들에게 못되게 군다던가 한 적은 없다. 자기 이미지를 신경쓰느라 그런 탓이 크긴 하지만(...)[27] 작중에선 '놀랄 만큼 수줍고 부드러운' 이란 수식어로도 묘사된다.[28] 돈이 좀 되는 사람들의 경우 예절 교육을 명목으로 자기 딸들을 일시적으로 수녀원에 넣어놓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녀도 그런 케이스인듯.[29] 우발적인 살인미수이긴 했고 이를 어필한다면 살아남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레날 부인이 저 시점에서 죽었다고 생각했던 줄리앙은 삶의 의욕을 잃고 그냥 죽기로 결심해 계획범죄라고 우겼기 때문이다.[30] 이 외에도 줄리앙이 최대한 사형은 피하도록 많이 노력했다.[31] 서양판 현모양처나 야마토 나데시코라 할 수 있는 여성상으로, 용어 자체는 빅토리아 시대에 나왔다. 가정을 수호하는 천사처럼 늘 가족을 위해 헌신하기만 할 뿐 다른 곳으로는 눈 돌리지 않는 아내상이 당시에 추천되었는데 불륜 시도 전의 레날 부인이 딱 여기에 부합한다.[32] 줄리앙도 셀랑 사제에 대해 나름 생각하는 면모를 보여주는 걸로 봐서 셀랑 사제에 대한 줄리앙의 인식은 나쁘지 않았던 모양이다.[33] 작중 신학교의 교장을 그만두고 떠나는 고별 연설에서 피라르 사제는 '나는 빈 손으로 이 학교에 와서 빈 손으로 떠난다'고 사실 그대로 말했지만 이를 들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피라르 사제는 참 좋은 사람인데, 왜 저렇게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할까?' 라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피라르 사제를 경건하고 신심 깊은 사제로 인정하고 존경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신학교 교장같은 떡고물 떨어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무 이익도 안 챙기고 떠날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달리 보면 당시 프랑스의 사제 사회에서 사제가 세속적 이익을 얻는 것은 일탈로 여겨진 것 조차 아니고 그저 그런 자리에 있으면 누구나 당연히 하는 일이자 그 사람의 권리라고 여겨졌기에 '신실하고 경건한 사제' 라는 평가와 '그래도 부수입은 당연히 챙겼을 것이다' 라는 짐작이 공존할 수 있었던 것.[34] 그러나 피라르가 줄리앙을 진심으로 아낀 것과는 별개로, 줄리앙에겐 그 역시 신분 상승을 위해 거쳐가야 할 사람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35] 줄리앙은 피라르의 파벌에 속한 신학도였는데, 이 때문에 파라르 사제와는 반대파벌이었던 프렐리르 부주교에게 찍혀서 본디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있는데도 상부가 저지른 성적 조작에 휘말렸다.[36] 그 전만 해도 후작은 줄리앙이 유능한 사람이라고 여겨 매우 맘에 들어하고 있었으며 이런저런 호의를 배풀었다.[37] 이 인물이 줄리앙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의외로 대인배 정도가 아니라 완벽한 대인배에 인격적으로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물이라고 볼 여지가 많다. 마틸드와의 관계 때문에 줄리앙에게 화를 낼 때도 '자신이 줄리앙을 얼마나 신뢰하고 신임했는데, 그런 행위를 한 것은 자신의 신뢰를 저지른 것이 아니냐'고 사리를 따져 추궁하고, 이에 대해 줄리앙이 '내가 강제로 한 것이 아니라 딸(마틸드) 역시 자신을 사랑한 것' 이라고 응수하자 '설령 그렇더라도, 자신이 줄리앙에게 준 신뢰를 생각하면 딸의 접근을 거절하는 것이 네가 해야 할 도리 아니었겠느냐'고 합리적으로 따져 묻는 것. 게다가 줄리앙이 '그래서 따님과 떨어져 있으려고 했지만 딸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명령한 것은 후작님 자신(줄리앙에게 시킬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이다' 라고 다시 받아치자 '확실히 내가 그런 명령을 내리긴 했었다'고 인정하고 납득하기까지 한다. 당대의 계급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인것과는 별개로 딸과 사고친 남자(자기 부하)를 대하는 태도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한번 허락했던 딸과 줄리앙의 결혼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태세를 전환하게 된 계기도 '줄리앙이 이전에 고용주이던 레날 부인과 염문이 있었으며, 딸에게 접근한 것 역시 신분 상승을 노린 것이다' 라는 고발을 받은 것이었다. 즉 딸의 행복을 위해 귀족으로써의 특권의식은 버릴 수 있었지만 체면을 위해 딸의 행복과 도덕을 버릴수는 없던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38] 반면 줄리앙은 후작 앞에서 꽤나 뻔뻔한 태도를 보이는데, 애초에 마틸드에 대한 연애감 외에 그 나름의 속물적인 의도를 품고 마틸드에게 접근한 것도 모자라 마틸드를 작정하고 유혹하려고 다른 귀족들의 협조까지 빌린게 다름아닌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건 쏙 빼놓고 후작 앞에서 둘러댄다. 다만 마틸드도 마냥 순진하게 줄리앙에게 넘어간건 결코 아니어서(...)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라 몰 후작만 안습.[39] 겸사겸사 출산 전에 줄리앙이 사형당했으니 후작의 손주 = 마틸드와 줄리앙의 아이는 유복자/유복녀 확정이다. [40] 귀족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처징 만족하지 않아 신분상승의 열망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줄리앙과 비슷하다. 그와 줄리앙 모두 끝내 꿈을 이루는데 실패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래도 레날 부인과의 염문 사실이 불거지기 전까진 귀족 부인과 간통했다는 과거를 두고도 신학교에도 가보고, 귀족 가문 비서도 해보면서 상류 사회 맛도 보고, 상류층 여인 둘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데 성공한 줄리앙과 달리 후작은 그없이므로 그저 안습.[41] 물론 신분을 고려해 너무 나대지는 말라는 암시를 주긴 했지만, 그 당시 신분제를 생각해보면 그 정도야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사실 신분제가 없어진 현대 사회에도 상사들은 부하들이 너무 나대는걸 그다지 좋아하진 않고...그리고 그걸 감안해도 후작은 줄리앙에게 잘 해준 편에 속한다.[42] 보통 진 히로인은 레날 부인으로 보는지라 은근 마지막 가선 페이크 히로인처럼 느껴지기도(...) 레날 부인이 메인 히로인 겸 진 히로인이라면 마틸드는 서브 히로인 + 페이크 히로인 비슷한 포지션이라 할 수도 있다.[43] 줄리앙과 마찰을 일으킬 때도 이런게 좀 원인이 되기도 했다.[44] 마틸드가 쥘리앙에게 관심을 보인 과정을 보면, 가만히 있어도 결혼할 수 없는 '그럭저럭 안정적인 상류층 남자'들에 대해 느낀 따분함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인 독자의 눈으로 보더라도 마틸드가 자신과 같은 신분인 귀족 청년들을 한심하게 여기는 것이 상당히 이해가 가는것이, 사교계에 자주 등장하게 된 쥘리앙을 본 다른 청년들이 자신들의 신분을 내세워 쥘리앙을 무시하자 (아직 쥘리앙에게 반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자기 자신의 능력은 별볼것도 없으면서 운 좋게 타고난 신분을 내세워 우월감을 보이는 모습을 한심하게 여긴 마틸드는 "저 사람(쥘리앙)의 가족에 대해서는 우리도 모르고 있지 않으냐. 만약 저 사람의 부모가 시골 귀족이라서 저 사람 역시 귀족의 신분인데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 뿐이라면, 그래도 당신들이 저 사람보다 더 우월하냐?" 고 삐딱하게 따져 묻게 된다. 그런데 이에 대해 귀족 청년들이 내놓은 대답은 "그래도 우리는 작위가 있는 중앙(수도)의 대귀족이니 설령 쥘리앙이 시골 귀족의 자식이라도 우리가 더 우월하다". 이에 달을 좀 보랬더니 손가락만 보고 동문서답하는 귀족 청년들의 모습에 빡친 마틸드는 "그럼 저 사람의 아버지가 나폴레옹 전쟁 당시 포로로 잡혀왔던 스페인 공작 출신인데, 프랑스에 포로로 잡혀있는동안 프랑스 여자와의 사이에서 저 사람을 낳았고, 아이를 두고 스페인으로 돌아갔지만 다른 아들이 없어서 죽기 전에 저 사람을 적지로 인지하고 후계자로 삼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그때도 당신들이 저 사람보다 더 우월하냐?" 고 받아치지만... 이에 대한 귀족 청년들의 반응은 좋은 집안의 규수인 마틸드가 아무렇지도 않고 사생아와 관련된 일을 입에 담는 것에 대한 충격이었다. 즉, 마틸드가 '신분을 떠나 그 사람 자신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자신들이 타고난 귀족의 특권을 당연시하고 그 외의 사회에 대해서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단순하고 꽉 막힌 사고방식을 보면 실제로 한심하고 따분하게 여길 만 하기는 하다.(게다가 작중 시기는 귀족들의 모가지가 빗방울처럼 떨어져 내린 프랑스 혁명 이후였다. 즉, 최근의 역사적 사건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 결국 마틸드-쥘리앙의 관계를 보면 연애에 있어서도 자극과 흥미를 원한다는 점에서 서로 상성이 잘 맞은 부분이 있고, 이것이 (사실상 진히로인 취급을 받는) 레날 부인이 아니라 마틸드에 자신의 인생을 건 쥘리앙의 선택을 이해할 동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그리고 자극과 흥미로 가득한 격정을 선택한 결과, 몰락, 또는 파멸의 결말을 맞이했다는 점에서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쥘리앙이야 목이 달아났고, 마틸드도 유복자-까딱 잘못하면 사생아-를 낳고 혼삿길이 막힐 판이니...)[45] 그러나 이해타산적인 것까지 노려 마틸드와 연애하던 줄리앙과 달리 마틸드는 감정적이고 허영적인 부분을 충족하려고 한 건 있어도 이해타산적인 부분은 없다. 애초에 그녀의 신분상 줄리앙과 같은 신분이 더 낮은 사람과 연애하기 위해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불이익이기 때문. 쥘리앙에 대한 마틸드의 사랑이 머리로 하는, 또는 계산적인 사랑이었다고 하는 것은 그 연애를 통해 신분상승등의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마틸드가 동경하던 '낭만적이고 격정적인 연애'를 해 보려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쥘리앙은 자신보다 신분이 낮으니 쥘리앙과 사랑하면 '신분을 뛰어넘는 낭만적인 연애'가 되는 것이고, 쥘리앙이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 '신분에 개의치 않고 비범한 재능을 가진 남자의 연인이 된 자신'이 되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그러니까 이 남자랑 연애햐봐야지~ 하는 식. 이후 쥘리앙이 처형당한 뒤 그 시신을 수습한 것은 마틸드와 (쥘리앙의 친구인) 푸케이고, 마틸드는 단두대에서 잘린 쥘라앙의 머리를 자기 손으로 직접 끌어안고 수습하지만... 이 역시 어느정도는 쥘리앙을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세상에 맞서다가 처형당한 비운의 영웅'으로 이상화하고, 그에 따라 '비운의 영웅의 아내이자 연인으로써 잘린 머리를 직접 수습하는 낭만적 히로인' 으로 스스로 연출하고자 하는 계산이 포함되어 있었다.(다만 이 연출이란 타인에게 그렇게 보여지고자 하는 연출이라기보다는 자기 스스로에게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도취되는 형태의 연출이다.)[46] 다만 묘사를 보면 둘 다 완전히 계산적으로 사랑하기만 한 건 아니다. 어디까지고 줄리앙-레날 부인의 사랑에 비하면 순수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을 뿐(...). 그리고 사실 쥘리앙이 좀 못된 놈이라, 쥘리앙에 대한 레날 부인의 감정은 몰라도 레날 부인에 대한 쥘리앙의 감정에는 계산적인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직 군인으로 출세할 꿈을 가지고 있던 시기, 레날 부인과 연애를 하면 자신이 출세한 이후 '왜 가정교사같은 천한 일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아름다운 레날 부인에 대한 사랑때문에 수치를 무릅쓴 것' 이라고 변명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바 있다. 정말 진지한 계산이라기보다는 레날 부인에 대한 감정을 자기 스스로 속이고 핑계대려는 빌미에 가까웠지만. 이 부분 역시 겉으로는 철저히 계산적이고 영악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충동적이고 격정적이며 자격지심이 강한 쥘리앙의 성격을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이다.[47] 후작의 명령으로 밀서 전달 역할을 맡았는데 훌륭히 수행한 것도 있어서 귀족계에서 그의 입지가 좀 높아진 덕도 있었다. 여담이지만 이 밀서 전달은 상당히 위험한 임무로, 중간에 밀서를 탈취당할 염려가 있어 편지를 직접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편지 내용을 통채로 외워서 전달해야 하는 것이었고 그나마 밀서 내용을 전하기 위해 여행하는 와중에도 목숨을 위협하는 추적자를 피해 몰래 이동해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후작의 내심에 따르면 후작에게는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으리라 믿을 수 있는 사람'도 있고 '편지 내용을 몽땅 외운 상태로 기민하게 추적자를 피해 몰래 움직일 수 있는 영리한 사람'도 있지만 그 두 부류에 모두 해당하는 사람은 쥘리앙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임무를 훌륭히 수행함으로써 쥘리앙이 후작의 최고 심복 비서로 사교계에서 약간의 입지를 가지게 된 것.[48] 참고로 마틸드는 원래 다른 귀족과 결혼할 예정이었으며 혼사가 거의 다 진행되었으나, 줄리앙이 다른 귀족 부인과 편지들을 활용한 밀당을 시전한 끝에 결국 줄리앙에게 완전히 넘어가, 귀족가의 체면도 치우고 그의 앞에서 무릎까지 꿇으며 진심을 내보인다.[49] 또 참고로, 이때 마틸드와 밀당하기 위해 사용한 수법은 적당히 아름답고 마틸드보다는 나이가 많으며 신앙심이 깊다는 평판을 받던 사교계의 귀족 부인(페르바크 부인)에게 연애편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직접 쓰기도 귀찮았는지 그냥 서간집을 한권 골라서 거기 실린 편지를 통채로 베껴서 보냈다. 심지어 상대가 보내온 답장을 보고 그 내용에 맞춰 대답하는 것도 귀찮아서 제대로 읽지도 않고 그냥 서간집의 다음 편지를 그대로 배꼈을 정도. 더구나 (친해진 귀족의 추천으로 고른) 이 서간집 자체가 엄청나게 장황한 내용이라 스스로 배껴서 편지를 보내면서도 '이거 내가 보낸다고 상대가 읽어보기나 하겠냐. 그냥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마틸드를 자극하려고 하는거지' 라고 생각했지만... 편지를 보낸 뒤 살롱에서 만난 상대 귀부인이 "이번에 당신이 보낸 편지에 뜬금없는 외국 지명이 나오던데, 그건 무슨 의미냐?'고 따져 묻게 된다. 즉, 쥘리앙은 그냥 대충 베끼다 귀찮아서 지명등의 고유명사를 적당히 고쳐쓰는 것도 빼먹고 그대로 써 보냈는데, 상대는 쥘리앙의 편지를 꼼꼼하게 읽고 있었던 것. 물론 쥘리앙은 이 순간 순발력을 발휘해서 '종교적 주제에 깊게 골몰하다 보니 착각했다' 라는 말같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지만, 상대는 또 그걸 믿어준다. 거의 개그씬에 가까운 우스꽝스러운 장면이지만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많은 장면으로, 일단 이 연애편지 교환을 통해 쥘리앙은 상대 부인을 유혹하여 연인으로 받아들여지는데 성공했다. 즉, 쥘리앙이 정말 감정보다는 자신의 이익에 충실한 이해타산적 인물이기만 했다면 굳이 마틸드에게 집착할 필요 없이 절연해버리고 적당히 아름답고 평판좋은 (게다가 재산도 많은) 미망인의 연인으로써 사교계(귀족사회)에 자기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것. 하지만 쥘리앙은 마틸드가 자신의 낚시에 반응하자 부인을 차버리고 다시 마틸드에게 돌아가 결국 파멸로 이를 마지막 질주를 시작하고야 만다. 이는 쥘리앙의 목적이 신분상승 그 자체보다는 마틸드라는 사람 그 자체에 있었으며, 마틸드에 대한 쥘리앙의 감정이 뒤틀려있을 지언정 본질적으로는 진실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이다. 그리고 쥘리앙이 자기 스스로 유혹한 귀부인에게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한 이유는 야망을 숨기고 종교적 열정으로 가득한 신실한 청년 흉내를 내기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상대의 답장 내용을 보지도 않고 그대로 다음편지를 배껴 써 보내도 서로 대화가 통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마틸드와 같은 예측불허의 튀는 성격이 없고 판에 박은듯한 행동에 대해 판에 박은듯한 반응을 보이는 상대에게 별 매력을 못 느끼기 때문이었다. 이는 즉, 쥘리앙의 연애적 취향에도 모험적 경향이 분명 있었다는 것.[50] 딱 이 때까지만 해도 줄리앙은 귀족 여자를 건드려 임신한 것에 대한 불이익은 라 몰 후작에게 혼난 거 빼면 전혀 받지 않고, 오히려 평민임에도 데릴사위라는 입장으로 후작가에 입성하는 명예를 누리기 직전이었다. 그걸 가능하게 한 건 줄리앙에 대한 사랑으로 줄리앙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려 했던 마틸드 덕분.[51] 결말에서 바닥에 길게 끌리는 옷을 입고 등장하여 쥘리앙의 참수당한 머리를 무릎에 안고 마차를 타고 떠나는 마틸드의 모습은 연인의 머리를 끌어안고 나바르로 떠나는 마고 여왕(마르그리트 드 발루아)의 모습을 오마주한 것이다.(영화 여왕 마고에도 마르그리트 여왕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이 장면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 오마주가 단순히 서술 기교로써의 오마주가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 묘사에서 명확하게 '마틸드는 연인(쥘리앙)의 머리를 끌어안고 떠나면서 동경하던 마르그리트 여왕과 같은 행동을 함으로써 자신의 '정열적인 사랑'을 스스로 입증하는 데 일종의 만족감을 느꼈다'고 서술되어 있다.[52] 문제는 이 시기 귀족 여성들은 자기가 아무리 잘났어도 결국 혼처를 잘 잡는 것 + 추문이 없는 것이 중요했는데 마틸드는 둘 다 아니다. 후작 입장에서도 여차하면 공작부인으로 신분상승을 할 뻔 했던 딸이 범죄자 평민 예비남편 겸 전직 비서 때문에 애물단지가 된 데다가 귀족계에선 대놓고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사생아까지 가족력에 추가시켜버렸으니 꽤 뒷목 잡힐듯.[53] 여러 리뷰에 따르면 그 시대 파리 상류층의 여성들의 특징을 옮겨담은게 마틸드라고 한다. 집안에 그저 순종적이기를 기대받는 당대의 여성상에서 벗어나 개인의 감정 등을 더 중시하는 현대식 연애에 가까운 연애를 하려 했던 점을 보면 신여성이나 현대 여성이 떠오르는 부분.[54] 마틸드가 정말 현실적이고 냉정하며 속물적인 타입이었다면 어울려봤자 결국 큰 이점을 줄 수 없는 줄리앙에게 아예 흥미를 품지 않았거나, 흥미를 좀 품었다가 연애까지 발전했다고는 해도 육체까지 섞는 위험한 관계까지 되지 않으려고 칼같이 선을 긋고 (육체관계를 해서 아이라도 가지면 그야말로 사생아 문제 때문에 망할 수도 있으니까) 줄리앙은 적당히 과거에 어울렸던 남자 A 정도로만 남긴 뒤 아버지의 의중에 따라 더 좋은 혼처를 잡으려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55] 다만 마틸드를 '헛똑똑이' 라고 평가하는 것은 별로 정확한 독해가 아니다. 왜냐하면, 일단 마틸드는 <현실적이고 냉정하며 속물적인 인물>이 '''전혀''' 아니며, 오히려 정 반대로 현실적인 손익계산을 경멸하고 격정과 운명적인 사랑에 자신을 맡기고 싶어하는 인물상이기 때문이다. 과연 <현실적이고 속물적인 손익계산을 대놓고 경멸하는 인물>에 대해 <정말 냉정하고 현실적이었다면 작중에서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평가하는 것이 의미가 있기나 한 것인지 좀 생각해보자.(...) 현실적인 부분을 재지 않고 운명적이고 격정적인 사랑에 몸과 마음을 다 줘버리는 것이 마틸드가 원한 것이었고, 그렇게 원한 대로 했다는 것이 작품의 결말이다. 마틸드에 대해 '계산적인 사랑을 한다'는 설명이 따라붙는 것은 정말 조건을 따져서 현실적, 사회적 이익을 보기 위한 사랑을 하려고 든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격정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낭만적인 사랑을 먼저 구상해놓고, 그에 맞춰서 마치 배역을 연기하듯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이끌어나가는, 즉 열정적인 사랑꾼이라기보다는 치밀한 예술가에 가까운 행동양상을 보인다는 뜻인데 이를 현실적인 손익을 따져 계산한다는 뜻으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비유하자면 <금전적 성공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예술가> 캐릭터를 평가하겠답시고 <하지만 그가 정말 현실적으로 금전적 성공을 원했다면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작품을 만드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니, 그는 헛똑똑이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56] 그런데 줄리앙이 레날 부인이나 마틸드 모두에게 귀족 여성이란 편견을 먼저 품었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해보겠다는 심산에서 연애를 시작한건 또 공통점이다.[57] 그렇지만 사제의 경우 평민들에게 있어선 상황만 따라줄 경우 안정적으로 신분상승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직업이기도 해서 그들이 그런 속물성을 보일 수밖에 없기도 했다.[58] 신학교 학생들이 사제가 돼서 신분상승과 부자 되기를 꿈꿨던 것처럼, 줄리앙도 마틸드와의 연애를 통해 신분의 벽을 넘고 진짜 상류층이 되는걸 꿈꿨다.[59] 빡칠만도 한게 결투는 사실상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1 : 1 대결인데, 줄리앙이 자기 마부랑 시비붙은 일에 애먼 자신을 끌어들인 것도 모자라 귀족인 줄 알았는데 평민이었다는 2연타 크리티컬을 맞았기 때문.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세~근대 유럽에서 결투란 기본적으로 대등한 계급끼리 하는 것이었고, 만약 귀족이 평민에게 모욕당했을 경우라면 그냥 하인들을 보내서 두들겨패고 말았다.(유럽 못지 않게 무사-귀족 전통이 강했던 일본에도 부레이우치의 전통이 있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실제 역사의 사례중에도 자코모 카사노바가 러시아 여행중 폴란드의 대귀족과 결투를 벌였던 일을 <대귀족과 결투를 했으니 나도 당연히 귀족> 이라고 신분 사칭에 써먹었을 정도. 즉, 평민과 결투를 벌였다는 소문이 나면 그건 자기 체면 문제이기도 하니 <내가 결투한 상대는 평민이 아니라 사생아이긴 하지만 귀족 혈통> 이라는 소문을 퍼트릴 만 했던 것이다.[60] 그냥 평민 출신인데 귀족가 사생아라는 헛소문.[61] 줄리앙은 좀 잘 사는 평민, 스탕달은 부르주아로 마찬가지로 평민에서 시작한 신분.[62] 다만 스탕달은 출세 자체가 제대로 안 되어서 실패한 거라면, 줄리앙은 승승장구하다가 과거의 부정한 짓이 그를 자멸하게 한 것이다.[63] 줄리앙이 귀족적인 사회를 동경하고 우월성의 증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보는 것과는 별개로, 현실의 귀족들 자체는 내심 경멸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묘사는 계속해서 나온다.[64] 그저 잘 사는 평민 쪽에서 머무르지 않고 사제든 귀족 비서든 어떻게든 귀족의 세계 쪽으로 진출하려는 이유도 평민 신분과 계급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방식 때문이다. 가족들이야 그렇다 치고, 평민 출신에 자기를 아주 잘 챙겨주던 푸케에게까지 꽤 오랫동안 내적인 거리감을 느꼈고, 자기랑 일하자는 푸케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도 이것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