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대기서
1. 개요
中國四大奇書 / 中國四大名著
The Four Great Classic Novels
명나라, 원나라 시절의 소설들 중 특출나게 뛰어난 4개의 소설을 칭하던 말.
2. 상세
명나라 말기의 저명한 통속 문학가 풍몽룡은 명대의 저명한 네가지 소설인 《삼국지연의》,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를 합쳐서 사대기서(四大奇書)라고 했다. 이후 청대의 써진 걸작 소설 《홍루몽》을 금병매 대신 포함해서 '4대 명저(四大名著)'로 부르기도 한다. 홍루몽은 청나라 중기의 작품이라 최초로 사대기서라는 말이 나온 건륭제 시절에는 아직 널리 읽혀지지 않아서 포함되지 못했다. 따로 명저라고 묶는 이유는 기(奇)라는 글자가 현대 중국어에서는 판타지라는 의미로 더 널리 통하기 때문에 판타지적 요소가 거의 없는 홍루몽이 기서라고 칭해지는 것은 중국어 화자에게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4대 명저는 중국 최고의 고전 장회 소설을 가리키는 것으로, 중국 문학 중의 최고 경전을 일컫는 용어다.
홍루몽은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매우 애독되는 소설이며 내용 자체가 워낙 방대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홍학(紅學)'이라는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연구까지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또는 금병매를 다섯 번째로 쳐서 5대 기서로 부르기도 한다. 금병매는 현대 중국에서는 그냥 포르노 소설 취급이긴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금병매도 학자들이 진지하게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드라마틱한 완성도, 주제의식, 문체 등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중국 고전 문학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작품들은 오늘날까지 오랫동안 쇠퇴하지 않는 가운데, 그 중의 이야기와 장면은 이미 중국인들의 사상 관념, 가치 취향에 깊이 영향을 주었다. 네 권의 저작은 모두 예술 수준이 높고, 세밀한 묘사와 함축된 사상은 독자들에게 칭송을 받았으며, 오늘날까지 나온 영화, 드라마 파생 작품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책들의 판매량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중국에서는 매년 여러 가지 버전의 4대 명작들이 대량으로 팔리고 있다.
수호전같이 허구한 날 사람을 죽이고 인육을 먹는 소설이나 금병매 같은 진한 19금 소설도 4대기서로 취급되는 걸로 봐서는 야설도 정말 제대로 쓰면 예술작품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중국문학계에서도 중국사대기서는 수많은 학자들이 진지하게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대상이기도 하다. 물론 수호전에서 인육은 단지 잔인한 부분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기는 하다.
일반적인 인지도는 삼국지연의가 가장 높으며, 서양에도 동아시아 문명권을 대표하는 고전소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삼국지 다음으로는 보통 서유기가 꼽히고 수호전은 삼국지연의나 서유기에 비해서 인지도가 좀 떨어진다. 그리고 금병매는... 그런 소설이 있는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 사람들도 삼국지연의, 서유기, 수호지, 그리고 홍루몽까지는 워낙 유명하기에 잘 알고 있지만 금병매는 이름만 들어 본 수준인 경우가 태반이다.
한 때 일본에서 봉신연의라는 만화책이 인기를 얻을 때는 금병매 대신 봉신연의(봉신방)을 끼워넣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사대기서에 봉신연의가 들어가지 않는 것은 단순히 봉신연의의 문장수준, 주제의식, 구성 등 작품성이 위의 네 작품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봉신연의 3번 항목 참조.
본고장인 중국과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의 중화권에서는 만화나 소설, 드라마, 연극, 게임으로 두고두고 우려먹고 마찬가지로 한자문화권인 한국과 일본, 베트남에서도 만화나 소설, 게임 등으로 우려먹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는 원전의 내용이 왜곡된다는 이유로 사대기서의 드라마판 제작을 조만간 금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행히 4대기서 가운데 메인인 삼국지연의는 2010년에 95부작 삼국이라는 고퀄리티의 드라마로 방영이 완료되었으며, 수호전과 홍루몽도 각각 2011년과 2010년에 86부작과 50부작 드라마로 제작/방영되면서 없는 이야기가 된 듯 하다.
3. 조선시대의 금서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시대에는 중국사대기서를 대놓고 읽는 것이 금기시 되었는데 그 이유는 대충 다음과 같다.
- 《삼국지연의》: 다른 기서들과는 달리 금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삼국지연의는 조선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사실 촉한정통론에 기반을 둔 연의의 경우 충의라는 유교적 이념을 충실히 살리고 있으므로 금지될 하등의 이념적 이유가 없다. 억지로 이유를 들자면, 정사와 소설을 헛갈리는 사람들이 등장[1] 하기도 해서 대외적으로는 수준 떨어지는 작품으로 취급하고 뒤로는 다들 읽은 모양이다. 임진록에서도 삼국지연의 이야기가 나오고 제갈량, 도원결의, 관우 같은 이야기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며 조선시대 임금들도 신하들과의 어전회의에서 삼국지 이야기를 했다는 기록이 심심치 않게 남아 있다[2] . 또한 민간에도 널리 퍼져 2차 창작인 적벽가란 판소리로 널리 퍼지기도 했다.
- 《수호전》: 역모를 미화하기 때문. 또한 간휼과 잔학을 가르치기 때문. 수호전의 스토리는 탐관오리에 대항하여 무장단체를 조직, 조정과 싸운다는 이야기인데, 아무리 미화를 해도 이런 식의 집단을 구성하는 것은 유교사회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싸우는 여장부, 바느질하는 남자) 역모에 해당한다. 여기에 인육 먹는 얘기, 별 사소한 이유로 사람을 죽인 얘기가 툭하면 나오고 정을 통한다는 얘기까지도 가끔씩 나오다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19금. 현대에도 대략 취급은 비슷하다. 또 후반에 조정에 귀순하여 공을 세우기는 하지만, 도적들의 이야기라는 것도 문제가 될 만하다. 그래도 암암리에 읽기는 많이 읽은 듯하다.
- 《서유기》: 부처의 도와 괴력난신을 논하기 때문.[3] 애초에 유교국가 조선에서 불경을 구하러 가는 이야기가 먹힐 리가 없다. 게다가 온갖 요마가 나오는 이야기이고 주연들까지도 승려 한명 빼면 죄다 수인이다. 그런데 조선시대 건축에서 궁궐 지붕에 올리는 잡상들 중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 뒤로는 다들 읽었으리라 생각된다.
- 《금병매》 : 너무 야해서. 더 설명이 필요없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한글 번역서가 아예 없었다. 그래도 허균이 한정록에서 뛰어난 작품이라고 언급한 걸로 보면, 암암리에 읽긴 읽은 모양이다.
4. 관련 문서
[1] 단적으로 낙봉파에서 죽은 방통 이야기를 했다가 바보 취급을 당한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중국에도 있고, 한국에도 있다.[2] 다만 진수의 정사 삼국지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 유심하게 봐야 한다. 그래도 조선왕조실록에 연의의 창작인 도원결의가 나온다던가 조선시대에 세워진 관왕묘에서는 연의의 창작인물인 주창의 상이 세워져 있는 점으로 미루어 정사가 아닌 연의도 널리 읽혀진 것은 틀림없다.[3] 이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경구가 '공자는 괴력난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