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문화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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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文化圈
'''한자문화권'''
East Asian cultural sphere[1]
1. 개요
2. 상세
3. 인명, 지명의 공유 방법
3.1. 라틴문자 문화권과 비교
4. 각 나라별 한자의 사용
5. 관련 문서
6. 관련 링크


1. 개요


자국의 언어가 한자를 사용하거나 한자어에 깊은 영향을 받은 지역 및 국가 권역을 말하며 언어동조대의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이다.

2. 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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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한자는 (정자), 広(신자체), 广(간체자)이며 해당 예시는 한자문화권의 각 나라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한자가 사용되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이다.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 대만, 한국, 북한, 일본, 베트남이 속한다. 이외에도 화교가 다수인 싱가포르도 포함된다.[2] 포함되는 베트남, 싱가포르와 포함되지 않은 몽골을 제외하면 동아시아의 범위와 얼추 일치한다.[3] 여기서 베트남은 문화학적으로는 동아시아이나 지정학적으로는 동남아시아에 속하며 한자는 과거에는 썼지만 폐지하고 로마자를 쓰기 때문에 현재는 해당이 아니고, 몽골은 역사적으로 한자를 쓴 적이 없어 한자문화권으로 잘 취급되지 않고, 인종이나 문화 등의 연관성도 다르기에 일반 사람들에게는 '''대한민국, 중국, 대만, 일본'''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혹은 한중일 문화권을 이르는 단어로 자주 쓰인다.
이 중 중국, 대만은 완전한 한자 전용 국가이고, 일본도 실생활에 한자를 큰 비중으로 섞어 쓰고 있으며, 한국은 실생활에서 쓰는 일은 드물지만 보조 문자로서 여러 분야에 쓰고 있다. 북한과 베트남은 한자를 실용 문자로서는 거의 폐기했으나 여전히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한자 유래 어휘를 쓰고 있다. 한자를 직접 사용하는 빈도를 부등호를 사용하여 나타내면 대략 중국=대만>일본>한국>북한>베트남 정도로 나타낼 수 있다. 베트남/북한은 한자를 몰라도 문제가 거의 없지만 한국은 한자를 전혀 모른다면 문장 독해나 단어 이해에 다소 문제가 나타나며, 일본은 한자를 모르면 대부분이 한자인 많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생기며, 중국/대만은 한자를 모르면 아예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자 이외에도 유교, 대승불교의 2교[4]젓가락 및 다양한 요리[5], 발효식품으로 대표되는 식문화 등, 공통된 여러 문화 요소를 함께하고 있으며, 인종적으로도 상당히 비슷하다. 현대에서도 문화·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지역이다.
또 한가지 공통점이라면, 표어 문자인 한자 특성상 사람 인명이 다른 문화권에 비해 짧은 편이다. 보통 2~5글자(음절)의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대체로 한국과 중국은 2~3글자가 다수고, 일본은 3~5글자 정도다.[6] 일본 이름은 훈독으로 읽는다면 한자 한 글자당 2-5음절이 되므로 5x3=15 음절 이상으로 답 없이 길어지기도 하며, 음독으로 읽는다면 최소 성+이름 합 2자, 2음절로 짧아질 수 있다.
베트남에서도 중국이나 한국과 동일하게 이름을 석 자로 짓는다. 다만 베트남에선 맨 처음 글자는 성, 두 번째 글자는 '''미들네임''', 그리고 세 번째 글자가 진짜 이름이다! 사람을 부를 땐 △맨 마지막 이름자만 말해도 되고, △미들네임이랑 마지막 이름자를 함께 말해도 된다. 덧붙여서 여자는 성과 이름 사이에 티(Thi, 氏(씨))라는 글자를 하나 더 붙이는 작명 관습이 있어서, 풀네임이 넉 자인 여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자문화권에서 궁궐과 사원에 올릴 수 있는 극존칭은 거기서 거기인지라 해당 건축군의 이름이 유사해진다. 경복궁은 한국에도 있고 중국에도 있으며 자금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성은 베이징뿐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중후장대한 자태를 뽐내고 있고, 대웅전이나 근정전도 마찬가지. 또한 한자어로 표기되는 지명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에 도시나 지역 이름들까지도 똑같은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 예를 들어 판교역대한민국, 중국, 대만, 일본, 북한 등 무려 5개국에 다 존재하고 있다. 어느 나라에나 있는 널빤지로 놓은 다리가 있던 곳이라는 의미로부터 판교(板橋)라는 지명이 유래했기 때문이다.
전근대까지 라틴어를 공용어(적어도 지배 계급 내에서는)로 사용하던 서유럽 문화권과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서유럽 문화권의 언어가 대부분 인도유럽어족, 그 중에서도 대개 로망스어군이나 서게르만어군에 속해 있다면, 한자문화권의 언어는 제각기 다른 어족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어고립어로 취급되며[7], 일본어일본어족, 중국어중국티베트어족, 베트남어오스트로아시아어족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들 언어는 동일 어족은 아니지만 활발한 문화적 교류로 인해 유사성을 갖게 된 언어동조대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한자문화권 내의 서로 다른 나라의 사람이 만났을 때, 상대 나라의 언어는 모르지만 한자는 쓸 줄 알 경우, 한자를 보고 대략적인 의미를 유추하여 답하는 식으로 필담을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8] 대개 양쪽 중 한 명이 중국 또는 대만인일 경우 많이 일어나며 특히 상대 나라에서만 사용되는 한자와 그 의미를 몇 개 알고 있다면 이런 식의 필담을 주고받기는 더욱 쉬워진다. 극단적인 경우라면 같은 중화권 사람들끼리도 쓰는 중국어 방언이 달라 (중국어 방언들은 사실상 다른 언어들로 취급될만큼 다른것들이 많다) 이런 필담으로밖에 대화할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9]

3. 인명, 지명의 공유 방법



한자 문화권에 속한 나라들의 공통된 현상으로, 각자 자기네 나름대로의 독법이 있기 때문에 한자로 된 인명이나 지명이 있으면 그 국가에서는 해당 언어의 독법대로 그 명칭을 부르는 것이 매우 자주 발견된다.
근대 이후에는 세계화가 서로 이루어지고 한자 독법에 얽매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원어명을 존중해주는 경우가 늘었지만 그럼에도 관습적으로 불러오거나, 특히 인명 같은 경우 역사책에서나 언급될만한 인물들은 거의 99% 해당 언어의 한자 독법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한국 사람들은 유비, 제갈량, 조조라고 읽지 '류베이'나 '주거량', '차오차오'라고 읽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류비(りゅうび)', '쇼가츠료(しょかつりょう)', '소소(そうそう)'라고 읽는다. 또한 관도대전은 익숙하지만 '꽌두대전'은 어색하다. 이는 삼국지연의가 한국, 일본에 전래된 시기에는 자국어 독음대로 읽던 관습이 있어 오늘날에도 이 표현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일본 역사 인물에 대해 풍신수길이나 덕천가강이라는 표현도 보이지만, 일본 인물이나 지명 등에 대해서는 훈독이 존재한다는 문제 등으로 인해 현대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음차로 거의 대체되었다.
예전 한국에서는 중국 인명을 표기하는 명확한 규칙이 없어서 한국 한자음으로 읽은 명칭과 중국어 독음을 쓴 명칭이 마구 혼용되다가 1986년에 중국어 외래어 표기법에서 신해혁명 기준으로 그 이전 사람은 한국 한자음, 이후 사람은 중국어 독음으로 호칭한다는 기준점이 세워졌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하나의 기준점일 뿐, 사람들 사이에서 쓰이는 언어까지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판빙빙이나 쯔위처럼 이 지침대로 부르는 인명도 있지만 주걸륜이나 주윤발처럼 한국 한자음으로 불러지는 비슷한 시기의 인물들도 여전히 많다. 그래도 적어도 언론에서는 저우제룬, 저우룬파라는 표기를 쓰고는 있다.[10][11]
베트남도 이와 비슷하게 20세기 이전의 인물들은 쯔놈을 쓰던 시절에 나온 인명이므로 베트남식 한자어 발음으로 표기를 한다. 하지만, 쯔꾸옥응으가 도입된 이후, 다시 말해 20세기 이후의 인물들은 해당 인물의 그나라 라틴어 표기법을 그대로 가져와서 표기를 한다. 자세한 예시는 쯔꾸옥응으 문서 참조.

3.1. 라틴문자 문화권과 비교


재밌는 것은 한자 문화권들이 각자 자기식 명칭을 쓰는 것처럼 라틴문자 문화권도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
라틴문자 문화권에서 어떠한 인명이나 지명이 있을 때 해당되는 단어가 자기 언어에 있으면 그걸로 바꿔서 부르는 식. 더군다나 라틴 문자 문화권은 거의 대부분 기독교 문화권이기도 하기 때문에 성경과 기독교 전승 속 인물이 사람 이름인 경우도 많고, 그런 경우에는 더더욱 자기네 식으로 바꿔 부르기가 편하다. '존(John)'이 '후안(Juan)'도 되고 '이반(Иван)'도 되는 식.[12] 또한 중세 유럽 전역에 게르만족 봉건세력이 터를 잡은 이후 각 지역별로 현지화된 게르만계 이름들도 서로 호환된다.[13] 그리하여 유럽의 어떤 왕족이 외국의 왕위를 계승받으면 그곳에선 자신의 이름을 현지화한 형태로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예컨대 플랑드르의 카를이 스페인 국왕 카를로스 ~세로 즉위하는 식이다. 미국 대통령에도 이러한 사례를 볼 수 있고 이런 경우는 대부분 이민자 출신 가문이 미국에 귀화하면서 영어식으로 성을 바꾼 것이다. '루스벨트'는 원래 '로저벨트'였으나 이를 바꾼 것이고, '후버' 또한 원래는 '후퍼'였다. 또다른 유명한 사례로는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있는데 오스트리아 출신 귀화인인 그의 원래 이름은 '아르놀트 슈바르체네거'였다.
지금은 인명 등에 대해서는 원어 명칭을 존중해주지만 발음은 대체로 자기네식으로 한다. 예를 들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Cristiano Ronaldo) 같은 경우에는 영어권에서 Christian Ronald라 쓰지 않고 Cristiano Ronaldo라고 쓰지만 읽기로는 '크리스티아노 로날도'라고 읽는다.
다른 문자 문화권에 대한 명칭은 서로가 해당 원어의 발음을 존중해주는 편이다. 중국 매체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중국 인물이면 영어권이나 다른 라틴 문자 문화권에서는 중국식 발음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 따라서 서유기손오공 같은 경우 중국 작품이기 때문에 일본식인 '손고쿠'나 한국식인 '손오공'이 아니라 중국식인 '쑨우쿵' 즉, Sun Wukong으로 표기한다. 반대로 드래곤볼손오공은 어원이 서유기의 손오공일 뿐, 엄연히 일본 작품이기 때문에 일본식 독법을 따라 Son Goku라고 표기한다. 한국이나 중국의 여러 나라 이름들이나 군주의 이름들도 해당 나라의 한자음으로 표기한다. 예를 들어, 강희제는 'Kangxi Emperor', 청나라는 'Qing dynasty'로 읽고, 신라고려는 각각 'Silla', 'Goryeo'로 읽는 식.
반면 한자 문화권에서도 라틴 문자 문화권의 인명이나 지명은 해당 국가의 발음을 존중해주는 편이다. 당장 위에서 언급된 장 칼뱅이나 호날두 같은 사례도 각각 프랑스인과 포르투갈인임을 존중하여 해당 원어 발음에 최대한 맞게 쓴 표기다.

4. 각 나라별 한자의 사용



한자의 전파.

4.1. 한국



한국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한자를 사용한다. 평상시 기본이 되는 언어는 '한글을 쓰는 한국어'이나, 연구 자료 등에서는 한자가 자주 나타난다. 소리를 적는 한글에 비해, 뜻을 적는 한자는 긴 내용을 압축하여 쉽게 적는데에 사용되기도 한다.
과거 통일신라 시대의 설총이두를 만들어 한국식 한자를 표기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하였으나, 이 역시 어려워 널리 보급되진 못하였다. 조선 4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제작했으나 여전히 공식 문서에서는 한문을 사용하였다. 이후로 구한말부터 한글이 공문서에 쓰이기 시작했고, 순한글신문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때는 한글사용이 장려되지는 않았지만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 한글을 장려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해방 직후에 타자기가 보급되면서 공문서는 순한글로 작성되었지만 그럼에도 1980년대까지도 언론과 학술 분야에 있어서 한자를 섞어서 사용하는 비중이 높았는데 1990년대 전산화 바람과 함께 신문사들이 속속 한글전용으로 돌아서며 한자의 사용비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한자는 한글과 더불어 부수적으로 사용된다.

4.2. 중화권



한자의 본고장이자 인접한 주변국가들에게 한자를 전달한 만큼 한자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어를 한자로 표기함은 물론, 그들의 고대 언어인 한문도 한자를 통해 이어져 있다. 오늘날의 표준중국어는 한문이 그대로 이어졌다기보다는 옛날에 입말 그대로 적던 (북경어)백화문이 표준어/서면어가 된 것이긴 하지만, 현재 쓰이는 표준중국어(특히 서면어)에도 한문의 영향이 많이 남아있다.
사실 중국에서 한자폐지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문화운동 당시 루쉰(魯迅, 노신)과 같은 일부 지식층을 중심으로 한자를 구시대의 유물로 여기는 시각이 대두되어, 한자를 폐지하자는 문자개혁운동이 일어났었다. 이 운동을 대표하는 문구로는 루쉰의 '漢字不滅,中國必亡(한자불멸, 중국필망)'이 있다. 이런 주장은 주음부호[14]로 나타나기도 하고, 소련의 지지에 힘입어 라틴화 신문자(拉丁化新文字)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과 소련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이러한 운동은 힘을 잃었는데, 한자로 적힌 방대한 문헌을 가진 중국에서 한자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중국어 각 방언들이 말이 방언이지 실제로 외국어 수준으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자를 완전히 폐지하면 지역간 교류나 의사소통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기도 했다.
중국 대륙에서는 공산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 라틴화신문자를 폐지했지만, 라틴화신문자와 비슷한 아이디어로 자국 한자음을 로마자로 표기하는 방법인 한어병음방안을 고안하였고, 더불어 자국의 문맹 퇴치를 위해 기존 한자를 간략화한 간화자를 도입했다. 반면 공산당 정부의 지배를 받지 않는 홍콩마카오, 대만은 지금도 한국처럼 정체자를 쓴다. 공산당 정부 수립 이전에 해외로 건너간 화교들도 대체로 정체자를 쓰는 편이다.
다만 중국어 방언들과 큰 관련이 없는 중국/대만의 소수민족 언어는 뜻글자인 한자의 한계로 인해 한자 대신 각 소수민족의 고유 문자나 로마자, 아랍 문자 등으로 적는다. 간혹 중국어 방언들도 한자 표기가 확립되지 않아 로마자로 적는 경우가 있다.

4.3.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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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가나를 설명하는 니코니코 대백과의 한 문서. 한자와 가나가 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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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용을 가나로만 표기하고 띄어쓰기를 도입한 글.
일본인 혹은 일본어가 상급인 외국인 입장에서 이런 글은 가독성이 확 떨어진다.
일본에서는 헤이안 시대에 한자를 변형하여 독자적인 문자인 가나 문자를 만들었지만 일본어의 음소가 폐음절이 적은 특성상 120여개 정도로 한정된데다가 오음, 한음, 당음 3가지의 한자음이 동시에 사용되고 있으며 훈독도 사용되기 때문에 동음이의어가 많다. 또한 1자 1음절인 한국한자음과 다르게, 일본 한자음은 1자 다음절인 경우가 흔한데다가 폐음절 발음인 ん과 촉음을 합자하지 않고 별개의 문자로 구분하기 때문에 가나로만 쓰면 글이 길어져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지는지라 여러번의 언어와 문자개혁 논의가 있어왔음에도 현재에도 활발히 한자를 사용하고 있다.[15] 1923년 이래로 2000자 내외의 상용한자를 지정해서 사용하며[16], 그 밖의 한자는 보통 가타카나히라가나로 대체한다. 또 일부 한자의 자형을 간소화한 신자체를 사용하며, 같은 한자가 연속으로 쓰일때는 라는 반복문자를 사용한다.[17]
일본에서 한자를 읽는 방법(読み方)은 크게 음독과 훈독으로 나뉜다. 음독은 일본 한자음으로 한자를 읽는 것이며, 일본 한자음은 유입된 시기별로 한음, 오음, 당음 등으로 나뉜다. 훈독은 한자를 읽는 법이라기보다는, 의미 구분을 쉽게 하기 위해서 한자어가 아닌 순 일본어를 같은 의미의 한자로 빌려 적고 읽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훈차가 보편화된 것이다. 그러한 연유로 한 단어에 유의 한자들을 대응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や라는 단어는 屋(집 옥)과 家(집 가) 둘 다 쓰이고, とき라는 단어는 보통 時(때 시)로 쓰지만 한자어 時間(じかん)으로도 쓸 수 있다. 즉 한국에서는 사라진 이두나 구결, 향찰 등의 방식을 일본에서는 아직도 쓰고 있는 것.
예를 들어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라는 문장은 일본어로 食堂で飯を食べた라고 적고, 읽을 때는 しょくどうでめしをたべた라고 읽는다. 여기서 食堂를 しょくどう라고 읽는 것은 음독이고, 飯를 めし라고, 食べた를 たべた라고 읽는 것은 훈독이다. 한국어로 따지자면 '食堂에서 飯을 食었다'라고 적고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라고 읽는 것이다.
그 외에도 한자 한 글자가 아닌 두 글자 이상의 한자어에 대해 한 고유어를 대응하는 방법인 숙자훈 熟字訓(예를 들면 大人를 たいじん[18]이 아닌 おとな[19]라고 읽는 것 등)도 있고, A라고 쓰고 B라고 읽는다의 사례처럼 문학적 용법이 그대로 독음으로 정착된 사례도 있다.[20] 지역명과 인명 등의 고유명사는 이런 용법이 뒤섞이거나 옛날에 쓰던 독음이 오늘날에는 사장되는 등의 이유로 인해 한자만 보고는 독음을 짐작하기 어렵다.
한자의 사용은 과거와 비교하면 조금 줄어드는 추세다. 이전에 한자로 쓰이던 단어들 중 획순이 너무 많은 경우는 히라가나가타카나로 표현하는 경우가 증가했다(예를 들어 有難う를 ありがとう로). 일본 안에서도 한자 학습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메이지 유신 이래 한자를 아예 폐지하고 가나(혹은 로마자)로만 일본어를 표기하자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주장은 소수였고 지금도 일본어에서는 한자를 많이 쓰고 있다. 한자가 없으면 가독성과 압축성[21]이 떨어지고 일본어의 음소가 120여개 안팍으로 매우 적은데다가 사용되는 한자음 또한 오음, 한음, 당음 3가지에 훈독도 존재하여 가나로만 표기하면 많은 동음이의어들을 구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많이 거론된다.[22] 어린이용 서적은 가나 전용으로 된 것도 있지만 청소년이나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적은 한자를 반드시 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에서 도는 소문으로는 세이난 전쟁의 시발점이 된 것도 전보나 무선으로 연락하는 과정에서 한자를 못 쓰기 때문에 視察(시찰)과 刺殺(자살, 찔러 죽임)을 구분하지 못하여(가나는 둘 다 발음이 しさつ로 같다) 우발적으로 벌어졌다고 하기도 한다.
또한 같은 단어라도 한자가 아닌 히라가나로만 적으면 어린 학생이 썼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연령층이 올라갈수록 히라가나 한 글자로 처리 가능한 단어도 한자를 쓰고(예를 들어 うるさい를 五月蠅い[23], 煩い로), 반대로 이를 활용하여 귀여움을 어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에서 한국 고유의 한자를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 고유의 한자'''도 있다. 앞서 설명한 쌀(㐘)이나 씻(㘒)처럼 훈독적 요소가 있는 한국 고유의 이두자가 생긴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대체로 훈독만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을 뜻하는 畑/畠(はたけ), '신사에서 쓰는 나무'를 뜻하는 榊(さかき), '사거리'를 뜻하는 辻(つじ), 현대 일본어의 여러 단어에 붙어서 사용되는 한자 중 하나인 込(こむ) 같은 것이 주된 예이다. 가끔씩 '내분비샘'을 뜻하는 腺(せん)[24]처럼 음독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일본 고유의 한자 중 음독과 훈독이 모두 있는 한자는 働(ドウ, はたらく, 노동의 '동'을 일본에서는 이 한자로 쓰며 '일하다'라는 뜻이 있다.)뿐이다. 자세한 건 국자(한자) 문서 참조.
오키나와 지역은 원래 독립국가였던 류큐 왕국이 다스렸으며, 때문에 여러모로 본토 일본과 구분되는 문화를 가졌다. 하지만 조공 무역을 비롯하여 중국과 밀접한 교류를 해 왔기 때문에 역시 한자문화권에 포함된다. 류큐 왕국에서 예로부터 오키나와어(사실상의 표준 류큐어)를 표기하는데 일본에서 온 문자 체계를 사용하였고 때문에 가나와 함께 한자가 유입되어 많이 사용되었다. 일본처럼 한자를 훈독으로 읽기도 하고 음독으로 읽기도 한다. 물론 발음은 일본 한자음과 다르다. 덕분에 일본어에 능숙한 사람도 오키나와의 인명이나 지명을 읽을 때는 종종 애로사항이 꽃피게 된다. 구스쿠(城)[25], 페친(親雲上)[26], 우타키(御獄)[27] 등이 그 예이다.

4.4. 베트남


베트남에서는 13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베트남어를 적기 위해 쯔놈이라는 문자 체계를 사용했다. 이는 기존의 한자와 완전히 독립된 문자 체계라기보다는 한자에 베트남어 고유의 한자를 더한 것이다. 일부는 기존의 한자를 그대로 차용하고, 기존의 한자로 나타내지 못하는 말은 베트남 고유의 쯔놈 한자를 이용해서 표기하는 식이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각 국가 고유의 한자를 만든 것과 같은 이치이지만 쯔놈은 그 수가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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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텍스트는 전교(傳翹, Truyện Kiều)라고 하는, 베트남에서 매우 유명한 서사시다.
유니코드에서는 쯔놈 문자를 별개의 문자 체계가 아닌 한자의 확장으로 보고 다른 한자들과 같은 영역에 배당하였다. 한중일통합한자 확장B라는 영역에 4232자의 쯔놈 한자가 수록되어 있다.
베트남은 20세기 초를 거쳐서 서구 열강의 영향을 받아 라틴 문자을 기반으로 한 쯔꾸옥응으(字國語)를 도입하게 되어, 한자(쯔놈)는 공식적으로 사용이 중단되었다. 따라서 베트남은 현대에 와서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처럼 베트남어 역시 많은 단어가 한자어 단어이며(바로 앞 문장의 '쯔꾸옥응으'의 '꾸옥응으'부터가 한자어다) 사람 이름도 한국처럼 한자어 이름인 경우가 많다.
베트남어는 한자 단어가 60%에 이르고 중국과의 교류가 증가하고 있어 베트남 내에서도 한자 교육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자 사용의 명맥이 끊긴지 너무 오래되어서 한국에 비해서도 한자 부활이 어렵다. 현대 베트남에서 한자를 공부한다면 학술적인 용도로 공부하거나 아니면 중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하기 위한것이라고 보면 된다.

4.5.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중국과 별개의 국가지만 표준중국어와 중국 대륙에서 제정한 것과 동일한 간화자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중문 명칭은 新加坡国立大学이고 싱가포르 항만공사는 싱가포르에서 한자로 新加坡港务集团有限公司로 표기한다.

4.6. 북한


대한민국과 같이 역시 한자와 한글을 사용했지만, 북한은 1946년에 한자 표기를 공식적으로 폐지했다.[28] 즉 한자 표기보다는 대부분 한글로 표기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굳이 한자를 쓸 필요가 없는 단어들이나 어려운 단어들, 고유 낱맡이 있는데 한자어가 대신 쓰이는 낱말들은 거의 고유어, 즉 순우리말 낱말로 순화했다. 정치, 사회 등 공식적인 분야에서는 한자 표기는 하지 않으나 한자어를 굳이 고유어로 바꾸지는 않는다(예를 들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한자를 안 쓴다고 해서 교육을 안 하는 것은 아니고 형식상 중학교에서 2,000자, 대학에서 1,000자 총 3,000자를 교육하도록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주로 학술적인 용도로 공부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1990년대 이후로는 중국과의 교역이 매우 중요해지면서 주로 중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한자를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 대다수는 남한 주민들의 한자 실력도 되지 못한다.

5. 관련 문서



6. 관련 링크



[1] 한때는 Anglosphere(영미권/영미문화권)에 대응하여 'Sinosphere'(중화권/중화문화권)이라고도 했었다. 그러나 중화권이라는 명칭은 중국 이외 다른 나라들에서는 썩 즐겨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올바름에 따라 최근에는 동아시아 문화권이라는 표기를 선호한다. 당장 한국 내에서만 봐도 '한국은 중화권 국가이다'라고 하면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위키피디아 문서 제목도 East Asian cultural sphere로 바뀌었다.[2] 싱가포르에서도 매년 올해의 한자를 선정한다.[3] 몽골도 소위 한자 문화권과 여러 역사와 문화를 상당히 공유하기는 하는데 정작 한자라는 문자의 사용권이 아니다. 현대 몽골국, 즉 외몽골은 소련의 영향으로 아예 키릴 문자를 쓰고, 내몽골이 아직까지 쓰며 외몽골도 이전에 썼던 몽골 문자위구르 문자, 그리고 이전에는 페르시아 계통의 소그드 문자에서 파생 된 것이다. 다만 몽골어에도 소수의 한자어 차용어나, 아니면 한자어를 몽골식으로 직역한 단어들이 여럿 존재하긴 한다.[4] 오늘날의 종교에 대한 관점에서 보면 유교는 불교, 도교와는 달리 종교라기보다는 동아시아의 지배적인 관념이나 철학에 가깝지만 그 당시에는 불교, 도교에 대한 생각도 비슷했다.[5] 특히 두부간장은 한자문화권을 대표하는 식품이다.[6] 일본에도 많지는 않지만 성, 이름 한 자씩 2글자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예를 들어 南(미나미),林(하야시)등의 성씨.[7] 국제적으로는 제주 방언을 한국어와 분리된 제주어로 보아 한국어족에 속한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8] 백범일지에는 청일전쟁 직후 철수하는 청나라 병력과 조우한 김구가 청 군관과 필담을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공유하며 의기투합하고 후일을 기약하는 것은 덤.[9] 표준중국어를 모르는 홍콩인과 광동어를 모르는 북경인이 만났다고 생각해보자.[10] 왜냐하면 주윤발 같은 경우는 표기법이 정립된 86년 이전부터 국내에 알려진 배우이기 때문이다. 이름을 원어 발음대로 쓰게 된 건 적어도 90년대 중반부터이며, 그 이전 사람은 이소룡 주성치 성룡 등 여전히 한국식으로 부른다.[11] 게다가 중국인은 광동어냐 북경어냐에 따라서 또 달라지므로, 그냥 한국식으로 부르는 걸 택하는 편이기도 하다.[12] 그러니까 프랑스계 스위스인 장 칼뱅은 라틴어 문헌에선 '요안네스 칼비누스'가 되고, 영어로 '존 칼빈', 스페인어로 '후안 칼비노', 이태리어로 '조반니 칼비노'라고 불린다.[13] 가령 헨리(Henry), 하인리히(Heinrich), 헨드릭(Hendrik), 앙리(Henri), 엔리케(Enrique), 곈리흐(Генрих) 모두 같은 이름이다.[14] 주음부호는 중국어 표기에 한자 사용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그래서 원래 이름도 '주음자모'였다.[15] 가나(仮名)는 가짜 문자라는 뜻이다. 한자를 가나에 대비하여 '마나(真名)'라고도 하는데 이는 진짜 문자라는 뜻이다.[16] 가장 최근 버전은 2010년에 지정된 2136자.[17] 단 같은 한자가 반복되더라도 읽은 법이 다르면 々를 붙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日日의 경우 'hibi'로 읽을 때는 日々로 쓰지만 'hinichi'로 읽을 때는 日日로 써야한다.[18] 유교의 '대인'이라는 뜻[19] '어른', '성인'이라는 뜻[20] 대표적인 예시로 飛鳥가 あすか로 읽히고 黄昏이 たそがれ로 읽히는 것을 들 수 있다.[21] 1자 1음절 고정인 한국 한자음과 달리 일본 한자음은 1자 2~3음절인 경우도 흔하고, 거기에 훈독에다가 장음표기도 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긴 경우도 있으며, 폐음절 발음인 ん과 촉음을 합자하지 않고 별개의 문자로 구분하기 때문에 가나로 풀어쓰면 한자로 쓴 것에 비해 길어진다.[22] 이에 대해 자주 거론되는 예시가 다음 문장이다. "貴社の記者が汽車で帰社しました。"('키샤노 키샤가 키샤데 키샤시마시타'라고 읽는다.)이걸 "きしゃのきしゃがきしゃできしゃしました。" 이렇게 가나로만 표기한다면 혼란스러울 것이다. 한국어로는 '귀사(당신 회사)의 기자가 기차로 귀사(회사로 돌아감)했습니다'가 되어 그나마 덜 헷갈리는데, 한자 독음의 범위가 넓고 좁음의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다.[23] 음력 5월(양력 6월)엔 기온이 높아 파리(蠅)가 시끄럽다 하여 유래된 표기법이라 한다.[24] 갑상'''선'''이 바로 이 글자를 쓴다. 그래서 순화 차원에서 '갑상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25] 오키나와의 성 또는 요새를 말한다.[26] 류큐 왕국사대부를 의미한다.[27] 오키나와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는 성소(聖所)[28] 언어적 문제보단 사회개혁의 일환에 가깝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