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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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紙幣
Banknote (bill, paper money)
종이로 만든 돈을 가리키는 한자어. 근현대 조폐기술로는 주로 면섬유와 종이섬유를 혼합한 것을 사용하는데, 그 비율은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호주에서 1988년, 플라스틱으로 만든 지폐가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현 시점에서 지폐란 크게 3분류(종이, 면, 폴리머)로 나뉘게 된다.
2. 형태
앞서 설명하였듯 이름과는 달리 실제로는 대개 면 섬유를 베이스로 만든다.[1] 100% 면으로 만들면 종이보다는 뭔가 탄력 있는 옷감 같은 느낌이 드는데, 알제리 디나르가 한때 이랬다. 종이를 쓰지 않는 이유는 그 자체가 접힘내구력 및 방수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종이는 수십 번만 접었다 펴면 찢어져 버리지만, 면섬유는 최대 만 번 정도까지 견딜 수 있다. 지폐의 내마모성에는 관해서 한국조폐공사가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 위안화나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2] 를 만져보면 그야말로 안습. 그런데 과거에는 지폐의 수명이 짧고 주요국가에 비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까닭에 폐기되는 지폐의 액면이 2011년에만 2조 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돈을 함부로 쓰지 않도록 하자. 그러나 꾸준한 재질 향상이 이루어졌고, 특히 2006~07년에 도입된 현용 은행권이 유통되면서 수명이 미국에 비교해도 더 나은 정도로 향상되었다. 나아가 2015년 말 현재 1만원권의 수명은 도입 9년에 가까워지도록 한국은행이 100개월 수준으로 '''추측만 할''' 정도로 길어졌다. 물론 오래된 통계를 근거로 지금도 한국이 돈 험하게 쓴다고 믿는 사람들도 흔하다. 참고로 한국조폐공사는 세계 각국에 지폐와 주화를 '''수출'''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재질상은 후술한 플라스틱 화폐에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폴리머 지폐, 즉 플라스틱으로 된 지폐도 많이 사용된다. 방수 기능이 있으며, 내구성이 일반 지폐의 4~5배나 되며 위조가 어렵고 청결성도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생산 비용이 비싸고 한 번 접히면 잘 펴지지 않으며 열에 약한 단점이 있다. 호주, 홍콩, 칠레, 브라질, 베트남 같이 의외로 많은 국가에서 이용된다. 이 지폐를 쓰는 지역에 사는 한국인이 비상금을 냉동고에 숨겨 놓았다가 돈이 다 깨져서 못쓰게 되었다는 도시 전설도 해당 지역에 내려오고 있다. 말 그대로 도시 전설. 스위스 프랑 신권은 면-폴리머-면의 3중 구조로 제작된다.
지폐는 몇십년은 거뜬한 주화와 달리 연한 소재로 만들고 항상 접혀서 사용되다 보니 유통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는데, 같은 이유로 거래가 잦은 소액권일수록 수명이 짧다. 한국은 1만원권이 약 8.3년 수준으로 추정되는 데 비해 1천원권은 3.3년이다. (2015년), 미국은 1달러권이 5.8년, 20달러권이 7.9년이다. (2013년 12월) 단 세계적으로 지폐 소재가 개선되고, 신용카드나 전자화폐의 영향으로 실물 화폐 사용이 줄어들면서 수명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3. 역사
화폐의 역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종류의 지폐가 등장하지만, 실제가치가 거의 없다시피한 문제점으로 인해 유통 및 보급에 실패하였다.
공식적인 최초의 지폐는 북송대의 교자로, 이 때는 진짜 종이로 만들었다. 이는 당나라 시대에 사용되던 신용 어음인 비전을 이은 것으로, 위조가 쉬운 만큼 상당한 신용을 필요로 하는 화폐의 종류이기 때문에 당시 중국의 상업이 얼마나 발전되었는지를 알려주는 사례로도 꼽힌다. 원나라 시대에는 교초라는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마르코 폴로가 원나라에 갔다 와서 '중국애들은 금화 대신 종이로 돈을 대신하더라'라고 했더니 전부 그를 비웃으면서 허풍쟁이라고 놀려대었다고 한다. 몽골 제국 산하의 일 칸국에서도 교초를 본떠 통용 시도가 있었으나 경제만 말아먹고 끝났다. 교초 유물 보기.
그나마 본토인 중국에서도 원 후기에 들어서면 과도한 지폐의 발행으로 인플레이션이 폭발하여 경제가 막장이 되었고, 고려를 포함한 주변 국가의 경제를 같이 날려버리면서 교초는 가치를 잃었다. 이후 명나라에서도 지폐를 재발행하려 했고[3] , 한반도에서도 고려 말(공양왕 대) ~ 조선 초(태종(조선), 세종대왕)에 종이 돈인 저화를 발행했지만 이미 한번 인플레이션이 터졌기에 종이 화폐 가치에 대한 신용이 없었고, 이 때문에 지폐의 정착에 실패했다. 중국에서는 동전을 사용했고, 한반도에서 상평통보가 대중화 되기 이전까지 쌀과 면포가 화폐역할을 했다. 17세기에 사원이나 장원에서 독자적으로 발행했던 일본을 제외하면 정착디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1661년 은화가 부족한 스웨덴의 스톡홀름 은행이 최초로 발행하였으며, 영국에서는 17세기 말에 발행을 시작하였다. 프랑스는 1718년 은행을 파리에 설립한 스코틀랜드인 존 로가 지폐를 소개하여 당시 프랑스 국왕이 그에게 은화와 같은 가치의 지폐를 발행하도록 허락하였다.[4]
금본위제도나 은본위제도를 시행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지폐의 사용이 재개되었다. 이는 지폐가 일종의 보증서 및 교환서처럼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1만 원'을 금 500그램 또는 은 1.4킬로그램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정해놓고 실제 지폐를 가진 사람이 해당 귀금속으로 교환해줄 것을 요청하면 그렇게 해주기로 하고 화폐를 사용하게 된다. 이때 금 또는 은 한 가지만 기준으로 쓰는 경우가 많지만, 금과 은 모두를 기준으로 쓰기도 한다. 나중에 국가의 공권력 보증으로 인해 지폐가 반드시 아무나 귀금속으로 바꾸어달라고 했을 때, 즉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종이쪼가리가 되는 사태는 막았으나, 만약 유동성이 부족하면 말 그대로 금이나 은을 더 비축해 놓아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따라서 지폐가 발행되는 만큼 귀금속을 장만해야 하므로 화폐의 유동성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래서 시장 유동성을 줄이려면 금을 내다 팔면 된다. 참 쉽죠? 잘 운영되면 참 좋은 제도이지만 귀금속 자체의 부족으로 인해 유동성이 부족하다던가 경상수지가 맞지 않는 등, 한 번 삐끗하게 되면 답이 안 나온다. 금본위제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때는 리처드 닉슨 때부터이다.
금본위제도나 은본위제도가 폐지된 21세기에 와서는, 지폐란 종이에 숫자를 써놓고 '이 종이는 얼마짜리임을 국가에서 보증함'이라는 약속만 한 채 유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자국의 총 경제력(생산능력)을 담보(빚)로 하여 발행하는 것. 이를 법정화폐('''법화''') 혹은 불태환 화폐라 한다. 반대로 예전처럼 지폐를 언제나 정해진 가치의 귀금속과 교환할 수 있다면 그 지폐는 '태환 지폐'라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나라의 화폐는 '불태환 지폐'이므로 나라 사정이 안 좋아지면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즉 화폐가 평가절하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지폐가 일정 가치를 지닌 실물 혹은 귀금속과 항상 교환 가능하다는 전통은 아직 남아 있어 영국이나 홍콩의 지폐에는 '이 나라의 은행은 이 소지자에게 이 액수의 금액을 주기로 약속함'이라는 내용의 글이 적혀있기도 한다. 특히 홍콩은 아직도 홍콩의 상업은행과 금융관리국이 보유하는 미국 달러의 양에 맞춰 홍콩 달러를 발행하므로 어느 정도 예전 태환 지폐(화폐) 시절의 성격이 남아 있다.[5]
지폐의 시작은 민간의 어음에서 발전한 것이므로 본래 지폐는 상업은행에서 발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금융산업이 발전하면서 민간은행의 지폐 발행은 한계를 노출했다. 예를 들어 지폐의 가치를 보증해주던 민간은행이 망한다면 그 지폐는 휴지조각이 된다. 그래서 지폐를 발행하는 상업은행에 대해서는 상당한 규제를 걸었고, 나중에는 지폐 발행 은행을 아예 국가가 매입하였다. 이것이 중앙은행의 시작. 실제로 유로 도입 이전 유럽 국가의 많은 중앙은행은 상업은행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이런 나라들은 국가가 동전을 발행하고 중앙은행이 지폐를 발행하는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4. 특징
주화에 비해서 가볍고 더 많은 금액을 가지고 다닐 수 있지만 실물 가치가 없다. 즉, 국가나 화폐에 대한 신용이 막장이 되어버리면 지폐는 말 그대로 휴지 조각에 불과한 것이다. 그나마 주화는 녹이면 금속 값이라도 받을 수 있다지만, 지폐는 종이 또는 직물이라 거의 공짜 수준이다. 물론 착각하면 안 되는게, 위폐 방지기술이라는 게 존재하기때문에 지폐도 마냥 싸지만은 않다. 스위스 프랑은 위폐 방지기술을 떡칠한 수준이라 시뇨리지가 아니라 역시뇨리지, 즉 발행할 수록 정부와 중앙은행이 손해를 본다.
그 대신 발권수익(시뇨리지)은 매우 높다. 재료(발행비용)가 별로 들어가지 않는데 액면가는 국가가 마음대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천원권 지폐나 오만원권 지폐나 발행비용 자체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으며, 액면가가 발행 비용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이렇게 쉬운 지폐의 발행 능력은 당장 고액권을 발행하려면 금화같이 귀금속을 사용해야만 제대로 인정받는 주화와는 발행 비용 및 난이도가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고대부터 국가가 주도해서 지폐 사용을 해보려는 노력이 자주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시뇨리지 추구를 위한 과도한 화폐발행은 초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돈이 쓰레기 취급을 받는 등 진짜 엄청난 상황이 일어난다. 당장 바이마르 공화국의 1920년대 초인플레이션 당시 지폐를 땔감이나 벽지, 돈방석(?)으로 쓰는 것이 더 이익이었다는 일화가 널리 퍼져 있다.
그리고, 국가의 상황에 따라 환율변동이라고 흔히 불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즉 미국 달러 같은 기축통화와의 교환 비율이 변동한다는 것인데, 금본위제도가 붕괴된 21세기의 시점에서는 '''매일 1/1,000,000초'''(틱이라고 한다) 단위로 세세하게 변한다. FX마진을 해보면 100만분의 1초의환율 변동이 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따라서 환전 시기를 잘못 택하면 엄청난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이는 엄밀하게 따지면 지폐보다는 화폐 자체의 특징이지만, 주화처럼 실질가치를 가지지 못한 지폐가 오직 국가의 공권력과 신용도에 따라서 가치가 존재하면서 발생한 측면이 더 크다.
또, 동전이 국내외 은행에서 환전하는 것은 어러운 반면에 지폐는 자국/타국 지폐로 환전이 가능하다.
5. 인물 도안
지폐에는 인물의 초상화를 그려넣는 경우도 있고 그려넣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유로화가 지폐에 인물을 그려넣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폐에 초상화를 그려넣는 인물은 대체로 해당 국가에서 범국민적으로 높은 이미지를 가진 과거 인물, 혹은 기념하고자 하는 과거 인물[6] 을 넣는 편인데 왕정국가는 주로 군주를[7] , 독재정권의 국가는 '''해당 국가의 독재자'''를 지폐에 초상화로 그려넣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 해당 국가 책임자 관계자들끼리[8] '''누구를 넣을지 협의'''해서 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후자의 경우 '''해당 인물의 명령에 의해 넣으며''' 당연히 해당 인물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넣는다.
그런즉 정부가 서로 협의해서 넣은 인물이 진짜 훌륭한 인물이며 자기를 넣어달라고 요구해서 넣어진 인물은 100% 독재자라고 보면 정확하다. 그 외에도 인물의 초상화를 그리면 지폐 위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많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인물이 그려진 지폐의 경우 인물 이름을 지폐의 액면가 대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세종(조선)이나 신사임당같이말이다.
- 참고: 분류:지폐의 인물.
6. 여담
오래된 지폐는 그야말로 세균 덩어리이므로 주의. 동전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동전의 주성분인 동이나 니켈 등의 금속이 다소 살균 작용을 일으키기에 지폐보다는 낫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폐 특유의 냄새 때문인지 동물들도 상당히 좋아한다. 가끔 장난 삼아 설날에 반려동물에게도 세뱃돈을 주면 냉큼 받는 모습이 기특해보이지만 동물들에게 지폐는 그냥 냄새좋은 장난감에 불과하므로 곧 갈갈이 찢기거나 지폐를 먹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웬만하면 주지 말던가 주고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려서 슬쩍하자.
흔치 않지만 기념 지폐가 발행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2000원의 액면가를 가지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기념은행권이 발행되었다.
단일화폐로 가장 가치가 높은 지폐는 1000 스위스 프랑이며 약 113만원 가량. 2014년 이전까지는 10000 싱가포르 달러 지폐였으나 통용금지가 되었다.
7. 나무위키에 등재된 지폐 일람
[1] 다른 예로는 '비닐봉지'가 있다.[2] 엔화는 면섬유가 아닌 화지를 쓴다. 화지의 원료인 닥나무 섬유(=종이)가 다량 함유된다. 실제로 원화와 엔화를 번갈아 만져보면 확연히 감촉이 다름을 알 수 있다.[3] 명나라에서는 지폐가 아닌, 영락전이라는 금속 화폐를 발행해서 꽤 오랫동안 사용했다. 이 영락전은 주변의 다른 나라들에도 전파되었는데, 한 예로 일본 전국시대 영주인 오다 노부나가의 군기에는 영락전이 그려져 있을 정도였다.[4] 하지만 너무 많이 발행해서 가치가 없어졌으며, 혁명 이후 혁명정부에서도 아시냐 지폐를 발행했지만 역시 화폐가치를 상실하고 조폐기가 파괴되고 남은 지폐는 불태워지는 굴욕을 당했다. 그나마 이런 조치도 나폴레옹이 정권을 잡고 나서 프랑스 국민들한테 "내가 집권하면 쓸데없이 마구 찍어낸 아시냐 지폐들을 모두 불태워서 더는 물가가 오르지 않게 하겠다!"라고 약속했던 탓이었다. 사실 그 때문에 나폴레옹이 그렇게 심하게 독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프랑스인들이 나폴레옹의 지배에 복종했었다.[5] 영국은 영란은행 외에 그레이트 브리튼 내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내 화폐 발행이 지정된 다수의 은행에서 파운드를 발행하며, 홍콩에서는 무려 세 군데의 은행에서 지폐를 발행한다.[6] 일반적으로 생존 중인 사람은 넣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외적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살아 생전에 5 뉴질랜드 달러권의 도안인물이 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 때는 발권은행인 뉴질랜드 준비은행이 '''본인의 동의를 얻었다(!)'''[7] 예를 들면 영국 및 영연방 국가 지폐에 흔히 나오는 엘리자베스 2세.[8] 디자이너가 결정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으나, 대부분은 정부와 발권은행 관계자가 엮인 위원회에서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