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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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패혈증(敗血症)은 인체가 세균 기타 미생물에 감염되어 이들이 생산한 독소에 의해 중독 증세를 나타내거나, 전신성 염증 반응, 심각한 장기 손상 및 합병증을 보이는 증후군을 이른다. 말 그대로 '''피'''('''血''')가 '''썩는'''('''敗''')[1][2] '''병'''('''症''')으로, 상처, 호흡기, 소화기관 등을 통해 침투한 혈액 내 병원체가 숙주의 면역체계를 뚫고 번식하는 데 성공하여 숙주를 이겨 버린 상태이다.
2. 상세
공통된 증상으로는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올라가거나(발열) 혹은 36도 이하로 내려가며(저체온증), 호흡수가 정상 호흡수에 더해서 분당 24회 이상으로 증가하며(저산소증), 혈압이 떨어지면서(저혈압) 신체 말단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저하됨으로 피부가 퍼렇게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가 썩기 시작하는 조직 괴사가 나타나며 구토 및, 설사, 부정맥, 장 마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3] 혈관 투과성이 증가돼서 혈관 내 알부민이 빠져나가서 혈관 내 정수압이 낮아지며, 이로 인해 환자 혈관 내의 물이 다 주변 조직으로 빠져나가 쇼크, 부종 등도 발생한다. 인지력이 떨어지는 등 정신착란 증세가 일어나고,[4]
원인은 감염이며, 연령(고령), 특정 약물의 사용(벤조다이아제핀 계열의 진정제 등) 등에 의해 발생율이 높아진다. 질병에 의해서 합병증으로 발병하기도 하는데, 중이염, 폐렴, 복막염, 욕창 등 원인이 되는 질환도 다양하다. 여름철마다 오염된 해산물을 먹어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매우 흔하게 일어난다. 면역계가 항원을 인식하고 바로 염증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짧은 잠복기를 가지고, 균종과 면역 상태, 처치법에 따라 수시간에서 수일 안에 사망[5] 하거나 만성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고, 반대로 완치해 원만하게 회복할 수도 있다. 큰 외상을 입었을 때 사망하게 되는 주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패혈증이다. 즉시 상처를 소독하지 않고 방치했을 경우 미생물이 침투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패혈증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수가 사망하므로 위 증상을 보이면 재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한다. 보통 패혈증(sepsis)의 경우 사망 위험도가 20~35%이지만, 빠르게 더 악화되어 패혈성 쇼크가 오면 40~60%가 사망하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다.
거의 대부분의 균들이 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치료법은 일단 대량의 수액 공급으로 혈압 유지, 광범위 항생제로 경험적 치료를 시작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균배양 검사를 보고 항생제를 조절한다. 세균에 따라 듣는 항생제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늦기 전에 균종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원인균을 찾는다고 항생제 들어가는 시점이 늦어져서도 안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면역 질환이다보니, 자가 면역 질환, HIV(에이즈 바이러스), 당뇨 등 면역 체계에 기저 질환을 앓고 있을 경우 사망 확률이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3. 역사
과거에는 위생 관념이 없던 탓에 치료행위가 굉장히 비위생적이어서, 전쟁에서 많은 부상자들이 사망하는 병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정말 사소한 외상, 예를 들어 장미 가시에 긁히거나 살짝 손을 베는 정도에도 패혈증이 발생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많다. 세균의 존재를 몰랐던 시절에는 피를 신성하다고 여겼고, 몸을 씻는 기준도 어떤 부위가 눈에 띄게 더러워지거나 냄새가 날 정도가 되어야 했으며, 그것도 미생물이 득실거리는 시냇물에서 비누 없이 씻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부상에 취약한 육체 노동자나 군인의 경우에는 위생 상태가 더 심각했다. 역사 기록에서 'A는 부상을 입고 회복하지 못하여 사망했다' 등의 문구가 있으면 굉장히 높은 확률로 패혈성 쇼크의 가능성을 추측해볼 수 있다.
당시 의사들은 '''부검했던 손으로 바로 출산을 도왔다.''' 때문에, 산모들이 산욕열이라는 세균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을 앓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그나즈 제멜바이스(Ignaz Semmelweis)는 출산 전에 의사의 손을 소독하고 출산을 도우면 산욕열을 낮출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그걸 분석한 책을 발간했으나 당시 통념[6] 으로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 무시당했다고 한다.
제멜바이스가 이를 반증하면서 든 예시가 전문 의사들에 비해 평범한 산파들이 출산을 도울 때는 산욕열의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통계였다. 산파들은 의사와는 달리 시체를 만지지 않고, 또 관습에 따라 출산 전 물로 손을 씻은 뒤 산모를 돌보아서 이 때문에 세균 감염률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당시 의사들은 '''전문 의료 지식을 갖춘 자신들이 일반 산파만도 못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더욱 제멜바이스의 의견을 비난했다. 제멜바이스는 비난하는 자들을 "살인자"라며 비판했고, 그 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1865년 그는 정신병원에 보내졌고 연조직염이 패혈증으로 발전해서 생을 마감한다. 훗날 이 이론이 인정되고 의학계에 끼친 영향을 고려하여 부다페스트의 의과대학은 개교 200주년이 되는 1969년에 제멜바이스 의과대학으로 이름을 바꾼다.[7]
패혈증은 불특정한 병원체에 의한 감염, 또는 폐렴이나 뇌수막염이나 암 환자의 감염 등 갑자기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임상에서 판단하기 애매모호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엎치락뒤치락 새로운 정의가 내려지고 있는데 여태까지 제시된 정의에 의하면 패혈증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정의는 생략하고 현재까지도 사람들이 많이 혼동하는 두 번째 정의부터 설명함)
쉽게 말해서 이 때의 패혈증은 "'''감염'''에 의한 전신성 염증 반응"을 의미했다. 하지만 위의 정의가 임상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2016년, 개정된 패혈증의 정의가 내려졌다.
새로운 정의가 등장함에 따라서 병원에서의 패혈증 진단 방식도 변경되었다.
Sepsis-3에 따르면 과거에 이미 정립되었던 Sequential Organ Failure Assessment (SOFA) 기준을 이용해 더 자세하게 환자의 상태를 살피게 된다. 하지만 이 기준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간략히 하기 위한 Quick SOFA (qSOFA)라는 기준이 새로 나왔고, 이제는 SOFA와 qSOFA를 병행해서 패혈증 진단을 권장한다.
여담으로 감기로 오인받다가 갑자기 사망한 케이스도 종종 있다.
추가로, 매년 9월 13일은 세계 패혈증의 날(World sepsis day)이다. (2012년부터 시작)
4. 패혈증으로 사망한 인물
- 김영삼 :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
- 김이숙 : 최시원 개 주민 습격 사망 사건의 피해자이다.
- 김태완 : 태완이 사건의 피해자이다.
- 래리 킹 : 미국의 방송인으로 코로나19로 죽은 줄 알았으나, 죽은 게 아닌 걸린 것을 극복했던 거였고 패혈증으로 사망한 거였다.
- 문지윤
- 박용식 : 2013년 8월 3일 촬영 차 캄보디아로 갔다가 귀국 후 유비저 감염으로 인해 패혈증으로 사망.
- 신해철
- 윤소정
- 이치훈(얼짱시대)
- 황수관
- 잭다니엘
- 제임스 가필드 : 미국 대통령으로 겨우 취임 6달만에 암살. 수술 장비로 인해 패혈증으로 사망.
- 노먼 베순
- 크리스토퍼 리브 : 초대 슈퍼맨 영화의 주인공으로 말년에 심장병과 함께 패혈증이 발생하여 사망.
- 무하마드 알리 : 은퇴 후, 복싱 후유증으로 고생하다가 패혈증이 발생하여 사망.
- 야나가 카즈코 : 일본의 성우로 2014년 11월 초에 사망.
- 오카자키 리츠코 : 일본의 싱어송라이터로 2004년 5월 5일에 패혈증의 동반 증상인 쇼크로 사망
- 우치다 야스오 :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로 2018년 3월 패혈증으로 사망.
-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 예종(조선) : 12세의 나이로 득남하는 바람에 복상사 설이 대중 사이에 널리 퍼져있으나 예종실록의 기록 등을 보면 연조직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게 맞다. 본 문서 본문 내용 참고.
5. 관련 문서
[1] 敗에는 진다(lose)는 뜻 말고 썩는다는 뜻도 있다. 대표적인 단어가 부패(腐敗). 썩는다는 것은 냄새나 색깔 이야기가 아니라 '''체내에 미생물이 증식하는 상태'''를 총칭한다. 음식이나 유기물이 썩는 것 자체가 세균이 번식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썩다가 더욱 정확한 표현이 맞다. 애당초 사전적 '썩다'의 의미에서도 인체의 균 감염으로 인해 장기 등이 기능을 잃은 경우에도 쓸 수 있는 표현이기에 이론의 여지는 별로 없다.[2] 흔히 '패'혈증이 아닌 '폐'혈증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특히 폐에 염증이 발생하는 폐렴을 앓았다가 패혈증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패'혈증이 아니라 '폐'혈증으로 오인하기 쉽고, 심지어 뉴스기사에도 '폐'혈증이라고 언급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 폐혈증이라는 병명은 없고, 진짜 폐에 피가 차는 병은 혈흉(Hemothorax)이라고 하는데, 그 병은 '''패혈증보다도 치명적'''이다. 호흡기에 치명상을 입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입원하지 않으면 사망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3] 패혈증이 너무 진행돼서 다발성 장기 부전까지 가는 경우도 상당히 흔하다. 또한 패혈증 치료에서 항생제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장내 정상세균무리가 사멸하여 가막성대장염이 호발한다.[4] 섬망이라고 해서 특히 노인이나 중환자실 치료 환자에게 상당히 흔하다.[5] 이때의 사인은 다발성 장기 부전과 심정지가 가장 흔하다.[6] 그 시대에는 세균 감염이란 개념이 희박했고, 피란 생명의 본질적인 신성한 것으로 닦을 필요 같은 건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7] 다만 이 기사에 의하면 그는 자신의 이론을 설명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공격적인데다가 확실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제멜바이스는 후원자들에게 아무런 연락도 남기지 않고 빈에서 잠적했던 적도 있다.[8] 첫 번째 패혈증 정의 이후, 개정된 패혈증 정의이기 때문에 Sepsis-2라는 이름이 붙었다.[9] Mervyn Singer et al, The Third International Consensus Definitions for Sepsis and Septic Shock (Sepsis-3), JAMA. 2016 Feb 23; 315(8): 80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