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개막식
유튜브 공식 채널에 올라온 풀 중계 영상
1. 진행
개막식의 시작은 정확히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8'''분 '''8'''초로 예정되어 있었다. 이는 중국에서는 8을 길한 숫자로 여기기 때문.[1] 실제로는 운영 사정 때문에 8시 정각에 시작하는 것으로 변경.[2]
개막식 말미에 그라운드가 반으로 갈라지며 지하로부터 거대한 지구본이 천천히 솟아오르고 지구본 꼭대기에서 영국 출신의 소프라노 사라 브라이트만과 자국 출신 중국인 가수 류환이 "너와 나, 우리 그리고 세계는 하나"라는 올림픽의 주제를 담은 메인 테마송 "You & Me"를 열창하는 가운데 주경기장을 배경으로 베이징 시내 전역에 거대 불꽃놀이와 폭죽이 터지는 장면은 특히 찬사를 받았다.
개막식에만 한화 6,0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668억원의 예산으로 치뤄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거의 10배규모의 차이다. 출처
개회식에 참여한 국가 중 가장 선수가 많았던 국가는 637명 규모의 미국으로, 628명 규모의 중국을 9명 앞섰다. 러시아가 459명, 독일이 458명, 호주가 439명으로 뒤를 이었다. 남한은 280명, 북한은 63명 규모.
2. 국명 및 입장 순서
개막식에서 입장 순서는 중국어 간체자의 획수 순서였다. 그래서 그리스 다음의 첫 입장은 기니(几内亚 지네이야, 첫글자 2획).[3] 그 다음이 기니비사우(几内亚比绍 지네이야비사오), 터키(土耳其 투얼치, 3획) 순으로, 우선 첫획의 수를 따지고 글자가 많을 경우엔 뒤에 배치하는 식이었다. 글자를 쓰는 순서는 가로(一) → 세로 (丨) → 삐침 (丿) → 파임 (丶) → 꺾임 (乛) 순으로 배치되었다. 그렇지만 그리스와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입장 순서가 간체자 순서와는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 마케도니아(马其顿 마치둔; 현 북마케도니아)는 당시 대체 국호인 마케도니아 구 유고슬라비아 공화국(前南斯拉夫马其顿共和国 첸난스라푸마치둔궁허궈)라는 이름으로 입장했지만 획수가 9획인 전(前)이 아닌 3획인 마(马)를 기준으로 입장했다.[4]
- 이스라엘(以色列 이써례)은 원래대로라면 팔레스타인(巴勒斯坦 바러쓰탄)과 쿠바(古巴 구바) 사이에 입장해야 했지만, 국가 관계를 고려하여 실제로는 바누아투(瓦努阿图 와누아투)와 일본(日本 르번) 사이에 입장했다.
- 홍콩 뒤에는 베냉(贝宁 베이닝) → 감비아(冈比亚 강비야) → 모리셔스(毛里求斯 마오리추쓰) 순으로 입장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감비아 → 베냉 → 모리셔스 순으로 입장했다.
- 괌(关岛 관다오) 뒤에는 통가(汤加 탕자) → 앙골라(安哥拉 안거라) → 앤티가 바부다(安提瓜和巴布达 안티과허바부다) → 안도라(安道尔 안다오얼) → 요르단(约旦 위에단) 순으로 입장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앙골라 → 앤티가 바부다 → 안도라 → 통가 → 요르단 순으로 입장했다.
- 미국(美国 메이궈) 뒤에는 미국령 사모아(美属萨摩亚 메이수싸모야) → 미국령 버진아일랜드(美属维尔京群岛 메이수웨이얼징췬다오) → 온두라스(洪都拉斯 훙두라쓰) 순으로 입장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 미국령 사모아 → 온두라스 순으로 입장했다.
- 포르투갈(葡萄牙 푸타오야) 뒤에는 대한민국(韩国 한궈) → 북한(朝鲜 차오셴) → 피지(斐济 페이지) → 카메룬(喀麦隆 카마이룽) → 몬테네그로(黑山 헤이산) → 칠레(智利 즈리) 순으로 입장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대한민국 → 피지 → 카메룬 → 몬테네그로 → 북한 → 칠레 순으로 입장했다.
여기에 우리로서는 웃지못할 일화가 있다. 당시 남북한은 정권교체 이후 박왕자 씨 피살사건으로 갈등이 심화되면서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잠시 거론되었던 단일팀은 물론이고, 계획된 단일 개회식 입장과 경의선을 통한 단일 응원단까지 취소되었다. 그래서 한국(韩国, 각각 12획, 8획)은 176번째, 북한(조선(朝鲜), 각각 12획, 14획)은 177번째로 따로 입장해야 했으나[5] , 한국 뒤에 입장해야 한다는 점에 자존심이 상한 북한의 반발로[6] IOC의 배려에 따라 북한은 피지(斐济 페이지, 각각 12획, 17획), 카메룬(喀麦隆 카마이룽, 12획), 몬테네그로(黑山 헤이산), 12획)에 이어 180번째로 입장했는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朝鲜民主主义人民共和国 차오셴민주주이런민궁허궈)으로 입장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처음에 대한민국(大韩民国)으로 표기해줄 것을 요청했으나[7] 끝내 중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는 한국 대표팀이 나올 때까지 죽치고 앉아 기다려야 했고 북한이 동시 입장을 막기 위해 원칙을 깨는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지고야 말았다.[8]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사용하여 동시 입장을 진행했다.더 전에 열렸던 1990 베이징 아시안 게임에서도 간체자의 획수에 따라 입장 순서를 정했는데, 첫 글자의 획수가 같은 경우 순서를 정하는 방법이 서로 달랐다. 따라서 2008 올림픽과 1990년 아시안 게임에 모두 참가한 아시아 나라들의 입장 순서는 일치하지 않는다. 또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영어 순서대로 입장했다.
한편 타이완은 중국 타이베이 대신 중화 타이베이(中华台北-4획, 6획)를 쓸 수 있도록 허가받아 일본(日本-4획, 5획) 다음으로 나왔다. 홍콩은 중국홍콩(中国香港)으로 타이완 다음으로 나왔다. 여담으로, 마카오는 NOC(국가 올림픽 위원회)에 해당하는 단체는 있지만, IOC에 가입하지 못해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는다.
우즈베키스탄(乌兹别克斯坦 우쯔볘커쓰탄)과 바베이도스(巴巴多斯 바바둬쓰) 사이에 입장할 예정이었던 브루나이(文莱 원라이)가 불참하면서 입장 순서가 하나씩 상승했다.
3. 평가
올림픽 역사상 최대급의 압도적인 물량을 자랑하다 보니 스케일 면에서는 호평이 있었다. 특히 중국 고대활자를 본딴 구조물에 사람들이 들어가 和의 3가지 체를 구현하거나 파도타기, 만리장성 등의 여러 장관을 연출하는 것은 극찬을 받았다. 또한 중국의 북같이 생긴 특수기구를 두들겨 숫자(1, 2 같은 아라비아 숫자와 一, 二 같은 중국 숫자) 등을 나타내는 모습도 큰 호평을 받았다. 유튜브에 'Beijing 2008 drum'이라 치면 북치는 장면이 나올 정도로, 서양인에게는 확실히 각인된 듯. 좋은 의미의 대륙의 기상인 셈이다.[9]
한편으로는 올림픽의 정신인 화합이나 평화, 축제를 그리기보단 죽의 장막으로 대표되는 오랜 침묵과 은둔의 이미지를 깨고 동아시아 문화의 근원지인 중국의 문화와 문명, 그리고 '''파워'''를 세계에 과시하고자 하는 중국의 의지가 매우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행사였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슬로건인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은 중국의 절대적 이념인 하나의 중국을 표현하는 단어로 해석된다. 마치 사람들 초대해 놓고 힘자랑하는 듯한 공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과 두려움을 느낀다는 의견이 있었다.
4. 사건, 사고 및 논란
지극히 대륙의 기상스러운 일인데, 개막식에만 3개의 짝퉁이 등장하였다. 아래 YTN의 3개 기사 제목을 보면 기자의 깊은 빡침이 느껴진다.
- 미리 만들어둔 폭죽 장면: 33,800발을 폭죽을 개막식 때 사용하였는데, 그 중에서 압권은 거인이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베이징을 가로질러 주경기장에 이르는 29발의 불꽃놀이었다. 해당 순서에서는 실제로 폭죽을 터뜨렸으나, 문제는 이 장면을 어떻게 찍어서 내보내느냐였다. 걸어가는 방향과 화면 구도상 양 발(?) 사이로 카메라를 두어 점점 주경기장 가까이로 시선을 이동하는 그림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장면을 실시간으로 항공촬영을 하기에는 헬리콥터가 폭죽을 맞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중계 방송 화면에서는 미리 컴퓨터 그래픽을 씌운 화면을 내보내기로 한 것. 이건 조직위의 중계 화면 담당 부서에서 결정한 일이다. 다만, 주경기장 내부에서 촬영한 마지막 2발은 실제로 생중계된 화면이다. '속았다'...개막식 불꽃놀이 알고보니 컴퓨터 그래픽 (YTN) Beijing Olympic 2008 opening ceremony giant firework footprints 'faked'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그나마 이 일은 항공 촬영 담당의 안전이라는 그럴만한 사정이라도 있지, 아래 두 건은...
- 국기(오성홍기) 입장 시 립싱크: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가 입장할 때 린먀오커(林妙可)라는 9살(1999년생, 현재 25살) 여자아이가 애국 음악인 <가창조국(歌唱祖國)>을 불렀다. (중국 문화의 대표적인 색상인)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린먀오커는 귀엽고 깜찍한 모습으로 화제가 되었으나, 사실 린먀오커는 립싱크를 했으며, 실제로 노래를 부른 사람은 양페이이(杨沛宜)라는 7살(2001년생, 현재 23살) 여자아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원래는 린먀오커한테 직접 노래를 시키려 했으나 목소리가 영 아니었는지 대체되었다고 한다. 반대로 천지강 음악총감독이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낼 어린이는 이미지, 내면, 표현에 흠이 없어야 한다"라고 말해, 처음부터 립싱크를 쓸 생각에 외모만 보고 린먀오커를 골랐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1988 서울올림픽 때 굴렁쇠 소년이, 알고 보니 소년이 아니라 통아저씨가 대역이었었다.' 수준이다. 립싱크 가수인 린먀오커는 굉장한 미소녀인데, 양페이이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노래셔틀로 이용한 것이다. 신문기사들을 보면 중국 네티즌들은 "양페이이도 충분히 귀여운데 왜 립싱크 가수를 썼냐"는 반응이 꽤 있었다. 아무튼 본래 아역배우였던 린먀오커는 개막식 출연으로 인하여 더욱 유명해졌고, 여러 활동을 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10] 반면에 실제 노래를 부른 양페이이는 상처를 받았고, 은둔 생활이 강요되었다고 한다.개막식 어린이 가수는 가짜 (YTN)
- 가짜 소수민족 어린이들: 린먀오커가 립싱크를 하는 동안,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중국의 소수민족 어린이들이 오성홍기를 국기게양대까지 운반했다. 그러나 이 어린이들은 실제 소수민족이 아니라 한족이라고 한다. 중국 측의 해명은 "중국의 공연에서 소수민족의 전통의상을 입는 것은 관행입니다.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하는데, 개막식 때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어린이들이 소수민족 출신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개막식 소수민족 어린이도 가짜 (YTN)
그리고 개막식 도중에 블루스크린이 나오면서 제대로 중국 정부를 굴욕먹였다.
올림픽 개막식 날 러시아와 조지아의 전쟁이 터지면서, 원래 올림픽의 취지였던 '부디 이 시기만큼은 싸우지 말자'는 것이 무색하게 되었다.
4.1. 중계 방송 관련
MBC에서 선수단 입장 중 아프리카의 가나를 설명할 때 자막으로 신약성경 속 가나의 혼인잔치에 나온 갈릴래아(갈릴리) 마을의 내용을 쓰는 바람에 아는 사람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한국 개신교에서 쓰는 철자인 '가나'하고 헷갈린 것. (한국 가톨릭에서는 원어에 가까운 '카나'라고 쓴다.)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인 가나는 Ghana며, 팔레스타인의 지명인 가나는 영어로는 Cana, 고대 그리스어로는 Κανά(Kana)로, 유래도 서로 다르다. 이건 경기도 광주시와 광주광역시를 헛갈리는 정도가 아니라 한국 광주와 중국 광주(광저우)를 동일시하는 오류.
[1] 중국어로 8(ba)이 돈을 번다는 뜻의 發財(fa cai)와 비슷하다는 이유.[2] 중국 CCTV는 매 30분마다 디지털 시보를 내보내는데 당시 영상을 유튜브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3] 간체자 획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첫 글자 획수가 7획인 그리스(希腊 시라)는 카보베르데(佛得角 포더자오)와 쿡 제도(库克群岛 쿠커췬다오)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4] 첫 글자가 9획인 전(前)을 기준으로 할 경우 마케도니아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美属维尔京群岛 메이수웨이얼징췬다오)와 온두라스(洪都拉斯 훙두라쓰)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5] 순전히 우연의 일치로 순차입장을 지지하던 IOC와 중국의 입장에 맞아떨어졌다. 한(韩)과 조(朝)의 변(𠦝)이 같았기 때문.[6] 뒤에도 나오지만 북한은 항상 한국 앞에서 입장했다.[7] 이렇게 되면 투르크메니스탄(土库曼斯坦), 예멘(也门)과 몰디브(马尔代夫) 사이로 '''6번째'''가 된다.[8] 사실 이 문제의 기원은 1960년대쯤 우리나라 스스로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란 호칭을 거부(!)한 데까지 올라간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동등한 위치로 호칭되는 것에 대한 반감이었는데, 한반도의 합법 정부는 '한국(Korea)'뿐이라는 입장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ROK)이라고 주최측에서 호칭하면 오히려 한국(Korea)으로 바로잡아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 헌법상으로야 '대한민국'이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 도서를 의미하지만, 그 역어인 'Republic of Korea'는 'DPRK'와 대칭적인, 한반도 남부의 정부로만 국한되는 어감이라고 받아들였던 것. 아무튼 현재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에서 사용되는 공식적인 영어 호칭은 선점 효과와 힘의 논리에 의해 남쪽은 Korea, 북쪽은 DPRK이다. 이런 호칭상의 관례는 2018년에 와서야 깨졌다.[9] 중국 당국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홍보영상에서도 종종 2008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영상을 넣고는 한다. 연도 차이가 얼마 안 나기도 하고, 주경기장도 같으니.[10] CF,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하고, 가수로도 활동하며, 거물급 성인 연예인들 못지않게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고 한다.